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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근남 님의 서재입니다.

게임 속 무법자가 되었다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퓨전

뚜근남
작품등록일 :
2023.12.01 09:37
최근연재일 :
2024.03.18 03:51
연재수 :
3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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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06
추천수 :
475
글자수 :
198,0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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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05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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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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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19화. 중상모략

DUMMY

난 엘리크에게 일을 맡기고 일선에서 잠시 후퇴하기로 했다.


“잠시 물러나 있겠다고? 상관없지만 설마 영영 도주하는 건 아니겠지?”

“······.”

“야. 왜 농담으로 한 말에 대답이 없어.”


아. 농담이었군.


“네가 날 의심하나 싶었다.”

“설마 그러겠냐.”

“잠시 [신디케이트]에 보고할 게 생겼을 뿐이다.”


진짜다. 여기서 짬처리시키고 떠날 거 아니다. 엘리크는 자기 일은 된 게 없다며 서둘러 처리해주길 바란다고 일을 마치고 와주길 바란다고 말했을 뿐이다.


그런데 참······. ‘설마 그러겠냐?’라고?

‘설마 내가 널 의심하겠냐?’ 허어.


신속한 일처리가 중요하기에 나는 슬럼가에 있는 신디케이트의 아지트를 찾았다.


“말도 안 되는 짓을 저지르셨구만. 잭.”


당연하다는 듯이 선술집에 루드리스가 있었다.


“뭘 말하는지 모르겠군.”

“하긴. 자네가 그 잠깐 사이에 한 일이 꽤 많으니까.”

“다 보고 있었나?”

“좋은 일이라고 생각해라. 신디케이트의 보스들이 주목하는 신입은 흔치 않아.”


미안. 그저 소름끼쳐.


“그래서, 무슨 일인가? 수배령 대처법? 아니면 도주? 은신처? 돈?”

“해징턴 시가 있는 노마 제국 서쪽 변방의 정세를 알고 싶다.”


루드리스는 이상야릇하게 웃었다.


“해징턴 남작의 신상정보가 아니라?”


저 질문을 하는 이유야 뻔하다. 남작의 신상정보만 알면 어떻게든 약점을 잡거나 그 부분을 파고들어서 이득을 챙길 수 있지 않겠냐는 거지.

하지만 난 그걸 물어볼 필요가 없다.


“그건 내힘으로도 조사할 수 있는 일이다.”

“오호.”

“하지만 북부 정세에 대한 객관적인 조사는 도시 안에선 버겁지. 그렇다고 내가 이곳에서 나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군. 아주 합리적이야. 그런데. 크레딧은 충분한가? 이전에 했던 의뢰가 아직 안 끝났다만.”


난 덤덤히 답했다.


“이 정보는 [브라더후드]에서 받고 싶다.”

“흐음. 내가 아니라?”


당연히 니가 아니지. 너는 황궁 금고도 제것처럼 여기는 세계 제일의 부자면서 고작 1크레딧 2크레딧도 따박따박 받아먹는 수전노잖아.


“[브라더후드]는 내 공적을 인정해줄 거다.”

“큭큭큭. 그렇긴 하지만 아쉽긴 하군. 공연히 내가 붙잡아둔 셈인가. 저기 파란 방으로 들어가서 만자 데니스를 찾아라. [브라더후드]의 공작원이다.”


루드리스는 사라지는 대신 제자리에서 술을 홀짝였고 나는 대놓고 ‘여긴 의적들 구역임’이라고 적혀 있는 듯한 선술집의 파란 방으로 들어갔다.


들어가니 여기가 의적 집단인지 아니면 자칭 의적인 깡패 집단인지 알 수가 없었는데 죄다 근육 우락부락하고 얼굴에 흉터난 아저씨와 아줌마들이 수상한 약 같은 걸 조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뭐야?”

“냅터 잭. 만자 데니스를 찾아왔다.”


근육 아저씨들 중에서 유일하게 눈에 총기가 살아 있는 아저씨가 슬그머니 내쪽을 바라봤다.


“내가 데니스다. 무슨 용무지?”


어차피 저렙 NPC. 조금만 지나도 볼 일 없을 관계로 난 짤막하게 용건만 말했다.


“나는 해징턴 시에서 난민들을 돕고 그들이 제국의 학정에 견딜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너희들이 이걸 좋아할 것 같아서.”

“아······. 그래? 자세히 얘기 좀 해주실까?”


나는 데니스에게 있었던 일을 가감없이 보고했다. 보고를 받은 데니스의 얼굴이 처음엔 완전히 쭈그리였는데 다 듣자 아주 활짝 폈다.


“아주 훌륭해! 자네 혹시 [브라더후드]에 가입할 생각은 없나? 자네와 그 성기사 친구의 힘이 있으면 아주 큰 도움이 될 거야.”

