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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네딧 님의 서재입니다.

내 친구의 첫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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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이네딧
작품등록일 :
2021.10.11 12:36
최근연재일 :
2022.07.21 20:30
연재수 :
129 회
조회수 :
7,730
추천수 :
167
글자수 :
658,878

작성
22.01.04 22:05
조회
39
추천
1
글자
11쪽

42화. 우산녀

DUMMY

진호는 뒤돌아 직원과 눈을 마주치며 말한다.


“어, 고맙다. 나 너무 피곤하다.”


진호의 어깨를 주무르던 직원은 강 팀장과 눈이 마주치자,


살며시 자리를 피하며 자기 책상에 앉는다.


진호가 책상에 엎드려 눈을 감자.


강 팀장의 목소리가 사무실 안에 울려 퍼진다.


“자! 자! 5분 후에 대회의실에서 전체 회의하니까 모두 대회의실로 모이세요.”


진호는 강 팀장의 말을 무시하고 엎드려서 말한다.


“야. 왜 주무르다 말아. 왼쪽 어깨 좀 더 주물러 봐.”


어느새 진호 뒤에는 강 팀장이 다가와 서 있다.


진호 말에 강 팀장은 어깨를 주무르기 시작하고.


눈감고 엎드려 있는 진호는 말한다.


“아우 시원하다. 강 팀장 저건 머릿속에 5가 딱 붙어있어. 뭐만 하면 5분, 5분. 아 진짜 5 지겹다.”


강 팀장은 어깨 주무르는 걸 멈춘다.


진호는 엎드린 채 말한다.


“난 힘들어서 회의는 못 할 것 같다. 야, 왜 자꾸 멈춰. 좀만 더 주물러줘.”


아무 대답도 없고, 어깨도 주무르지 않자,


진호는 무거운 몸을 일으켜 뒤를 보며 눈을 뜬다.


진호 눈앞에 강 팀장이 썩은 미소를 하고 내려다보고 있다.


놀란 진호가 벌떡 일어나려고 하자,


강 팀장은 진호의 어깨를 양손으로 누르며,


의자에 그대로 앉히고 말한다.


“어깨도 다섯번 주물러서 끝난 거야. 오 연구원 회의 못 한다고?”


“아닙니다.”


절도있게 대답하고 일어나려고 하는 진호의 어깨를 다시 누르는 강 팀장.


진호의 귀에 입김을 불며 말한다.


“회의 전에 방송국 영상 인터뷰 있는데. 니가 좀 하고 와. 알았지?”


“인터뷰는 팀장님이 하시기로···.”


“나 카메라 울렁증이 있어서, 못해. 곧 영상 전화 올 거니까. 힘내자, 파이팅!”


강 팀장은 말을 끝내며,


손가락을 화상 회의실 방향으로 가리킨다.


진호의 시선이 화상 회의실에서 정지하며 고개를 끄덕거리자,


강 팀장도 고개를 끄덕 한번하고 대회의실로 걸어간다.


진호는 책상에 엎드려 중얼거린다.


‘친구들하고 영상통화만 잘하더라. 맨날 셀카 찍으면서 갑자기 카메라 울렁증은.···”


“오진호!”


강 팀장의 다정하지 못한 음성에 진호는 스프링이 튕기듯 벌떡 일어나 노트북을 챙겨 들고,


화상 회의실로 향한다.


“옙! 가고 있습니다.”



***



나희는 거실 소파 앞에서 허리를 숙이며 스트레칭하고 있다.


목욕 가방을 손에 든 소민은 마루와 아띠 데리고 거실로 들어온다.


마루와 아띠는 경쟁이라도 하는 듯 달려와 소파 위로 점프해 올라가 몸을 숙인 채 스트레칭을 하는 나희를 구경한다.


나희가 움직일 때마다 마루와 아띠의 머리도 함께 움직인다.


소민은 목욕 가방을 화장실에 넣고 나와 식탁 의자에 앉아 스트레칭하는 나희에게 하윤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넌 왜 쌀쌀맞게 그냥 들어가? 애 보기보다 착하더구만.”


