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뚜근남 님의 서재입니다.

게임 속 무법자가 되었다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퓨전

뚜근남
작품등록일 :
2023.12.01 09:37
최근연재일 :
2024.03.18 03:51
연재수 :
33 회
조회수 :
6,597
추천수 :
475
글자수 :
198,079

작성
24.03.04 17:00
조회
123
추천
10
글자
11쪽

18화. 상단 털기 3

DUMMY

전투다운 전투가 벌어지리라고 생각했지만 역시 우리의 선량한 파문성기사 엘리크는 성급히 굴지 않았다.

오히려 이게 예법을 차린 정장이라는 듯 갑옷과 투구를 갖춰 쓰고 나가 당당히 말했을 뿐이었다.


“아니, 우리가 그대들 돈을 훔쳤다니 무슨 소리요? 거꾸로 불러야 마땅하지. 당신네 가게 물가는 그야말로 날강도 짓거리 아니요.”


하지만 확신을 가진 듯 지부장은 고래고래 성냈다.


“닥쳐! 도적 어디 있어! 제니스 파를 잡았다는 도적이랑 한 패지?”

“허. 참. 그럼 그 도적을 찾으시지 왜 카탄파를 찾으시나?”

“네놈들 말고 도적 있을 패거리가 어디 있나!”


엘리크는 간단히 답했다.


“무슨 소리요. 그럼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 도적 때문에 우리에게 돈 내놓으라고 성낸다고? 이게 말이나 되는 소리요?”


이리 주장할 수 있는 근거가 뭐냐면 내가 카탄파를 제외하면 그동안 그 누굴 만날 때도 절대 [은신]을 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놈들은 내 존재는 짐작해도 내 위치를 모른다. 솔직히 지레짐작하며 왔겠지.


“그 위치를 모른다는 게 증거야.”

“헛소리 마시오. 나한테 금화 보따리가 없는 이유가 당신이 가져갔단 증거요?”

“닥쳐. 닥치라고! 어! 너, 너희들 이러고도 무사할 줄 알아? 남작님이 이 사건을 들으면 어떻게 생각할까?”


엘리크는 지리멸렬하게 발작을 일으키는 지부장에게 덤덤히 대답했다.


“당신이 미쳤다고 생각하겠지.”

“!%#@#”

“아니 그렇잖소. 남작님께서 설마 아무 증거도 없는데 우릴 잡아 가둘까? 적어도 물증이 있어야지. 적어도 우리 패거리에 도적이 있다는 물증.”


지부장은 이가 갈리는 듯했다. 그러면서도 하나씩 얘기했다.


“여기 꼬맹이들이 난데없이 금화를 가져왔어. 그게 어디서 났겠나.”

“내가 맥거른 패거리를 털고 가져온 거요.”

“카탄! 그럼 네놈의 돈은 어디서 났나!”

“제니스가 숨긴 돈에서. 도적이 일 같이하고 보상으로 나눠준 거요. 여기 내 부하들이 제니스 패거리라는 것만 봐도 명백하잖소.”


거짓이 전혀 없다. 그러니 책잡힐 것도 없다.


“하. 하 그래······? 우리에게서 산 식재료를 다른 난민들에게 돈 받고 팔았다는 얘기가 있어! 그것도 더 싼 가격에! 네놈들이 훔친 돈으로 물건을 산 거니까 할 수 있었던 짓이겠지!”


이건 좀 자신만만하게 얘기했는데, 냉정하게 보면 이성을 잃은 헛소리다. 엘리크는 이 역시 간단히 반박, 일축했다.


“오해가 있었던 모양이군. 돈 받고 판 게 아니라 그냥 대리 구매를 시킨 거요. 일단 물건을 사오면 난민들이 각출해서 일부 가져가는 거지.”

“헛소리야. 헛소리. 내 돈 내놓으라고!!!”


엘리크는 무뚝뚝하게, 반쯤은 조롱으로도 느껴지는 투로 답할 뿐이었다.


“아니, 지금 말하면서도 이상한 걸 못 느끼는 거요? 우리가 당신들에게 물자를 사서 이곳에 싼 가격으로 팔면 우리는 손해만 보잖소. 그게 어떻게 당신 가게의 돈을 우리가 훔쳤다는 증거가 되는 거요?

