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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네딧 님의 서재입니다.

내 친구의 첫사랑

웹소설 > 일반연재 > 로맨스

완결

이네딧
작품등록일 :
2021.10.11 12:36
최근연재일 :
2022.07.21 20:30
연재수 :
129 회
조회수 :
7,669
추천수 :
167
글자수 :
658,878

작성
21.12.18 13:40
조회
44
추천
1
글자
11쪽

32화. 우리 만남은 우연이 아니야

DUMMY

“어머, 어떡해. 힘들겠다.”


소민은 안쓰러운 표정으로 민준을 위로해주는데,


나희가 지하 계단을 껑충껑충 뛰어올라오며 말한다.


“소민이 벌써 왔네? 가자. 어디로 갈까?”


민준은 아쉬운 표정으로 나희를 바라보며 말한다.


“저기, 미안한데. 난 지금 집에 가봐야 할 것 같아.”


나희는 민준 말을 듣고 민준을 안쓰러운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는 소민에게 묻는다.


“왜?”


소민의 시선이 민준의 얼굴에 고정된 채 답이 없다.


민준은 힘없는 건지,


말문이 막히는 건지,


말을 해도 믿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는지,


말이 없다.


나희는 민준에게 시선이 고정되어 있는 소민에게 정신 차리라는 듯 팔을 툭 치며 말한다.


“뭐야?”


소민은 시선을 나희에게 돌리며 상황에 대한 보충 설명한다.


“민준이네 회사 회장님이 같은 아파트 사시는데. 아빠랑도 아시고.”


소민은 말하며 ‘맞지?’ 하는 눈빛으로 민준에게 묻자,


민준 ‘맞아 맞아’ 하며 고개 끄덕거린다.


소민은 계속 설명한다.


“아빠랑 아는, 민준이네 회사 회장님이. 저녁에 PC방을 가자고 했데.”


나희 미간에 의문의 주름이 잡히며 ‘C’ 발음에 힘을 주며 말한다.


“PC방??”


이야기가 잘못 전달되자,


민준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소민을 ‘얘 뭐야??’ 하는 표정으로 바라보며 정확히 정리한다.


“아니, 아니. PC방은 아니고. 집에서 게임 하자고 하셔서.”


나희는 소민의 말도 민준의 말도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없지만,


이해하고 싶지도 않은 듯,


무덤덤하게 말한다.


“그래? 그럼 다음에 보자.


말을 하던 나희는 민준이 가리켰던 공연 포스터를 가리키며 이어서 말한다.


“민준아. 공연 보러 와라.”


민준은 아쉬운 듯 말한다.


“어, 그래. 꼭, 보러 올게. 오늘은 정말 미안하다.”


나희는 아무렇지 않은 듯 표정 짓고,


소민은 민준에게 아련한 눈빛을 보내며 아쉬워한다.


나희는 갈 듯 말듯 몸을 흔들며 발걸음을 떼지 못하는 민준에게 장난스럽게 말한다.


“야! 뭐가 미안해. 우리 우연히 만났잖아.”


나희 말에, 민준은 머리를 긁적거리며 아쉬운 발걸음을 뗀다.


“나, 갈게.”


힘없이 공영주차장 방향으로 걸어가는 민준의 뒷모습을 나희와 소민이 바라본다.


아련한 눈빛으로 민준을 바라보던 소민의 눈빛이 의심의 눈빛으로 돌변하며 말한다.


“회장은 무슨. 나희야, 민준이 일부러 자리 피하는 것 같지?”


“거짓말이라면 연기 잘하는 건데. 진짜겠지.”


나희는 말을 하며 바람이 불면 날아갈 듯 깡마른 민준의 뒷모습을 안쓰러운 눈으로 바라본다.


“그런데. 민준이 쟤 툭 치면 넘어지는 게 아니라, 레고처럼 무너지겠는데. 소민이 니가 저런 스타일을 좋아할 거라고, 나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이때,


봄바람이 ‘쉬이익’ 소리와 함께 민준 등을 밀며 지나간다.


살랑거리는 봄바람에 휘청거리며 걷는 민준.


갈대처럼 바람에 흔들린다.


민준이 넘어질까 걱정하는 나희 입에서 “어, 어, 어.” 소리가 나오고,


소민은 그런 민준을 귀엽게 바라보며 말한다.


“어머, 그놈 참 귀엽단 말이야.”


소민은 23살 처녀 보살의 점괘처럼 사람이 엄청 많은 곳인 잠실야구장에서 민준을 보고 첫눈에 반했다.


23살 처녀 보살의 점괘가 진짜 맞는 걸까? 생각한다.




***



소민이 민준을 만나게 된 상황이다.


