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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근남 님의 서재입니다.

게임 속 무법자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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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근남
작품등록일 :
2023.12.01 09:37
최근연재일 :
2024.03.18 03:51
연재수 :
3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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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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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5
글자수 :
198,079

작성
24.02.28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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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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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4화. 뒷골목 제패

DUMMY

어쨌든 다음날이 됐다. 난 엘리크에게 책무를 다할 때가 됐다.


“그럼 이제 내 일은 해결됐으니 네 일을 하지.”

“좋다. 뒷골목으로 바로 가는 거군.”


그렇게 해서 둘이서 뒷골목으로 가자 예상치 못한 인물이 있었다.

바로 엘리크가 도운 꼬맹이들이었다. 받은 돈으로 음식을 사 와서 먹는지 아주 잔치판을 벌이고 있었다.


“어? 형! 무슨 일이세요?”


그러게. 따지자면 멋있게 퇴장했는데 어쩌다 보니 동료 퀘스트가 이 도시에서 하는 거라서 이틀만 자고 돌아왔다. 어쨌든 중요한 건 아니었다.


“여기서 맥거른 다음으로 강한 패거리가 누구니?”


꼬맹이는 친절하게 설명해주었다.


“맥거른 말고는 뒷골목에는 제니스랑, 이녹이랑, 테라즈 정도? 맥거른이 가장 약하고 제니스, 이녹, 테라즈 순서대로 셉니다. 테라즈 놈은 남작님 밑에서 일하는 걸로 압니다.”

“혹시 그중에서 수상한 놈은 없었니? 열등감 같은 걸 느끼든가, 힘을 과도하게 탐하든가.”


엘리크가 상냥하게 묻자 이 꼬맹이는 애들을 보고 쑥덕거리더니 조용히 와서 속삭였다.


“제니스는 그저 맥거른 패거리의 구역을 차지하려고 하고 있고. 테라즈 놈은 출세하려는 생각으로 가득하지만 귀족의 사병이 되고 싶어하는 것 같으니, 가장 수상한 건 이녹입니다. 오히려 이 상황에 잠잠한 게 수상해요.”

“그렇군. 그러면 이녹부터 조사해야겠어.”


그러면 안 되지. 난 순박한 엘리크에게 고개를 저었다.


“제니스부터 간다.”

“왜?”


난 설득할 말을 고르다가 적당히 골랐다.


“잊었나? 난 [신디케이트] 소속이다.”

“음. 그렇군. 뭔가 들은 게 있는 건가.”


그렇게 엘리크는 날 따라왔다. 제니스 패거리의 위치는 모르지만 상관없다.

꼬맹이 말대로라면 제니스 패거리는 지금 맥거른의 구역을 차지하려고 넘어왔을 테니까. 엘리크는 맥거른 패거리의 구역 위치는 알았다.


처음 보는 기세등등한 불량배들이 골목에서 자리를 차지하고 시시덕대고 있었다.


“말 안 해도 알겠군. 저놈들이 제니스 패거리다.”

“합의했던 대로 주의 끌기를 부탁한다.”

“그래. 저번에 신물나게 했다.”


난 다트를 집어던졌다. 한 놈의 모가지가 꿰뚫리고 쓰러졌다. 시시덕대던 놈들이 놀라 이쪽을 바라본다.


“뭐하는 놈들이냐!”

“아니 너 진짜 뭐하는—”


엘리크가 놀라건 말건 나는 당당히 나서서 외쳤다.


“이제부터 이 구역은 우리 카탄파가 접수한다!”

“카탄파?”

“카탄파?!”


난 그리고 파문성기사 엘리크 카탄의 어깨를 툭툭 두드려 주었다.


“우리 두목인 엘리크 카탄 형님은 전직 성기사다! 네놈들 제니스 일당 따위는 전부 한 방이지!”

“뭣이라?!”

“어이 냅터?!”

“저 두목이란 새끼는 왜 놀라?”


난 엘리크의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그럼 잘 부탁한다. 제니스의 모가지를 따고 오겠다.”

“아니. 냅터. 야!”


난 소란을 듣고 제니스 패거리 수십 명이 몰려드는 걸 엘리크에게 떠넘기고 주의가 팔린 사이 그림자 속으로 숨어들었다.

괜찮다. 봤겠지만 성기사 존나 세다. 성기사는 맞으면서 패고 자가치유하면서 다 때려눕히고도 남는다.


“덤벼! 고작 한 명이야!”

“에라 모르겠다······! 와라—!”


엘리크는 전신에서 아우라를 내뿜고 그들에게 달려들었다. 역시 성기사. 불량배들이 추풍낙엽처럼 쓰러졌다.

뭐, 사실 마물보단 사람이 좀 세서 다굴당하면 죽을 수도 있긴 한데 혹시라도 죽으면, 우리 인연은 여기까지였던 거지.

어쨌든 난 주의가 팔린 사이 제니스의 재산을 털고 모가지를 딸 수 있고, 고결한 성기사 엘리크 카탄의 유지를 이어 [카테드랄]의 부패를 조사하면 된다.


