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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근남 님의 서재입니다.

게임 속 무법자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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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근남
작품등록일 :
2023.12.01 09:37
최근연재일 :
2024.03.18 0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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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98,0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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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11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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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27화. 탈옥 2

DUMMY

연금술사는 게임 내에서 가장 강력한 장비를 만들 수 있는 직업이었다.

애초에 1레벨 능력이 ‘좋은 장비를 만든다.’외에는 거의 쓸모도 없다.

대신 연금술사가 만든 장비는 내구도, 공격력, 부가효과 등등에서 모든 장비를 압도하는 성능이었고, 돈만 있다면 동료 전체에게 그러한 장비를 떡칠해 줄 수도 있었다.

뒤집어 말하면, 장비가 없으면 연금술사는 비각성자랑 별 차이가 없다. 적어도 ‘합성’외에 다른 능력을 배우지 않는 한 말이다.


내가 탈출시켜야 하는 자스테 바렛은 그 조건에 하나도 충족이 안 됐고. 이는 이 여자를 탈출시키는 건 100% 내 능력에 달렸단 얘기다.


“바로 나가서 난민 구역으로 도망칠 거다.”

“좋구만, 아주 좋아.”

“그 전에 묻겠는데 혹시 챙겨야 할 것 있나? 아니면 탈출에 도움될 만한 재료나 장비가 있을 곳.”


자스테는 해맑게 웃었다.


“전혀 모르지!”


아 그래. 갇혀 있는 처지에 그런 걸 바랄 때가 아니겠지.

나는 일단 방 안을 섀도로 샅샅이 훑었다. 혹시라도 마법적인 잠금장치가 있거나, 그것도 아니면 감시 카메라, 혹은 바깥으로 나가면 발각되는 함정 등이 있는지 확인해야 했기 때문이다.

없었다. 자스테의 몸도 샅샅이 훑어봤다.


“아. 간지러. 이거 성희롱 아니냐? 캭캭.”


아주 샅샅이 훑었다.


“어. 저기. 이거 진짜 성희롱 아니냐······?”

“만약을 대비해서다. 걸려서 목 잘리면 네년이 책임지나?”

“······뭐 그건 아니지만.”


이 정도로 훑었는데 없었다. 역시 감시카메라 같은 현대 기술급의 고급 마도구는 일개 남작이 가지고 있진 않군.

그래도 확인은 필요했다. 진짜로 뜬금없이 동네 부자가 최고급 마도구 가지고 있는 등 NPC들이 기연을 얻은 경우가 드물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설비가 없는 건 아마도 남작이 천상 무인이라 부하들도 용병단에서 구르던 전투원들인 것이 영향이 클 거다. 마법사가 전투 마법밖에 못 배웠다면 이런 이상한 도구는 못 만들었을 거다.


“좋아. 그럼 계획은 간단하다. 네 족쇄를 푼다. 문을 연다. 함정을 해체한다. 그리고 바깥의 간수들을 죄다 처리하고 빠져나간다.”

“진짜 단순하네.”

“즉흥적으로 짠 계획이니까.”


그 첫 단계는 족쇄를 푸는 거다. 발목에 찬 족쇄는 방의 중앙에 박혀 있었고 긴 사슬로 연결되어 있었는데 방 어디든 갈 수는 있었지만 방 밖으로는 못 나가는, 일종의 개 목줄 같은 것이었다.

두께로 보아 엘리크도 힘으로는 무리였겠지만 나는 도적이다. 도적 도구를 총동원해 자물쇠의 잠금을 해제······.


“뭐야. 이거. 열쇠구멍이 왜 없어.”


자스테는 입맛이 쓴듯 조심스럽게 얘기했다.


“아 그거······. 일단 족쇄를 채우고 열쇠 구멍째로 녹여버렸어.”

“뭐?”


그럼 어떻게 족쇄를 풀어. 도적이 함정 따개 담당이라지만 아예 구멍이 없는 물리적 족쇄는 따는 게 불가능하다.

