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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네딧 님의 서재입니다.

내 친구의 첫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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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이네딧
작품등록일 :
2021.10.11 12:36
최근연재일 :
2022.07.21 20:30
연재수 :
129 회
조회수 :
7,647
추천수 :
167
글자수 :
658,878

작성
21.12.30 22:05
조회
56
추천
1
글자
11쪽

39화. 규모3.6 지진

DUMMY

나희는 소주잔을 들고 멍한 눈으로 앞에 앉아 있는 소민을 바라보며 건배한다.


알코올에 온몸을 지배당하는 소민도 흐려지는 눈에 힘을 주며 건배한다.


옥경은 주방에서 번데기탕을 만들어 테이블에 올려놓고 자리에 앉는데,


전화벨 소리가 들린다.


옥경은 나희와 소민을 바라보며 말한다.


“누구 전화 오는 것 같은데.”


옥경의 말에,


소민이 가방에서 휴대전화를 꺼내 알람을 끄고 말한다.


“나희야. 열 시 삼십 분이야.”


나희는 머리를 흔들며 멍한 눈에 정신을 불어넣는다.


“진짜?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나?”


나희가 벌떡 일어서서 무언가를 찾기 위해 시선을 여기저기로 옮긴다.


소민도 분주하게 얼굴을 돌리며 가게 안을 바라본다.


갑자기 어수선해지는 나희와 소민을 바라보는 옥경은 말한다.


“니들, 갑자기 왜 이래. 뭐 잃어버렸어?”


소민의 눈에 계산대 옆에 올려져 있는 검은색 TV 리모컨이 들어오자,


리모컨을 가리키며 말한다.


“나희야. 저기 있다.”


나희는 소민의 손끝을 보고,


성큼성큼 걸어가 계산대 옆에 있는 TV 리모컨을 가져와 벽에 걸린 TV전원을 켜며 옥경에게 말한다.


“이모. 야구 좋아하죠? 오늘 야구에 관해서 생방송으로 토론하거든요.”


나희와 소민이 긴장된 표정으로 TV를 향해 몸을 돌려 앉는다.


옥경은 “니들 뭔 소리야?” 하며 몸을 돌려 TV로 시선을 고정한다.


나희는 채널을 넘기다가 100분 토론이 나오자,


볼륨을 높이며 말한다.


“오 예! 이제 시작한다.”


생방송 100분 토론을 진행하는 사회자가 깔끔한 양복을 입고,


군더더기 없는 멘트로 토론 시작을 알린다.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생방송 100분 토론입니다. 오늘은 긴급 편성한 주제인데요. 1000만 관중을 앞에 둔 프로야구 응원 문화 이대로 좋은가? 에 대해 하구연 해설 위원과 박찬오 전 메이저리그 선수가 국내 프로야구 응원 문화에 대해 토론하겠습니다.”


사회자의 맨트가 나오는 동안 자료 화면이 나오는데···.


자료 화면 속 모자이크 처리된 사람이 잠실구장 안전망을 흔들고,


전광판 위에 ‘관중의 난동으로 경기가 잠시 중단되었습니다’ 안내 글이 나온다.


옥경은 놀란 눈으로 TV 영상 보며 입을 다물지 못하고 말한다.


“어머, 어머. 저 미친 놈 누구야? 요즘에도 저런 미친 놈이 있네. 세상에···.”


옥경의 반응에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 소민이 옥경에게 뜬금없이 문제를 낸다.


“이모. 저 미친놈. 누군지 알아요?”


옥경은 물끄러미 소민을 바라보며 말한다.


“내가 어떻게 알아. 소민이 너는 아는 사람이야?”


나희와 소민이 한 손에 소주잔을 들고 다른 한 손으로 “짝” 소리를 내며 하이 파이브 하고,


손에 들고 있는 소주잔을 입 안에 털어 넣는다.


옥경은 ‘얘네들 뭐야?’ 하며 바라보고,


옥경에게 말하려던 소민이 TV 자료 화면 속에서 난동을 부리고 끌려 나가던 보라색 후드 티가 양손으로 V를 만들어 흔드는 장면이 나오자.


