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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네딧 님의 서재입니다.

내 친구의 첫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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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이네딧
작품등록일 :
2021.10.11 12:36
최근연재일 :
2022.07.21 20:30
연재수 :
129 회
조회수 :
7,723
추천수 :
167
글자수 :
658,878

작성
21.11.0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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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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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2쪽

13화. 크리스마스이브는, 역시 집구석에서...

DUMMY

창밖 가로등 불빛이 바람에 흩날리는 눈들을 비추고, 날리던 눈들이 거실 창에 붙어 녹아내린다.


나희와 진호가 1층 거실 소파에 앉아 인도네시아에 계시는 부모님들과 영상 통화를 하고 있다.


오랜만에 자카르타 시내에 나오신 부모님들이 영상 통화로 연락을 해오셨다.


나희와 진호가 옆에 딱 붙어서 휴대전화 화면 속 부모님들을 바라보며 다정하게 이야기한다.


이럴 때는 꼭 친남매 같다.


소민은 분홍색 패딩 조끼를 입은 아띠를 품에 안고 거실 바닥에 앉아 다정하게 영상 통화하는 나희와 진호의 어색한 모습을 바라본다.


얼굴이 검게 탄 부모님들이 나희와 진호를 걱정하자,


오히려 나희와 진호가 부모님들을 더 걱정한다.


나희가 소민과 함께 살게 됐다며 휴대전화를 아띠를 안고 있는 소민을 비추자,


소민의 얼굴을 기억하는 부모님들이 반갑게 인사하며 잘됐다고 말한다.


나희와 진호는 소민이 집에서 함께 살기 시작한 날,


각자 부모님에게 연락해서 소민과 함께 지내기로 한 사실을 알렸고,


두 부모님은 모두 잘됐다는 반응이었다.


혹시나 불편한 마음을 가지고 있을 소민을 위해서 영상 통화로 확인시켜주는 중이다.


강아지 아띠까지 소개를 마치고, 나희가 양준태 연출 공연을 도와주겠다고 말하자.


나희 아버지는 못마땅한 표정으로 바뀌고 나희 어머니는 나희를 응원해준다.


진호는 운전면허를 따고 지금 연수 중이라고 말한다.


부모님들은 밝은 표정으로 바닷가에 학교 건물을 마무리 중이라는 소식과 익명의 기탁자로부터 거액의 후원을 받았다는 소식을 전하며 나희, 진호, 소민에게 시간 맞춰서 함께 놀러 오라고 말하고 전화를 끊는다.


나희와 진호는 전화를 끊고,


익명의 기탁자에 대해 천사 같은 사람이라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한다.


창밖은 차가운 겨울바람이 눈을 몰고 옆으로 후려치고 있다.


집 안에 있는 나희, 진호, 소민은 오늘따라 마음이 따뜻하고 편안하다.



***



어두운 밤,


얼어붙은 한강을 훑고 올라오는 칼바람이 기괴한 소리를 내며 한강 공원 주차장을 쓸고 지나간다.


진호가 한강 공원 주차장을 비추는 가로등 아래에서 손으로 귀를 막고 몸을 잔뜩 움츠리고 있다.


매서운 겨울바람에 한강 공원 주차장은 텅 비어있다.


진호의 의상을 보면 추위를 이겨보겠다는 의지인지, 겨울에 대한 비웃음인지,


알 수 없는 캐주얼 정장에 복숭아뼈가 훤히 보이는 바지를 입고 있다.


의상만 봐서는 제주도 여행을 끝내고 김포공항 막 도착한 관광객 같다.


가로등 기둥이 도대체 무슨 도움이 될지 모르겠지만 바람을 피해 가로등 기둥을 등지고 서 있다.


윗니와 아랫니가 부딪치며 캐스터네츠처럼 ‘짝 짝 짝’ 소리를 내기 시작할 때였다.


멀리서 하윤의 검은색 쏘나타 승용차가 코너를 돌아 진호가 덜덜 떨고 있는 주차장 방향으로 상향등을 번쩍이며 다가온다.


주차장 옆 도로에 멈춰 서는 하윤의 승용차를 향해 진호가 몸을 움직이는데,


다리에 총상을 입은 사람처럼 오른쪽 다리를 끌며 쏘나타를 향해 걸어간다.


오른쪽 무릎 관절이 얼어붙어 움직이지 않는다.


사람들의 눈을 피해가며 하윤을 만나는 건 참 어려운 일이며 고난의 연속이다.


또 이렇게 고생하는 이유 중의 하나는 진호가 차가 없기 때문이다.


주위를 다시 한번 살피고, 승용차 조수석을 열고,


차에 올라타는 진호가 양손으로 오른쪽 무릎을 들어 올려 차 안에 넣고 문을 닫는다.


하윤이 진호의 옷차림 보고, 깜짝 놀라 히터를 끝까지 올린다.


“어머. 왜 이렇게 춥게 입었어?”


진호는 ‘몰라서 물어? 너 만나니까. 멋 좀 낸 거지’ 말하고 싶었지만,


당연히 말하지 못한다.


