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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네딧 님의 서재입니다.

내 친구의 첫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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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이네딧
작품등록일 :
2021.10.11 12:36
최근연재일 :
2022.07.21 20:30
연재수 :
129 회
조회수 :
7,598
추천수 :
167
글자수 :
658,878

작성
21.12.28 22:00
조회
65
추천
1
글자
11쪽

38화. 뜨거운 키스

DUMMY

진호의 아버지와 나희 아버지는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시골 친구 사이다.


옆집에서 한 달 차이로 태어난 두 사람은 어릴 때부터 서로 잘 통했고,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함께 붙어 다녔다.


꿈을 향해 각자 다른 대학에 입학했고,


진호 아버지는 사회복지 공무원을 나희 아버지는 연극 연출을 하게 됐다.


평생 친구가 되자는 두 사람은 비슷한 시기에 결혼하게 되는데,


진호 아버지는 미술 교사와 나희 아버지는 영화 미술 감독과 결혼했다.


대학로에서 연극 연출하며 성북동에 살고 있던 나희 아버지의 제안으로 진호 아버지와 함께 성북동에 2층 주택을 짓게 되었고,


1층엔 나희 부모님이 2층엔 진호 부모님이 함께 살게 됐다.


그렇게 3년이 지나고, 5월에 나희가 8월에 진호가 태어났다.


진호와 나희는 남매처럼 함께 살았다.


진호와 나희 부모님은 진호와 나희가 태어나기 전,


인도네시아에 술라웨시섬으로 봉사 활동을 갔었다.


거기가 바로 바자우족이 살고 있는 바닷가 마을이었다.


두 부부는 술라웨시 섬에서 봉사 활동을 하며 바자우족 사람들과 약속한다.


60살이 되기 전 이곳에 학교를 만들어 바자우족 아이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주겠다고.


그 약속의 날은 어느 날 갑자기 찾아왔다.


작년 봄 이맘때였다.


화단에 있는 라일락 꽃향기가 마당 안을 가득 채운 날.


평상에 앉아 차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던 진호와 나희 부모님들이 올해 안에 인도네시아를 가지 않으면 평생 갈 수 없을 것 같다며 약속을 지키기 위해 인도네시아로 떠나겠다는 갑작스러운 결정을 내린다.


부모님들에게 어릴 때부터 항상 들어왔던 말이지만 진호는 황당했고,


나희는 부모님을 응원했다.


아니 나희는 속으로 좋아했을 것이다.


그렇게 착착 준비를 끝낸 부모님은 집만 남기고 모든 걸 정리하고 인도네시아 술라웨시섬으로 떠났다.


그렇게 1년이 흘렀고,


진호는 2층에 나희는 1층에 살고 있다.


작년 찬 바람이 불던 늦가을이었다.


진호가 저녁밥 대신 핵불닭볶음면을 끓이는데,


인터폰 벨이 울렸다.


오래된 인터폰은 분명 건전지가 닳아 소리를 내지 않았는데,


신기하게도 울렸다.


도나희는 인터폰을 받고 밖으로 뛰어나갔고,


나희와 함께 나희의 중학교 때 펜싱 라이벌이자,


고등학교 친구인 소민이 강아지 아띠와 캐리어를 끌고 집으로 들어왔다.


나희는 소민에게 아무것도 묻지 않았고,


그렇게 세 사람이 지금 살게 됐다.



*



진호의 대답이 끝나자.


어느덧 진호가 살고 있는 2층 주택 앞에 진호와 하윤이 서 있다.


하윤은 대문 앞에 다가가며 말한다.


“여기가 진호 집이구나? 들어가도 돼?”


하윤의 적극적인 말에.


진호는 속으로 ‘야, 그러려고 분위기 꽉 잡고 왔는데. 오예~ 작업 끝. ’ 쾌재를 부른다.


표정 관리가 안되는 진호는 소리 나지 않게 침을 꿀꺽 삼키고 부드럽게 톤을 낮춰 말한다.


“어, 그래. 들어갈까.”