나희는 앉은 자세에서 손을 뻗어 발바닥을 잡고 말한다.


“담배 피러 나갔는데. 마당 구석에 사람이 있어서 졸라 깜짝 놀랐어.”


소민은 유연하게 몸을 움직이는 나희를 바라보며 말한다.


“목욕 가방은, 나희 니가 갔다 준거야?”


나희는 몸을 일으켜 소파에 앉아있는 마루와 아띠를 덮치며 격하게 끌어안고 냄새 맡는다.


소민의 물음에 대답을 하는 건지,


마루와 아띠의 냄새를 음미하는 소린지 알 수 없는 신음 소리를 낸다.


“흠음.”


아띠가 나희 품에서 빠져나와 소민에게 달려오자,


소민이 아띠를 끌어안는다.


“목욕 가방까지 갔다 줬으면 그렇게 놀랠 일도 아니잖아.”


나희는 소파위에 삐딱하게 누워 황당한 표정으로 소민을 보며 말한다.


“니가 왜 내 심장이 놀래는 것까지 놀래라 마라야. 진짜, 졸라 깜짝 놀랐다니까.”


소민은 한쪽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내리고,


궁금한 듯 묻는다.


“치. 쟤 2층에 있는 건 어떻게 알고?”


나희는 마루를 가슴에 품고 소파에서 일어서며 말한다.


“어젯밤에 우리 들어올 때. 2층 베란다에서 마당을 바라보고 있더라고. 이 집에 긴 머리가 없는데, 머리를 축 늘어트리고 바라봐서 어젯밤에도 놀랬구만. 나 술 안 취했으면 어젯밤에 마당에서 기절했어. 진호 화장실이야, 뻔하잖아 비누, 샴푸, 면도 거품 밖에 없는 거. 혹시 몰라서 2층 문 앞에 놓고 왔지.”


소민은 아띠를 바닥에 내려 놓고,


냉장고에서 방울토마토를 꺼내 싱크대 수도꼭지를 열어 씻기 시작한다.


“나한테는 얘기도 안 하고, 친절도 하다. 쟤 아침 먹고 가라고 했더니, 콜 한 택시 왔다고 그냥 가네. 그리고 아침은 안 먹는데. 날씬한 덴, 다 이유가 있어. 대화해보니까, 애 착하다. 이쁜게 착하기까지 하고, 짜증 나지 않니? 그나저나 진호가 완벽한 여자, 완벽한 미래, 노래를 부르더니. 완전 땡잡은 것 같애. 강아지도 엄청 좋아해. 동물 좋아하는 사람치고 나쁜 사람 없잖아. 알지? 가게에도 한번 놀러 온대. 이쁜게 붙임성까지. 근데···.”


말하던 소민이 수도꼭지를 닫고,


무언가 생각난 듯 돌아서 나희를 바라보며 말한다.


“나희야. 근데 쟤 한 학기도 안 다녔다는데. 어떻게 스쿠터를 기억하지?”


“그러게···.”


나희는 무덤덤하게 말하고,


강아지 목줄을 가져와 마루와 아띠에게 목줄 채운다.


소민이 씻고 있던 방울토마토를 입에 넣고 우걱우걱 씹으며 말한다.


“산책시키려고? 함께 가자. 나 씻지도 않았는데. 잠깐 기다려.”


“너. 아침부터 말 많이 해서 배고프지? 천천히 먹고, 준비해서 나와.”


나희가 마루와 아띠를 데리고 현관문 열고 나간다.



***



모자를 눌러쓴 하윤은 택시 뒷좌석에 앉아 피곤한 눈빛으로 창밖을 보고 있다.


흰머리가 희끗희끗 보이는 60대 초반의 택시 기사는 입을 꾹 다문 채 운전 중이다.


택시가 신호등에 정차할 때면 휴대전화 거치대에 걸려있는 전화기 화면에 나오는 TV 뉴스에 심취한 듯 눈을 깜빡이며 바라본다.


TV 뉴스는 어젯밤 소청도 부근에서 발생한 지진 소식이 이어진다.