웃음을 터트리며 자지러진다.


“히! 히 !히! 히! 저 손 흔드는 미친놈. 도나희에요. 나희 때문에 오늘 100분 토론 긴급 편성 했어요. 하! 하! 하! 하!.”


소민은 웃다가 의자 옆으로 쓰러져 바닥에 엉덩방아를 찧는다.


옥경은 밥을 먹다가 밥에서 벌레라도 발견한 듯 기겁하는 표정으로 옆에 앉아 있는 나희를 바라보며 말한다.


“진짜?? 세상에나, 저게 나희라고? 나희 너 진짜야??”


나희는 옥경에게 몸을 비비며 애교 부린다.


“빈속에 술 마시고 취해가꾸.”


“으이그~ 못살아. 너 왜 그랬어?”


옥경이 안쓰러운 눈으로 말한다.


소민은 엉덩이를 털고 의자에 앉아 나희를 대변해 준다.


“안전망 위에 걸린 화장지가 나희 눈에 새로 보였데요. 새가 공에 맞아 죽을까봐 경기 끝내라고 소리 치는 거에요. 하! 하! 하!”


옥경은 자신에게 몸을 기대고 있는 나희를 바라보며 말한다.


“세상에나···.”


너무 웃어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리는 소민이 손으로 눈물을 닦아낸다.


나희는 옥경에게 몸을 기댄 채 TV를 본다.


TV 화면 속에서는 전 메이저리그 선수였던 박찬오의 길고 긴 소개 인사가 이어진다.


“안녕하세요. 박찬옵니다. 제가 처음으로 100분 토론에 나왔는데요. 엄···. 음···. 이렇게 토론에 나오니까. 메이저리그를 가기 위해 처음 비행기를 탔을 때. 그때 느꼈던 기분과 똑같이 조금은 설레고 떨리네요. 음···. 지금 제가 떨리는···”


이때,


벽걸이 TV가 흔들거리고,


아직 치우지 못한 진호와 하윤이 있던 테이블 위 와인 잔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



나희 방 침대 위에서 잠들어 있던 마루와 아띠가 눈을 뜨고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며 짖어 댄다.



***



진호와 하윤은 2층 거실 소파에 기댄 채 뜨거운 키스를 이어간다.


진호가 하윤을 살며시 눕히는데,


식탁 위에 놓여있는 두 개의 와인 잔이 바르르 떨며 와인 잔 속 와인이 물결을 만든다.



***



나희는 바닥이 울렁거리는 느낌을 받고 소주잔을 바라보면 소주잔이 흔들린다.


“뭐지? 왜 이렇게 흔들리지. 너무 취했나?”


“그래, 오늘은 그만 마시자. 박찬오 아직도 인사하네. 아~ 웃겨.”


소민이 웃음을 섞어 말하는데 “띠이 띠이 띠이” 휴대전화에서 요란한 비상벨 소리가 울린다.


소민은 귀찮은 듯 휴대전화를 가방에 던져 넣는다.


계산대 위에 있는 옥경의 휴대전화에서도 동시에 벨이 울리자,


몸이 무거운 듯 옥경은 힘을 주어 일어나 계산대로 간다.


TV 100분 토론 속 박찬오의 길고 긴 인사 때문에 토론은 시작하지 못하고.


사회자가 눈알을 굴리며 그만하라는 손짓을 보내는데,


박찬오는 사회자를 바라보며 꿋꿋하게 계속 말한다.


“2003년 텍사스 레인저스 시절 5월 26일 필라델피아와의 경기였어요. 그때 날씨가······..”



***



진호와 하윤은 소파 위에서 격정적인 키스를 하는데.


두 사람 휴대전화에서 “띠이 띠이 띠이” 긴급재난 문자 벨이 울린다.


하윤은 흥분한 상태로 돌진하는 진호를 달래며 손을 뻗어 휴대전화 긴급 문자를 확인한다.


