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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근남 님의 서재입니다.

게임 속 무법자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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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근남
작품등록일 :
2023.12.01 09:37
최근연재일 :
2024.03.18 0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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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5
글자수 :
198,079

작성
24.03.07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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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3화. 과정과 결과 3

DUMMY

침착하게 걸어 나오니 주변은 예상했던 대로 처참한 상황이었다.


“허.”


이녹 일당 아지트를 나오자마자 전면에는 각성자이자 일당의 두목인 테라즈. 그리고 그 부하들 여든 명이 방진 짜고 쇠뇌 겨누고 난리났다.

우리 부하들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한계까지 버티다가 나오라고 했거든.


그런 절체절명의 상황인데도 엘리크가 당당히 나서서 테라즈에게 선언했다.


“테라즈 당신의 제보대로 이녹은 타락자였소. 그자를 쓰러트리고 여기 카오스 오브를 얻었으니 이제 남작님에게 보고를 해야 할 터.”

“그렇구만.”


테라즈는 자기 일인 것처럼 기뻐했다. 방진은 풀지 않았다.

엘리크가 기대는 별로 안 하는 눈치로 눈살을 찌푸렸다.


“비켜주시겠소? 지금 나가는 길을 다 막아서 가기 힘들군.”

“큭큭큭······.”


테라즈는 비열하게 웃었다. 사악함에서 우러나왔다기보단 완벽한 중립 성향의 기회주의적 웃음이었다.

뭐 조금은 악 성향일 수도 있고. 그래도 테라즈는 대화를 시도하긴 했다.


“그런데 말이야. 자네들이 일을 처리하면 이곳 구역을 다 먹으려는 내 계획이 엉망진창이 되거든.”

“그래서?”

“나도 남작님께 잘 보이려면 공을 세워야 하는 처지라서 말이지.”

“그래서?”


테라즈는 웃었다.


“좋은 말로 할 때 오브를 내놓고 꺼지는 게 어떤가? 가능하면 자네 동료인 도적 자식도 넘겨주고. 확인해보니 수배범 같던데.”


엘리크는 말없이 방패를 들고 아우라를 일으켰다. 테라즈 역시 전신에서 붉은색으로 일렁이는 포스를 발출하며 그 거력을 선보였다.


“좋아! 일단 쏴라!”


그럴 줄 알았다. 대형 쇠뇌를 든 놈들이 일제히 볼트를 쏜다. 아우라는 물리력이 ‘전혀’ 없는 힘이기 때문에 엘리크가 저걸 맞으면 끝장이다.


그래서 내가 있는 거다. 난 몰래 저놈들 틈에 진입해 섀도로 얽어서 쇠뇌의 줄을 다 끊거나 아예 시위가 화살에 제대로 실리지 않게 했고, 거리가 먼 놈들에게는 다트를 던져서 봉쇄했다.


“흥! 역시 수배범 놈도 있었군!”


부하들과 테라즈가 덤벼들지만 나는 [흐릿해지기] [경량화] [회피]의 도적 3신기를 아낌없이 쓰면서 모조리 피해댄다.

도적이 탱커로 어그로를 끈 상황. 어처구니없게도 딜러로 성기사가 나서서 질주한다. 테라즈는 엘리크가 달려드는 걸 보고 자기가 맞서는 대신, 부하들에게 명령했다.


“자 얘들아! 가라!”


나는 두목에게 맡기고 미친 듯이 달려드는 테라즈의 부하들, 엘리크는 그저 그들 앞 허공에 철퇴를 휘둘렀다.


후웅─!


[진압]. 일개 범인들을 위압하는 아우라 파동이 적을 휩쓸고 가자 일개 조무래기들은 무기를 맞대지도 못하고 거품 물고 픽픽 쓰러졌다.

하지만 테라즈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그 부하들도 마찬가지였다. 유감스럽게도 우리 명성이 꽤 널리 퍼진 탓 같았다.


“계속 가라! 어차피 사람 죽일 놈이 아니야!”


실제로 그리했다. 엘리크는 자비롭게도 죽이진 않았다. [진압] 역시 상대를 죽이기보단 제압하는 용도의 목적의 기술이었고.

그러니 몇 명이 덤벼들어도 마찬가지였다. 엘리크가 뿜어내는 아우라의 파동을 견뎌낸 놈은 한 놈도 없이 모조리 다 쓰러졌다.

테라즈는 하지만 애초에 적의 힘만 소진시키면 된다는 듯 여유롭게 부하들을 밀어 넣었다.


“자. 더러운 쥐새끼 놈아. 나랑 싸워보자!”


그래. 도적이면 더러운 쥐새끼라는 욕 정도는 들어줘야지.

하지만 싸울 생각 없다. 포스를 각성한 전사는 힘, 속도, 내구도. 모든 부분에 있어서 가히 약점이 없는 초인. 정면승부로는 이 게임 내 존재하는 모든 직업이 다 전사한테 처맞고 쓰러진다.


