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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네딧 님의 서재입니다.

내 친구의 첫사랑

웹소설 > 일반연재 > 로맨스

완결

이네딧
작품등록일 :
2021.10.11 12:36
최근연재일 :
2022.07.21 20:30
연재수 :
129 회
조회수 :
7,718
추천수 :
167
글자수 :
658,878

작성
21.12.21 22:00
조회
46
추천
1
글자
12쪽

34화. 오진호의 굴욕적인 첫사랑

DUMMY

선희는 가방에서 스마트폰을 꺼내 화면을 바라본다.


스마트폰을 만지던 선희가 김동률의 ‘기적’ 노래를 켜고,


나희 어깨 위에 머리를 기댄다.


‘나 그대의 눈을 바라보면 이 모든 게 꿈인 것 같아요. 이 세상 많은 사람 중에 어쩌면 우리 둘이 였는지 기적이 였는지 도 몰라요’


호박잎처럼 커다란 플라타너스 나뭇잎이 바람에 소리를 내며 춤춘다.


나희는 멍하니 춤추는 나뭇잎을 보다가,


고개를 돌려 선희 얼굴을 보며 말한다.


“이거, 누구 노래야? 멜로디가 너무 좋다.”


선희는 얼굴을 들어 나희와 눈을 맞추며 말한다.


“노래 좋지? 얼마 전 우리 이모 결혼식 축가로 이모 친구가 이 노래 불렀는데 완전 개 소름이었다. 김동률의 기적이라는 노래인데. 가사가 내 마음에 딱 와닿는 거 있지. 결혼식 축가로 너무 환상적이었어.”


남자와 여자의 잘 어울리는 목소리와 멜로디를 듣던 나희는 뭔가 생각이 난 듯 몸을 돌리며 말한다.


“와~ 기적? 제목도 너무 좋다. 멜로디도 소름.”


선희는 자세를 바로 하며 나희를 바라보고,


나희는 이어서 말한다.


“선희야, 내가 이 노래 연습해서 너 결혼할 때 축가로 꼭 불러 줄게. 어때??”


나희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선희의 눈을 빤히 바라본다.


선희의 하얀 볼이 빨개진다.


“어···? 나희야···. 나는....”


이때,


나희의 폴더폰 벨 소리가 울리고,


머뭇거리던 선희의 입이 닫힌다.


나희가 폴더를 열어 보면 작은 화면에 ‘오징어’가 떠 있다.


깜짝 반기며 일어서서 벤치와 플라타너스 나무를 크게 빙빙 돌며 통화한다.


“왜? 오징어(오진호). 누나 보고 싶냐?”


울먹이는 진호의 목소리가 들리자,


나희의 목소리가 커진다.


“야, 남자가 왜 징징거리고 그래. 누가? 어떤 새끼가 괴롭혀? 누구?? 너, 그 새끼들 잡고 거기서 딱 기다려. 알았어. 지금 바로 갈게.”


나희는 가방 챙겨 어깨에 멘다.


나희는 자신을 괴롭히는 애들을 만나러 가는 듯 씩씩거리며 말한다.


“선희야. 오징어 학원 애들이 또 괴롭히나 봐. 나 먼저 갈게.”


큰 소리로 말을 하며 교문을 향해 달려가던 나희가 다시 돌아와 선희에게 새끼손가락을 내민다.


“아! 그리고, 오늘 꼭 약속했다. 너 결혼식 축가는 기적. 내가 불러 주기로.”


“어?? 어어. 약속. 그래 약속.”


선희의 새끼손가락이 나희 새끼손가락에 걸리자,


나희는 손가락에 힘을 꽉 쥐고 환한 미소로 약속한다.


나희는 등에 멘 가방이 덜렁거리게 달려가고,


선희는 달려가는 나희를 바라보며 소리친다.


“나희야. 넘어지겠다 조심히 가.”


과거를 회상하는 나희는 과하게 몰입된 상태다.



**



나희는 평상 위에서 벌떡 일어나 피스트(길이 14M의 펜싱 경기하는 곳) 위인 듯 다리를 벌려 펜싱 자세를 잡더니,


맥주 캔이 펜싱 칼인 듯 손으로 잡고 찌르는 시늉을 한다.