“어. 겨울에 한강이 이렇게 추운지 몰랐어. 나 괜찮아. 진짜, 괜찮아.”


진호가 턱을 떨며 말하고는,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떨고 있는 다리를 히터 바람이 나오는 곳으로 움직여 본다.


하윤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진호를 바라보며 준비해온 커피를 건넨다.


진호가 커피를 받아 드는데,


하윤이 진호의 두 손을 꼭 감싼다.


진호의 손은 얼음처럼 차갑다.


“너무 차갑다. 어떡하지?”


“괜, 찮, 은, 데···.”


하윤의 따뜻하고 부드러운 손이 진호 손을 감싸자,


진호 얼어버린 몸이 한순간에 녹아내린다.


예상하지 못한 결과다.


지금, 이 순간이 너무 좋다.


진호는 차가운 한강 바람을 맞선 결과가 이런 거라면,


당장 팬티 바람으로 달려 나가 한강의 차가운 바람과 맞서고 싶다.


진호의 손을 꼭 감싸고, 걱정해주는 하윤의 표정과 맑고 깨끗한 목소리에,


이 순간이 제발 멈췄으면 하고 종교가 없는 진호는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한다.


한강의 차가운 칼바람이 주차된 하윤의 승용차를 흔들며 지나간다.



***



성북동 1층 거실, 벽걸이 TV에서 뉴스가 나오고 있다.


SM 제약 대표가 자신과 가족 이름으로 불우이웃 성금 20억 원을 기탁했다는 뉴스가 끝나자.


크리스마스 관련 뉴스가 나온다.


크리스마스이브를 맞이하는 홍대 걷고 싶은 거리의 분위기를 전달하는 기자.


많은 인파가 몰려 있는 강남역 분위기를 전달하는 기자가 20대 초반 연인과 인터뷰를 시작한다.


크리스마스이브를 맞이하는 성북동 1층 거실 분위기는 이렇다.


작은 키에 단발머리를 한 20대 초반 남자와 치아 교정기를 하고 말이 엄청 느린 20대 초반 여자의 인터뷰를 보고 있는 소민, 진호, 나희.


소민은 왼손에 캔 맥주를 들고 TV 속 연인을 부러운 눈으로 뚫어져라 쳐다보며 말한다.


“좋겠다 니들. 오늘 외박하니?”


소민 옆에 앉아 있는 진호는 롤 화장지를 두 손으로 모아들고 멍한 눈으로 TV 보고 있는데,


코에서 농도가 약한 콧물이 흘러나오자,


화장지를 뜯어 “팽” 소리를 내며 코를 풀고 말한다.


“인터뷰가 왜 이렇게 길어. 인터뷰 빨리 끝내라.”


나희는 식탁 의자를 소파 팔걸이 앞에 삐딱하게 놓고 앉아 소파 팔걸이에 두 다리를 올려놓고 공연 대본을 보는데, 재미가 없는지 대본과 TV 번갈아 보고 있다.


정확히 말하면 TV 본다.


“좋을 때 다! 좋을 때야!”


식탁 의자 아래에서 파란색 조끼를 입고 크리스마스이브를 맞은 아띠는 새로운 개 껌을 물어뜯으며 거실에 있는 세 사람을 바라본다.


서로 대화하지 않고 TV 뉴스에 시선이 고정 되어있는 나희와 소민과 진호.


아띠가 한심해서 못 보겠는지 개 껌을 물고 소민 방으로 엉덩이를 흔들며 들어간다.


크리스마스 이브 분위기 전달이 끝나자,


일기 예보가 나온다.


진호가 자세를 바로 하고, 나희는 발을 뻗어 진호 앞에 있는 리모컨을 가져오기 위해 엄지발가락으로 리모컨 당긴다.


“야. 도나희. 나 이거 볼 거야.”


진호의 차가운 말에,


나희의 엄지발가락이 멈춘다.


일기 예보 시작되자,


크리스마스 분위기에 맞춰 빨간색 산타 복장 원피스에 앙증맞은 산타 모자를 쓴 하윤이 일기 예보를 진행한다.


늘씬한 몸매, 밝은 미소, 맑고 깨끗한 음성, 어디 하나 흠잡을 곳이 없는 완벽해 보이는 여자다.


진호 눈에서 하트가 쏟아져 나간다.


아무도 모르는 진호와 하윤의 관계를 생각하면 진호는 스릴 넘치고 즐겁고 행복하다.


진호가 코웃음을 치며 콧바람을 빼는데,


‘아차 실수’ 콧속에 남아있는 농도 약한 콧물들이 줄줄 쏟아져 나온다.


화장지 뜯어 코 푸는 진호.


나희가 진호를 바라보고 ‘아이 새끼 더럽게 진짜’ 고개를 돌려 대본을 넘긴다.


캔 맥주를 홀짝이는 소민이 하윤을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며 쉰 목소리로 말한다.


“저런 애는 세상 사는 게 얼마나 즐거울까?”


소민 말에.


진호가 세상 사는 게 즐거운지 바보처럼 웃음이 나온다.