하지만 연금술사께서는 방법이 있었던 모양이다.


“혹시 가지고 있는 독이나 화학물질 있나?”

“······없어.”

“젠장. 그런 쪽 도적이 아니었구나.”


맞다. 어중간하게 숙련도가 분산되지 않도록 그쪽 물건은 안 사뒀다.


“젠장. 그럼 말인데. 아마 여기 저택에 남작의 마법사 공방이 있어. 어딘지 모르지만, 거기서 시약 몇 개를 가져와 주면 내가 이걸 녹일 물질을 만들 수 있다. 가능하겠어?”


난 고민했다.

남작의 저택 잠입 임무가 됐다. 이 여자는 뛰어난 연금술사인 건 틀림없으니 아마 가져와주면 진짜로 만들 수 있겠지.

하지만, 기왕 이렇게 됐다면 이것만으로 만족해도 좋은가?


“좋다. 그러면 먼저 만들어줬으면 하는 게 있는데. 혹시 독과 기름을 만들어줄 수 있나?”

“독과 기름······? 재료가 있다면 되지만, 어디서?”


나는 먼저 기름이 좔좔 흐르는 연회 음식 남은 걸 가리켰다. 닭기름과 돼지고기 기름. 아마 연금술사의 능력이면 훌륭한 것을 만들어내겠지.


“좋아. 기름은 그렇고. 독은?”

“감옥에 끼인 이끼와 오물.”

“와. 정말 역겹고 미친 소리군. 하지만 불가능하진 않아.”


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문을 조심히 열고 나와 감옥 내에서 보이는 이끼, 벌레, 버섯, 그 외에 더러운 때와 찌꺼기들을 모조리 수거해서 그녀에게 나와 엘리크가 먹은 연회용 음식과 함께 가져갔다.


“기름부터 만들지. 무슨 기름이 필요한가?”

“불 잘 붙는 거.”

“냄새는 못 빼. 그러니 다른 냄새를 더해서 만들겠어. 괜찮지?”

“좋아.”


그녀는 내 요구에 충실히 임했다. 먼저 먹고 남은 기름진 음식들에 각성자로서 지닌 힘, 에테르를 넣었다.

에테르란 만물을 구성하는 물질의 제1원료다. 에테르를 각성한 자는 에테르를 보고, 느끼고, 알 수 있다.

그리고 2레벨에 이르면 그 에테르를 활용하는 법을 하나 깨닫는다.

자스테가 택한 전공은 ‘합성’. 다른 두 물질을 결합해서 더욱 강력한 성질을 만들어 내는 물질을 생성하는 것이다.


번쩍!


에테르가 잠깐 흐른다 싶더니 닭기름도 돼지기름도 아닌 기름의 정수 같은 것이 콸콸 쏟아졌다. 그녀는 방에 있었던 자신의 술병에 그것을 담았다.


“자. 자스테 특제 방화 기름이다. 이걸로 요리했다간 기름통이 불바다가 되고, 발열점이 극히 낮아 태양열만으로도 타버리지.”

“아주 훌륭하다.”

“독은 희망사항이 있나?”

“던질 수 있는 환약 형태. 맞는 순간 효력을 발휘해야 한다.”

“좋아.”


그리고 자스테는 독도 만들었다. 오물과 찌꺼기에서 중요한 부분만 정제해서 저걸 먹을 놈이 불쌍해지는 수준으로 빚어낸 거다.


“한 10개 정도 환약으로 빚어냈는데······. 솔직히 소재가 너무 나빠서 각성자면 그냥 하루 쉬면 나을 거다.”

“일반인은?”

“뭐, 조치가 늦으면 죽을 수도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충분하다. 나는 탄환처럼 된 환약을 받아서 다트를 그 끝에 끼웠고 기름병을 들고 나섰다.


“잠시만 기다려라. 곧 꺼내주지.”


그리고 난 바깥으로 다시 나가서 설마 감옥 안쪽에서 습격이 있으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할 간수를 향해 갔다.


