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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근남 님의 서재입니다.

게임 속 무법자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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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근남
작품등록일 :
2023.12.01 09:37
최근연재일 :
2024.03.18 03:51
연재수 :
3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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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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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5
글자수 :
198,079

작성
24.02.25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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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9화. 벌거숭이 공주님 5

DUMMY

목적지를 향해 출정한 용사 시글로즈 메이테란은 서북부 변경에서 지옥을 경험했다.


“감히 마왕님을 방해한 자들을 죽여라!”

“혼돈의 앞길을 막는 자들에게 오로지 죽음뿐!”

“용사를 죽여버려라!”


원래 북부가 대부분이 침식된 불모지라곤 들었지만, 가는 길마다 고블린이나 오크 무리가 뛰쳐나와서 미칠 듯이 가는 길을 방해하려는 듯 맹공을 퍼부었기 때문이다.


“뭐야? 왜 이렇게 마물들이 많아?!”


시글로즈의 직업은 용사나 황태녀가 아니라 선지자.

노마 제국이 아니라 선지자들의 조직인 [마구스]의 일원으로서 전혀 예측하지 못한 미래였다. 그들은 이런 미래를 가르쳐주지 않았다.


하지만 그래도 용사가 가려 뽑은 파티. 거기에 명문가 자제들이 하찮은 장비로 무장했을 리도 없으니 전부 손쉽게 해치울 수 있었다.

허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되는 습격에 용사는 의문을 표할 수밖에 없었다.


“도대체 이놈들이 우리가 올 건 어떻게 알았지?”


시글로즈 황태녀는 여기서 음모의 냄새를 맡았다. 어떠한 계기로 자신의 움직임이 발각된 것이다.

하지만, 원래 그러한 음모와 함께하는 것이 용사다.

용사는 이것이 마왕이나 제국 내 타락자들이 꾸민 음모라고 생각하지, 며칠 전 헤어졌던 도적 나부랭이의 것이라고는 조금도 생각하지 못한 채로 동료들과 힘을 합쳐서 전진했다.


용사란 어떤 역경과 고난도 해치우는 존재. 강대한 적들을 쓰러트리고 꺾은 끝에 그들은 결국 목표로 하던 영산에 도착했다.


“여기가 바로······.”


이곳에서 자신에게 가장 필요한 것을 받을 수 있으리라는 예언을 듣고 온 보람이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용사는 고블린들의 산채라는 정보를 기억하며, 자신의 사이킥을 해방했다.

사이킥이라는 능력의 성질 탓에 선지자는 파티에서의 도적의 역할을 일부 맡을 수 있다.

다만 도적이 설치, 해체, 탐지를 모조리 잘하는 함정계의 최고 스페셜리스트라면, 선지자는 오로지 함정의 탐지만 잘한다. 설치와 해체는 물리력을 발휘할 수 없는 원천의 특성상 못한다.


하지만 탐지라면 도적 이상이다. 도적이 조금씩 더듬는 것이라면 선지자는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바로 ‘안다’. 바로 그러한 원천이 사이킥.

용사의 시야가 확 넓어지면서 주변에 존재하는 위험한 함정 등이 드러난다.


“어······?”

“용사님. 왜 그러십니까?”

“함정이, 그······.”


많다. 너무 많다.


가는 모든 길에 죄다 깔렸다. 함정이 있는 곳을 지도에 붉은 점으로 표시하면 이 산 전체가 시뻘겋게 물들 정도로 깔렸다.


“미친. 정말입니까?”

“미안하지만 내 능력으로 함정 해체를 할 수는 없어.”

“젠장. 우리 일행에 그런 기술을 배운 자가 없으니······.”

“조심스럽게 지나갈 수밖에 없죠. 어차피 어디에 뭐가 있는지는 아니까요.”


그리고 어처구니없게도 그 수많은 마물 상대로는 안 죽은 네 명의 동료들 중 하나가 장치된 함정에 맞고 죽었다.

공교롭게도, 이자는 냅터 잭 대신에 새로 영입한 자였다. 함정 해체가 아니라 단순히 공격력 보강을 위해서 투입한 마법사.

만약 도적이 있었다면 달랐을 것이다. 선지자가 파악하고 도적이 해체하면서 전진할 수도 있었다.


아니, 사실 마법사를 영입할 때 함정 해체 마법을 익힌 자로 데려왔어도 됐다. 진지를 차린 마물들이 함정을 안 까는 경우는 아예 존재하지 않기에 파티에서 함정 해체 능력자는 필수 중의 필수다.


하지만, 대귀족 자제라는 배경을 가진 마법사가 굳이 함정 해체 같은 구질구질한 마법을 익혀둘 리는 없었다. 주력 공격수가 되고 싶었는지 화려하고 강력한 공격기는 많았지만 말이다.

그래도 필요한 능력이니까 추후 얻게 할 생각이었는데······.