“냅터! 이 저주받을 자식아! 이러고도 성과가 없으면 네놈에게 맹세코 천벌이 내릴 거다!”


주의 잘 끄는군. 어그로란 어그로는 다 저기로 끌린 사이 난 제니스를 찾아다녔다.


푹찍!


혼자 돌아다니던 제니스네 똘마니의 가슴을 찌른다.

은신해서 지나가는 게 편하지만 기회가 있는데 경험치를 안 올리면 손해다.

대신 느긋하게 주머니 뒤지고 파밍할 시간은 없다.

시간도 자원. 돈이라는 자원에 눈이 멀어서 시간을 낭비하는 건 좋은 게이머의 자세가 아니다.

나는 단검을 뽑고 신속히 이동했다. 머지 않아 찾아낼 수 있었다.


“누님! 미친놈이 지금 우리 애들을 수십 명씩 때려잡고 있습니다! 당장 와주셔서 손을 봐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제니스는 여자였나? 하긴 이름도 여자 같긴 하고. 근육질에 흉터 난 여자 불량배가 그 보고를 듣고 황당해서 되물었다.

아마도 각성자다.


“뭐야? 이녹 놈이냐?”

“아닙니다! 일단 카탄파라고 하는데. 아무튼 혼자서 수십 명을 상대하니 저희로선 당해낼 수가 없습니다!”

“알겠다. 가자!”


대충 연장과 장비를 챙겨서 부하들과 움직이는데 난 조용히 그 뒤에 바로 따라붙었다.

몸이나 손바닥이 아니라 내가 쥔 단검에 섀도를 둘렀다. 그림자를 휘감은 단검이 얼룩졌다.

이윽고 부하들을 구하러 갈 생각으로 가득한 제니스의 등에 그대로 단검을 쑤셔 박았다.


“억!”

“누님?”


단검에 섀도를 휘감고 찌르자 제니스는 맥없이 쓰러진다.


당연하다. 각성자라고 한들 가죽 방어구 하나로 강화된 내 [암습]에 버틸 수 있을 리가 없다.

기습 판정, 확정 치명타, 암습 정신 피해 다 더하면 나름 쎈 각성자라도 단검 한 방이다.


“네놈 새끼 뭐야!”


정예한 불량배라고 할지, 제니스의 똘마니들이 덤벼든다. 나는 다른 기술을 발동했다.

[흐릿해지기]. 적들의 공격은 기이하게도 내 몸을 피해서 지나간다.


이제 단검으로 충분하다. 고블린 산채에서 있었던 일의 재림이다.

이놈들은 고블린보다 강하지만 그렇다고 열 배 스무 배 강하지 않다. 적들의 공격은 나를 스치지도 못한다. 나는 [회피] 경험치도 올릴 겸 능력을 아낌없이 쓰면서 적들을 도륙냈다.


도살이나 다름없는 작업 끝에 남은 건 두 명.

난 마무리 작업하듯이 이 나머지 두 명도 죽이려고 했는데 이놈들이 또 이상한 짓을 했다. 그냥 넙죽 엎드린 거다.


“혀, 형님! 제가 존안은 못 뵙지만 사죄드리겠습니다. 목숨만 살려주십시오!”

“예! 제니스 년 밑에서 일하는 것도 좆같았습니다! 한 번 기회만 주시면 제가 진정한 주군을 위해서 이 한 몸······.”


스걱!


“으아아악! 왜?!”


아니 왜냐니······. 구차한 변명 굳이 들어줄 것도 없고 말 그대로 도움 될 것 같지도 않아서?


항복이 실패한 이상 어쩔 수 없다며 덤벼들 줄 알았는데, 남은 한 놈은 오줌을 지리면서 살려달라고 벌벌 떨었을 뿐이었다.

뭔가 양심을 찌르는 이 상황에 판단이 안 서서 조용히 물었다.


“너 사람을 죽인 적 있나?”

“예! 물론이죠!”

“강도짓은?”

“그게 본업입니다!”

“어린애 하나 납치해올 수 있어?”

“그게 뭐가 어렵다고 못하겠습니까!”


푹찍!


다행이다. 나쁜 새끼니까 죽여도 성향치 떨어질 일 없다.

그렇게 해서 난 제니스와 그 휘하 불량배들을 다 처리하는데 성공했다.

회피술을 연마하고 싶지만, 시간을 오래 끌기 어렵다.

유감스럽게도 탈착형이 아니었기에 난 제니스 모가지를 단검 가지고 힘들게 분리한 다음 한바탕하고 있을 카탄파 두목에게 갔다.

그런데 난투극이 벌어지는 중이라면 으레 있어야 하는 소란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엘리크 설마 불량배들한테 맞아 죽었나?


혹시나 해서 가보니 엘리크는 수십 명의 불량배들을 때려눕혀서 한쪽에 고이 눕혀두고 나머지 열 명 정도는 무릎 꿇고 넙죽 엎드리게 한 상태였다.

어라? 그런데 한 명도 안 죽인 거야? 실수로라도 죽일 수 있을 텐데 진짜 한 명도 안 죽였다. 신기하군. 자비를 베풀었나. 착한 친구는 맞네.


