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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근남 님의 서재입니다.

게임 속 무법자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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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근남
작품등록일 :
2023.12.01 09:37
최근연재일 :
2024.03.18 0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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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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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12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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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8화. 탈옥 3

DUMMY

한편, 냅터가 자스테를 만나고 있을 당시 엘리크는 해징턴 남작을 마주하고 있었다.


“자자. 어서 들어오게. 엘리크 카탄. 설마 자네가 동료를 위해 제 발로 감옥에 들어갈 줄은 몰랐군. 그 동료가 멋대로 탈출해버릴 줄도 몰랐고.”


화려한 응접실에 예복으로 갈아입은 남작이 엘리크를 반긴다. 엘리크는 예복 대신 평소에 입던 갑주와 철퇴로 지하 감옥에 음습하고 더러운 냄새가 몸에 남아있기까지 했다.

그렇지만 남작은 전혀 개의치 않는듯했다. 진심으로 말이다.


“동료의 무례에 사죄드리는 바입니다. 남작 각하. 제 동료는 원래······.”


뭔가 말하려던 엘리크는 그 새끼를 도대체 뭐라고 형용해야할지 알 수가 없어서 말을 얼버무렸다.


“자유분방합니다.”

“흐음. 도적은 그렇지. 자네 보아하니 예의범절을 아는군. 귀족 출신인가?”

“예. 하지만 부모가 귀족인 건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큭큭······. 맞아. 부모가 귀족이라고 자식도 각성자란 법은 없더군. 능력도 그렇고. 나도 평민 용병단 출신이야. 내 기사들과 부하들은 그때의 동료들이지.”


힘이 없으면 귀족을 못 한다. 다시 말해 힘이 있으면 귀족 작위를 주고 힘이 없으면 귀족 작위도 못 이어받는 것이 이 세상이다.


“그런 점에서 예의범절을 모르는 용병단장으로 한마디 하지. 내 기사가 되게! 자네 친구도 내 첩보원으로 중히 쓰지.”


엘리크는 저게 가식이 일절 없는 진심임을 모르는 건 아니었다. 남작은 바로 얘기했다.


“지금 북쪽 변경의 정세가 어려워. 그 친구가 난민 출신이건, 내 부하로 삼고 싶었던 테라즈 놈을 죽였건 아무 상관없어. 자네들이 더 훌륭하니까. 어떤가? 난세에 기회를 잡는 것이?”


하지만 엘리크는 이미 여러 가지를 알고 있다. 남작이 숨기는 것도. 엘리크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저희는 권세보다는 혼돈의 세력과 맞서 싸우는 자들이 되고 싶습니다.”

“이런.”

“하지만 남작님, 앞서 말씀드릴 것이 있습니다. 제 친구의 말로는 아직 혼돈의 세력이 해징턴 시에 남아 있다는군요. 그들을 저희가 처리하면 안 되겠습니까?”


남작은 그 말을 듣고 잠시 침묵했다. 그러더니 딱딱한 표정으로 고개를 들었다.


“내가 제보한 타락자가 난민들이 아니란 걸 알고 있었군?”


기묘한 분위기. 남작도 그걸 알고 있었다는 투에 엘리크는 담담히 말했다.


“난민들 사이에 숨었다고 생각했지만, 정작 쓰러트린 다음 알았습니다. 난민촌의 타락자들은 최근에 들어온 자들이라 시기상으로 남작님이 성황청에 제보하신 이들일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군. 맞아. 내가 찾은 건 그놈들이 아니야. 아아. 물론 자네가 잘못했다는 건 아니야. 왜냐면 난 난민촌에 타락자가 있는 건 진짜 몰랐거든······. 만약 방치했다면 감당이 안 됐겠지. 잘했어. 칭찬할 만한 공이지.”


해징턴 남작은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놈들은 지금 도시에 숨어들어서 한 죄수를 찾고 있어.”

“······죄수요?”

“그래. 죄수. 죄목은 타락자들에 대한 지원 및 불법 기계장치 및 불법 화합물 제조. 해징턴에 은신처를 두고 장사하고 있었지.”


엘리크는 그자가 누구일지 대충 짐작이 갔다.


“안쪽 감옥에 갇힌 그 사람이군요.”

“눈치챘나?”

“제 동료가요.”


남작은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맞아. 가두고 있다기보단 모셔두고 있지. 감히 타락자들이 찾지 못하도록, 그리고 언젠가 우리에게 협조하도록.”

“협조라고 하면······.”

“그 친구가 뭘 했다고 내가 말했나? 당연히 그쪽이지.”


불법 기계장치란 강력한 기계공학 무기를 말한다. 그리고 기계공학 무기는 비각성자도 쓸 수 있다.

불법 화합물은 폭탄, 독, 약 등을 말하는 것이고, 이 역시 비각성자도 사용 가능하다.

