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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근남 님의 서재입니다.

게임 속 무법자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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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근남
작품등록일 :
2023.12.01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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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18 0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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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2.25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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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0화. 해징턴 시

DUMMY

시작은 제국 수도였지만 황태녀를 함정에 빠트려서 20일 동안이나 감금하고 억지 강제 사채까지 지워서 탈탈 털어먹었는데 그곳에 계속 남아 있을 수는 없는 일이다.

그래서 북부 변경 지대까지 도망쳐 왔다. 마차가 멈추고 마부가 나와 내 짐을 내려다 줬다.


“해징턴에 온 걸 환영한다. 북부 제일의 깡촌이지.”

“뭐, 수도의 뒷골목보단 낫군.”

“글쎄. 해징턴 뒷골목에 가보면 생각이 달라질걸. 아무튼 [신디케이트]의 지부가 있는 곳 중에서 가장 낙후된 곳이 여기다. 그래도 한동안 힘을 기르는 게 좋을 거야. 현상금을 노리는 놈들은 어디에나 있거든.”


난 정중히 마부에게 인사했다. 제대로 설명한 적은 없지만 느꼈다. 이 사람은 아마도 [신디케이트]의 고위 간부라는 걸 말이다.


“뭐. 힘내라. 냅터 잭. 난 진짜로 자네가 좋아졌거든.”

“솔직히, 슬슬 나도 그렇군.”

“진짜로 한 번 찾아와라. 술 한 잔 정도 사주는 거 어렵지 않으니까.”


퀘스트 완료. 영혼의 격이 올라가는 느낌이 들었다.

전투를 하지 않았지만 용사를 물 먹이고 세상의 판도를 바꾼 것으로 올라간 것이다. 다만 내가 주축이 된 것이 아닌, [신디케이트]의 힘을 빌린 것이라 그 정도가 크지 않았지만 말이다.

레벨업이 머지 않았군. 한 번도 가지 않은 길로 해봤지만 꽤 빠르다고 느꼈다.

그렇게 해서 해징턴 시에서의 내 생활이 시작됐다. 경비병이 성 외곽에서 보초를 서고 있었지만 난 도적답게 검문을 피하고 은밀하게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정보 수집할 겸 한번 둘러본다.


해징턴 시는 한때는 대단히 발전했던 곳이라고 한다.

왜 망했냐면 여기서 더 북부로 가면 항구도시가 있고, 거기서 배를 타고 북쪽으로 가면 레이즈 연맹이라 불렸던 거대한 국가가 있었다. 설정상 냅터 잭의 고향이기도 하다.


지금은 없다. 마왕 중 하나가 집어삼켰다. 그렇지만, 정작 대륙 너머로 건너오진 않았다.

다시 말해 항구도시는 배를 보낼 이유를 잃었고 천천히 타락자들에게 침식당했다.

항구, 북부를 잇는 물류의 중심지였던 해징턴은 난데없이 고립된 변방이 되어버렸다.


결국 남은 건, 남작령 치고는 쓸데없이 비대한 도심부와 밀려드는 레이즈 연맹 출신 난민들.

변방이라도 노마 제국 아니랄까봐, 엄격한 분리 정책으로 시민들이 사는 구역과 난민 구역이 나뉘어 있고, 난민은 시민증 없이 넘어갈 수도 없고 가장 험한 광산일 같은 것에 종사하는 것이 이 해징턴의 현실이다.


그리고 이곳에 타락자가 숨어들어서 모종의 음모를 꾸미고 있다.

이번 내 임무는 그 음모를 파헤치고 막는 것이기도 하다.


난 경비를 선 보초들을 지나 자연스럽게 뒷골목으로 향했다. 그리고 폐건물로 보이는 곳의 문고리를 섀도를 휘감고 붙잡았다.


똑같은 감각. 똑같은 방식. 하지만 도달한 곳은 똑같은 장소가 아니었다.