말마따나 당신이 우리에게 받은 돈을 어디다가 잃어버리거나 횡령하고 우리탓하는 건지 우리가 어떻게 알아.”


최후통첩이다. 엘리크도 철퇴를 빼들었다.

돈을 잃어버렸다는 분노와 절망에 빠져 말도 안 되는 근거와 망상을 늘어놓은 지부장.

사실 놀랍게도 적확한 사실을 추측해냈지만 어쨌든 정황만으로 보면 헛소리였기에 그는 발광할 뿐이었다.

뭐랄까. 딱히 이것까지 노린 건 아닌데 공교로운 일이로군.

지부장이 자기 옆에 있는 라텔 상단의 호위대장과 호위대에게 바로 신호를 줬다.


“메자론! 주, 죽여! 저 새끼들 죽여서 내 돈 가져와!”

“······.”


메자론이라고 불린 여검사는 일단 칼을 빼들었다.

각성자였다. 라텔 상단이 고용한 유일한 각성자.

여기 따라온 호위들의 대장인 듯도 했는데 젊은 걸 보니 수준이야 나나 엘리크와 크게 차이는 안 날 거다. 1레벨이겠지.

다만, 그녀는 검만 빼 들었을 뿐 공격하지 않았다.


“메자론? 뭐하는 거야! 돈을 받고 일하면 지금 밥값을 하란 말이다! 이 무능한 년아!”


메자론이란 여자는 한숨을 내쉬었다.


“이거 진짜 해야 하는 거요?”

“뭐?”


지부장이 황당한 표정으로 반문했다.


“응?”


당장 싸울 각오를 하고 있던 카탄도 마찬가지. 물론 나도 황당함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뭔 소리를 하는 거야. 당연히 이 지경까지 왔으면 싸워야 하는 거 아냐? 너 판타지 게임이 뭐하는 건지 모르냐? 모든 다툼은 대화와 법이 아니라 폭력으로 해결하는 게 이 세계라고.

그렇지만 메자론도 할 말이 없는 건 아니었다.


“내가 이런 일 있을 때 싸우라고 고용된 건 맞지만 뇌가 없는 건 아니라고. 당신이 본부에 바칠 돈을 난민놈들이 훔쳐갔다고 해서 불려 왔어.

그런데 막상 와보니 저쪽 말에 틀린 게 하나도 없잖아. 까놓고 말해서 내가 저놈들을 다 죽인다고 쳐.

그러면 진짜로 돈이 나오긴 하는 거냐? 도적이 어디 있는지도 모르고 난민들이 돈을 어디 숨겼는지도 모르잖아.”


아뿔싸. 너무 말이 되는 변명을 짰구나. 그 때문에 정작 적조차도 우리 변명을 믿어버리고 있는 불상사가 발생했다.

문제는 우리 목적은 저놈들을 도발하는 거다. 안 넘어오면 곤란하다.

엘리크 얼굴도 보라고. 지금 투구에 가려져 있지만 얘들 이러면 답도 없다고 진땀 흘리는 기색이 역력하잖아.


“이쯤 되면 애초에 그 도적이 있는 건지조차 의심스러워. 야. 너 금고 관리 제대로 한 거 맞아? 언제부터 금고의 금화가 도금된 철편으로 조작됐지? 그보다 네놈 새끼가 횡령하고 지금 난민들에게 덮어씌우는 거 아니야?”

“뭐, 뭣? 아니야!”


진짜 난데없는 모함을 뒤집어쓰게 된 지부장이 변명했다. 우리들의 표정이 아주 싸늘하면서도 난처한 표정으로 변한 건 어쩔 수 없으리라.


“그럼 대체 금고를 털어갔다는 그 전설적인 대도께서는 대체 어디 있냐고 새꺄! 적어도 도적이 훔쳐갔다면 그 도적이 어디 있는지는 정확히 알아야 할 거 아니야!”

“아니 진짜. 진짜 아닌데······. 아니 진짜 도적놈이 있는데······.”

“그럼 대체 그 도적이 어디 있냐고 묻잖아!”


푹찍!


메자론이라는 각성자가 입에서 힘없이 숨과 피를 토했다. 그녀의 손에서 검이 힘없이 떨어지고 몸이 무너지며 뒤를 돌아보며 단말마를 내뱉었다.


“여기 있었······.”