대본을 보던 나희가 거실 바닥에 대본을 내려놓고 의자에서 기지개를 켜며 말한다.


“너무 재미가 없다.”


아무도 나희 말에 반응이 없다.


소민은 하윤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진호는 계속 바보처럼 웃는다.


나희가 TV 옆에 서서 바보처럼 실실 웃고 있는 진호를 빤히 바라보자,


진호가 나희의 시선을 느끼고 “뭐?”하며 입을 내민다.


진호를 바라보는 나희의 얼굴이 짠한 표정으로 바뀌면서 말한다.


“아니야, 아니야.”


“뭔 데?”


나희의 표정이 기분 나쁜 진호가 묻자.


나희가 혀를 차며 짠한 표정에 안쓰러움을 더한 눈으로 진호를 보며 말한다.


“쯔, 쯔, 쯔. 이런 날에도 주야장천 집에만 있는 니가 안쓰러워서. 티비에 나오는 여자애나 보면서 실실 바보처럼 웃고. 쯔, 쯔, 쯔. 이 누나 마음이 아프다. 마음이 아파.”


어이없고 황당한 진호 ‘야 하윤이 나랑 썸타는 사이야.’ 말이 목젖 언저리까지 왔다가 사라진다.


“야···. 아휴. 누나는··· 무슨. 니 앞가림이나 잘해.”


진호가 롤 화장지 뭉치를 나희에게 던지며 말하자,


나희가 ‘어쭈’ 하며 날아오는 롤 화장지를 점프해서 세팍타크로(족구와 비슷한 동남아스포츠) 공중 발차기 기술로 걷어차, 진호 얼굴에 맞춘다.


“에이 진짜.”


진호 얼굴을 구기며 말하자.


캔 맥주 마시던 소민이 한마디 거든다.


“지노야. 나도, 혼자 있는 너 보면 마음이 아프다.”


진호 속으로 ‘니들이 뭘 안다고.’ 하며 관심 끄라는 손짓하며 말한다.


“됐으니까. 니들 나한테 관심 끄고, 니들 하던 거나해.”


나희는 안타까운 표정으로 “쯔, 쯔, 쯔.” 혀 차며 다시 대본을 보고.


어느새 얼굴이 뻘게진 소민은 캔 맥주 마시며 눈을 껌벅거린다.


진호는 빨간 산타 복장을 한 하윤을 생각하며 실실 웃는다.



***



12월 31일 밤 보신각에서 33번의 제야의 종소리가 울리자,


새해를 맞이하는 사람들이 새해 소망을 기원하며 환호한다.



생각하지 못했던 공연 기획을 준비하는 도나희.


인기 상승 중인 기상캐스터 이하윤.


완벽한 여자인 하윤과 친구? 썸? 타는 오진호.


뜬금없이 나타나 창업을 준비하는 김소민.


모두에게 새해가 시작됐다.



***



대학로 로터리에 오래된 이발관 있던 건물은 리모델링을 끝내고 새 옷을 차려입은 듯 깔끔한 모습으로 바뀌어 있고,


낡은 이발관 자리에는 새롭게 인테리어를 끝낸 소민의 애견미용실이 산뜻하게 자리 잡고 있다.


가게 안이 보이지 않았던 구조에서 도로에서도 통유리를 통해 가게 안이 훤히 보이는 구조로 바뀌었다.


가게 안은 소민이 좋아하는 분홍색으로 인테리어가 되어있다.


나희는 가게 구석구석 돌아다니며 이것저것 만져 보고,


진호는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소민의 설명을 듣고 있다.


뒤늦게 가게 문을 열고 들어오는 옥경이 가게 안을 보며 소민을 축하해준다.


나희가 드라이 룸의 문을 열었다 닫으며 신기한 듯 보고 있는데 주머니 속 휴대전화 진동이 울린다.


화면에 ‘양준태 연출님’ 글씨가 지나가고, 나희가 전화를 받는다.


“네. 연출님.”


“나희야. 사랑 소극장에서 연락이 왔는데···.”


묵직한 중저음의 준태 목소리가 진지하다.


*


며칠 전, 힘없는 목소리로 준태에게 전화가 왔었다.


마로니에 공원 근처 사랑 소극장에서 공연하고 싶은데,


사랑 소극장 측에서는 기존 대관료보다 높은 대관료를 요구했고,


절충을 해보려고 하지만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슬픔에 잠긴 준태는 공연이 연기되거나 취소될 수도 있다는 상황을 말하며,


나희에게 마음을 비우고 너무 슬퍼하지 말라고 위로를 전했다.


나희는 전화를 끊고 ‘내가 왜 슬퍼해? 나 완전히 홀가분한데’ 하며 좋아서 날뛰었다.


*


우울한 준태의 목소리를 들어보니 공연은 확실히 취소될 것 같다.


휴대전화를 들고있는 나희 얼굴에 살며시 웃음꽃이 핀다.




내 친구의 첫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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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14화. 양꼬치는로터리앞골목래래향이최고야 21.11.10 86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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