갑자기 마당 구석에 있는 분홍색 바이크를 향해 손을 흔들며 소리친다.


“선희야! 방학 끝나고 봐. 꺄르르, 꺄르르. 꺄르르, 꺄르르.”


나희는 어깨를 들썩이며 웃는다.


완전히 정신병자 같다.


“그랬었어.”


하고, 이야기를 마무리하는데.


주위를 살펴보면 소민, 아띠, 마루는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없다.


텅 빈 마당 평상 위에 홀로 쓸쓸히 서 있는 나희가 하늘을 바라보면 청아한 달빛만이 나희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나 보다.


“쩝. 짧게 정리한 건데. 이야기가 너무 길었나?”


나희가 맥주 캔 들어 흔들어 보면,


맥주 캔 네 개 모두 비어 있다.


“헐~ 이건 언제 다 마신 거야? 술이 없네~~ 소민아, 김소민! 마루야~! 아띠야~!”


나희는 원숭이처럼 평상 위에서 폴짝 뛰어내려,


1층 현관문 열고 들어간다.



***



어둠 속에서 환하게 불을 켜고 있는 간판들 사이에 술집 ‘반디’의 간판이 영업이 끝난 듯 꺼져 있다.


테이블 네 개 모두 예약석 안내 표지판이 놓여 있고,


옥경은 주방에서 안주 준비로 분주하다.


반디 가게 문이 열리고,


선글라스에 모자를 눌러쓴 하윤이 들어와 선글라스를 벗는다.


뒤이어 진호가 하윤을 따라 들어온다.


“여기가 내 단골집. 맛있고, 아담하고, 조용하고. 옥경이 이모!!”


진호가 옥경을 부르자,


옥경이 주방 커튼을 열고 나와 반가운 얼굴로 말한다.


“진호 왔어. 아무 데나 편한 곳에 앉아.”


옥경은 진호와 하윤을 번갈아 보고,


진호는 옥경에게 하윤을 소개한다.


“이모, 제 여자친구 이하윤이에요.”


하윤이 모자 벗고 환한 미소로 정중하게 인사한다.


“안녕하세요, 이하윤입니다”


옥경은 하윤의 외모에 놀란 듯 눈을 크게 한번 치켜뜨며 말한다.


“반가워요. 날씨 잘 보고 있어요. 실물이 훨씬 낫네. 앉아요. 앉아.”


진호는 바보처럼 ‘헤에’ 웃으며 옥경 옆에 서서 얼굴 가까이 말한다.


“이모. 예쁘죠??”


“그러게 참 예쁘다. 잠깐만 앉아 있어.”


옥경은 진호에게 잘 만났다는 듯 말하고,


빠른 걸음으로 주방에 들어간다.


진호가 구석 테이블 예약석 안내 표지를 치우고 하윤과 함께 앉는다.


하윤은 ‘예쁘다, 예쁘다’ 하는 진호가 조금 불편한 눈치다.


“진호야. 나 예쁘다고 하지 마, 안 하기로 했잖아. 나 좀 불편해.”


“아, 맞다. 미안. 나도 모르게. 너무 예쁘니까. 절제가 안 되네. 하! 하! 하!”


진호는 바보처럼 웃으며 대답한다.


진호는 그동안 하윤을 만날 때 사람이 없는 곳을 찾아 조심스럽게 만나왔다.


하지만 오늘 처음으로 보통의 연인처럼 밖에서 하윤을 만나는 것이다.


진호는 하윤이 자신과의 만남을 오픈해도 된다고 판단했을 거라 생각한다.


반디에 오기 전 하윤은 진호가 살고 있는 진호 집에 가보고 싶다고 말했다.


사실 진호가 반디를 선택한 이유는 편한 것도 있지만, 집과 가깝기 때문이다.


반디에서 술을 마시고 자연스럽게 집에 가려던 계획이었는데,


하윤이 먼저 이야기한 것이다.


그래서 진호는 얼굴도 기분도 최고조로 상기된 상태이다.