풀썩. 그리고 일어나지 못했다.

역시나 제대로 들어간 암습을 막아낼 수 있을 리가 없다.

대화가 격해질 틈을 타서 기습한 나는 지부장을 뜨거운 눈으로 쳐다봤다.


“지부장 당신이 누명을 쓰는 게 안타까워서 나왔다.”

“뭔 말도 안 되는······!”


스걱!


그치. 나도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해.

그런데 뭐 어쩌겠냐. 네가 장사를 하지만 사실 착취를 하고 싶었던 것처럼 우리는 변호를 하지만 사실은 도발을 하고 싶었거든.

나는 엘리크 쪽을 돌아봤다. 엘리크도 엄청나게 놀란 듯했는데 재빨리 지시를 내렸다.


“돌격!”

“예?”

“돌격하라고!”

“아아! 와아아!”


거의 떠밀리듯이 카탄파 패거리들이 돌진해 들어갔다. 선두에 선 건 당연히 엘리크. 아우라를 뿜어내며 무지막지한 파괴전차의 위용을 보여주며 돌진했다.


따라온 호위들은 믿고 있었던 대장도 죽고 지부장도 죽은 초유의 상황에 사기가 바닥을 쳐서 맞서 싸우기보단 달아나길 선택했다.

하지만 그조차 하지 못했으니 [경량화] 덕에 훨훨 날아다니는 내가 그놈들의 후퇴 경로를 따라잡아 바닥에 마름쇠들을 죄다 뿌려놨기 때문이다.

단순한 함정이지만 밟으면 군화 밑창도 뚫고 발바닥을 뚫는 마름쇠를 지나갈 수 있는 놈은 비각성자 중에는 없다.


“이런 제기랄!”


그리고 마름쇠로 방벽을 형성한 나는 다소 거리를 두고 그놈들의 모가지와 배때지에 다트를 던져서 하나씩 제압했다.

오도가도 못하는 병사들 뒤로 성기사 카탄이 그야말로 망치가 되어 그놈들을 그대로 분쇄해버렸고, 잠시 뒤 하나하나가 맥거른 수준이라는 나름 상단의 정예 열다섯 명은 숫자의 폭력에 그대로 밟혀서 모조리 죽어버렸다.


“이겼다!”

“와아아아!”

“카탄파가 라텔 상단을 아예 박살내 버렸다!”


부하들이 환호성을 내지른다. 승리라는 것의 행복감 덕인지, 아니면 더러운 라텔 패거리에 대한 복수 성취 때문인지, 그것도 아니면 제대로 갱생한 건지 어쩐건지. 진심으로 기뻐하고 있었다.

이제 부하들이 배신할 걱정은 딱히 하지 않아도 되겠군.


난 좀스럽게 바닥에 뿌려진 마름쇠를 회수했다. 일단 다시 주우면 일회용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게 거지 같은 작업을 하고 있자니 도적도 아니면서 싸우는 과정을 숨어서 지켜보고 있던 꼬맹이가 조심스럽게 나와서 물었다.


“이거 이래도 되나요?”

“뭘?”

“우리가 일단 비열한 수를 쓴 것 같아서?”


난 한숨을 푹 내쉬고 정리해줬다.


“잘 들어라. 우리가 얘들 물건 산 돈은 이곳 출신의 도적인 냅터 잭이 준 거지?”

“네.”

“냅터 잭은 그 돈을 전부 이곳 불량배들에게서 뺏었다고 ‘주장’했고 너희들은 그걸 믿었다. 맞지?”

“예.”

“근데 그걸 못 믿고 이놈들이 와서 트집을 잡고는, 심지어 안 믿던 메자론조차도 마지막에는 여기에 도적이 있는 게 틀림없다고 주장했다. 그치?”

“예.”

“그러니 카탄파는 싸울 수밖에 없었던 거다. 저놈들이 말하는 도적 냅터 잭은 어디 있는지 아무도 모르고 모함을 뒤집어 썼으니 말이다.”

“어······. 예.”


이걸로 깔끔하게 정리됐다.


라텔 상단은 부릴 수 있었던 무력이 그대로 사라져서 몰락했고 난민촌에는 해징턴 난민 상단이 이제부터 물자를 공급할 거다.

그리고 그 물자를 공급해서 생긴 이득은 그들을 보호하는 카탄파가 생기고, 카탄파는 그걸 난민들에게 재투자한다.

