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이네딧 님의 서재입니다.

내 친구의 첫사랑

웹소설 > 일반연재 > 로맨스

완결

이네딧
작품등록일 :
2021.10.11 12:36
최근연재일 :
2022.07.21 20:30
연재수 :
129 회
조회수 :
7,577
추천수 :
167
글자수 :
658,878

작성
21.12.16 22:00
조회
52
추천
2
글자
11쪽

31화. 데자뷰

DUMMY

민준은 마음을 들켜버려 민망한 듯 입을 꾹 닫는다.


옆에 서 있는 경주는 나희와 민준을 바라보며 소리를 내지 않고 치아 교정기가 보이도록 입을 열고 웃는다.


나희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민준의 조약돌만 한 손에 들려 있는 원숭이 인형 탈 머리를 받아 들며 경주에게 민준을 소개한다.


“경주야, 인사해. 내 친구···. 그···.”


말을 하던 나희는 진호를 설명하자니,


자신을 무시하는 진호 때문에 갑자기 욱하는 감정이 터져 나오고,


이어서 말한다.


“새끼가 하나 있는데, 그 새끼 친구야. 민준이라고. 민준이 너, SM···. 어디 다닌다고 하던데.”


나희의 SM 말에,


경주는 흥분한 목소리로 빠르게 말한다.


“SM 엔터테인먼트요오??”


나희는 경주를 만나고 이렇게 빠르게 말하는 걸 처음 본다.


민준은 손사래를 치고,


왁스 바른 머리를 살며시 만지며 말한다.


“아니요. SM 제약입니다. 이민준이라고 합니다.”


경주는 실망한 듯 말이 느려진다.


“아, 네. 안녕하세요오. 나희 언니랑 이번 공연에서 함께 일하는 최경주에요오.”


민준은 경주의 느린 말투가 지겨운지 입을 벌리고 눈을 깜빡이며 ‘아아 언제 끝나나’ 말이 끝나길 기다린다.


경주의 소개가 끝나자,


나희는 민준을 빤히 쳐다보며 말한다.


“민준아, 편하게 말 놔.”


민준은 잘못 들은 듯 나희를 보며 말한다.


“네?”


“말 놓으라고.”


나희가 진지한 표정으로 말하자,


민준은 나희가 멋있게 보인다.


자신을 리드해주는 여자,


강한 여자,


민준은 나희 같은 막돼 먹은, 건달 같은 여자는 처음이다.


그게 너무 마음에 든다.


‘그래 나에게 막 대해줘’ 민준은 소심하게 말한다.


“어, 네. 근데 왜 전화 안 받아?”


“휴대폰 극장에 놓고 갔지.”


나희가 원숭이 인형 탈 머리를 들어 올리며 말하자.


민준은 나희 손에 들려 있는 원숭이 인형 탈 머리를 소심하게 만지며 말한다.


“아. 이거 때문에....”


“여기서 잠깐 기다려. 극장 정리하고 나올게.”


나희가 말을 하고 뒤뚱거리며 계단을 내려가자,


경주도 뒤뚱거리며 지하 계단으로 내려간다.


나희와 경주가 지하 계단 아래로 사라지자,


민준은 ‘아··· 이게 아닌데’ 자책하며 휴대전화를 꺼내 진호에게 전화한다.



***



기상청 지진 화산국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진호는 데이터 분석 확인하고 있다.


진호의 휴대전화 진동이 울리자,


휴대전화를 들고 재빠르게 휴게실 방향으로 걸어가며 조용히 통화한다.


“왜?”


“진호야. 나 요즘 조금 이상하지?”


전화를 받자마자, 민준은 엉뚱한 질문을 하고....


기상청 사무실보다 더 조용한 민준의 회사 연구실 적막감은 없고,


외부 소음이 따라 들어온다.


진호는 ‘이 시간에 왜 밖에 있지?’ 하며 묻는다.


“너 벌써 퇴근했어?”


“묻는 말에 대답 좀 해줘.”


진호는 휴게실 문 열고 들어가며 말한다.


“많이, 아주 많이. 완전 이상해 인마. 왜 그래? 무슨 일인데?”




진호가 텅 빈 휴게실 한 가운데 테이블 자리에 앉아 통화하고 있는 강 팀장과 눈이 마주친다.