다시 말해, 그자의 도움을 얻는다면 아주 강력한 군대를 양성할 수 있다.

설령 뒷골목 불량배 수준이라도 무기와 자본만 충분히 공급. 이후 훈련시킨다면 만만찮은 수준이 될 것이다.


극단적으로는, 안디롯 백작이 독립을 선언할 때 무기와 군사력을 미끼로 거래, 기존 남작 이상의 강력한 지위를 얻을 수 있을 수도 있다.


엘리크는 여기까지 듣고 깨달았다.


‘이 남작 대단히 위험하군.’


평범한 목적이다. 대단한 재능을 지닌 각성자의 힘으로 군대를 키워 더 큰 권세를 누리려 하는 것.

하지만 그걸 이 시국에 하는 건 다른 문제다.


“어쨌건 자네들은 그 친구를 빼돌리려는 타락자 무리만 해치워 주면 돼. 혹시 군대가 필요할까?”

“아뇨. 제 친구가 이미 그들의 본거지를 확보했습니다. 아마 장비만 있다면 충분히 쓰러트리고도 남습니다.”


해징턴 남작은 함박웃음을 지었다.


“아주 좋군! 그럼 믿겠네. 엘리크 카탄 성기사. 그러고 보니 이걸 주는 걸 잊었구만. 자네 도적 친구의 현상금이야.”

“예?”


엘리크는 두둑한 금화 주머니를 받았다. 남작은 태연히 말했다.


“아무것도 안 해줄 수는 없잖나. 일단 자네가 잡은 걸로 쳤어. 아무튼 받아서 돌아가게. 좋은 답변을 기대하지.”

“예.”


엘리크가 물러난 다음 서로 막 작별 인사를 하려는 찰나. 다급히 응접실 문을 부술 듯이 박차고 들어오는 자가 있었다.


“남작님! 큰일 났습니다! 탈옥입니다!”


해징턴 남작은 눈을 껌뻑였다.


“알고 있어. 도적 친구가 탈옥했잖아.”

“예? 아닙니다! 폭탄마 자스테 그년이 탈출했어요!”


남작은 기겁해서 반문할 수밖에 없었다.


“뭐엇? 어, 어떻게 말이냐!”

“그, 글쎄요. 저도 잘. 아마도 도적의 솜씨인 것 같은데······. 지금 저택에 불이 나고 난리도 아닙니다!”


엘리크는 자신이 뭘 해야할지 알아서 벌떡 일어나 한 치의 거짓도 말하지 않고 소리쳤다.


“이는 틀림없이 간악한 도적놈의 계략입니다!”

“뭐라?”

“저와 제 도적 동료가 타락자들을 궁지에 몰자 이곳에서 조금이라도 더 이득을 얻으려고 벌인 짓이겠지요! 그놈의 본거지는 제 친구가 알고 있을 겁니다! 당장 가보겠습니다!”


남작은 무릎을 탁 쳤다.


“아뿔싸! 타락자가 감시하고 있었던 거구나! 제기랄! 병사들을 풀어라! 그년이 도망가기 전에 도시를 봉쇄하고! 샅샅이 뒤져서 찾아내! 자네에겐 군사들을 붙여주겠다!”


엘리크는 남작의 어깨를 잡고 그윽한 눈으로 바라보며 그를 살살 두드려주었다.


“아뇨. 지금 양동작전일 수 있으니 남작님은 이곳을 지켜야 합니다.”

“으, 윽. 하지만.”

“시민들의 안전을 생각하십시오. 저희가 해결하겠습니다.”

“음······! 알겠다. 기사들을 부르고 시내에 경계를 강화해라! 타락자들이 허튼짓을 벌이기 전에 제압해야 한다!”


엘리크는 아주 다급히 밖으로 뛰어나갔다. 누가 봐도 놀라울 정도의 책임감을 지닌 정의로운 성기사였다.


“냅터! 네놈 진짜 그렇게 살다간 천벌이 내릴 거다!”


엘리크는 남작이 혹시라도 의심할까봐 황급히 달려나갔다. 남작의 저택을 떠나 시내를 질주, 그리고 난민 구역을 통과해 카탄파 아지트로 달려간다.

그리고 카탄파 아지트의 방문을 부서질 듯 열고 소리친다.


“냅터! 여기 있는 거 맞나!”


당연히 거기 있었던 냅터 잭이 무표정한 얼굴로 손을 흔들었다. 엘리크는 그를 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자기가 들고 있는 자루를 보여줬다.


“일단 남작한테 네 현상금 명목으로 금화 25개 받았다.”

“오호. 역시 엘리크군. 고맙다.”

“젠장. 대충 사정은 들었어. 그 자스테라는 여자 네가 탈출시켰나?”

“그래.”


엘리크는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잘했다. 남작은 전쟁광이야. 혼돈이 세상을 위협하고 있는 이 중대한 시국에 사람들하고 전쟁하고 무기 들고 날뛸 생각을 하다니······. 그런데 그 여자는 어디 있나?”