“대단하군. 두목. 벌써 이놈들을 굴복시키다니.”

“누가 두목이야. 냅터. 그래서 성과는 있었나?”

“여기 제니스의 목이다.”


이 엄청난 전과에 엘리크는 썩은 표정이 됐다. 뭐지. 부하의 전공을 시기하는 건가.


“제니스 일당이 혼돈의 세력과 결탁한 증거 말이다.”

“얘들 그거랑 원래부터 관계없었다. 죽을 때 손도 못 쓰고 죽은 걸 보면 확실해.”

“아니 야. 그럼 제니스 일당은 왜 잡으러 왔어?”


그야 동료도 생겼겠다. 계획에서 큰 그림을 그리려면 뒷골목을 먹어두는 게 편해서.


“어이. 냅터. 똑바로 말해. 왜 관계도 없는 동네 불량배를 잡으러 온 거냐. 난 자네가 혼돈에 맞설 줄 알고 동료로 받으려 한 건데?”


난 구체적인 사정을 설명하기 힘들어서 그냥 밀고 나갔다.


“이유가 필요한가.”

“뭐?”

“말마따나 범죄로 살아가는 동네 불량배다. 그런 범죄자를 퇴치하는 데는 이유가 필요하고, 파문성기사의 누명을 벗기는 일에는 이유가 필요 없나?”


엘리크의 얼굴이 당혹감에 물들었다.


“하지만 거악(巨惡)에 맞서는데 굳이 이런 사소한 놈들 상대로 소란을······.”


참고로 선행에 우선순위 두는 거 선한 거 맞다. 의사도 사람 목숨 살릴 때 그렇게 순서 정해서 하거든.

그렇게 설명하던 엘리크 뒤에서 갑자기 꼬맹이가 끼어들었다.


“잠시만! 카탄 두목님! 봐주십쇼!”

“두목?! 아무튼. 왜 그러니?”

“자, 잘은 모르겠지만 저 형님이 제니스를 해치운 덕분에 살았습니다. 맥거른이나 제니스나 똑같은 놈들이니까요!”

“그럼 설마, 너 얘들 도우려고 제니스 패거리를 잡으려고 한 거냐?”


엘리크는 깜짝 놀라 나를 돌아봤다. 그와 동시에 말을 꺼낸 꼬맹이와 그보다 어린 꼬맹이 여럿이 엄청난 시선으로 나와, 내 손에 들린 제니스의 모가지를 노려봤다.


이거 진짜 뭐지.

이 게임 분명 이렇게 쉬운 게임 아닌데. 플레이어가 어떻게 착한 일 해보려고 해도 막 구해준 놈이 사실 나쁜놈이여서 결과적으로 세상에 재앙을 불러일으키는 억지 개연성으로 가득한 게임인데.


그래서 지금 거꾸로 하는 건가? 무법자로 살아보려니까 그렇게 험하고 막나가게 살지 말라고 막 살아도 세상이 날 칭찬해주고 막 정당화해주는 건가?

아니면 그냥 로그라이크 게임 특유의 초반 운빨이 지금 좀 유독 심하게 모인 건가?


모르겠다. 대충 넘어가.


“······뭐. 마음대로 생각해라.”


할 말이 없어서 그렇게 말하니 이놈들은 또 알아서 해석했다.


“형님······. 쑥쓰러우신가 봅니다.”

“그런 거였나···. 냅터. 네겐 세상을 구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게 있었군.”


그래도 기분은 좋구만. 굳이 착하게 플레이하려면 공손하게 대하고 황태녀에게 아첨하고 막 그래야 하는데 오히려 막나가니까 세상이 나에게 맞춰주고 있어.

그러니 대충 그런 걸로 치자. 나는 대충 돌발행동을 무마할 겸 엘리크에게 다가가 말했다.


“네 누명을 풀어주는 일의 보수는 이걸로 받겠다.”

“그렇군. 하긴. 저번에 말했듯이 내 개인적인 누명을 벗기는 일은 자네와 상관없는 일이지. 좋다. 이런 일이라면 기꺼이 협력하겠다.”


엘리크는 보다 친근한 표정이 되어서 내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나도 역시 엘리크의 어깨를 두드리고 말했다.

그리고 넙죽 엎드려 있던 불량배들에게 선언했다.


“우린 이제부터 뒷골목 최강의 테라즈 패거리를 소탕하러 간다! 카탄파에 들지 않을 놈이 있다면 당장 밟아줄 테니 나와라!”


대충 훈훈한 분위기였던 꼬맹이와 엘리크가 재차 경악해서 쳐다봤다.


“형님!”

“야 냅터?!”


【북부 대혁명】 작전을 위해서는 군사력이 필요하다. 뒷골목 난민 불량배라도 지금 쓸 수 있는 유일한 군사력이니 지금 패거리를 모아야 해.

딱 좋네. 카탄파. 이 엘리크 카탄을 중심으로 한 번 반란군 만들어보자. 한 번 카테드랄도 배신한 놈이니까 쉬울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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