진호가 주택 철 대문 열 자,


금속성 소리가 조용한 마당 안에 울려 퍼진다.


진호의 뒤를 따라 하윤이 마당에 들어온다.



**



집 앞 가로등 불빛이 담에 가려 담 그림자가 1층을 가운데부터 자른 것처럼 비춘다.


담에 가린 1층 아랫부분과 화단과 마당은 어둡다.


1층 현관문 안에서 강아지 짖는 소리가 들린다.


마루와 아띠다.


강아지들 소리에 하윤이 진호의 눈을 바라보며 질문하듯 눈을 크게 뜨자.


진호가 대답한다.


“좀 전에 그 친구들이 키우는 강아지들이야.”


“아~.”


“마루야, 아띠야. 형이야.”


진호가 현관문을 향해 인사하자,


마루와 아띠는 기다리던 나희와 소민이 아닌 걸 알고 방으로 들어갔는지 조용해진다.


강아지 소리가 멈추자,


진호는 민망한 듯 마루와 아띠를 다시 불러본다.


“마루야~ 아띠야~”


하윤은 신기한 듯 말한다.


“어머. 주인이 아닌 걸 바로 아네.”


“저러는 거 보면. 주인들보다. 더 똑똑해.”


진호가 대답하고,


서먹서먹한 분위기 속에서 대화를 이어간다.


“우리 부모님이나 나희 부모님이 좀 특이한 건 알았지만. 젊을 때 했던 약속을 위해서 이렇게 갑자기 떠날 줄 몰랐어. 근데 나희는 예상이라도 했던 것처럼, 기다렸다는 듯이 응원해 주고. 난 사실 많이 놀라고 서운했는데. 어린애가 아니니까 받아들였지. 1층엔 나희랑 친구 소민이가 살고, 난 2층에 살아.”


진호는 두 악마 나희와 소민이 집에 오기 전에 빨리 2층으로 올라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지만 ‘빨리 2층으로 갈까?’ 말했다가 하윤 입에서 ‘진호 너 그런 사람이야?’라는 말이 나올 것

같아서 말하지 못하고 손을 떨며 몸을 배배 꼰다.


진호 말을 듣고 고개 끄덕이며 마당을 살피는 하윤은 어둠 속에서 향기로운 라일락 향기에 아늑함을 느낀다.


“집에 들어오니까 왠지 편안하다. 라일락꽃향기네?”


진호가 휴대전화 라이트를 켜 화단에 있는 라일락 나무에 비추자,


보랏빛 라일락꽃들이 발룽발룽 꽃망울을 터트리고 있다.


“응, 며칠 전부터 꽃이 하나둘 펴기 시작했어.”


하윤이 라일락 꽃망울에 코를 가까이 대본다.


꽃향기가 몸 깊숙이 빨려 들어와 퍼지는 걸 느낀다.


“흠~~ 너무 좋다.”


진호는 눈 감고 라일락 꽃향기를 맡으며 행복해하는 하윤의 얼굴을 보며 자신도 행복감을 느낀다.


일상처럼 마당에서 향기를 뿜고 있던 라일락꽃들이 다시 보인다.


진호의 얼굴이 하윤의 얼굴 가까이 다가가며 말한다.


“하윤이는 향수도 라일락 향이던데. 라일락 향을 많이 좋아하나 봐?”


하윤이 보라색 라일락 꽃망울을 손으로 조심스럽게 만지며 말한다.


“그럼 좋지. 진호야. 라일락꽃, 꽃말이 뭔지 알아?”


휴대전화 불빛에 비추는 하윤의 얼굴은 천사가 따로 없다.


진호는 하윤의 눈을 바라보며 대답한다.


“글쎄, 뭔데?”


하윤의 반짝이는 눈망울이 진호의 눈을 바라보며 말한다.


“첫사랑이야. 이렇게 보라색 꽃은 첫사랑, 흰색은 아름다운 우정, 붉은색은 친구의 사랑이야.”


진호도 하윤의 눈을 바라보며 말한다.


“아. 꽃 색깔마다 다르구나? 하윤이는 별걸 다 아네.”


