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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근남 님의 서재입니다.

게임 속 무법자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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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근남
작품등록일 :
2023.12.01 09:37
최근연재일 :
2024.03.18 0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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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98,0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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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13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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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30화. 정신 나간 작전 2

DUMMY

[신디케이트]를 나와 자스테에게 향했다. 자스테는 지금 난민촌의 폐건물을 자기 임시 공방으로 삼는 중이라고 들었다.

이곳에 물건을 들여놓는 사람은 아즈 상단에서도 믿을 수 있는 놈들. 돈이나 폭력이 아니라 진심으로 난민 해방과 더 나은 삶에 관심 있는 열성적인 놈들로 모아서 새어나갈 걱정은 없다······라고 한다.

실제론 모르지. 왜냐면 우리 애들은 근본적으로 다 불량배 떨거지라 그냥 돈 많이 준다니까 모인 걸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 임시 공방을 지키고 있는 듯, 마는 듯 애매하게 놓인 불량배 하나에게 다가가서 은화를 하나 줬다.


“누구···. 아. 냅터 형님!”

“일 잘한다는 의미에서 주는 거다. 여기 지키는 애들한테 하나씩 줄 테니까. 잘 지켜.”

“옙!”


결국 충성은 돈이 만들지. 난 일단 지키고 있는 불량배들에게 은화 정도 하나씩 돌리고 안으로 들어갔다.

임시 공방은 말 그대로 딱 임시 공방 수준이었다. 상자를 쌓고 위에 널빤지 올려놓은 선반에 별 도움도 안 될 것 같은 난잡한 시약과 창고.

난 거기서 에테르를 활용해 가죽 갑옷을 만들고 있는 자스테에게 말을 걸었다.


“어이.”


자스테가 작업하다가 깜짝 놀란 듯 날 쳐다봤다. [은신]을 난 기본적으로 풀지 않기 때문에 그쪽에서 찾는 데 오래 걸렸다.

그렇지만 엘리크만큼 놀라진 않았다. 아예 신경도 안 썼거나 하는 거겠지.


“아아. 우리 물주님이시군. 일단 내 장비부터 만들고 있는데, 괜찮지?”


그녀의 무기는 여러 부속품이 장착된 대형 쇠뇌였다. 그것도 여러 개 만들었는데 상황에 맞춰 무기 바꿔 쓰나보군.

난 말없이 돈주머니를 건넸다.


“재료비와 인건비다. 마음대로 써.”

“오오!”

“재료비는 따로 준다만, 설마 금화 이만큼이나 받고 떼어먹진 않겠지?”

“헤헤. 설마 그럴까. 이렇게 좋은 조건이면 당장이라도 개처럼 일하지. 히히히.”


일단 굽실거린 그녀는 일단 금화를 가득 챙기고, 나를 쳐다봤다.


“그래서 일부러 감옥에 갇혀서까지 날 구해준 걸 보면 바라는 게 있을 것 같은데.”


응? 딱히 그런 건 아니었는데.


“금화를 이만큼이나 안겨주시고 대체 뭘 원하시나? 이 못생긴 드워프에게 바라는 건 많을 것 같지 않다만.”

“드워프 치곤 충분히 예뻐.”

“응? 캭캭캭! 작업 거냐? 진짜 웃기는 양반일세.”


그러더니 그녀는 눈을 확 빛냈다.


“자. 그래서. 진짜로 뭐야? 진짜로 뭘 만들어 주면 되는 거지?”


연금술사는 에테르로 물건을 만든다.

에테르로‘만’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 쉽게 말하자면 일반인 수백 명에 거대한 설비가 필요한 제작 공정을 혼자서 에테르 좀 써서 딸깍딸깍 기술 쓰면 가히 홀로 공장에 맞먹는 작업을 할 수 있다.

마음만 먹으면 진짜로 이 여자 혼자서 난민 전체를 무장시키는 것도 불가능한 건 아니겠지. 레벨이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그 이상의 일도 할 수 있고.


“지금 네 수준으로 만들 수 있는 최고의 장비가 필요해.”

“정확하게.”

“단검, 다트, 그 외의 암기. 폭발물이나 독도 좋고. 난 가죽 갑옷이 아니라 천옷을 선호하니 그쪽으로.”

“아. 약간 미안하군······. 난 독은 만들 수는 있지만 전문 분야는 아니야. 그리고 가죽은 만질 수 있지만 재봉사 일도 못 해. 섬유 합성은 할 줄 알지만 만드는 건 따로 의뢰해야겠는데?”


당연하지만 현실만큼이나 게임에서 천옷은 개쓰레기같은 방어력을 제공한다.

실제로 천옷이 방어력을 가지려면 안에 솜을 우겨넣은 누비솜 갑옷을 입고 다녀야 하지.


내가 말하는 천옷은 그런게 아니라 진짜로 천옷이다.

게임 세계답게 말도 안 되게 질긴 섬유가 있으니까. 칼도 막고 화살도 막지만 주먹질은 못 막는 그런 것.