‘[기상청] 소청도 남쪽 22km 지역 규모 3.6 지진발생 / 낙하물로부터 몸 보호, 진동 후 야외 대피하며 여진 주의’


하윤은 문자를 확인하고 놀란 눈으로 말한다.


“진호야. 지진 문잔데.”


“어? 지진??”


눈이 풀려 있던 진호가 화들짝 놀라 벌떡 일어서서 두리번거리며 말한다.


“하윤아! 이쪽으로. 지진을 왜 못 느꼈지?”


진호는 하윤의 손을 잡고 식탁으로 향한다.


식탁 위에 놓여있는 휴대전화를 재빠르게 낚아채서 식탁 아래로 들어가 몸을 움츠린다.


진호는 휴대전화 긴급 재난 문자 확인하며 말한다.


“소청도? 나 오늘 야간 대기인데.”


진호 말이 끝나자,


휴대전화 화면에 ‘강 팀장님’ 뜨며 벨이 울린다.


통화버튼을 누르자,


강 팀장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야, 오진호. 언제 도착하냐?”


“네, 팀장님. 지금 나가려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아니 지금 나가고 있습니다. 최대한 빨리 가겠습니다.”


진호가 전화를 끊고,


하윤의 얼굴을 바라본다.



***



옥경은 계산대에서 소리를 내고 있는 휴대전화를 들어 긴급재난 문자를 보고 놀라 소리친다.


“뭐야!! 지진?? 방금 지진 일어났나 봐. 얘들아, 피해야 하는 거 아니야?”


“지진요? 이모, 테이블 밑으로 피하는 게 더 빨라요.”


나희는 재빨리 테이블 아래로 들어가 TV 보며 웃고 있는 소민의 손을 잡아 테이블 아래로 끌어당긴다.


놀란 옥경이 계산대 앞 테이블 밑으로 몸을 숨기자,


여진이 이어지며 땅이 울렁거리며 흔들린다.


큰 흔들림에 이제야 지진을 느끼는 세 사람은 몸을 움츠린다.


휴대전화에서 또 다시 “띠이 띠이 띠이” 긴급재난 문자 벨 소리가 울린다.


이번 벨 소리는 왠지 공포스럽다.


TV 화면 속 100분 토론 사회자와 하구연 야구 해설 위원도 지진 느끼고 황급히 몸을 테이블 아래로 숨긴다.


몸을 숨긴 사회자의 목소리가 들린다.


“시청자 여러분 지진입니다. 잠시 토론을 중단하도록 하겠습니다. 시청자 여러분의 많은 양해 부탁드립니다.”


흔들리는 카메라 화면 속에 지진을 느껴지는 박찬오가 카메라를 바라보며 말한다.


“엄··· 지진이네요. 1998년 8월로 기억하는데, 엘 에이 스타디움에서 경기를 나가기 전에 이렇게 지진이 발생했었어요. 엘 에이에서는 지진이 발생할 경우···..”


나희와 소민과 옥경은 “헐~~”하며 흔들리는 벽걸이 TV 화면 속 박찬오를 바라본다.



***



첫 번째보다 강한 두 번째 지진에 진호가 하윤을 감싸 안는다.


진호는 기상청에 가야 하는 갑작스러운 상황에 정리가 안 되는지 횡설수설한다.


“지금 몇 시지? 술은 안 마셨고. 세수도 할 필요 없고. 차가···. 어.··· 하윤이를 어디다 내려주고 가지.”


흔들림이 멈추자,


이번엔 하윤이 진호를 진정시킨다.


“진호야. 진정하고. 니 차 반디 앞에 있잖아. 내 걱정은 하지 말고, 빨리 나가봐. 운전 조심해서 하고. 응.”


진호는 식탁 아래에서 기어 나와 차 키를 찾는지 두리번거리며 말한다.


“어? 어, 어, 미안. 그럼 하윤이는. 택시 불러서 갈 수 있지? 아니다, 내가 새벽에 올 수 있으니까 집에서 기다려 주면 좋겠다.”