진호가 고개를 숙이자,


강 팀장은 오른손을 들어 허공에 두 번 턴다.


‘알았으니까 편하게 통화하라는 뜻이다.’


진호는 강 팀장의 눈치를 보며,


강 팀장과 가장 거리가 먼 창가 구석 자리로 걸어가 앉는다.


민준은 진호가 알아들을 수 없는 이상한 말을 한다.


“진호야. 내 안에 나도 모르는 그 어떤 갈증이 있었나 봐.”


“갈증? 그게 무슨 소리야?”


진호가 말하는데.


주식투자 관련 통화를 하던 강 팀장의 목소리가 휴게실 안을 훑고 지나간다.


“밸류에이션이 매력이라···. 영끌 해서, 다 넣었단 말이지.”


진호는 휴대전화기를 들고 민준의 목소리를 기다린다.


민준의 힘 없는 목소리가 들린다.


“나 오늘 조퇴하고, 나희 씨 만나러 대학로 왔다.”


진호는 얼굴을 찡그리며 큰소리로 버럭 한다.


“어? 미친놈, 진짜??”


진호가 휴게실 안을 쩌렁 울리도록 타이밍 좋게 소리치자,


영끌 투자로 불안한 심리 상태인 강 팀장은 진호가 마치 자신에게 말한 것처럼 들린다.


금테 안경을 테이블 위에 벗어던지고,


굳은 표정으로 진호를 노려본다.


강 팀장 휴대전화 속 친구의 음성이 들린다.


“누구냐? 내가 해줄 말을 선수 친 사람이. 그래도 영끌은 아니지, 미친 놈아.”


강 팀장이 한숨을 쉬며 진호를 향해 레이저 눈빛을 쏘자,


진호는 시선을 피하며 조용히 전화 끊는다.


“민준아, 미안. 끝나고 전화할게.”


“갑자기 왜? 진호야! 오진호!”


진호를 애타게 부르는 민준의 목소리가 뚝 끊긴다.


진호가 휴대전화를 바지 뒷주머니에 넣고 슬금슬금 휴게실을 빠져나가는데.


깜빡거림이 없는 강 팀장의 눈이 감시카메라가 도둑을 따라 움직이듯 진호를 따라 움직인다.


진호는 휴게실 문을 열고,


자신을 따라오는 강 팀장의 시선을 향해 두 주먹을 불끈 쥐며 응원 메시지를 보낸다.


“강 팀장님. 대박 투자를 기원합니다.”


강 팀장 어이없는 표정으로 손을 들어 ‘스톱’ 사인을 보낸다.


진호는 휴게실 문을 열고,


그 자리에서 멈춘다.


강 팀장은 건조한 톤으로 말한다.


“오진호. 너 요즘 업무시간에 통화를 너무 많이 하는 것 같다. 오늘은 퇴근할 때까지 전화 꺼 놔.”


진호는 분위기 파악 못하고 방끗 웃으며 말한다.


“네? 아이, 그래도 전화를 꺼놓는 건....”


강 팀장은 정색하며 말한다.


“끄시라고요. 당장.”


“넵.”


강 팀장의 기세에 눌린 진호는 짧게 대답하고,


휴대전화 전원을 끈다.



***



민준이 전화를 끊고,


사랑 소극장 앞을 시계추처럼 왔다 갔다 하며


“아~ 이 새끼. 도움이 안돼 도움이. 저만 직장 다니나. 이민준, 정신 차려. 내가 왜 이러지. 그냥 집에 갈까? 아이, 씨”


혼잣말로 중얼거리고 있는데....


모자를 깊이 눌러쓰고 선글라스로 얼굴을 가린 하윤이 백 팩을 어깨에 메고 민준이 서성거리는 사랑 소극장 앞으로 다가온다.


하윤은 땅바닥을 바라보며 셀프 토킹에 빠져 왔다 갔다 하는 깡마른 민준 옆을 지나 마로니에 공원 방향으로 걸어간다.


고민하던 민준은 오늘은 일단 그냥 가기로 결심한다.


망설이던 민준이 하윤의 뒤를 따라가듯 마로니에 공원 방향으로 걸음을 옮기는데,


키가 크고 세련된 느낌의 여자(하윤)가 앞서 걸어가고,


세련된 느낌의 여자와 엇갈려 낯익은 여자가 마로니에 공원 쪽에서 민준을 향해 다가온다.