“지금은 생각없다. 혼돈을 막는 게 더 우선이야.”

“아아. 그렇군. 아쉽네.”

“그래서 하는 말인데. 해징턴 시 주변의 정세를 간략하게 설명해줄 수 있겠나? 여기에 혼돈의 세력이 파고든 것 같은데 건드렸다가 거물이 튀어나오는 건지 어쩐지 감이 잡히질 않아.”

“음음. 그렇군. 좋아. 잠시만 기다려.”


난민들에게 아낌없이 베푼 선 성향치와 이전 날 세운 공적 덕에 크레딧을 지불하지 않고도 정보를 받을 수 있었다. 의적집단인 [브라더후드]는 자기네들이 아는 정보를 내 공적치에 맞게 주었다.


“자네가 있는 해징턴 시는 말마따나 제국의 서북쪽 변방이지. 동쪽으로 갈수록 혼돈에 맞서는 최전선······. 마물, 마족들의 땅도 그곳에 있고.”

“음.”

“뭐 그래서, 서쪽의 상황은 좋지 않아. 노마 제국의 황제는 늙어서 혼미하고. 이어받아야 할 황태녀는 용사님으로 간택되어 정치를 포기하고 떠나려고 하지. 결국 나라를 이어받을 자는 그 동생인데, 너무 어려서 고작 8살.

이름난 대공들이 충신을 자칭하며 제국을 갈라먹고 일부는 독립하려는 형국인데······. 첩보로 보아 해징턴 남작이 충성을 바치는 안디롯 백작이 독립을 선언하려는 낌새로군.”


직위가 급이 너무 다른데?


“백작? 백작의 독립 선언이 가당키나 하나?”

“가당키나 할 걸. 지금 제국은 변방의 장악력을 잃었어. 말이 제국이지 여긴 이미 콩가루 집안이야.

언제 혼돈이 바다 건너 쳐들어올지도 모르는 서북쪽 변방 따위 독립하라고 할 수도 있지.

적어도 제국을 갈라 먹으려는 대공들은 그렇게 생각해.”

“······.”

“해징턴 남작 본인이 어떻게 생각하건 안디롯 백작이 독립을 선언하는 이상 따라갈 수밖에 없겠지.

하지만 뭐랄까. 우리 첩보에 의하면 안디롯 백작은 혼돈에 타락한 게 아니라 말 그대로 주변 정세가 안 좋으니까 책임지고 독립하려는 형국이야.”

“그렇다면 해징턴 시에 스며들었다는 타락은? [카테드랄]이 막았다는데.”

“[카테드랄] 쪽 정보는 몰라. 그쪽에 침투한 정보원들은 없거든······. [카테드랄]이 아무리 썩었어도 조직원 침투를 허용할 정도로 핫바지는 아니라는 거지.”

“······.”

“그렇지만 안디롯 백작은 혼돈과 연관이 없어. 뒤집어 얘기하면 해징턴 시의 타락은 남작 개인에 관한 문제던가, 아니면 남작도 모르는 곳에서 일어나는 일이겠군.

극단적으로 자네가 남작 배를 쑤셔도 명분만 있다면 백작의 분노가 자네를 향하진 않을 거야.”

“충분한 정보다. 고맙군.”


도적 조직 아니랄까봐 정보는 정말 싸고 좋게 구할 수 있다. 전사 조직에서 좋은 장비를 구할 수 있는 거랑 마법사 조직에서 귀한 재료를 쉽게 얻을 수 있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데니스는 어깨를 으쓱했다.


“별말씀을. 혹시 난민들 처지가 위태로우면 언제든지 말해라. 사람을 보내서 도와주지.”


그 도움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결국 직접적인 지원 전혀 없음.

다시 말해 나는 결국 성기사 하나와 난민들 데리고 기사 다섯 명에 백여 명의 상비군을 데리고 있는 남작에게 들이받아야 한단 얘기다.

쉬운 일은 아니지만, 차례대로 해보면 답이 나온다. 어차피 후반 가면 동료 포함 다섯 명으로 혼돈마신에 맞서 싸워야 하는데 뭐.

일단, 난민 구역을 내가 전부 먹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대화가 끝나고 난 신디케이트의 문을 나섰다. 내 몸이 빨려들어가는 기분이 들면서 해징턴 시로 돌아오는데 성공.

이게 세계에 퍼진 다른 아지트를 찾으면 마치 텔레포트 게이트처럼 이곳저곳으로 이동할 수도 있는데 아직은 여기밖에 온 곳이 없어서 아쉽군.


용무를 마치고 오니 해가 뉘엿뉘엿 져서 초저녁이었다. 이 세계에서는 밤에 영업하려면 등불을 켜야 하고, 등불을 키는 건 돈 낭비므로 보통 여기서 가게를 접는다.

