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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네딧 님의 서재입니다.

내 친구의 첫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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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이네딧
작품등록일 :
2021.10.11 12:36
최근연재일 :
2022.07.21 20:30
연재수 :
129 회
조회수 :
7,644
추천수 :
167
글자수 :
658,878

작성
21.12.05 22:00
조회
59
추천
2
글자
11쪽

26화. 오징어 두 마리

DUMMY

나희 방문이 열리자,


마루와 아띠가 식탁을 향해 경쟁하듯 달려 나온다.


진호와 소민이 마루와 아띠를 반기며 나희 방문을 바라보면,


나희가 헐렁한 밍크 잠옷을 입은 채 손을 등에 넣고 벅벅 긁으며 걸어 나와


소민 옆 의자 위에 양반 자세로 앉더니,


자세를 바꿔 한쪽 무릎을 들어 올려 무릎 관절 위에 턱을 괸다.


소민과 진호는 말없이 샌드위치를 입에 물고 먹는다.


식탁 아래에서 빙빙 돌던 아띠와 마루는 소파 옆으로 쪼르르 가서 소민이 준비해 놓은 아침을 먹는다.


식탁 위 샌드위치를 들어 입으로 가져가던 나희가 ‘이거 무슨 냄새야?’ 하며 코를 킁킁대다가 소민과 눈이 마주친다.


소민이 건너편 진호를 향해 ‘째야!’ 눈짓하자,


나희의 시선이 진호에게 향한다.


나희가 실실 웃으며 코에서는 노래가 새어 나오는 진호를 무표정한 얼굴로 바라보며 말한다.


“야! 너 미쳤어?”


진호는 듣지 못했는지,


들었는데 못 들은 척하는 건지,


콧노래 부르며 물을 마신다.


나희가 손으로 노크하듯 식탁을 “탁, 탁, 탁” 두드리며 말한다.


“저기요. 앞에 분. 너 뭐야? 오늘 왜 그래?”


“왜? 뭐가?”


진호가 나희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말하자.


나희는 코를 찡긋거리며 묻는다.


“향수를 뿌린 거야? 향수로 샤워를 한 거야? 왜 실실 웃고 그래? 샌드위치가 그렇게 맛있어?”


진호는 대꾸도 하지 않고 샌드위치 먹는다.


옆에 있는 소민이 나희를 거들며 나선다.


“그래. 지노야 너. 오늘따라 많이 이상해.”


진호는 현재 나희와 소민이 아닌 미래에 하윤과 다정하게 아침 샌드위치 먹는 상상에 즐겁기만 하다.


샌드위치를 손에 들고 미소 짓는 하윤의 얼굴 뒤로 아름답고 찬란한 빛이 환하게 비춘다.


눈부신 진호 귓가에 허스키 한 여자 엄태구 목소리와 탁하고 쉰 목소리가 상상 속에서 행복감에 젖어 있는 진호를 현실로 끌어당긴다.


진호의 눈앞에 오징어 두 마리가 눈을 깜박거리며 쳐다본다.


현실은 도나희와 김소민 ‘어우, 짜증이 확 밀려온다’ 최악이다.


진호가 말을 돌린다.


“민준이 연락 안 왔냐?”


갑자기 민준이라는 이름이 나오자,


소민이 귀를 쫑긋 세우며 반가운 눈으로 대답한다.


“민준이? 아직 안 왔는데.”


진호의 시선이 소민을 보다가 나희에게로 향한다.


“어··· 도나희. 너 말이야.”


나희는 입안 가득 샌드위치를 넣고 씹다가 멈춘다.


무슨 소린지 몰라 진호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말한다.


“걔가 왜?”


진호가 손가락 끝에 묻어 있는 케첩을 입으로 쪽쪽 빨며 말한다.


“너 연락처 알려 달라고 해서 알려 줬어. 괜찮지?”


소민은 진호와 나희를 번갈아 바라보고,


나희는 입안에 씹고 있던 샌드위치를 꿀꺽 삼키며 진호 말이 못 마땅한 듯 말한다.


“야. 괜찮은지, 안 괜찮은지는. 알려주기 전에 물어봐야 하는 거 아니야?”


나희 말을 무시하는 듯 진호는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한다.


“민준이 걔 SM제약 연구원이야. 너 SM제약은 들어봤지? 나스닥에 상장해서 대박 난 그 회사. 아니다, 넌 그런 거 모르지. 여튼 연봉도 높고. 아니, 돈 잘 벌고. 걔네 집 타워 팰리스야. 우리나라에서 돈 많은 사람들이 산다는 그 아파트.”


나희는 전혀 관심 없는 표정이다.


사실 SM제약도 모르고 타워 팰리스도 관심 없다.


“근데??”


진호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답답한 얼굴로 위아래로 손짓하며 말한다.