백 팩에서 휴대전화를 꺼내 전원을 켜는 하윤,


진호에게 카톡을 남긴다.


1 진호야


1 연락없는 거보니까 많이 바빴나봐


1 나 지금 집에 가는 길이야


하윤은 혹시나 하고 대화 창 닫지 않고 바라본다.


하지만 1은 사라지지 않는다.


하윤은 휴대전화를 백 팩에 넣고,


택시 속도에 따라 지나쳐가는 창밖 도시의 아침 풍경으로 시선을 돌린다.


속도를 내며 달리던 택시가 신호등에 멈추자.


아침 시간 거리를 걷는 사람들을 바라보던 하윤의 시선을 분홍색 비너스 스쿠터가 택시 옆으로 다가와 막아선다.


분홍색 비너스 스쿠터 위에는 헬멧을 쓴 여성 두 명이 대화하며 택시와 함께 신호 대기를 한다.


하윤은 옆에 서 있는 분홍색 비너스 스쿠터를 바라보며 과거를 회상한다.


*


어린 하윤은 또래들보다 키가 작고 마른 가냘픈 체구다.


중학교 3학년 겨울방학이었다.


하윤이 학원 수업을 끝내고 나오자,


어두워진 거리에 겨울비가 내리고 있었다.


잃어버린 장갑을 사기 위해 투명 우산을 꺼내 들고 학원 건물 건너편 1층에 있는 아트박스에 들어갔다.


털장갑을 고른 후 계산하고 나왔다.


겨울비가 진눈깨비로 바뀌며 도로가 질퍽거렸다.


우산을 든 사람들 사이를 걷던 하윤은 많은 사람들을 피해 걷는 게 힘들다.


그래서 평소에 다니지 않았던 빌딩 뒤 좁은 골목으로 돌아간다.


빌딩 앞 많은 사람들이 거리를 채운 것과 달리,


빌딩 뒷길은 하윤의 예상대로 한적하다.


작고, 약한 하윤은 집에 빨리 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하윤이 투명 우산을 들고 빠른 걸음으로 걷는데···.


가로등 불빛이 닫지 않는 어둠 속에서 진눈깨비를 맞고 있던 남자 고등학생 3명이 하윤에게 다가와 고의로 부딪친다.


진눈깨비가 내려 질척이는 길 위에 힘없이 철버덕하고 쓰러지는 하윤.


남자 고등학생들이 하윤 손에 들린 투명 우산을 잡아 빼앗았다.


“아악! 왜 그래요?”


소리치는 하윤의 입을 고딩 1이 손으로 틀어막으며 위협했다.


“이 씨발, 소리치면 칼로 얼굴을 확 그어버린다.”


하윤은 눈앞이 흐려지면서 두려움에 몸이 굳는다.


고딩 3이 주위를 살피며 망보고,


고딩 2는 하윤의 주머니에서 휴대전화와 지갑을 꺼낸다.


손발이 척척 맞는 걸 보면,


고딩 1, 2, 3은 한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니다.


어린 하윤은 말을 할 수도 움직일 수도 없어 속수무책이다.


하윤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고딩 1, 2, 3이 재빨리 하윤의 물건을 챙기는데···.


“야! 니들 뭐야??”


허스키한 여자 목소리가 남자 고딩들의 행동을 멈추게 했다.


남자 고딩 1, 2, 3과 하윤은 허스키한 여자 목소리를 따라가 바라봤다.


가로등 불빛 아래 제법 키가 큰 여자가 짝다리를 짚고 서 있었다.


모자는 얼굴이 보이지 않게 푹 눌러썼고,


네 명쯤은 비를 피할 수 있을 것 같은 커다란 우산을 들고,


모자챙에 가려 눈은 보이지 않지만,


남자 고딩들을 매섭게 노려보고 있는 것 같았다.


고딩 1, 2, 3은 키가 큰 여자에게 쌍욕 하며 가던 길 가라고 협박했다.


하윤은 고딩 1, 2, 3의 욕을 듣고 여자가 가던 길을 갈까 봐 불안한 마음이 밀려왔다.