“용사님? 이게 어떻게······?”

“자, 잠시만. 기다려봐.”


용사는 자신의 시야를 조금 더 집중했다.

함정 대부분은 조악했다. 1레벨 도적이 마치 연습하려고 만든 것 같이, 그저 만든 재료만 좋을 뿐인 1레벨 짜리 함정이었다.

그렇지만 그 배치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정교하고 노련했으며, 또한 위력적이었다. 100개 중 99개를 파악해도 하나를 파악 못 하면 죽을 정도로.


그리고 함정이 나오면 피해 가는 선택은 할 수 있어도, 아직 해체할 수는 없었던 용사 일행은 저 함정밭을 뚫고 전진해야만 했다.


“이, 일단 진군한다. 함정이 무서워서 도망간다는 건 말도 되지 않으니.”


그래서 아득바득 함정밭을 뚫고 도달한 곳은 ‘대충 수리된 듯한 산채’ 이곳에 있는 온갖 잔인하고 간악한 함정들 역시 모조리 뚫고, 동료를 한 명도 더 잃지 않은 채 용사는 기어코 가장 깊은 곳으로 도달할 수 있었다.

이 산채를 싹 비우고 함정만 채워서라도 막고 싶었던 용사. 그자가 마땅히 누려야 할 보물이 있는 장소 말이다.


“엄청난 곳이다. 신령한 기운이 가득 차 있는 것 같아.”

“겨, 겨우 도착했네요.”

“죽는 줄 알았어······.”

“하지만 이제 지나가면 되겠어요!”


동료들도 만신창이. 사제가 있어서 함정에 맞고 회복하면서 전진했다. 그걸로 모자라서 가득 챙겨둔 고급 회복 물약을 마시면서 돌파하기도 했고.

그렇지만 독, 가스, 화상, 다발 쇠뇌 등등. 정말 가지각색의 함정 덕에 가지고 있었던 모든 소지품을 다 써버렸고 심지어 식량과 물조차도 전부 함정에 의해 손실되거나 망가져버려 완전히 빈털터리 넝마 형국이 되어버렸다.

용사로 간택 받은 황태녀에 걸맞게 대귀족 집안에서 가려 뽑은 자들이 지금 그야말로 거지꼴.

그래도 이제 모험이 끝나간다는 사실에 안도한 듯했다. 원래 모험은 이토록 힘든 것이다. 그들은 그 정도는 알고 있었다.


그리고 황태녀는 이 신령스런 장소를 조심스럽게 들어가다가, 사이킥으로 말도 안 되는 것을 감지했다.


“아?”


그것은 참 기묘한 풍경이었다. 그야말로 자연이 빚어낸 정원이라 할 수 있는 신령스런 산의 최심부.

별빛이 내리고, 옆에 깨끗한 물이 흘러서 피어난 기화요초들 사이에 있는, 명백히 부자연스러운 ‘보물상자’.


“아, 아니. 아니겠지······. 서, 설마······.”


황태녀도 그녀의 파티원들도 불안감에 이를 딱딱 부딪치며 아래로 내려갔다.

황녀가 감지하기에 보물상자에는 아무 함정도 없었기에 그들은 보물상자를 열었다.


그곳에는, 무려 사람 하나를 살 만큼의 돈이 있었다.

은화 다섯 개 말이다. 뒷골목 출신 난민에게 준다면 벗으라면 벗고 바닥을 핥으라면 핥게 만들 수 있는 거금.


콰과과과광!


“아!”

“파, 파묻히겠어!”


그리고 보물상자를 열자마자 무너져 내리는 산길. 아마도 ‘1레벨 용사’의 능력으로는 파악할 수 없을 만큼 고도의 수법으로 만들어진 또 다른 함정.

파묻힐 것을 걱정한 이들이지만 운이 좋았는지, 아니면 원래 이럴 작정이었는지 화약은 산을 붕괴시키는 게 아니라 나가는 길만 무너트렸다.


황태녀는 은화 다섯 개와 함께 들어 있는 편지 한 통을 부들대며 펼쳤다. 그녀의 감정이 지금 무엇인지 그 스스로도 알지 못했다.


『존경하는 시글로즈 메이테란 황태녀 전하.


셈이 틀렸습니다. 저에게 마치 영광으로 알라는 듯 베풀어준 파티 권유. 죄송하지만 저는 그딴 거 필요 없습니다. 내가 왜 당신 파티에 들어가고 싶을 거라고 생각하시는지?


둘째로 당신네들의 동료들이 나에게 한 모욕. 세 명이 한 번씩 75개. 그걸 저지하지도 않으셨더군요.


그리하여, 모욕에 대해 금화 100개의 셈이 남았습니다. 갚지 못하면 빌려서 갚기로 분명 말씀하셨지요.