“너하고 레벨이 다르다고. 그냥, 연락 오면. 편하게 만나봐.”


나희는 샌드위치를 한 입 베어 물고 우걱우걱 씹으며 소파 옆에서 아침을 먹고 있는 마루와 아띠를 바라본다.


진호 말을 듣기 싫다는 무언의 행동이다.


진호가 소민을 바라보며 말을 이어서 한다.


“소민이 너네 부모님도 도곡동에 사신다고 했지? 너 도곡동 타워 팰리스 알지?”


진호가 갑자기 소민에게 묻자,


소민이 당황한 듯 말을 더듬는다.


“어?? 어, 어. 타, 타워 팰리스 모르는 사람이 어디, 어디 있어.”


“어디 있기는. 그런 사람, 니 옆에 있잖아.”


진호가 나희를 향해 손짓하자,


소민이 진호의 손짓을 따라 옆에 있는 나희를 바라본다.


나희는 관심 없는 듯 시선을 천장에 두고,


어금니 사이에 낀 샌드위치 조각을 손가락을 빼먹고 있다.


변비 환자가 쾌변을 본 듯 시원해하는 얼굴로.


소민의 시선이 진호에게 향하며 호기심이 담긴 목소리로 묻는다.


“민준이가··· 설마 나희 한 테 관심 있는 거야?”


“그니까. 아무리 취향은 개인의 몫이라지만. 난 이해를 못 하겠어. 그냥, 그 취향 존중해주기로 했다.”


진호 말에,


소민의 얼굴은 놀라고 목소리는 아쉬움 섞여 나온다.


“대박~ 민준이 걔 깡마르고, 뺀질뺀질해 보이는 게. 딱 내 스타일이던데.”


“야! 잘 됐다. 난 그런 스타일 딱, 별로 거든.”


소민이 ‘올~~’ 하며 나희를 바라본다.


진호가 자리에서 일어나 친구 민준을 별로라고 딱 잘라 말하는 나희를 어이없는 표정으로 바라본다.


나희는 헐렁한 잠옷을 입고 부스스한 머리로 양반 자세로 앉아 심리 불안 환자처럼 무릎을 달달 떨며 옆구리를 박박 긁어 손톱의 때를 손톱으로 빼고 있다.


진호 눈빛이 말한다. ‘야, 좀 씻어라 씻어. 민준이가 이런 모습을 봐야 하는데’


손톱 사이 때를 빼던 손가락을 코끝에 대고 냄새를 맡던 나희가 진호를 바라본다.


“너 눈빛이 왜 그따위야?”


진호가 나희를 내려다보며 말한다.


“스타일? 도나희씨는 요즘 어떤 스타일의 남자를 좋아하나요?”


“어! 좋은 질문이야.”


나희가 말을 하고,


의자에서 살짝 일어나 자세를 바꿔 앉아 말을 이어간다.


“어··· 이제 나도 나이가 들면서···. 요즘··· 난 있잖아···”


“나 출근한다.”


진호가 고민하며 말하는 나희를 무시하고 재빠르게 현관문 열고 밖으로 나가버린다.


닫혀버린 현관문을 바라보는 나희가 어이없는 듯 말한다.


“저 새끼가, 물어보고 그냥 가네.”


나희의 시선이 옆에 앉아 있는 소민에게 향하며 눈빛이 초롱초롱해진다.


“소민아. 얘기해줄까?”


“미안. 난, 니 스타일 전혀 궁금하지 않아서.”


소민이 벌떡 일어나 식탁 위 접시와 컵들을 싱크대에 올려놓고 수돗물 켠다.


실망한 표정의 나희가 소파 옆에서 아침을 먹는 마루와 아띠를 보며 눈을 가느스름하게 뜬다.


의자에서 껑충 뛰어 내려와 마루와 아띠를 향해 엉덩이를 들고 살금살금 기어가며 말한다.


“마루야? 아띠야? 언니가 어떤 스타일 좋아하는지 궁금하지? 언니가, 너네 둘한테만 말해 줄게.”


소민이 쉰 목소리로 빽 소리 지른다.


“야! 도나희!! 아기들 밥 먹는데, 괴롭히지 마!!”



***



사랑 소극장 무대 위.


작업복 차림의 나희가 접이식 사다리 위에 앉아 진지한 표정으로 조명을 만지고 있다.


무대 오른쪽 구석에 새롭게 놓인 검은색 그랜드 피아노를 향해 핀 조명을 조절한다.


나희가 접이식 사다리 위에 앉아 오퍼실에서 나희를 보고 있는 경주에게 손으로 오케이 사인 보내자,


경주가 조명 콘솔 가볍게 터치한다.


무대 중앙과 그랜드 피아노 위에 동그랗게 핀 조명이 떨어진다.


나희가 수정한 대본 내용을 받아들인 준태가 준비해 놓은 피아노다.