조금 전,


원숭이 인형 탈 쓰고 뒤뚱거리며 공연장 분장실에 들어오는 나희 원숭이와 경주 원숭이.


나희가 원숭이 인형 탈에서 빠져나오며 소민에게 전화 건다.


선희에게 연락해 보라고 해서 삐쳐 있는 소민의 탁하고 쉰 목소리가 거칠게 들려온다.


“왜에??”


나희가 분장실 거울 앞에 앉아 얼굴에 땀을 닦으며 능글맞게 말한다.


“예약 손님 없으면, 지금 극장 앞으로 오시지 그래.”


소민이 빼 액 하고 소리 지른다.


“왜에? 또. 뭘 시키려고??”


거울에 비치는 나희 얼굴에 미소가 살짝 번진다.


나희가 입꼬리를 올리며 말한다.


“어··· 진호 친구 깡마른 애 있잖아. 민준이. 지금 극장 앞에 와 있거든.”


소민의 목소리가 갑자기 부드러워진다.


“아~ 진짜? 나희, 너한테 관심 있어서 온 거 같은데. 내가 뭐 하러 가.”


나희 눈알 굴리며 ‘이것 봐라’ 하며 단호하게 말한다.


“그래? 알았어. 그럼, 끊어.”


나희가 전화를 끊고 일어서자,


옆에 서서 통화 내용을 듣고 있던 경주가 “히, 히, 히.” 소리를 내며 웃는다.


나희가 경주를 바라보며 말한다.


“소민이가. 밖에 있는 민준이를 첫눈에 보고 반했나 봐. 첫눈에 이성에게 반한다는 게, 너무 심 쿵 하지 않아?”


경주가 원숭이 인형 탈을 정리하며 말한다.


“근데. 저분 언니 만나러 일부러 온 거 아니에요오.”


나희가 경주가 정리한 원숭이 인형 탈을 받아서 들어 분장실 벽에 붙어있는 옷걸이에 걸며 말한다.


“난 관심도 없고. 제일 중요한 건, 내 친구 새끼의 친구라는 사실이 최악이야. 소민이가 남자한테 관심 보이는 거 처음 봤는데. 내가 도와줘야지. 소민이랑 민준이, 왠지 잘 될 것 같아.”


경주가 분장실 거울 앞에 앉아 씨익 웃자,


은색의 세라믹 치아 교정기가 보인다.


“히! 히! 히! 친구 사이에, 꼭 이런 일이 있죠오. 그래서 소민 언니는 오신데요오?”


나희가 수건을 들고 샤워하러 가면서 확신에 찬 목소리로 대답한다.


“구십구 프로. 아니, 백 프로 올 거야. 아니다, 지금 극장 앞에 와있을 수도 있어. 소민이가 생각보다, 행동이 빠르거든.”


우연을 가장한 소민과 민준의 만남은 이렇게 이루어졌다.



***



민준이 비틀거리며 공영주차장 안으로 사라지자,


나희는 소민의 어깨에 팔을 올려 어깨동무한다.


“집에 가자.”


나희와 소민이 어깨동무하고 다정하게 마로니에 공원 방향으로 걸어간다.


소민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나희에게 묻는다.


“나희야. 민준이가, 내가 관심 있는 거 눈치챘겠지?”


나희는 묽은 콧물을 들이마시며 대답한다.


“아니야. 내가 볼 때, 민준이 쟤, 눈치 하나도 없어. 그리고, 소민이 니가 완벽하게 티를 안 내잖아.”


나희 말을 소민은 믿는 건지, 믿고 싶은 건지, 키득거린다.


“그래? 그치. 히! 히! 히!”



***



커다란 은행나무에 푸르름 돋아나고 먹이를 찾는 비둘기들이 나무 위에서 마로니에 공원 대리석 바닥을 내려다보고 있다.


마로니에 공원을 품고 있듯 한쪽 공간을 채운 아르코 예술 극장의 붉은 벽돌 위로 저녁 햇살에 공원의 나무들이 길게 그림자를 만들고 있다.


모자를 눌러 쓰고 선글라스로 얼굴을 가린 하윤이 마로니에 공원 벤치에 앉아 진호에게 전화를 걸어 보는데,


무슨 일인지 진호의 휴대전화 전원이 꺼져있다.


하윤은 ‘뭐지?’ 하며 진호에게 카톡 남긴다.


하윤


1 전화 꺼져 있네?


1 미팅 끝나고 마로니에 공원에 왔어



하윤이 앉아 있는 벤치 앞을 나희와 소민이 민준 이야기에 빠져 낄낄대며 지나간다.


카톡을 보내던 하윤이 고개를 들어 주위를 보다가 나희와 소민 뒷모습을 보고,


하윤 다시 카톡 보낸다.