[카르텔]에서 가장 독한 이자는 기간이 지날 때마다 30%입니다. 그리고 제가 제시한 기간은 하루입니다.

그런데 그것을 또 갚지 못하셨으니 그러니 그를 갚기 위해 금화 200개를 다시 빌렸습니다.

이렇게 330개의 금화를 갚아야 하시는 상황에서 또 하루가 지났고, 429개의 금화를 갚아야 하는 상황에서 500개의 금화를 빌려야만 했습니다······.


제국이 이 값을 치를 것입니다.』


용사는, 이 악독한 계산법에 넋이 나가버렸다.

자신이 대체 며칠 동안 모험을 했더라?


『근데, 그건 네 몸값이 아니다. 내가 받은 모욕에 대한 값이지.


네 몸값은 이 안에 넣어뒀다. 올바르게 평가한 네 인생과 지금까지의 고된 모험에 따른 마땅한 값어치.


나쁜 버릇은 고치기 쉽지 않으니 좀 도와주마.


다음에 또 보자. -냅터 잭-』


“전하! 나갈 수가 없어요! 꽉 막혀서. 어떡하죠? 조금만 잘못 만지면 다 무너져서 죽을지도 몰라요!”

“식량도 하나도 없는데······!”

“구조대 올까요? 어? 오겠죠? 그, 그래도 우리가 어디로 올지도 제국 모두가 다 알았을 테니까? 뭐 [신디케이트]같은 조직이 정보를 통제하는 것도 아니잖아요?”


선지자의 능력으로도 아무 말도 들리지 않아. 무엇도 볼 수 없어, 도무지 깨달을 수가 없어진 새하얗게 된 상태로 황태녀는 울부짖었다.


“냅터 잭!!! 이 사기꾼!!!”




『시글로즈 메이테란 황태녀 조난 20일만에 극적 구조······. 동료들은 전부 상처와 굶주림에 사망.』


“생각보다 짧았군?”


제국 변방으로 도주 20일째. 우연히 얻은 신문에는 그렇게 적혀 있었다. 마부가 느긋하게 답했다.


“제국과 [신디케이트]가 널 추적하지 않는 조건으로 적당히 계약을 마쳤을 거다. [카르텔]이 받아낼 수 있는 금액에도, 제국이 지불할 수 있는 금액에도 한계가 있으니까. 황태녀의 목숨도 그렇지. ”


목숨이라. 안에서 어떻게 목숨을 부지했으려나.


“물이야 안에 샘이 있으니 거기서 마셨을 테지만, 이제 황태녀는 평생 죽어도 음식은 안 남기겠군.”

“그건 그렇겠지. 굶어본 사람은 다 그러더라고. 버르장머리 하나 제대로 고쳐줬구만. 하.”


중세풍 판타지 세계지만 현대의 것처럼 사진이 인쇄된 신문에는 그야말로 피골이 상접한 황태녀의 모습이 있었다. 굶어서 사람이 아예 반의반쪽이 됐어.


그리고 난 신문 끝에 붙은 것을 보고 미소지었다.


“수배령이군.”

“도적이야 원래 제대로 내걸리거나, 아예 안 걸리거나. 둘 중 하나지.”

“그건 모든 사람이 그렇지 않나?”

“음? 뭐 그렇긴 하군. 그래도 걸린 이상 제국이 인정한 훈장으로 생각해라.”

“뭐, 그 훈장 말인데. 일단 [신디케이트]와의 거래. 그리고 제국의 위신도 있으니 상세한 진실은 뭉갰다고 쳐도. 현상금이.”


마부가 자기가 더 기쁜 듯 떠들어댔다.


“첫 현상금으로는 어마어마한 금액이지. 1레벨에 첫 현상금으로 그만큼 걸린 도적은 [신디케이트] 역사상 네가 처음이다. 잭. 1레벨이면 기껏해야 5개인데 말이다. 그야말로 [신디케이트]의 자랑. 이 시대의 최고 도적 유망주가 되었어. 나중에 만나면 내가 술 한 잔 사지.”


처음 걸어보는 길에서 거둔 대성공에 난 천천히 곱씹었다.

역시 이게 적성에 맞는 길인가?

모르겠다. 하지만 말이다.


『수배령: ‘사기꾼’ 냅터 잭

각성 등급: LV.1

신상정보: 레이즈 난민 출신 도적. 금화 200개의 금품 갈취 및 사기, 악질 사채로 사람의 인생을 파멸시킨 악랄한 범죄자.

노마 제국의 평화와 질서를 위협하는 이 수배범을 생포, 혹은 살해하여 가져온 자에게 아래의 현상금을 수여함.

현상금: 금화 25개.』


“그래도 첫 현상금이 하필 금화 25개라. 황태녀 전하가 나를 공식적으로 동급으로 인정해 주셨다고 보는 게 맞겠군.”


이렇게 무법자는 용사와 같은 선에서 달리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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