당연히 도적이 상대할 게 아니다. 난 그저 엘리크가 부하들을 제압하는 것을 도울 겸 적진 한복판에서 모든 공격을 피하며 [마음 잡기]로 적의 일각을 무너트리는 데만 전념했다.


“이 자식!”


쾅! 땅에 구덩이가 파일 정도로 강하게 박차고 테라즈가 달려왔다. 하지만 아무리 세도 명중을 못 하면 의미없다. 그놈은 내 [흐릿해지기]조차도 간파하지 못했으니.

그놈이 휘두른 몽둥이가 땅에 구덩이를 만들 정도였다. 사방에 자욱한 먼지. 나는 이때라고 느끼고 자욱한 모래먼지 속에서 [은신] 했다.


“어디야. 어디 갔어!”

“악!”


그놈의 부하 중 한 놈이 당해서 쓰러졌다. 테라즈가 다급히 달려갔지만, 있을 리가 없었다.


“제기랄! 여기 어딘가엔 있어! 경계해! 1레벨 섀도 능력자는 투명해지는 게 아니야! 주의를 기울이면 잡을 수 있단 말이다!”


그렇지만 주의를 기울이기 힘들게 하는 유인이 두 가지 있었다.


첫째는 몰려드는 부하들을 한 번에 서넛 씩 쓰러트리면서 테라즈에게 전진하는 엘리크.

그리고 드디어 소란에 참지 못하고 나타난 우리 카탄파 부하들.


“두목! 지금이 나설 땝니다!”

“일단 성기사라도 잡죠!”


테라즈는 우물쭈물하다가 ‘에라 모르겠다.’라는 표정으로 엘리크에게 뛰어들었다.


“네놈이 날 이길 수 있겠나!”


엘리크의 철퇴와 테라즈의 몽둥이의 격돌.


쾅!


밀려난 건, 아주 당연하게도 엘리크였다.

엘리크는 신음하며 물러났지만 테라즈의 몽둥이는 그 충격으로 반쯤 부서지고 말았다. 테라즈는 몽둥이론 안 된다는 걸 아는지 손에 너클을 끼고 덤벼들었다.


뻑! 뻑! 뻑!


“큭!”

“어? 어떠냐? 파문성기사? 네가 최고인 줄 알지? 세상은 넓다. 이 말이야!”


도대체 동네 깡패 두목이 뭐라는 거야. 그냥 능력의 상성빨로 이길 뿐인데.

하지만 엘리크는 굴하지 않았다. 아우라의 회복력을 최대로 올리며 무지막지한 괴력으로 방패를 우그러트리고 사슬 갑주의 사슬을 주먹으로 끊어놓는 저 테라즈 상대로 버텨냈다.


눈빛이 필사적이다. ‘아직이냐?’ 라고, 테라즈가 아니라 그 뒤를 바라봤다.

사실 거기에 나는 없었지만 이해는 하고 있었다. 이만큼 시간을 벌어주면 충분하다.


나는 내내 테라즈 뒤에 있었다. 설마 두목 바로 뒤에 있으리라고 아무도 생각 못했겠지.

이미 내 그림자에서 뻗어 나온 섀도는 그놈의 발뒷꿈치를 타고 등과 목까지 완전히 덮어서 목과 심장, 다리, 등등을 완전히 조르는 상태였다.


“지금이다!”

“무너져라─!”

“?!”


엘리크가 휘두른 [진압]의 파동. 각성자일지언정 정신계 내성이 아예 없는 테라즈에게는 꽤나 효과적으로 먹혔다.

하지만 그놈은 휘청거릴뿐 지진 않았다. 하지만 애초에 엘리크도 이걸로 잡을 거라고 생각한 것은 아니었다.


[마음 잡기]. 나는 그대로 진득하게 달라붙은 섀도를 잡아 쥐어뜯었다. 표현은 좀 이상하지만 테이프로 제모하는 것과 비슷하다.

단지 털이 아니라 가죽까지 달라붙어 뜯어내는 테이프를 부착한 뒤 떼어내면 대충 비슷한 느낌이 날 것이다.


“커, 커헉?!”


막심한 정신 피해. 방심한 순간, 그놈의 포스가 옅어졌다. 엘리크가 오래 기다렸다는 듯 철퇴를 휘둘러 그놈의 대가리를 후려쳤다.


빠아아악!


[강타]는 제대로 먹혔다. 이걸로 저놈의 정신 내성은 아예 바닥을 쳤을 터. 난 아예 어떤 포스도 꺼내지 못하는 테라즈의 짧은 틈새를 노려 [암습]을 쑤셔 박았다.


푹찍!


아무리 전사가 성기사와 도적 상대로 상성이 유리하다지만 이렇게 둘이 연계하면 무방비한 상태에서 무자비하게 쑤실 수 있다.

생각했던 것보다도 더 쉬워서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래도 엘리크가 아예 뻗어버리는 사태도 각오했는데 말이다.

난 단검을 박아넣은 채로 비틀면서 그놈 귓가에 속삭여주었다.


“너. 실전 경험 별로 없구나?”