키는 세련된 느낌의 여자보다 딱 반절만 한 키다.


민준은 걸음을 멈추고 스캔할 것도 없이 한 눈에 들어오는 여자를 바라본다.


소민은 레이스가 과하게 달린 알프스 소녀 하이디 의상을 입고 총총걸음으로 걸어오며 하윤과 엇갈린다.


하윤은 고개를 돌려 소민을 힐끗 바라보더니,


시선을 마로니에 공원 방향으로 돌리며 걸어간다.


소민도 뒤돌아 하윤을 힐끗 바라보고 무심히 지나친다.


하윤과 소민은 잠깐의 시간 차를 두고 시선이 엇갈린다.


소민은 민준을 보고 환하게 웃으며 다가온다.


소민의 눈에는 깡말라 볼품없는 민준의 모습이 멋있게 보인다.


예민할 것 같은 턱선.


까칠할 것 같은 눈빛.


툭 치면, 부서질 것 같은 좁은 어깨까지.


소민의 웃음기 섞인 탁한 쉰 목소리가 민준의 귀를 사정없이 때린다.


“안녕, 민준아! 너 여기서 뭐 해?”


이런 우연이 있다니.


민준은 나희를 이런 느낌으로 만나고 싶었다.


우연히···.


하지만 소민이 민준을 우연히 만나게 됐다.


예상하지 못했던 소민의 등장에 당황한 민준은 꾸벅하고 폴더 인사를 한다.


“어? 안녕하세요?”


“어, 그래. 너 여기 웬일이야?”


소민은 민준 앞에 바짝 다가와 민준을 올려다보며 말한다.


민준은 뒤로 한걸음 물러서서 몸을 자연스럽게 뒤로 빼고 죄 없는 포스터를 가리키며 말한다.


“아~ 하하하. 이 앞을 지나는데요. 우연히 이 포스터가 눈에 딱 보이는....”


민준이 소민을 바라보며 말을 하는데,


소민의 표정이 ‘그래 들어나 보자. 그런데, 나 다 알고 왔어’라고 말한다.


민준은 말을 멈추고 공손하게 수긍한다.


“네. 나희 씨. 곧 나온다고 하네요.”


소민은 ‘왜 더 말해봐’ 하며 민준의 행동이 귀여운 듯 실실 웃는다.


민준은 소민의 부담스러운 시선을 피하려고 지하 계단 아래를 내려다보다가,


매표소 유리를 손가락으로 닦아 본다.


“민준아!”


소민이 끈적거리는 말투로 민준 이름을 부르자,


민준은 소민을 바라본다.


“예.”


“야. 너, 말 놔.”


소민 방끗 웃으며 말하자,


조금 전 나희가 똑같이 말했던 상황이 민준의 눈앞에 스쳐 지나간다.


“네??”


“말 놓으라고.”


민준 ‘이 유쾌하지 않은 데자뷰는 뭐지?’ 생각하며 억지웃음 짓는다.


“네. 어, 어. 그럴까.”


소민은 가방에서 손거울을 꺼내 머리를 만지며 말한다.


“그래. 편하게 해. 근데, 나희는 왜 안 나오지?”


소민이 거울을 다시 가방에 넣고,


지하 계단을 바라본다.


민준도 소민 옆에서 지하 계단을 내려다보는데,


손에 들고 있는 휴대전화 진동이 울린다.


휴대전화를 바라보는 민준은 화면에 ‘회장님’ 떠 있자,


화들짝 놀라 매표소 옆에 가서 정중한 태도로 전화를 받는다.


“네, 회장님. 네?? 아, 아닙니다. 네. 네. 네에~. 네, 네. 네, 네, 네. 네, 알겠습니다. 네.”


전화를 끊는 민준의 얼굴에 그늘이 드리워지고,


깨끗했던 얼굴에 다크서클이 고드름처럼 흘러내린다.


소민은 12번 ‘네’를 외치고 통화를 끝내는 민준을 바라보며 말한다.


“민준아. 누군데. 네, 네, 네. 만해?”


맥 빠진 목소리로 민준은 말한다.


“예. 아니. 어. 우리 회사 회장님.”