관객 중에 첫사랑을 고백하고 싶은 관객이 무대 중앙에 서서 사랑 고백을 하고,


나희나 경주가 라이브로 피아노 연주를 해주는 이벤트를 공연 내용에 넣었다.


피아노 연주가 안 되는 음악은 오퍼실에서 내보낼 예정이다.


무대가 한눈에 들어오는 오퍼실에서 핀 조명을 지켜보던 경주가 나희를 향해 손으로 오케이 사인하고,


오퍼실 밖으로 얼굴을 내밀며 느린 말투로 소리친다.


“언니. 피아노 의자에 앉아 보시겠어요오?”


“오케이.”


나희가 접이식 사다리에서 내려와 피아노를 등지고 오퍼실을 바라보며 앉는다.


경주가 조명 콘솔에 씬 별로 정리해 붙여놓은 숫자를 차례대로 누르며 조명 밝기를 조절해 본다.


무대 조명이 씬 별로 빠르게 켜졌다 꺼졌다 반복하자,


나희는 피아노 의자에 앉아 만족스러운 눈으로 조명을 바라보며 마치 무대 위 주인공이 된 것처럼 착각한다.


씬 별 숫자를 누르던 경주의 손이 공연의 절정인 관객이 첫사랑을 고백하는 씬에서 멈춘다.


무대 위에 어둠 속에서 주황색 핀 조명이 원을 그리며 무대 중앙과 오른쪽 구석에 놓여있는 그랜드 피아노를 비춘다.


나희가 일어나 뒤로 물러서서 조명을 바라보며 만족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언니, 피아노 테스트해 볼게요오. 연주 하나만 해주세요오.”


경주가 무대를 향해 소리치자,


나희가 피아노 의자에 앉아 피아노 뚜껑을 살며시 올린다.


건반 위에서 나희의 손가락이 잠깐 망설이다가 연주하며 노래한다.




‘김윤아 야상곡’


“바람이 부는 것은 더운 내 맘 삭여 주려 계절이 다 가도록 나는 애만 태우네

꽃잎 흩날리던 늦봄의 밤 아직 남은 님의 향기 이제나 오시려 나 나는 애만 태우네”




경주가 “허~얼~ 와~아” 입을 떡 벌리고,


무대 위 피아노 건반을 누르며 노래하는 나희를 바라본다.


무대 위 나희의 짧은 커트 머리 위로 주황색 조명 빛이 반짝이며 비춘다.


나희의 피아노 연주와 노래가 구슬프게 텅 빈 극장 안에 울려 퍼진다.


나희는 피아노 연주도 노래도 수준급이다.


무대 위에서 콘서트를 하는 주인공 같다.


나희를 멍하니 바라보던 경주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극장 문이 열리자,


머리를 내밀고 출입문 쪽을 바라본다.


나희도 연주를 멈추고 출입문을 바라본다.


땀을 뻘뻘 흘리는 준태가 왼손에는 공연 포스터 뭉치를,


오른손에는 커다란 비닐봉지를 끌고 극장을 들어오려고 하는데,


커다란 비닐봉지가 출입문에 끼어들어 오지 못한다.


경주가 달려가 힘을 더해 힘껏 끌어당기자,


스펀지가 들어있는 커다란 비닐봉지가 극장 안으로 끌려 들어온다.


경주가 비닐봉지를 받아 들고,


나희가 다가와 포스터 묶음을 받아 든다.


준태 힘겨운 듯 손으로 땀 닦으며 무대 위 피아노를 비추는 핀 조명을 바라본다.


“오, 조명 끝냈구나. 좋다, 좋아. 수고들 했어.”


준태가 말하고,


나희 손에 들려 있는 포스터를 받아 들며 이어서 말한다.


“포스터 나왔거든, 한번 봐봐.”


“와아아.”


경주가 기대에 찬 듯 포스터 묶음을 뜯는 준태를 바라본다.


준태가 포스터 한 장을 들어 올리며 나희와 경주를 향해 보여준다.


“어때? 잘 나왔지?”


‘내 친구의 첫사랑’ 제목이 캘리그라피 글씨체로 예쁘게 쓰여있고,


나란히 서 있는 배우들 가운데 키가 큰 규혁이 환하게 웃고 있다.


“네에, 디자인 좋은데요오.”


경주가 느리게 대답하고 비닐봉지를 바라본다,


나희는 포스터 속 환하게 웃고 있는 규혁의 얼굴이 마음에 들지 않는 듯,


손으로 규혁의 얼굴을 가리고 제목을 바라보며 포스터 아래 스텝들 이름을 훑어보며 말한다.


“배우들 사진이··· 가운데 너무 큰 거 아닌가. 너무 커서 언밸런스 한 것 같은데···”




내 친구의 첫사랑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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