하윤의 얼굴 근육이 움직이며 활짝 웃는다.


라일락 꽃망울을 놓으며 말한다.


“향기와 꼭 어울리는 꽃말 같지 않아?”


“어. 딱 어울린다.”


진호가 말하고,


휴대전화 라이트를 크자.


진호와 하윤은 어둠 속에서 어색한 침묵의 시간이 찾아온다.


진호는 취기가 올라오는 하윤의 눈에 피로감이 몰려와 눈을 크게 깜박거리는 걸 느낀다.


떨리는 마음으로 ‘말을 할까?’ 고민하던 진호가 눈을 질끈 감고 용기를 내어 말한다.


“하윤아. 우리 2층 갈까?”


하윤의 입술이 좌우로 움직이며 망설이다가 작은 소리를 낸다.


“그럴까.”


진호는 ‘예쓰. 됐어.’ 하며 휴대전화 라이트를 켜고 마당에서 2층으로 연결된 계단을 향해 비춘다.


“계단 조심해.”


하윤은 앞서서 계단을 조심스럽게 오른다.


집 앞 가로등 불빛이 담장을 넘어와 계단 윗부분을 환하게 비춰준다.


2층 현관 앞에 서자,


진호의 휴대전화 불빛이 필요 없을 정도로 가로등 불빛이 밝게 2층을 비춘다.


진호는 휴대전화 라이트를 끄고,


현관문 도어락 번호 키를 누르는데,


알코올 중독에 걸려 손을 떠는 수전증 환자처럼 손을 덜덜 떤다.


“삐이 삐이 삐이” 요란한 소리가 조용한 마당 안에 울려 퍼진다.


떨리는 손으로 번호를 잘못 누른 것이다.


자기 집인데 이게 무슨 짓인지.


참, 모양이 많이 빠진다.


번호 키 전자음이 다시 시작되고, 2층 현관문이 열린다.


진호가 하윤을 조심스럽게 현관문 안으로 안내한다.


진호가 벽에 버튼을 누르자,




**




거실 LED 등이 어둠을 품고 있던 공간을 환하게 비춘다.


혼자 사는 남자 집에 처음 방문해본 하윤은 궁금한 표정으로 진호 집 거실을 바라본다


오래된 주택 외부와 달리 집 안은 아파트 내부처럼 깔끔하게 리모델링되어 있다.


주방 앞에 4인용 원목 식탁이 놓여 있고,


거실 벽에 그레이색 소파가 거실 균형을 잡고 있다.


소파 옆에 장식장이 세워져 있고,


소파 건너편 벽에는 대형 TV가 벽에 걸려 있다.


진호는 재빨리 주방으로 걸어가 분주하게 무언가를 준비한다.


하윤은 백 팩과 모자를 벗어 소파 위에 놓고 진호를 보며 말한다.


“뭐해?”


식탁 위에 와인 잔 두 개와 레드와인 병을 올려놓고,


냉장고에서 치즈를 꺼내 접시에 올려놓는 진호가 힐끗 바라보며 말한다.


“아. 난 아직 술을 안 마셔서. 와인 한잔할까 하는데. 괜찮지?”


“음. 좋아.”


하윤의 말에.


싱크대 쪽으로 몸을 돌리는 진호는 좋아서 표정 관리가 안된다.


본능적으로 바지 속에서 힘이 솟구치는 진호는 엉덩이를 엉거주춤 빼며 갑자기 노래를 흥얼거린다.


노래는 두산 베어스 응원가인 승리의 두산이다.


하윤은 거실 창문 앞에 서서 말한다.


“창밖에 구경 좀 해도 될까?”


승리의 두산을 흥얼거리던 진호는 빠르게 대답한다.


“그럼. 당연하지.”


하윤은 2층 거실 베란다 창문 열고 얼굴을 내밀어 창밖을 본다.


2층에서 마당을 내려다보면 집을 감싸고 있는 사각형 담장 안으로 마당이 한눈에 들어오고,


한강의 고층아파트와 빌딩이 보이는 하윤의 오피스텔 창 밖 풍경과 달리 나지막한 주택들의 불빛이 눈에 들어온다.