“컥, 커헉.”


그래도 나름 포스 각성자라고 숨통은 바로 안 끊어지네. 내장이 칼날도 안 들어갈 정도로 질기게 달라붙어 있어.


“나라면 차라리 네가 직접 성기사를 상대하고 부하들 보고 날 계속 경계하라고 시켰다. 전사는 성기사를 말 그대로 줘팰 수 있는데 도적이 만약 정신 계열 기술 익혔으면 둘이 연계했을 경우 전사 특성상 아예 답도 없거든.”


대답은 없었다. [암습]이 가해진 자리부터 내 섀도는 저놈의 정신을 찢어발겨서 사방으로 흩어놓고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저놈이 의식을 유지할 수 없게 된 순간.


스겅.


그리고 난 그놈의 등가죽을 찢고 아예 내장을 찢어발겼다. 이러면 포스 각성자고 뭐고 죽을 수밖에 없다. 테라즈의 숨통이 끊어지고 말았다.


“두목!”


카탄파와 대치하던 테라즈파의 부하들이 급하게 가세하려고 달려왔지만 이번에도 내 몸을 스치지도 못한다. 역시 그래도 조무래기 수준이군.

엘리크는 내가 피한 자리에 자신이 대신해 모습을 드러내며 가볍게 불량배들을 분쇄해냈다.


“제기랄! 도망쳐!”

“어디로?”


도망치려는 불량배들은 대기시켜둔 카탄파 조무래기들이 나서서 막아섰다. 이번엔 이쪽이 방진을 짜고 물샐틈 없이 봉쇄했다.

각성자도 잃은 불량배 무리가 할 수 있는 게 무엇이 있겠나. 그놈들은 그저 엎드려서 머리를 조아렸다. 상황 판단은 빠른 걸 보니 중립 성향의 두목에게 잘 배운 것 같았다.


“저기, 살려주십쇼!”

“예! 살려주십쇼! 형님들! 저희도 제니스 애들처럼 부하 노릇 하겠습니다!”

“어느 파벌에 들어도 저는 상관이 원래 없었습니다.”


그렇다니 참 감격이다.

난 단검을 집어넣었다. 대신 주변에 섀도를 뻗었다. 엘리크는 철퇴만 집어넣고 방패는 들었다.

그리고 다가가서 난 한놈씩 [마음 잡기]로 혼절시켜 쓰러트리고 엘리크는 맨손으로 아우라를 뿜어내며 그놈들을 혼절시켰다.


“그래도 잘못을 저질렀는데 매질도 안 하고 받아줄 수는 없는 노릇이지.”

“우리 부하들은 저놈들 건드리지 마라. 우리가 다 처리할 생각이거든.”


일단 할 수 있는 한 경험치는 빼먹어야 할 것 아닌가.


나는 섀도로 마지막 불량배의 목을 감싼다. 그놈은 움직이지 못하고 벌벌 떨더니 이내 혼절해버리고 만다.

아예 작정하고 [마음 잡기]로만 공격하니 꽤 위력적인 수준까지 올라왔군. 이제 좀 더 단련해서 [마음 뒤흔들기]나 [마음 비틀기] 수준의 공격기까지 단련해야 한다.


“끝났다.”


엘리크 쪽을 바라보는데 그놈이 지 턱을 붙잡으며 기묘한 표정으로 날 쳐다봤다.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나?”

“훈련이다.”

“고문이 아니라?”

“이놈들이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는 상관없어.”


엘리크는 고개를 갸웃했지만 어쨌든 깊게 따지진 않았다.


“우린 승리했다!”

“와아아아아아!”


갱생했는지 의심스러운 불량배 부하들이 환호성을 내질렀고 엘리크는 해야 할 일을 했다.


“쓰러진 놈들을 치료하고 포박해라! 대놓고 해코지한 놈들 빼고 설득해서 받아들이자.”


후속 조치도 완벽. 이제 난민촌 문제는 아무 신경 쓸 것 없다. 아무리 남작이라도 대놓고 우리를 탄압할 수는 없을 테니까 말이다.


그렇기에 엘리크와 나는 깊은 전투를 마쳤으니 일단 쉬었다.


작은 승리에 불과했다. 하지만 원래 판타지 게임은 작은 곳에서 시작한다. 난민촌 뒷골목과 시내의 객잔에서 만난 두 영웅이 결국 세상을 구하고 궁극의 혼돈을 몰아내는 것이다.


“이제 남작에게 보상만 받으면 되겠군.”

“받을 수 있다면 말이지.”

“응?”


나는 남작 개인의 성품은 잘 모른다.

하지만 돌아가는 꼴 보면 어쩌면 쉽지 않을 수도 있다.

일단 그 사람, 테라즈를 죽인 걸 칭찬하는 사람일까. 아니면 자기 부하가 될 놈을 죽였다고 화낼 사람일까? 그것부터 봐야한다.

그래도 지금은 쉰다. 솔직히 기술 남발하면서 쭉 달렸더니 피곤해 죽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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