전 제니스 패거리 출신 불량배들은 카탄파의 두목과 정체불명의 조력자가 마음에 들어서 남아 있고 심지어 난민 출신 중에도 입단 희망자가 생겼다.

이제 체급이 올라간 카탄파는 이녹파와 테라즈파를 상대하면 그만이다.

결국 모든 게 완벽하게 내 의도대로 돌아갔으며, 모든 상황이 이상적으로 진행되고 있었다.


나는 뒷처리가 남은 일주일 내내 [은신]을 풀지 않은 채 꼬맹이의 상단이 난민촌에 자리잡는 걸 지원했다.

이미 시민권을 얻어서 밖으로 나간 레이즈 난민 출신의 사람들 덕에 식재료나 기타 생필품 공급을 판로는 충분히 얻었다. 꼬맹이도 시민권이 생겼다. 가격도 라텔 상단에 비하면 양심적이고 어쨌든 순수한 이익으로 돌아오니 지속적이고 꾸준한 수입원이 되줄 것 같군.


그렇지만 이거 경영 게임 아니다. 판타지 액션 게임이니 이 부분은 적당히 잘하는 놈들에게 떠넘기고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할 뿐.

이제 조직을 지탱할 인원, 훈련도, 수입 모두가 생겼다. 체급이 좀 올라왔으니 이걸 바탕으로 테라즈 파를 거꾸러트리고 해징턴 시 난민들을 단합시킨 다음, 혼돈의 세력으로 추정되는 이녹 패거리를 잡으면 된다.

조금 돌아간 것처럼 보이지만 이게 가장 효율적인 길이다.


북부에서 대반란을 일으켜 제국을 붕괴시키는 일의 첫 단추가 드디어 꿰어졌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게임 속 무법자가 되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리메이크 후 재연재된 작품입니다 24.02.25 126 0 -
공지 리메이크 관련 공지 +7 24.01.06 513 0 -
공지 연재시간 공지. 평일 오후 5시 연재입니다 23.12.01 394 0 -
33 33화. 정신 나간 작전 5(+연중 공지) +8 24.03.18 168 7 14쪽
32 32화. 정신 나간 작전 4 +1 24.03.15 49 4 14쪽
31 31화. 정신 나간 작전 3 +1 24.03.14 59 7 13쪽
30 30화. 정신 나간 작전 2 +1 24.03.13 72 8 12쪽
29 29화. 정신 나간 작전 +1 24.03.12 79 4 14쪽
28 28화. 탈옥 3 +3 24.03.12 72 4 12쪽
27 27화. 탈옥 2 +2 24.03.11 79 8 13쪽
26 26화. 탈옥 +1 24.03.11 75 5 11쪽
25 25화. 과정과 결과 5 +1 24.03.08 92 9 11쪽
24 24화. 과정과 결과 4 +1 24.03.08 88 11 12쪽
23 23화. 과정과 결과 3 +1 24.03.07 96 11 12쪽
22 22화. 과정과 결과 2 +1 24.03.07 88 7 13쪽
21 21화. 과정과 결과 +4 24.03.06 106 7 13쪽
20 20화. 중상모략 2 +2 24.03.06 102 10 13쪽
19 19화. 중상모략 +3 24.03.05 120 8 11쪽
» 18화. 상단 털기 3 +2 24.03.04 124 10 11쪽
17 17화. 상단 털기 2 +1 24.03.01 142 11 11쪽
16 16화. 상단 털기 +2 24.02.29 153 8 15쪽
15 15화. 뒷골목 제패 2 +6 24.02.28 149 15 14쪽
14 14화. 뒷골목 제패 +2 24.02.28 148 10 12쪽
13 13화. 동료 영입 3 +2 24.02.27 166 17 15쪽
12 12화. 동료 영입 2 +2 24.02.27 176 14 13쪽
11 11화. 동료 영입 +2 24.02.26 218 19 16쪽
10 10화. 해징턴 시 +2 24.02.25 237 21 12쪽
9 9화. 벌거숭이 공주님 5 +4 24.02.25 234 25 12쪽
8 8화. 벌거숭이 공주님 4 +1 24.02.25 222 18 14쪽
7 7화. 벌거숭이 공주님 3 +1 24.02.25 220 20 1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