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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네딧 님의 서재입니다.

내 친구의 첫사랑

웹소설 > 일반연재 > 로맨스

완결

이네딧
작품등록일 :
2021.10.11 12:36
최근연재일 :
2022.07.21 20:30
연재수 :
129 회
조회수 :
7,678
추천수 :
167
글자수 :
658,878

작성
21.11.23 22:05
조회
61
추천
2
글자
11쪽

21화. 다시 만난 도나희와 민규혁

DUMMY

나희와 소민은 어둠 속에서 불이 켜진 네모난 액자에 영정사진처럼 나란히 앉아 무대 위 배우들과 눈을 마주친다.


배우들의 얼굴이 일그러지고, 민망함에 환하게 웃는 나희와 소민.


나희가 슬그머니 시선을 피하며 콘솔을 만지는데 손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움직인다.


어색한 표정의 소민이 손가락으로 아랫입술을 잡아당기며 “휘익, 휘익” 휘파람 불고 박수 친다.


“와!! 내 친구의 사랑. 재미있다, 재미있어. 그치, 나희야??”


하고 나희를 보면, 나희가 앉아 있던 의자는 텅 빈 채 의자만 덩그러니 남아 있고 나희는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없다.


소민의 탁한 쉰 목소리가 공연장을 울린다.


“아우, ssip.”



***



소민이 사랑 소극장 지하 계단을 허둥지둥 올라와 나희를 찾기 위해 안이 잘 보이지 않는 티켓 부스 안을 “이년 어디 갔어?” 하며 바라본다.


부스 안에는 아무도 없다.


건물 왼쪽 공간으로 걸어가 바라보면,


나희가 안쪽 벽에 기대어 전자 담배 피며 연기를 길게 뿜어낸다.


눈을 가린 앞머리를 쓸어 넘기며 씩씩거리며 다가오는 소민을 바라보고 피식 웃는다.


소민이 달려와 몸을 던지며 장난스럽게 나희 밀치자,


웃는 나희가 말한다.


“괜찮아. 재미없는 걸, 없다고 하는 건데.”


“야, 그래두. 쪽팔리잖아.”


소민이 부끄러운 듯 말하자,


나희가 담배 연기를 뿜어내며 말한다.


“괜찮아. 신경 쓰지 마.”


소민은 연습 공연이지만 진짜 재미없게 본 것이다.


소민이 나희를 이해한다는 얼굴로 말한다.


“나희 니가 왜 머리를 싸매고, 대본을 고쳤는지 알 것 같다.”


“진짜?”


나희가 자신을 이해해주는 소민에게 말하며 엉덩이로 밀치자,


소민도 나희를 엉덩이로 밀친다.


두 사람 장난치며 웃고 있는데,


빨간색 베스파 클래식 스쿠터가 ‘빠다다다다’ 소리를 내며 안쪽으로 들어와 나희와 소민 앞에 선다.


분홍색 헬멧을 벗는 경주가 나희에게 깍듯하게 인사한다.


“언니, 안녕하세요오. 오늘 정말, 고마워요오.”


얼굴에 밀가루라도 바른 듯 하얗고 앳된 얼굴에 치아 교정기를 하고 답답할 정도로 느리게 말하는데,


말끝을 늘어트린다.


경주는 공연 리딩이 끝나고 사랑 소극장에서 연습을 시작할 때 양준태 연출이 뽑은 나희 같은 공연 기획이다.


말이 기획이지. 나희와 함께 소품, 의상, 홍보, 오퍼, 청소 등 아무거나 다 해야 하는 잡부다.


경주는 나희와 달리 공연 기획자를 꿈꾸는 사회 초년생이다.


말이 느려서인지 행동도 느려서 스쿠터에서 내리는 것도 느리다.


나희가 전자 담배를 끄고 주머니에 넣으며 경주에게 말한다.


“고맙긴. 알바는 잘했어?”


“네. 언니 덕분에 잘 했어요오.”


소민은 경주의 빨간색 베스파 스쿠터를 훑어보며 “오~오~” 감탄한다.


핸들에 달려있는 동그란 거울에 얼굴 비춰보고 눈꼬리를 매만지는 소민에게 나희가 경주를 소개한다.


“소민아, 함께 일하는··· 아니 며칠 전까지 함께 일했던 경주. 경주야 여긴, 내 룸메 소민이.”


헬멧을 손에 들고 있는 경주가 소민에게 깍듯이 인사한다.


“안녕하세요오. 나희 언니랑 함께 일하는 최경주라고 해요오.”


소민은 말이 느린 경주가 답답한지 평소보다 말이 빨라진다.


“반가워. 김소민이야. 스쿠터 예쁘다.”


경주가 헬멧을 스쿠터 뒷자리에 걸며 소민에게 말한다.