하윤도 조심스럽게 식탁 아래에서 나와 일어서며 말한다.


“여기서 기다리는 게 편한 거지?”


진호는 안도하는 듯 하윤의 눈을 바라보며 말한다.


“나는···. 고마워. 아! 그리고, 큰 지진은 아니겠지만. 여진이 계속되면 밖으로 빨리 나가야 해. 알겠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하윤의 볼에 진호는 뽀뽀를 하고 현관문으로 나가는데,


하윤이 진호를 부른다.


“진호야!!”


진호는 현관 문 앞에 서서 고개를 돌려 하윤을 바라본다.


“어??”


하윤의 시선이 진호 바지로 향한다.


“너. 바지....”


“어??”


진호가 고개 숙여 바지를 바라보자,


벨트가 풀려 있고 바지가 내려가 있다.


바지를 끌어 올리며 말한다.


“아이고, 이게 왜 풀려 있지”


벨트를 채우는 진호가 현관문을 나가며 말한다.


“연락할게.”


“응, 기다릴게. 걱정하지 마.”


하윤이 말이 끝나자.


현관문 자동 도어락이 전자음 소리를 내며 잠긴다.


진호가 올 때까지 기다린다고 말했지만,


2층집에 혼자 남겨진 하윤에게 낯선 고요함이 밀려온다.


하윤은 식탁 의자에 몸을 기대며 앉는다.



***



가로등 불빛이 비치는 성북동 골목에 다급한 발걸음 소리가 울린다.


진호가 하윤과 함께 걸어 올라온 벽화가 그려진 골목을 뛰어 내려간다.


굽어진 내리막길 골목으로 사라지는 진호.



***


‘반디’ 가게 안 불이 꺼져있다.


가게 앞에서 나희는 전자 담배 연기를 뿜어내고,


소민은 뭐가 재미있는지 나희 앞에서 낄낄거리고 있다.


둘 다 술에 취해 중심을 잡지 못하고 비틀비틀한다.


골목에서 발걸음 소리와 함께 누군가 허겁지겁 달려와 바라보면 진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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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40화. 혼자 남겨진 하윤 22.01.01 43 1 12쪽
» 39화. 규모3.6 지진 21.12.30 57 1 11쪽
39 38화. 뜨거운 키스 21.12.28 66 1 11쪽
38 37화. 기상캐스터와 사귄다고? 21.12.26 48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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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35화. 여자 엄태구 21.12.23 41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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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33화. 중2 때 기억 21.12.19 44 1 11쪽
33 32화. 우리 만남은 우연이 아니야 21.12.18 44 1 11쪽
32 31화. 데자뷰 21.12.16 53 2 11쪽
31 30화. 광고 모델 에이전시 21.12.14 53 2 12쪽
30 29화. 중2 때 약속 21.12.12 54 2 11쪽
29 28화. 올림픽 펜싱 금메달 리스트 21.12.09 50 2 11쪽
28 27화. 친구와 키스하고... 21.12.07 66 2 11쪽
27 26화. 오징어 두 마리 21.12.05 60 2 11쪽
26 25화. 첫 키스 21.12.02 71 2 11쪽
25 24화. 술 취해서 도대체 무슨 말을 한거지? 21.11.30 51 2 11쪽
24 23화. 헤어진 사이인데... 뭐? 쿨하게? 21.11.28 47 2 11쪽
23 22화. 운명의 장난 21.11.25 55 2 11쪽
22 21화. 다시 만난 도나희와 민규혁 21.11.23 61 2 11쪽
21 20화. 연극 '내친구의 사랑' 연습중 21.11.21 70 2 11쪽
20 19화. 오늘 하루가 왜 이렇게 길지? 21.11.19 67 2 11쪽
19 18화. 도나희 바이러스 21.11.18 61 2 11쪽
18 17화. 브라더 어디가?? 21.11.16 70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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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14화. 양꼬치는로터리앞골목래래향이최고야 21.11.10 86 2 11쪽
14 13화. 크리스마스이브는, 역시 집구석에서... 21.11.08 107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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