“네 옆에.”


엘리크가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갑자기 뒤에서 누가 달려들더니 눈을 확 가렸다.


“뭐야?!”


기겁해서 몸을 털어내자 그 작은 형체는 재빨리 움직이더니 냅터가 앉은 침대에 앉았다.

왜소한 여자였다. 인간보다 30센티는 작다. 하지만 눈빛은 살아있고 머리칼은 과도할 정도로 풍성하고 묘하게 둥글둥글한 체형. 드워프다.

그녀는 무릎을 탁탁 치면서 웃어댔다.


“캭캭캭! 이 친구 진짜 반응 재밌는데? 아주 좋아.”

“새 기술이다. 섀도로 내가 아니라 남을 숨기는 기술이지. 쓸만한가?”

“두 번만 더 쓸만했다간 놀라 죽겠다!”


그러면서도 엘리크는 예상한 듯 앞에 의자를 두고 앉았다. 자스테가 소개했다.


“반갑군. 성기사 나리. 일명 폭탄마라 불리는 자스테다. 연금술사지.”

“신의의 성기사, 엘리크 카탄이다. 일단 예상은 했지만 좀 더 물어보지. 이 여자 혹시 무죄인가? 남작이 누명을 씌워서 잡아두고 있었던 거야?”


냅터 대신 자스테가 설명했다.


“아니. 내 혐의는 다 사실이다. 폭발물에, 무기에, 기계장치 등 흉참한 물건들을 만들어다가 아무한테나 팔았고, 본의는 아니었지만 타락자들에게 물자를 공급한 적도 있지. 거기에 그걸 사람들한테 쏘고 건물을 때려부수고 다녔어. 범죄자 맞아.”

“······.”

“하지만 동시에 노마 제국에게 누명을 쓰고 동지들과 함께 제국에 대항한 혁명가기도 하지! 자네도 비슷하다며? [카테드랄]에 대놓고 개긴 파문성기사 양반.”


엘리크는 냅터에게 침묵으로 설명을 요구했다.

아무리 동료를 믿어도 하지만 냅터는 이것도 제대로 답해주지 않았다. 그저 자스테가 설명을 대신했을 뿐이다.


“자네 친구가 내 능력을 높이 사더군. 하긴, 레벨도 2에 갇혀 있는 동안에도 필사적으로 물건 만들고 하는 처지라 실력은 꽤 괜찮거든. 이 친구가 자기 수입의 절반을 주고, 연구비로도 필요한 만큼 금화를 주겠다고 하는 계약을 해서 기꺼이 함께하기로 했지.”

“네가 함께하는 이유는 설명됐지만, 왜 냅터가 널 필요로 하는지는 설명이 안 됐다. 설마 냅터. 너는 동료의 신의를 배신하고 신의를 지키라고 요구하는 건 아니겠지? 이유가 뭐냐.”


엘리크는 의심한다기보다는 기대한다는 듯 물었다. 냅터는 당연히 해명이 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저런 문제가 있지만 가장 중요한 부분이 겹치는 관계로 함께하기로 했다.”

“가장 중요한 부분?”


자스테는 자신의 꿈을 당당히 선포한다.

참으로 이루기 힘든, 누군가는 해야 하는 그것.


“난 이 썩어빠진 노마 제국과 부패한 귀족들을 싹 다 뒤엎고 건전하고 새로운 나라를 세울 거다!”

“!”

“당연히 사람들을 위협하는 혼돈의 세력도 마찬가지야. 그놈들도 다 제거하고 진정 모두가 자유롭게 다니는 나라를 만들고자 난 기꺼이 무법자가 됐지. 뭐 겸사겸사 돈도 벌고. 어떤가 성기사 나리. 난 돈 받은 만큼은 확실히 일해줄 건데. 당신은······내게 신의를 지켜줄 생각이 있나?”


엘리크는 잠시 침묵했다.


“솔직히 널 믿진 않아. 레지스탕스라는 이름으로 이런 대참사를 일으키다니.”

“저택에 불 지르고 난리 피운 건 이 친구가 한 거야.”

“그럴 것 같긴 했다······.”


갑자기 분위기가 숙연해졌다.


“하지만 네가 나를 믿고, 내 친구가 널 보증한다. 그렇다면 내가 의심하는 것이 도의에 어긋나는 거겠지.”


냅터 잭은 도적다운 비릿한 미소를, 자스테는 아주 활짝 이가 드러나도록 웃었다. 이빨이 몇 개 빠져 있어서 대단히 빈곤한 인상이었으나, 한치의 부끄러움도 없는 듯했다.


“협의가 됐으면 좋다. 엘리크. 이제부터 한 팀이다. 가장 먼저, 자스테의 동지들을 해방하지. 그리고 헤징턴을 싹 뒤엎어버리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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