“언니. 혹시 스쿠터 타실 줄 아세요오?”


“어, 그럼. 나희랑 좀 달렸었지.”


소민이 한 손으로 핸들을 잡고 당연하다는 얼굴로 말하자.


경주는 나희를 보며 뜻밖이라는 얼굴로 말한다.


“나희 언니, 스쿠터도 타세요오?”


“음···. 예전에.”


나희가 코끝을 손으로 살짝 비비며 말하자.


소민이 나희 옆에 나란히 서며 좀 놀았다는 듯 말한다.


“나희가 말이야. 고딩 때부터 스쿠터를 타고 학교에 다녔어.”


경주 눈이 커지며 거북이처럼 깜빡인다.


예상했지만 역시 눈 깜박이는 것도 느리다.


“진짜요오?? 언니는 자기 이야기 잘 안 해서 전혀 몰랐어요오.”


“옛날얘기야. 소민아, 예약 손님 있다며 안가?”


나희는 기억하고 싶지 않은 듯 말을 돌리기 위해 소민에게 말한다.


소민이 가방에서 휴대전화를 꺼내 시간을 보고 “어머” 깜짝 놀란다.


“나. 먼저 갈게. 경주, 또 보자.”


소민이 짧은 다리로 경보하듯 빠르게 걸어간다.


“네, 언니. 조심히 가세요오.”


경주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소민은 흡연 공간을 빠져나가 건물 앞으로 사라졌다.


“저 언니, 로터리에 있는 애견 미용실 하시죠오?”


경주가 소민을 알고 있는 사람처럼 이야기하자.


나희가 뒷머리를 만지며 말한다.


“응. 내가 말했나?”


경주의 얼굴이 씁쓸한 표정으로 바뀐다.


“아니요오. 전 남친 이랑 한 번 가 봤거든요오. 전 남친 강아지 데리고요오.”


경주의 전 남친 이야기에 나희는 자신이 처한 상황이 답답한 듯 전자 담배를 꺼내 입에 문다.


전 남자 친구인 민규혁과 함께 공연을 준비하고 있는 나희.


‘내 친구의 사랑’ 공연 팀은 나희와 규혁이 과거 연인 사이였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경주는 당연히 모르고,


배우들도 양준태도 모른다.


나희가 술에 취해 준태에게 술꼬장을 부렸고,


준태는 나희의 연락을 받지 않는 상황에서 나희는 준태가 그만두라고 말하기를 바라고 있다.


전 남친과 연극을 준비한다는 것이 불편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상황이 답답하다.


나희가 씁쓸한 얼굴로 표정이 점점 어두워지는 경주에게 말한다.


“하필, 소민이 가게를 갔네.”


경주는 조금 전 나희가 한 행동을 따라 하듯 코끝을 손으로 비비며 말한다.


“네. 처음 사귄 남자 거든요오. 537일 8시간 29분 만났는데.”


나희 입에서 감탄과 함께 담배 연기가 뿜어져 나온다.


“우와~ 그걸 다 세고 있냐. 첫사랑이야? 많이, 힘들겠다.”


“조금요, 근데 웃긴 게요오. 전 남친보다. 전 남친 강아지가 너무 보고 싶어요오.”


경주의 목소리가 작아지면서 떨린다.


나희가 담배 연기를 뱉어내고 경주를 바라본다.


“그럼. 전 남친이 개 보다 못한 놈인가?”


나희 말에 경주 교정기가 다 보이도록 씨이익 웃는다.


“히! 히! 히! 그런 것 같기도 해요오.”


나희는 웃으며 말하는 경주의 눈 속에 전 남자친구에 대한 그리움을 느끼고 있다는 걸 알아차린다.


경주의 행동도 아직 미련이 남아있는 듯 휴대전화를 매만지며 말한다.


“잘 헤어진 것 같기도 하면서 왜 자꾸 생각이 나는지 모르겠어요오. 전 남친이 단발머리 한 소지섭 느낌이였거든요오. 딱 제 스타일이였어요오. 진짜, 볼 거라곤 외모 밖에 없었는데에...”


영원할 것 같은 첫사랑의 이별을 먼저 경험한 나희의 표정은 해탈한 듯 보인다.


나희가 하늘을 향해 연기 길게 뿜고, 경주 말을 곱씹으며 말한다.


“단발머리를 한 소지섭, 멋지다. 추억은 달달 해야 하는데. 왜 사랑의 추억은....”


말을 하던 나희가 말을 멈추고 경주와 눈을 맞추며 이어서 말한다.


“졸라 쓸까? 경주야, 너도 쓰지??”


“네, 엄~~청 많이 써요오. 히, 히, 히.”


경주가 우울한 기분이 사라진 듯 웃으며 말을 하고,


뭔가가 생각 난 듯 나희에게 묻는다.