눈앞에서 영화나 드라마에서 봤던 장면을 직접 보게 된 것이다.


‘제발 도와주세요. 살려주세요’ 마음속으로 간절하게 소리쳤다.


하윤의 간절함에 목소리가 허스키한 여자는 커다란 우산 접어 돌돌 말아 고정 단추 채우더니,


뒤를 돌아 하늘을 바라봤다.


그냥 돌아가는 우산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하윤은 호흡할 수가 없었다.


숨이 멎어 죽을 것 같았다.


고딩 1, 2, 3은 우산녀에게 비아냥거리는 욕을 하며 킬킬거렸다.


하윤의 몸이 아이스크림처럼 녹아 땅바닥에 스며드는 느낌이 드는 그 순간.


우산녀가 하윤과 고딩을 향해 뒤돌아보며 말했다.


“이런, 씨발 새끼들. 니들 때문에 비 다 맞잖아.”


찰진 욕이 고딩 1, 2, 3에게 날아왔다.


고딩 1, 2가 우산녀에게 달려들었고,


고딩 3은 우산녀의 패기 때문인지 멈칫거렸다.


커다란 우산을 손에 쥔 키가 큰 여자가 가로등 불빛을 등지고,


‘부웅’ 하고 날아올라 고딩 1의 머리에 ‘퍽’ 소리와 함께 베기를,


착지 후 재빠르게 한 바퀴 돌아 고딩 2의 사타구니에 찌르기를 선물하자,


고딩 1은 쓰러져 머리에 불이 나게 손으로 비벼대고,


고딩 2는 포경수술을 끝내고 걷는 자세로 사타구니를 잡고 뒤뚱거리며 걷더니 바로 넘어졌다.


순식간에 벌어진 상황에 고딩 3이 입을 쩍 벌리며 도망치다가 스스로 넘어지더니,


길이 미끄러워서인지 코끼리를 만난 사자처럼 놀란 눈으로 네발로 기어서 도망쳤다.


우산을 든 여자가 고딩 1과 고딩 2의 머리 정수리에 우산을 세워 들어 그대로 꽂았다.


그건 당구 300점 이상만이 할 수 있다는 맛세이었다는 걸, 하윤은 시간이 지나 알게 됐다.



정수리에 맛세이를 정확히 꽂아 마무리하는 우산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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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40화. 혼자 남겨진 하윤 22.01.01 44 1 12쪽
40 39화. 규모3.6 지진 21.12.30 57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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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33화. 중2 때 기억 21.12.19 44 1 11쪽
33 32화. 우리 만남은 우연이 아니야 21.12.18 45 1 11쪽
32 31화. 데자뷰 21.12.16 54 2 11쪽
31 30화. 광고 모델 에이전시 21.12.14 53 2 12쪽
30 29화. 중2 때 약속 21.12.12 55 2 11쪽
29 28화. 올림픽 펜싱 금메달 리스트 21.12.09 51 2 11쪽
28 27화. 친구와 키스하고... 21.12.07 66 2 11쪽
27 26화. 오징어 두 마리 21.12.05 60 2 11쪽
26 25화. 첫 키스 21.12.02 71 2 11쪽
25 24화. 술 취해서 도대체 무슨 말을 한거지? 21.11.30 51 2 11쪽
24 23화. 헤어진 사이인데... 뭐? 쿨하게? 21.11.28 48 2 11쪽
23 22화. 운명의 장난 21.11.25 55 2 11쪽
22 21화. 다시 만난 도나희와 민규혁 21.11.23 62 2 11쪽
21 20화. 연극 '내친구의 사랑' 연습중 21.11.21 70 2 11쪽
20 19화. 오늘 하루가 왜 이렇게 길지? 21.11.19 67 2 11쪽
19 18화. 도나희 바이러스 21.11.18 62 2 11쪽
18 17화. 브라더 어디가?? 21.11.16 70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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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14화. 양꼬치는로터리앞골목래래향이최고야 21.11.10 86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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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2화. 대학로 뭉크는 건치였다 21.11.05 114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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