소민 ‘회장님이?’ 하며 이상한 듯 묻는다.


“너 회장 비서야? 연구원 아니었어?”


민준은 설명하기 애매한 이야기를 짧게 설명해야 한다.


“어···. 그게. 우리 회사 회장님이, 나랑 같은 아파트에 사시거든. 우리 아버지와 친분도 있으시고···.”


소민은 궁금한 표정으로 말한다.


“그런데?”


민준은 손에 땀이 나는지 휴대전화를 바지 주머니에 넣고 손을 비비며 말한다.


“저녁 먹고. 회장님 집으로 올라오라고 하네.”


소민의 목소리가 더 탁해진다.


“잉? 왜?”


민준은 믿지 않을 거라 생각하며 말한다.


“어.... 그게···. 회장님이 요즘 스타크래프트에 빠지셔서, 저녁 먹고 집에서 베틀 한번 하자고···.”


“엥?? 스타? 진짜? 이상하다.”


소민이 믿지 못하겠다는 얼굴로 말하자,


민준은 예상했다는 듯 ‘이 자리를 피하기 위해 거짓말하는 게 아니야. 진짜야’를 강조하기 위해 강하게 말한다.


“이상한 정도가 아니고. 미친 것 같아. 아니, 미친놈이야. 아 진짜 짜증 나. 신입연구원이 회장하고 스타크래프트 한다고 하면 누가믿겠어. 나도 안 믿어. 나도. 아, 진짜. 빨리 독립해서 집을 나가든지 해야지.”


민준은 답답한지 오른손으로 가슴을 친다.




내 친구의 첫사랑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내 친구의 첫사랑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41 40화. 혼자 남겨진 하윤 22.01.01 43 1 12쪽
40 39화. 규모3.6 지진 21.12.30 56 1 11쪽
39 38화. 뜨거운 키스 21.12.28 65 1 11쪽
38 37화. 기상캐스터와 사귄다고? 21.12.26 46 1 11쪽
37 36화. 악마를 보았다 21.12.25 50 1 12쪽
36 35화. 여자 엄태구 21.12.23 41 1 12쪽
35 34화. 오진호의 굴욕적인 첫사랑 21.12.21 46 1 12쪽
34 33화. 중2 때 기억 21.12.19 43 1 11쪽
33 32화. 우리 만남은 우연이 아니야 21.12.18 44 1 11쪽
» 31화. 데자뷰 21.12.16 53 2 11쪽
31 30화. 광고 모델 에이전시 21.12.14 53 2 12쪽
30 29화. 중2 때 약속 21.12.12 54 2 11쪽
29 28화. 올림픽 펜싱 금메달 리스트 21.12.09 50 2 11쪽
28 27화. 친구와 키스하고... 21.12.07 65 2 11쪽
27 26화. 오징어 두 마리 21.12.05 59 2 11쪽
26 25화. 첫 키스 21.12.02 71 2 11쪽
25 24화. 술 취해서 도대체 무슨 말을 한거지? 21.11.30 51 2 11쪽
24 23화. 헤어진 사이인데... 뭐? 쿨하게? 21.11.28 47 2 11쪽
23 22화. 운명의 장난 21.11.25 54 2 11쪽
22 21화. 다시 만난 도나희와 민규혁 21.11.23 59 2 11쪽
21 20화. 연극 '내친구의 사랑' 연습중 21.11.21 68 2 11쪽
20 19화. 오늘 하루가 왜 이렇게 길지? 21.11.19 66 2 11쪽
19 18화. 도나희 바이러스 21.11.18 60 2 11쪽
18 17화. 브라더 어디가?? 21.11.16 68 2 12쪽
17 16화. 잠실 야구장의 함성, 그 이유는... 21.11.15 69 2 12쪽
16 15화. 분홍색 어피치 카드를 쓰는 남자 21.11.12 81 2 12쪽
15 14화. 양꼬치는로터리앞골목래래향이최고야 21.11.10 84 2 11쪽
14 13화. 크리스마스이브는, 역시 집구석에서... 21.11.08 106 2 12쪽
13 12화. 대학로 뭉크는 건치였다 21.11.05 112 2 11쪽
12 11화. 첫눈이 내리면 생각나는 그 사람 21.11.03 134 2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