“아! 언니. 양준태 연출님, 계속 연락 안되죠오?”


나희 전자담배 끄고 말한다.


“음. 나 같아도 안 받을 것 같아.”


“왜 그러셨어요오?”


나희가 경주 어깨에 팔을 올려 어깨동무하며 말한다.


“글쎄? 뭐가 많이 쌓였나 봐. 취해서 기억이 안 나. 가자.”


나희와 경주가 어깨동무하고 흡연 공간 빠져나가는데,


배우들이 담배를 꺼내 물고 우르르 흡연 공간으로 걸어온다.


마치 범죄와의 전쟁 포스터처럼 옆으로 길게 서서.


규혁을 뺀 나머지 배우들은 외모도 범죄와의 전쟁 포스터의 인물들과 비슷하게 생겼다.


나희와 경주가 어깨동무를 풀고 배우들과 몸을 부딪치지 않게 피하며 지나간다.


경주가 배우들에게 느릿느릿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하는데,


민규혁이 경주의 손목을 잡아채며 세운다.


“야, 최경주. 오늘 오퍼 너 아니야?”


경주가 깜짝 놀라 두 손을 모아 민규혁을 향해 똑바로 서서 다시 한번 인사를 하고 말한다.


“아, 죄송합니다아. 제가 알바가 있어서어, 나희 언니가 대타로 해주셨어요오.”


“야. 그럼 미리 얘기해야지? 빠져 가지고....”


경주가 고개를 쉬지 않고 조아리며 말한다.


“다, 단 톡 방에 미리 남겼는데요오···”


규혁이 입에 물고 있는 담배에 불붙이며 말한다.


“뭐? 근데 왜 난 몰라??”


규혁의 호통에, 경주의 목소리 작아진다.


“죄송합니다아”


“야, 죄송하다면 다야? 이게 진짜.”


죄 없는 경주에게 규혁이 눈을 부라리며 다그치자,


나희가 머리를 쓸어 넘기며 경주와 규혁 사이에 몸을 밀어 넣어 규혁 앞에 서서 노려본다.


“저기, 그만하지? 그쪽이 카톡 안 본 걸, 왜 경주가 죄송해야 해??”


“뭐라고?”


규혁이 눈을 사납게 굴리며 나희를 바라보자,


나희도 절대 지지 않을 눈빛으로 규혁을 노려보며 말한다.


“싸우려고 시비 거는 것도 아니고. 뭐 하는 거야? 경주 없어서 오늘 연습 못했어? 연습에 문제가 있었으면 나한테 얘기를 해. 오늘 오퍼가 잘못한 게 뭐야? 뭐가 문제였는데?”


나희 말에 규혁은 잠시 말문이 막힌다.


배우들은 세 사람이 왜 싸우는지 알지 못해 담배를 피우며 서로 얼굴을 바라보며 수군거린다.


규혁의 시선이 앞에 서 있는 나희를 피해 경주를 바라본다.


“야, 됐고. 최경주 너 앞으로 똑바로 해.”


규혁이 나희를 피해 배우들에게 가려고 하자,


나희가 규혁 앞에 더 가까이 막아서며 노려본다.


“민규혁. 씨발, 찌질하게 좀 그러지 마라.”


규혁이 ‘내가 뭐 잘 못들었나?’ 하며 얼굴이 구겨진다.


담배를 피던 배우들도 깜짝 놀라 바라본다.


경주도 놀란 눈으로 나희를 바라본다.


규혁의 왼쪽 입꼬리가 볼을 향해 올라가며 말한다.


“뭐? 씨발?? 찌질??”


“그래, 새꺄. 씨발, 찌질.”


나희가 지지 않기 위해 강한 톤으로 말하자.


규혁이 나희를 때릴 듯 팔을 자동으로 들어 올린다.


경주가 규혁의 팔을 잡으며 말린다.


이때 행동은 빠르고, 말은 느리다.


“선배님 죄송합니다아. 앞으로 이런 일 없게 하겠습니다아.”


나희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어이없는 표정으로 규혁을 바라본다.


“야, 때리려고? 쳐봐. 감당은 할 수 있겠어?”


담배를 피던 배우들이 심각한 상황을 알아차리고 우르르 달려와 규혁을 말리며 재떨이가 있는 구석으로 데려간다.


경주도 나희의 팔 잡고 흡연 공간을 빠져나간다.


“언니 참으세요오. 빨리가요오.”


나희가 뒤를 돌아보자,


규혁이 못마땅한 표정으로 나희를 노려보고 있다.


나희가 규혁과 눈싸움하듯 바라보자,


경주가 나희에게 묻는다.


“언니. 규혁 선배랑은 원래 아는 사이에요오?”


나희가 긴 한숨을 내뱉는다.


“저 새끼랑, 아는 사이냐고??”




내 친구의 첫사랑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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