하윤이 가게 안을 둘러보면 테이블 위에 모두 예약석 안내 표지판이 놓여 있다.


반디를 들어올 때도 간판 불이 꺼져 있었다.


하윤은 말한다.


“혹시 여기 다 너가 예약한 거야?”


기분 좋은 진호는 해맑은 표정으로 하윤을 바라보며 말한다.


“응! 우리 둘이 처음 밖에서 만나는 건데. 혹시 사람들 시선 불편해할까 봐. 전화로 예약했지. 가족 같은 이모님이셔서, 편하게 먹고 가라고. 오늘 가게 비워 주셨어. 어때? 잘했지??”


하윤은 ‘그럴 필요까지 없는데’ 생각하며 말한다.


“그래서 간판 불이 꺼져 있었구나.”


“응. 이모님이 연극배우거든. 센스 있으셔.”


진호는 ‘나 잘했지?’ 하며 대답한다.


테이블 위 메뉴판을 보던 하윤은 고개를 끄덕이며 진호에게 묻는다.


“그럼, 주문도 했어?”


“응. 감바스, 새우튀김, 갈릭 버터 새우구이 이렇게 주문했어.”


진호는 아이가 숫자에 대한 답을 하듯 손가락을 하나씩 접으며 말한다.


“다 새우네?”


하윤은 ‘다른 메뉴도 많은데’ 생각하며 진호에게 말한다.


진호는 하윤을 보며 해맑게 웃는다.


“하윤이 새우 좋아한다고 해서.”


하윤은 한편으로 진호가 고맙지만,


한편으로 ‘뭐지?’ 생각이 든다.


“아.... 그래. 고마워.”


하윤의 목소리가 작아지자.


진호는 안주를 마음대로 고른 이유에 대해 말한다.


“와인 안주로도 깔끔하고 좋을 것 같아서.”


“어, 그래. 좋다.”


메뉴를 고를 것도 없이 정해져 있자,


하윤은 메뉴판을 덮고 가게 안 둘러본다.


하윤의 시선이 술 냉장고 옆에 붙어 있는 ‘내 친구의 첫사랑’ 공연 포스터에서 멈춘다.


그러고 보니 가게 곳곳에 민규혁과 배우들이 환한 얼굴로 웃고 있는 ‘내 친구의 첫사랑’ 포스터가 붙어 있다.


하윤은 포스터를 바라보며 말한다.


“진호야. 혹시 저 연극 봤어?”


하윤의 말에 진호가 하윤의 시선을 따라가 ‘내 친구의 첫사랑’ 포스터를 본다.


도나희가 하는 공연이다.


진호는 누구보다도 공연에 대해 잘 알고 있지만,


도나희와 엮이고 싶지 않아서 ‘저거 보나 마나 재미없어’라는 뉘앙스로 하윤에게 말한다.


“저 공연, 아직 시작 안 했는데. 난 제목부터가 별로인 것 같아서.”


하윤은 포스터 제목만 보고 진호가 대화를 끝내려고 하자.


장난기가 발동한다.


하윤은 목소리를 가다듬고 진지하게 묻는다.


“왜? 제목 보면 공연 재미있겠는데. 내 친구의 첫사랑? 첫사랑이라··· 진호가 왠지, 피하는 것 같아서 갑자기 궁금해지는데. 진호는 첫사랑이 누구야?


하윤 말에.


진호의 목덜미에서 순간 땀방울이 맺힌다.


진호는 냅킨을 뽑아 목에 흐르는 땀을 찍어 내기 시작한다.


하윤은 당황하는 진호의 모습이 귀엽다.


이어서 말한다.


“이야기 안 해도 돼. 이런 질문 좀 실례잖아?”


하윤의 첫사랑 질문에 진호는 목에 땀이 맺힐 만하다.


진호만이 알고 있는 진호의 첫사랑은···.


생각하고 싶지도,


인정할 수도,


인정해서도 안 될 인물이다.


그 인물이 스파이더맨처럼 거미줄을 쏴 하늘 위에서 한 바퀴 돌아 진호 눈앞에 척하고 달라붙어 낄낄거리며 웃는다.