내가 들어온 곳은 각 조직의 보스가 있었던 호화스러운 바(bar)가 아니라 말 그대로 의자도 없는 진짜 선술집이었다.

그 잠깐 사이 신디케이트가 폭삭 망한 게 아니다. 내가 들어올 수 있는 장소가 여기 정도밖에 없을 뿐.


당연한 거다. 내가 맨 처음 들어갔던 곳은 말하자면 신디케이트의 최상층.

맨 처음은 예외지만 신디케이트 소속일지언정 저렙 도적은 이렇게 동네 술집 같은 장소에 오는 것이다.


“보스들을 부려먹은 신입 잭이 오셨군.”


하지만 그런 장소에서도 루드리스는 있었다.

이 새끼는 신디케이트의 수장이라는 놈이 왜 뉴비존에 있나 싶겠지만, 사실 얘는 섀도 운용의 극에 이르러서 자신과 동화된 분신이 실체와 자아를 가지고 전 세계에만 수백 개는 뿌려져 있다는 말도 안 되는 설정이 있어서 그렇게 이상한 건 아니다.


“신입에게 부려먹히는 보스 루드리스. 반갑다.”

“큭큭······. 난 보스는 아니고.”


뭔 보스가 아냐. 너 신디케이트의 보스인 건 게임 안 하는 놈도 아는 스포일러인데.


“아무튼 기왕 변방까지 왔으니 내가 술 한 잔 사지.”


그리고 루드리스는 진짜로 싸구려 맥주를 하나 샀다. 능력치가 내려가는 맛이군. 실제로 내려가는 건 아니겠다만.


“이번 일로 노마 제국에 얼마나 뜯어냈는지 모를 거다.”

“알면 배 아파 뒤지겠지.”

“맞는 말이군.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이해한다.


먼저 용사도 빠질 수밖에 없는 함정을 파는 일.

그리고 제국에게서 돈을 뜯어내는 일.

제국의 추적을 무마하는 일.


내가 계획을 수립하긴 했지만 전부 [신디케이트]의 힘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브라더후드] [카르텔] [패밀리] 보스들 중 누구 하나라도 협조하지 않았으면 게임은 바로 끝이었을 것.


대부분은 도주하는데 써버려서 내가 이번 일로 얻어낸 것은 크레딧 몇 푼밖에 없었다.

뭐, 막대한 경험치랑 훌륭한 장비. 그 외에도 20일 동안 여행하면서 내 경험치를 올려줄 함정이랑 기관장치 관련 서적, 도적 도구와 함정 해체 연습용 퍼즐 같은 사소한 걸 빼면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의뢰 하나 알선해주지. 해징턴 시에 숨어든 타락자가 있다. 그 녀석을 잡는데 20크레딧 어떤가.”

“20크레딧? 꽤 어렵겠군.”

“큭큭······. 맞아. 그러니, 사람 하나 소개해 주지. 어떤가?”

“내가 여기서 맡은 일과 관련된 건가?”

“그렇다고도 할 수 있으려나? 일단은 다른 건이다. 해징턴 시에 믿을 만한 유능한 도적을 찾는 놈이 하나 있어.”


그 친구도 정말 찾기 힘든 애를 찾는군.


“누구지?”

“파문성기사.”

“내 쪽에서 믿을 수가 없는데.”

“더 정확히 말하지, 파문됐는데 아우라(威光: Aura)를 발하는 성기사.”

“!”


성기사의 원천인 [아우라]의 특징은 파문당해서 성기사가 아니게 되면 못 쓰는 힘이란 거다. 설정상 신이 내려준 거거든.


“어떻게 된 거지?”

“뭐긴 뭐겠어. 파문당했지만 신의 뜻은 어기지 않았다. 다시 말해 노마 신성 제국의 핵심축 중 하나인 [카테드랄]이 썩었다.”


[카테드랄]은 성기사 조직이다. [신디케이트]에 대응되는 단체지.


“이 친구를 도와 일을 처리하면 7크레딧 주지. 어떤가?”

“적군.”