다가가니 갑자기 간수놈이 중얼거렸다.


“설마 안에서 또 튀어나오는 건 아니겠지.”


아. 이놈 아까 내가 나가는 척 할 때 맞은 놈이구나. 그래도 농담삼아 말하는 거긴 한데.

조금 공교롭군. 나는 그놈을 향해 섀도를 뻗었다.


[마음 잡기]


“어거거걲······.”


간수는 맥없이 쓰러졌다. 나는 간수를 들어다가 위층으로 올라간 다음 1층 정원에 살포시 던졌다. 혹시라도 누가 발견해서 깨어나면 개판이 나기 때문이다.


이제부터는 시간과의 승부다. 나는 2레벨이 되어서 더욱 강해진 섀도를 두르고 [경량화]로 내 체중을 대폭 경감했다. 주변에서 기척은 나겠지만 [은신]과 병행하고 천장을 달리며 순식간에 이동한다.


그리고 처음 보인 것은 바깥 연무장에서 대련을 나누던 남작의 기사 두 명이었다. 뭔 저택에 연무장이 있나 싶겠지만 아름다운 정원보다는 용병단 본부처럼 꾸몄으니 저런 게 있을 수도 있겠지.


나는 한참 치열하게 싸우며 수행하는 남작의 기사 둘에게 다가간 다음 손에 쥔 다트에 집중했다.


하급 단계에 이른 섀도는 이제 개인의 그림자에서 떨어져서 활동할 수 있다.

나는 다트에 내 섀도를 씌웠다. [비도(Flying blade)] 다트에 섀도가 휘감아 [암습]을 쓸 때의 상태처럼 변한다.

가장 큰 차이는 내 손에서 떨어져도 유지된다는 것. 2레벨 도적은 이제 원거리에서 암습 피해를 가할 수 있게 된다.

난 섀도를 머금은 다트를 한 발씩 던졌다.


슈슉!


“억?!”


경악한 두 기사. 나는 그들이 박힌 다트를 뽑으려 할 때 급히 달려들어 등에 [암습]을 손에 쥔 다트를 이용해 한 대씩 꽂아 넣고 다시 팔다리에 독 묻은 다트를 가능한 근접해서 한 발씩 더 박아줬다.

기사는 작위다. 이놈들 직업은 무도가. 무도가는 몸이 그렇게까지 튼튼하진 않기 때문에 그놈들은 독에 출혈, [암습] 정신 피해를 연달아 얻어맞고 순식간에 쓰러지고 말았다. 나는 흔적이 남을까봐 다트를 들고 황급히 반대쪽으로 뛰쳐나갔다.


“습격이다!”


연무장에 그 둘만 있었던 건 아니었기 때문에 황급히 다가오는 적들. 나는 그놈들을 그냥 달려서 뛰어넘은 다음 저택 안으로 뛰어들었다.


“침입자다! 침입자!”


그리고 특제 기름을 바닥에 던졌다. 그 충격만으로 불이 붙어서는 엄청난 속도로 번졌다. 난 그 상태로 맹렬히 질주했다.


“불이야! 불!”

“어서 꺼!”


그리고 2층으로 올라가면서 만난 건 남작의 기사 중 사제. 그는 다급히 불을 끄려는 듯 축복을 외치려고 했는데, 나를 눈치채진 못했다.

다가가서 등에 칼로 암습을 쑤셔 박아준다. 괜찮다. 사제는 튼튼한 편이라 이 정도로 안 죽어.

그리고 [마음 잡기]. 사제도 제압 성공. 난 사제는 계단에서 걷어차서 바로 바닥으로 데굴데굴 구르게 만들었다.


계속 달린다. 그리고 놀랍게도 내 앞에 화살이 한 발 날아와 박힌다. 그리고 사냥개 한마리도 달려든다.


“아하! 찾았다! 네놈이구나!”


나는 [은신]을 풀고 황급히 드루이드 기사에게 소리쳤다.