상단주 꼬맹이도 가게를 접은 상태. 그 주위에 카탄파 조직원들이 가게의 창고 등을 호위하고 떡 버티고 있었다.

난 그놈들이 헛짓거리하지 않나 잠깐 훑었는데 다행히 그놈들은 각 잡고 대기하고 있었다. 난 안심하고 움직였다.

현재 카탄파 본거지라 할 수 있는 전 제니스 패거리의 아지트다.

안에 들어가니 촛불이 있는 듯 밝았다. 엘리크 자식은 무려 이곳에 앉아서 종교 경전을 읽고 있었다. 신앙심 미쳤군.


“돌아왔다.”

“이런 세상에─!”


그리고 엘리크는 기겁하며 일어났다. 숨을 헉헉 내쉬는 엘리크가 내쪽을 돌아보자 내 몸에 덮인 섀도가 그대로 흘러 나간다. 저놈이 집중해서 날 찾고 있단 얘기다.


“기척을 좀 내고 다녀!”

“이건 내 훈련이다. 네가 그 책 읽는 거랑 같은 거지.”

“그 훈련 한 번만 더 하다간 난 놀라 죽겠다! 생각보다 빨리 돌아왔는데 보고는 끝난 거냐?”

“그래. 정보를 확실히 얻기 위해서였다.”


나는 엘리크에게 내가 얻은 정보를 공유했다. 엘리크는 그 말을 듣고는 자기가 아는 정보를 제시했다.


“안디롯 백작은 [카테드랄]에게 연신 굽실거렸다. 직접 봤지.”

“그래?”

“독립을 생각하고 있었다니 이유를 알 것 같군. 제국이 백작의 독립을 인정해 줄 리가 없으니 [카테드랄]의 지지를 얻고 싶었던 거다.”

“그러면 해징턴은?”


엘리크는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는 아주 조심스럽게 얘기했다.


“지금부터 말하는 건 추측이라는 것만 알아둬라.”

“그렇겠지.”

“나는 [카테드랄]이 직접적으로 타락한 게 아니라 해징턴 시의 타락을 방조했으리라고 추측한다. 이유는 아마도 혼돈의 세력이 크게 발호하고 그것을 [카테드랄]이 진압하는 구도를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고.”

“그런데 유능한 성기사 엘리크 카탄께서 그걸 조기발견, 조기진압할 예정이었군.”

“그래. 그러니까 날 억지로 파문시킬 수밖에 없었던 거다. 조기 진압하면 [카테드랄]이 내세울 공이 크지 않으니까.”


그리고는 엘리크는 분통을 터트렸다.


“이 추측대로라면 이 도시는 버림패다. 그저 신의 이름을 드높인다는 미명으로 도시가 혼돈에 침탈당하는 것을 방조한 다음 멋있게 진압하는 구도가 필요한 거겠지.”

“······.”

“하지만 남작은 아마도 무죄다.”


응?


“왜?”

“왜냐니. 내게 혼돈의 세력이 침투한 것 같다고 제보한 사람이 바로 남작이다. 난 그 제보를 받고 조사하다가 파문당한 거야.”


아니 뭐라고.


“그걸 왜 지금 말하나?”

“아, 아니. 난 애초에 혼돈의 세력만 잡고 빠질 생각이었으니 그렇지. 냅터. 그러고 보니 자네야말로 말이 이상한데 자네 혹시 남작하고도 싸울 생각이었나?”

“······.”

“아니 대답을 좀 해.”

“생각중이다.”

“아니 뭔 놈의 생각을······.”


그럼 보자. 사건을 정리하는 거다. 복잡해보이지만 간단한 일이다.


안디롯 백작이 독립을 꿈꾼다.

[카테드랄]은 백작과 결탁해 해징턴 시의 타락을 방조했다.

해징턴 시의 타락을 눈치챈 남작이 성기사에게 의뢰, 하지만 엘리크는 파문당한다.

그리고 뒷골목에서 가장 수상한 타락자는 이녹 패거리. 원래라면 얘들만 잡으면 엘리크는 누명을 벗고 해징턴 시의 타락은 사라진다.

그리고 여기서 테라즈 일당은 그저 남작의 하수인에 불과하다. 사병이 되고 싶은 난민 무리.


“젠장.”

“왜 그러나?”


왜 그러냐고? 그야 이 전개대로면 당장 테라즈 일당을 잡을 명분이 없어졌단 말이다.

이 새끼들을 다 쓸어버려야 뒷골목 세력을 다 휘어잡을 텐데.

계획이 필요했다. 죄 없는 중립 성향 불량배들인 테라즈 일당이 우리와 싸우면서도 우리는 여전히 떳떳하고 선량한 이들로 남고 남작의 원한도 사지 않으며 이곳에 깃든 타락을 싹 쓸어낼 해결책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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