“여태 너무 많이 번 거지.”


뭐. 그건 그렇군. 동료 이벤트기도 하니 좋고, 성기사 동료면 더 좋다. 탱커고 제한적으로 치유 능력도 있으니 앞에서 몸빵 시키고 뒤에서 푹찍해대면 꽤 괜찮거든.


“가겠다.”

“좋아. 크레딧 카드에 정보를 넘겨주지.”


그렇게 해서 난 뒷골목에서 나왔다. 루드리스가 넘겨준 정보에는 접선 장소와 접선 대상의 외모가 있었다.


당장 부른다고 나오진 않을 거고 하루 정도 묵었다가 만나는 것이 맞을 것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난민 구역 쪽을 가볍게 걸어봤다.


철컥철컥.


금속 갑옷이 부딪치며 걷는 소리에 난 고개를 슬쩍 돌렸다. 슬럼가에는 어울리지 않는 제대로 된 사슬 갑옷에 중무장. 용병이나 군인의 복장이다. 그놈은 전신이 피범벅이 되어서는 붉게 물든 축축한 철퇴를 쥐고 있었다.

한두 명이 아니라 수십 명을 박살 낸 모습. 당연히 각성자였다.

그런 놈이 피냄새를 풍기며 도적도 아닌데 난민 구역을 걷고 있다니 수상한 놈이다.


혹시 오자마자 타락자의 단서를 잡은 걸 수도 있겠다 싶어서 난 천천히 그 중장병의 뒤를 따랐다. [암습]부터 꽂기에는 아직 상황 판단이 덜 됐다.


사람을 패 죽이고 왔는데 어떻게 타락자가 아닐 수 있겠나 싶겠지만, 유감스럽게도 여긴 말이 판타지지 실제로는 강호의 도리가 땅에 떨어진 강호무림이나 다름없다.

관군의 영향이 끼치지 못하는 변방에서는 흑도들이 주름잡고 있고 그곳의 항쟁에서 뭔 일이 벌어지든 관은 아무 관여도 안 한다.

중세 유럽 고증 같기도 하군. 이곳 남작은 말이 남작이지 그냥 변방 토호라고 할지. 그런 사람일 테니까.


이름도 모르고 얼굴도 투구에 가려서 모르는 살인마는 그대로 걸어서는 아이들이 있는 곳으로 갔다.


아이들은 피범벅이 된 덩치 큰 중장병이 다가오자 벌벌 떨었지만, 그의 손에 들린 걸 보고는 조심스레 다가왔다.


“이게 빼앗긴 물건이 맞니?”


하고 그는 약간 낡아빠진 목걸이를 소년에게 건네줬다. 소년은 그게 무슨 소중한 것이라는 듯 붙잡았다.


“가, 가져오신 거예요? 그 악질적인 맥거른 패거리에게서?”

“음. 뭐 하다보니.”


그는 넉살을 떨었다.


“정말 감사해요. 이거 뺏기고 다신 못 찾을 줄 알았는데.”

“아니다. 부모님의 유품이라는 말을 들었다. 그런 걸 가져가는 놈들에겐 천벌이 내려야 마땅하지.”

“아저씨······.”

“아저씨 아니야. 형이라고 불러라.”


어······. 흠.

나도 지금 분위기를 봐서 나쁜 것 같진 않았기 때문에 그저 경계하고 지켜봤다.


그리고 중장병은 고개를 꾸벅 숙였다. 고아들에게는 과도할 정도의 예였다.


“무섭게 했구나. 피냄새가 나서 좀 그렇지?”

“아, 아뇨. 괜찮아요. 나쁜 놈들 피잖아요.”

“죽였어요?”

“응? 아냐. 안 죽였어. 진짜로. 어쩌다보니 이렇게 됐네.”

“확 죽여버리지.”

“누구나 구원받을 자격은 있다. 함부로 죽이는 건 사람이 할 일이 아니야.”