왜 이딴 걸 찾냐면 난 내구도엔 거의 투자를 안 해서 어차피 한 대만 맞아도 죽기 때문에 차라리 회피율 보정 조금이라도 더 받는 천옷이 낫기 때문이다.


“그러면 무기만이라도 좋다.”

“쓰는 무기 꺼내봐.”


난 해징턴 시에서 샀던 고급 다트와 단검을 꺼냈다. 자스테는 그걸 하나씩 보더니 피식 웃었다.


“어디서 샀냐?”

“헤징턴.”

“역시 촌동네 답게 허접한 철로 허접한 단검을 만들었군. 대장장이 설비 빌릴 수 있으면 아예 내가 만들어 줄 텐데.”

“대장기술도 배웠나?”

“그럼. ‘합성’밖에 못 하는데 나머지는 스스로 해야지. 안 그래? 개인적으로는 더 좋은 동네에서 새 것을 사는 걸 추천한다. 그다음 내가 개조해주지.”


그렇다면 좋다.


“그리고 앞으로도 장비 담당으로 남아줬으면 한다. 너는 최고 수준으로 갈고 닦아서 우리 파티의 장비를 다 책임져야 해.”“흠. 뭐 그거야 이미 감수했다고 할지. 당연한 요구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거야 연금술사라면 납득하는 건데, 다음 문제는 좀 곤란하다.


“실전 경험이 있다고 했나.”

“물론. 혼돈의 세력과도 직접 싸웠고 빌어먹을 노마 제국과도 몇 번 붙었지.”

“용케 살아있군.”

“원래는 우리 조직도 대단히 컸으니까······. 빌어먹을 새끼들. 진짜로 지도자라고 할 수 있는 자들은 죄다 모가지 잘렸고, 나는 클로비스 따위에게 잡혀서 노예 신세. 그러다 보니 야외 생활 경험이랑 개싸움 실력만 늘었어.”


이 부분이 사실 좀 애매하다.

얘 싸움‘도’ 잘하는 연금술사야, 아니면 싸움‘만’ 잘하는 연금술사야?


한마디로 능력치 분배 어떻게 됐냐고. 싸움을 잘하는 타입이 제작도 잘하는 건지 제작을 잘하는 게 싸움을 그럭저럭 하는 건지. 뭐에 중점을 둬야 하는지 사실 난 잘 모른다.


“네 솜씨를 보고 싶다.”

“물건 제작이라면 얼마든지. 여기 재료가 꽤 있으니 네 부하들 장비들 다 강화해 주고도 남지. 애초에 남작의 군대는 내가 다 책임졌고.”

“그것보다도 싸우는 솜씨. 각성자로서 전장에 바로 투입해도 될지 안 될지. 그게 궁금하군.”


그러자 자스테가 참 곤란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뭔 의미야.


“나를 제작 노예로 굴려 먹을 게 아니라 당당히 전투원으로 굴려 먹을 생각인 건가?”

“그래. 노예가 아니라 직원이다. 물건은 네 부하들이 만들면 돼.”

“흠······. 일단 솔직히 말하자면 난 싸움을 좋아하지 않아. 싸워야 할 상황에서 피하진 않지만, 죽는 게 무섭거든. 굳이 날 최전선에 데려갈 이유는?”


난 간단히 말했다.


“혼돈마신을 잡아야 한다.”

“!”

“그리고 그러려면 2레벨이 아니라 궁극에 달한 연금술사가 필요해. 내 지원자가 아니라 같이 싸울 동료.”


그녀는 실로 당황한 듯 헛웃음을 지었다.


“캭캭캭! 내가 엄청난 거물에게 고용됐구만? 해징턴이나 노마 제국이 아니라 혼돈마신? 궁극의 경지? 크흐······.”

“중간 단계로 레이즈 연맹 탈환도 있다.”

“메라티아 탈환도 넣어줘. 그거 아니면 안 해.”

“그 정도야 덤으로 넣어주지.”

“캭캭캭!”


뭐가 그리 웃긴지 실성한 것처럼 웃던 자스테는 우려인지 불신인지 모를 떨떠름한 분위기로 목소리를 내리깔았다.


“뜻은 좋아. 나는 이미 다 뒤져버린 고향보단 노마 제국에 대한 복수가 우선이지만, 사실 고향을 되찾을 수 있다면 그것도 좋지.”

“그래.”

“그렇지만, 막상 들어보니 이거 참. 내가 그쪽 기준에 맞을지 모르겠군.”

“그래?”

“싸움엔 자신 있어. 그렇지만 상대가 마신이라······. 내가 그 정도인가? 싶거든.”

“······.”

“어쩌면 넌 날 도중에 버리고 갈지도 모르지. 사실 제작 노예로라도 마찬가지야. 내가 과연 끝까지 따라올 정도의 인물인가?”


응. 그럴 걸.

왜냐면 게임 내 파티로 영입가능한 영웅은 일단 키우면 궁극의 경지에는 닿거든. 단지 능력치 분배라든가 성격이라든가 하는 것 때문에 좋은 캐릭터와 못난 캐릭터가 있는 거지.