진호가 와인 오프너를 잡아 빼자, “뻥” 소리와 함께 코르크 마개가 열린다.


와인 잔에 와인을 채우던 진호는 호기심 많은 아이처럼 창밖으로 얼굴을 내밀고 있는 하윤의 뒷모습을 바라본다.


그 모습은 순수하고,


아름답고,


완벽하다.


진호는 이런 상상을 해본다.


진호가 잠에서 깨어나 눈을 비비며 방문을 나오면 거실에서 창밖을 보던 하윤이 잠에서 깬 진호를 환한 미소로 바라보며 ‘진호야. 잘 잤어?’ 말하는···.


생각만 해도 짜릿한 전율이 온몸에 흐른다.


즐거운 상상을 하던 진호가 거실 벽에 붙어있는 스위치를 눌러 켜자.


어둠 속에서 자신의 존재를 숨기고 있던 4개의 주황색 마당 조명이 불빛을 발산하며 아늑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하윤은 마당을 내려다보며 감탄한다.


“와!! 분위기 좋다.”


마당 조명 불빛을 보는 하윤 눈에 왼쪽 구석에 세워 놓은 분홍색 비너스 스쿠터가 들어온다.


어둠 속에 숨어 몸을 감추고 있는 듯 반쯤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하윤은 ‘어?? 분홍색 스쿠터다. 그럼’ 생각하며 주방에 있는 진호를 향해 몸을 돌리며 말한다.


“진호야. 저 스쿠터는 누구 꺼···.”


하윤이 돌아서자,


진호는 어느새 하윤 뒤에 서서 하윤을 기다린 듯 넓은 어깨를 펴고 서 있다.


하윤이 자연스럽게 진호의 품에 안기고,


진호의 뜨거운 입술이 하윤의 입술에 다가온다.


말하려던 하윤의 입술은 진호의 입술에 막혀 말을 하지 못한다.


하윤은 눈을 감고,


진호와 뜨거운 키스를 한다.


마당 조명에 비치는 보라색 라일락 꽃망울들이 향기를 뿜어내고,


라일락 꽃향기가 가득 담긴 봄바람이 성북동 2층 거실 창을 타고 들어와 하윤의 머릿결을 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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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40화. 혼자 남겨진 하윤 22.01.01 43 1 12쪽
40 39화. 규모3.6 지진 21.12.30 56 1 11쪽
» 38화. 뜨거운 키스 21.12.28 66 1 11쪽
38 37화. 기상캐스터와 사귄다고? 21.12.26 47 1 11쪽
37 36화. 악마를 보았다 21.12.25 50 1 12쪽
36 35화. 여자 엄태구 21.12.23 41 1 12쪽
35 34화. 오진호의 굴욕적인 첫사랑 21.12.21 46 1 12쪽
34 33화. 중2 때 기억 21.12.19 43 1 11쪽
33 32화. 우리 만남은 우연이 아니야 21.12.18 44 1 11쪽
32 31화. 데자뷰 21.12.16 53 2 11쪽
31 30화. 광고 모델 에이전시 21.12.14 53 2 12쪽
30 29화. 중2 때 약속 21.12.12 54 2 11쪽
29 28화. 올림픽 펜싱 금메달 리스트 21.12.09 50 2 11쪽
28 27화. 친구와 키스하고... 21.12.07 66 2 11쪽
27 26화. 오징어 두 마리 21.12.05 59 2 11쪽
26 25화. 첫 키스 21.12.02 71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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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22화. 운명의 장난 21.11.25 55 2 11쪽
22 21화. 다시 만난 도나희와 민규혁 21.11.23 59 2 11쪽
21 20화. 연극 '내친구의 사랑' 연습중 21.11.21 68 2 11쪽
20 19화. 오늘 하루가 왜 이렇게 길지? 21.11.19 66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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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14화. 양꼬치는로터리앞골목래래향이최고야 21.11.10 84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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