그는 투구를 벗었다. 벗어보니 진짜로 아저씨라고 부르기엔 너무 잘생긴 금발 청년의 얼굴이 드러났다. 투구를 쓰고 다니다 보니 그런 건지 얼굴도 대단히 하얗고 말쑥했다.

뭐 백인이란 얘기가 아니라. 깨끗한 피부였다고. 종족은 인간. 나와 같지만, 진짜 나랑 같은 종족인지 모르겠군.


“내 이름은 엘리크 카탄이다. 시내의 여관에서 머물고 있으니 나중에라도 보면 꼭 말해주면 좋겠다.”


그리고 이 친구는 품에서 돈주머니까지 꺼내서 그대로 아이들에게 건네줬다. 약간 피냄새가 나지만, 어떻게 가져왔는지는 알겠다.

그리고 그는 다시 투구를 쓰고 그대로 떠나려고 하는데 반대편에서 어떤 무리가 다가왔다. 불량배들이었다. 불량배들은 엘리크를 보고는 바로 눈을 부라렸다.


“어이. 너! 우리 패거리를 건드린 놈이 네놈이냐?”

“그렇다면?”

“그래? 아하. 거기 꼬맹이들. 그 주머니 안에는 뭐가 들었지?”

“아, 아니에요!”


불량배들이 사악하게 웃었다.


“네놈들 오늘 뒤졌······.”


그리고 바로 그 웃음은 안면에 쑤셔 박힌 철퇴를 얻어맞고 바로 으깨져 버렸다.


엘리크가 한 짓이다. 철컥철컥 소리를 내면서 다가간 엘리크는 무덤덤하게 공격하고는 다른 불량배들에게도 뚜벅뚜벅 걸어갔을 뿐이다.


“이, 이 새끼가!”


말은 이어지지도 않았다. 건장한 장정들보다도 키가 머리 하나 정도는 더 큰 건장한 엘리크는 성큼 앞으로 나서더니 왼팔의 방패와 오른팔의 철퇴로 그야말로 일격에 한 명씩 잘근잘근 다져버렸다.

각성자로써의 능력도 쓰지 않고서 말이다. 재밌는 건 또 죽이진 않았다. 다들 몸을 부들부들 떨 뿐이었다.

불량배들을 순식간에 불량배들이었던 것들로 만들어 버린 엘리크는 조심스럽게 아이들에게 물었다.


“놀라게 해서 미안했다. 혹시 이런 놈들이 이곳에 많나?”

“예? 예. 아마도.”

“그래? 그럼 잠시 정리하고 오겠다. 기다려.”


그리고 엘리크는 성큼성틈 걸어서 사라졌다. 난 그 모습을 보다가 좀 미묘한 기분이 들었다.

하긴, 아무리 망해가는 세상이라도 좋은 사람도 있고, 선한 NPC가 대신 구해주는 일도 있겠지. 난이도가 아무리 높아도 좋은 이벤트가 한 번은 일어나는 법이고.


다시 만날 것 같은 아주 강력한 조짐이 느껴지는군. 그냥 하는 소리가 아니다.

저 녀석. 아마도 성기사거든.


난 조용히 슬럼가를 나와서 도심부로 향한다. 도심부의 난민 신분증 검문은 [은신]으로 뚫었다.


목표는 접선장소이자 판타지에서 동료 모으는 핵심. 판타지 동료 모으기의 정수. 객잔(Tavern)이다.

보통은 선술집으로 번역되는 장소인데, 선술집은 내가 방금 봤던 [신디케이트]의 최하급 지부처럼 말 그대로 서서 술 먹는 집이기 때문에 숙박과 식사, 만남을 제공하는 판타지의 ‘Tavern’은 객잔이 맞다고 해서 이렇게 번역된 걸로 기억한다.


이름이 좀 불안하다. 원래부터 이곳은 관무불가침의 무법천지나 다름없는데 모험가들이 모여서 술 마시고 동료 모으는 곳 이름이 ‘객잔’이란다.


뭐. 어쩔 수 없지. 난 천천히 안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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