**



그 인물은 다름 아닌 ‘도, 나, 희’


유치원, 초등학교, 심지어 중학교 때까지 무려 10년 넘는 진호의 진지한 고백에···.


도나희는 비웃고,

비아냥대고,

무시하고,

괄시하고,

까분다고,

어리다고,

친구라며 넘을 수 없는 높고 견고한 철의 장벽을 쳤다.


진호는 현재 인정하고 싶지 않은 과거 도나희와의 첫사랑 이야기들을 생각하면 절로 이불킥이 나온다.


눈 질끈 감고 머리를 빠르게 흔들어 눈앞에 붙어 있는 도나희를 떨어트리려 하는데,


눈에 딱 붙어 안 떨어진다.


냅킨으로 눈을 닦아 내자,


눈앞에 껌딱지처럼 붙어 있던 도나희가 사라지고 없다.



**



진호는 하윤을 바라보며 갑자기 바보처럼 웃기 시작한다.


도나희와의 사연은 어릴 때 감정으로 깡그리 무시하고(기억에서 삭제하고) 대학 때 잠깐 썸을 탔던 여자 후배 이야기를 시작한다.


“첫사랑? 하! 하! 하! 하. 대학교 2학년 때, 과 후배 하고. 한 두달 썸 탔나? 아마 그게 첫사랑이 아니였나, 싶기도 하고. 하! 하! 하!”


말을 하던 진호는 대학교 2학년 때 썸을 탔던 여자 후배를 떠올린다.



**



진호 주위의 모든 사람들이 그 여자 후배와의 만남을 반대했다.


‘걔 얼굴하고 몸매만 괜찮지, 성격 장난 아니고 인성 쓰레기야 너 그래도 좋냐?’


진호는 ‘바보들아, 성격 인성 그게 뭐가 중요해 여자는 외모야 외모’ 하며 1년 동안 심지어 스토커 아니냐는 소리까지 들으며 따라다녔다.


드디어 그 여자 후배의 마음의 문이 열리면서 애매모호한 썸을 타기 시작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 여자 후배에게 진호는 어장 관리용이었다.


진호는 여자 후배를 바라보는 남자들의 시선을 즐기며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솔직히 성격과 인성은 진짜 쓰레기였다.


하지만 참을 수 있었다.


진호가 여자 후배로 인해 행복감을 느끼는 시간도 잠시.


진호가 없는 사이 성북동 집 앞에 찾아온 여자 후배 앞에 사탄 마귀가 등장한 것이다.


바로 ‘도 나 희’




내 친구의 첫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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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36화. 악마를 보았다 21.12.25 51 1 12쪽
36 35화. 여자 엄태구 21.12.23 42 1 12쪽
» 34화. 오진호의 굴욕적인 첫사랑 21.12.21 47 1 12쪽
34 33화. 중2 때 기억 21.12.19 44 1 11쪽
33 32화. 우리 만남은 우연이 아니야 21.12.18 45 1 11쪽
32 31화. 데자뷰 21.12.16 54 2 11쪽
31 30화. 광고 모델 에이전시 21.12.14 53 2 12쪽
30 29화. 중2 때 약속 21.12.12 55 2 11쪽
29 28화. 올림픽 펜싱 금메달 리스트 21.12.09 51 2 11쪽
28 27화. 친구와 키스하고... 21.12.07 66 2 11쪽
27 26화. 오징어 두 마리 21.12.05 60 2 11쪽
26 25화. 첫 키스 21.12.02 71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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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22화. 운명의 장난 21.11.25 55 2 11쪽
22 21화. 다시 만난 도나희와 민규혁 21.11.23 62 2 11쪽
21 20화. 연극 '내친구의 사랑' 연습중 21.11.21 70 2 11쪽
20 19화. 오늘 하루가 왜 이렇게 길지? 21.11.19 67 2 11쪽
19 18화. 도나희 바이러스 21.11.18 62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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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14화. 양꼬치는로터리앞골목래래향이최고야 21.11.10 86 2 11쪽
14 13화. 크리스마스이브는, 역시 집구석에서... 21.11.08 107 2 12쪽
13 12화. 대학로 뭉크는 건치였다 21.11.05 114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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