하윤


분위기 좋다


진호집 근처니까 진호 단골집 가보고 싶어


어떤 곳을 좋아하고 다니는지 궁금해


하윤이 카톡을 보내는데,


진호가 피씨 톡으로 답을 한다.


진호


일이 있어서 잠깐 꺼놨어 ㅠㅠ


마로니에 공원?


곧 끝나니까 전화할게


하윤




하윤이 카톡을 마무리하고,


고개 들어 마로니에 공원을 둘러본다.


며칠 뒤 있을 연극 축제 개막식을 알리는 현수막과 연극 축제 기간 이벤트를 알리는 현수막들이 공원 주변을 감싸고,


공연 연습하는 배우들, 버스킹을 하는 사람들, 공연 홍보하는 사람들, 취해 벤치에 누워 여유를 부리는 사람들···.


하윤의 시선이 옆 벤치에 앉아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대화하는 풋풋한 연인들에게 간다.


연인들의 모습을 바라보는 하윤의 얼굴에 미소가 번진다.


손에 들고 있는 휴대전화 진동이 울려 보면 ‘진호’ 이름이 떠 있다.


“어, 진호야!”


사무실에서 급하게 나온 듯 숨이 고르지 않는 진호의 목소리가 들린다.


“미안, 좀 전에 일이 있어서 전화 꺼 놨었어.”


“걱정했는데. 별일 아니면 됐어.”


진호의 음성이 승용차 시동 걸리는 소리와 함께 들린다.


“최대한 빨리, 마로니에 공원으로 갈게”


진호의 다급한 목소리에,


하윤은 운전이 익숙하지 않은 진호가 걱정된다.


“천천히 조심히 와. 도착할 때쯤 전화줘.”


“통화하면서 갈까?”


하윤은 고민하다가 말한다.


“음··· 아니야. 나, 금요일 아침 일찍 마로니에 공원에서 야외 촬영 있거든. 주위 좀 둘러보고 있을게.”


진호의 마음이 급해 보인다.


진호는 평상시보다 빠르게 말한다.


“알았어, 기다려. 도착해서 전화할게”


“응, 그래.”


하윤은 전화를 끊고,


어둠이 내려앉는 마로니에 공원을 보며 오랜만에 여유로운 시간을 즐긴다.


옆에서 비둘기 소리가 들려 바라보면 가로등 위에 비둘기 두 마리가 앉아 소리를 내고 있다.


가로등이 켜지자,


불빛에 놀라 멀리 날아간다.



***



핸들을 잡고 있는 진호의 마음은 분노의 질주 도미닉이지만,


현실은 거북이다.


진호의 검은색 쏘나타 승용차가 도로 위를 천천히 달린다.


진호는 할 수만 있다면 순간 이동이라도 해서 하윤에게 가고 싶은 마음이다.


천천히 운전하는 진호가 ‘아, 민준이’ 하며 민준에게 전화한다.


통화연결음이 가자,


바로 전화를 받는다.


시무룩한 민준의 목소리가 블루투스 핸즈프리를 통해 차 안에 울려 퍼진다.


“이제 퇴근하냐?”


진호의 승용차가 앞차와 넓은 간격을 유지해가자,


차량들이 진호 승용차 앞으로 끼어들기 시작한다.


진호는 속도를 내지 못하고 괜히 끼어드는 차량들을 향해 클랙슨을 “빵빵” 눌러 항의하며 통화한다.


“아나 참. 야! 민준아, 어디야?”


“집에 가는 길이다.”


진호는 민준이 지금쯤 도나희의 술 꼬장을 감당하지 못해 울상을 하고 있을 거라 생각했다.


‘진호야, 이 여자 미쳤나 봐. 완전 돌아이야. 야, 빨리 좀 와서 나 좀 도와줘. 제발~~’


전화하면 이럴 줄 알았는데,


진호의 예상이 빗나간다.


“너 대학로라며? 도나희는?”


민준은 긴 한숨을 섞어 말한다.


“아니야. 회장님이 저녁에 스타 한번 하자고, 전화를 해서. ”


진호는 차 안이 울리도록 크게 웃으며 말한다.


“하! 하! 하! 하! 진짜?? 어렵다 어려워. 그래도 잘 보여야지.”


민준의 목소리는 진호와 극단적으로 엇갈리는 목소리다.


우울한 민준이 누군가가 버튼을 눌러 볼륨을 줄이듯 목소리를 점점 줄이며 말한다.


“진호야. 나, 오늘 완전히, 완벽하게 우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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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33화. 중2 때 기억 21.12.19 44 1 11쪽
» 32화. 우리 만남은 우연이 아니야 21.12.18 45 1 11쪽
32 31화. 데자뷰 21.12.16 53 2 11쪽
31 30화. 광고 모델 에이전시 21.12.14 53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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