“제기랄! 무슨 짓이냐. 나다!”

“헉?! 잠시만. 그럼 침입자가 너야?”


응. 맞아. 너 되게 유능하네.


“아니, 뭔 소리를 하는 거냐! 타락자다! 제기랄! 놓쳤잖아! 저쪽에 네 동료가 쓰러졌으니 가봐라!”


드루이드와 사냥개는 어리둥절하면서, 다급히 쓰러진 사제를 향해 뛰어갔다.

그리고 나는 그렇게 뒤로 간 놈들의 뒤에 다트를 한 발씩 박아줬다. 드루이드도 사냥개도 [비도]에 타격을 입은데다가 독까지 묻었으니 치명상일 것이다. 하지만 이놈들한테는 하나 더 할 게 있다.


푹찍! 스겅!


죽이는 거다. 사냥꾼과 사냥개는 날 추적해 올 수 있거든. 잘 대해줬는데 유감이지만 나도 중립 성향 플레이는 거부하지 않거든.


시체를 뒤질 틈새도 없이 나는 그리고 그대로 달려서 저택을 질주했다. 1층에는 없었으니 공방이 있다면 아마도 2층.


“이런 세상에!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예상대로 자기 공방에서 뛰쳐나온 마법사. 난 마법사는 공격 안 했다. 그리고 유일하게 멀쩡한 마법사가 상황을 뒷수습하려고 바깥으로 나간 사이 난 안쪽 공방을 향해 섀도를 펼쳐서 내부를 탐지했다.

함정은 없군. 알람 마법도 없다.

흐음. 진짜 전투 전문인가. 난 다급히 들어가 시약이란 시약은 있는 대로 다 챙기고 촛대를 넘어트려 내부에도 불 질렀다. 우리 동료 중에 마법사가 없어서 얻어낼 게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대로 다시 혼란스러운 저택을 질주해 아무도 신경 안 쓰는 지하로 쳐들어가 우리 파티의 연금술사가 자스테의 감옥으로 가서 시약을 모조리 늘어놓았다.


“충분한가?”

“충분해. 와. 도대체 어떻게 마법사를 꼬여내서 시약만 챙겨가지고 온 거냐?”

“?”

“?”

“뭐하나. 어서 족쇄를 녹여.”

“그래. 그래야지. 잠시만 기다려.”


번쩍! 에테르를 이용한 합성은 제작 시간이 없다. 설비도 필요없다. 에테르가 곧 촉매이자 도구이자 시간이 된다. 다른 직업이 아무리 노력해도 제작 공정에 필요한 과정 자체를 건너뛰는 연금술사를 능가할 순 없다.

근데 도적은 쥐꼬리만한 딜 올리려고 자기가 독 기술 배우고 기계장치 익혀서 물건 만들고······. 생각만 해도 혈압이 오르는군.


치이이익. 탁!


녹아내린 족쇄가 그대로 풀어졌다. 자스테는 아주 간사하게 웃고는 나에게 미소지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 들어줬다. 이빨이 몇 개 빠져 있는 입이 드러났다.

그리고 난 내 섀도를 뻗어서 그대로 자스테에게 씌웠다.

[은닉(Conceal)]. 2레벨이 되어서 가능해진 기술이다. 도적은 이제 자신뿐만 아니라 사물이나 남도 숨겨서 움직일 수 있다.


“이제 전속력으로 빠져나간다.”

“아주 좋아. 아주.”


자스테는 그리고 감옥 문을 열자마자 보이는 대화재와 그걸 진압하려고 바쁘게 움직이는 병사들, 미쳐 날뛰는 말들과 고래고래 소리지르는 남작 등 아주 대참사가 일어난 주변 환경을 보며 어안이 벙벙한 듯했다.


“혹시 [카르텔] 소속이냐?”

“아니. [신디케이트]라고 했잖나.”

“아. 뭐 알겠다. 일단 가지. 뭐든 혼돈보단 낫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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