요컨대 마입 아즈는 여러 서사가 쌓인 끝에 나름 네임드가 됐지만 영웅 캐릭터급은 안 되니까 그저그런 조연인 거고, 이 친구는 아예 메인 서사도 단단히 잡혀 있는데 약할 리가 없지.

그렇지만 어떻게 설명한담······.

적당히 얼버무리자.


“고맙군.”

“하? 뭐가.”

“너는 그래도 내가 끝까지 갈건 의심하지 않는 모양이군. 다른 이들은 나에게 기개만 드높은 미친 소리라고 일갈하던데.”


‘일갈’한 자들은 엄밀히 말하면 없었지만 말이다. 자스테는 팔짱을 끼고 의자에 등을 기댔다. 그리고 입을 우물거리며 천장을 쳐다봤다.

‘솔직히 말해서 나도 그렇게 생각하지만 그렇게 말하면 물주에게 대단히 무례한 짓이잖은가.’ 정도의 말을 하고 싶은 표정이었다.


“목표는 가능한 걸 잡는 게 아니다.”

“그럼?”

“하고 싶은 걸 잡는 거지.”

“거꾸로 아니냐?”

“하던 도중에 도중에 타협할 수도 있다. 나아가다가 이 정도면 됐다고, 조금 더 조건을 낮춰도 돼.”


의도적으로 깨지 않는다던가, 그게 아니면 전투가 아닌 다른 방법을 생각한다든가. 아니면 그냥 게임을 포기하든가.


“그렇지만 나는 하고 싶고, 할 수 있는지 없는지 지금 모른다. 그렇다면 난 간다. 난 네가 이 세상에서 가장 혼돈마신을 잡는데 적합한 인재라서 같이 가자는 게 아니야. 가장 가까운 사람 중 네가 가장 유능하고 가는 길도 비슷하니까 가자는 거지.”

“······.”

“내가 세상에서 가장 훌륭하고 유능한 작자라서 네가 내 도움을 받고 탈옥한 게 아닌 것처럼 말이지.”


자스테는 웃지 않았다. 오히려 내가 봤던 그 어떤 것보다도 탈색된 무표정으로 나를 물끄러미 응시했을 뿐이다.

그리고는 선반에 팔꿈치를 얹고, 손에는 턱을 괴고 나도 천장도 아니라 그냥 옆을 바라봤다.

이내 세상에서 가장 심각한 표정으로 날 돌아봤다.


“목표가 그렇게 높다면 내 조건도 더 높아지는데.”

“보수가 불만인가?”

“아아. 오해했군. 다름이 아니라 ‘최고의 장비’라는 부분에서 말이다. 네가 요구한 수준을 난 가성비를 따져서 최고라는 의미로 얘기했다.”

“가성비 다 집어치우고 성능이다.”

“그래. 그러면 시내에 가서 고급 무기 살 것도 없어. 재료는 해징턴 시에도 있으니 당장 재료를 가져다가 합성만 하면 돼.”

“그 재료는 어디서 구하지?”


자스테는 무덤덤하게 얘기했다.


“남작의 드루이드 유란의 단검과 화살. 그리고 그 사냥개 하츠의 이빨과 피.”

“······.”

“그 단검은 애초에 내가 만든 걸작이지. 화살도. 그 무기에 그 주인과 혼이 연결되었던 사냥개의 이빨과 피를 가져와 합성하면 분명히 엄청난 효과를 발휘하겠지.”

“드루이드 장비가 나오는 것 아닌가?”

“그렇지만, 섀도를 쓰는 도적 전용 장비로 만들 시약은 네가 신디케이트에서 돈 주고 사오면 그만이야. 이게 내가 이 자리에서 만들 수 있는 최고의 장비야. 하지만 거의 불가능하지. 남작의 기사가 얼마나 강한지는 둘째치고, 하필 도적이 드루이드를 상대해야 한다니. 재수도 더럽게 없는 거지······.”

“그 문제는 괜찮아.”

“응······? 왜?”

“너 탈옥시키면서 둘은 이미 죽였다.”

“······.”

“무기야 무기고에 있으려나······? 좋은 장비니까? 아니면 남작이 애지중지 갖고 있으려나? 이건 어떻게 훔쳐 온다고 쳐도 개가 애매하군. 그래도 개도 전우로 여겼다면 묻어줬을 것 같기도 하고, 그래도 잡아먹거나 하진 않았을 것 같은데.”


가봐야 알겠다.


“일단 가서 드루이드의 무덤부터 파보지. 도와주겠나?”

“내 내 생애 그딴 미친 소리는 들어본 적도 없군. 넌 대체 뭔 짓을 하고 다니는 거냐. 무덤을 파고 그 시체를 뒤져? 존나 정신 나간 새끼. 네가 그러고도 마신 잡는 영웅이야? 허 참.”


그렇게 일제히 매도를 쏟아내더니, 자스테는 씨익 빠진 이빨을 드러내며 웃었다.


“화살 하나 잘못 만든 거 가지고 종일 갈궈대던 거지 같은 년이었는데 지 개새끼랑 쌍으로 뒤지다니 참으로 쌤통이다. 3일 뒤에 장비만 다 만들고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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