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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네딧 님의 서재입니다.

내 친구의 첫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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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이네딧
작품등록일 :
2021.10.11 12:36
최근연재일 :
2022.07.21 20:30
연재수 :
129 회
조회수 :
7,579
추천수 :
167
글자수 :
658,878

작성
21.11.25 22:05
조회
54
추천
2
글자
11쪽

22화. 운명의 장난

DUMMY

나희는 규혁과 함께 공연하게 된 상황을 떠올린다.


*


양준태 연출과 나희는 본격적으로 공연을 시작하기 위해 연습실 대여를 마친다.


사랑 소극장 근처에 위치한 지하 연습실은 습한 냄새가 진동하는 저렴한 곳이다.


한쪽 벽면이 거울로 되어 있고, 거울이 끝나는 안쪽 구석 부분에 검은색 전자 피아노가 놓여있다.


전자 피아노 반대편 구석에는 책상 위에 의자가 올려져 있다.


공연에 출연할 배우들은 양준태 연출이 직접 캐스팅했다.


자신의 지인들과 요즘 대학로에서 인기 있는 젊은 배우들을 소개에 소개를 받아 모았다.


준태는 나희에게 배우들 이름은 이야기하지 않고,


연기파 애들로 캐스팅해서 너무 기분이 좋다며 신나서 전화했었다.


나희는 ‘대학로 짬이 있는데 알아서 잘하셨겠지!’ 생각했다.


캐스팅이 마무리되고, 연습실에서 첫 리딩을 시작하는 날이었다.




공연 기획이라는 타이틀로 허드렛일을 도맡아 하는 나희가 연습실 구석에 쌓여있는 책상과 의자를 연습실 중앙으로 가져와 동그랗게 원을 그려 놓는다.


책상 위에 대본과 음료수를 올려놓고 구석에 있는 피아노 의자에 앉아 쉬고 있는 나희.


연습실 계단을 내려오는 투박한 걸음걸이 소리가 들리자,


나희는 양준태 연출이 왔다는 걸 알고 피아노 의자에서 일어난다.


나희의 예상대로 낡은 가방을 어깨에 엑스 자로 맨 준태가 몇 가닥 남지 않은 머리를 옆으로 쓸어 넘기며 들어와 미리 준비해 놓은 나희를 보고 말한다.


“야아~ 도나희. 빨리 와서 준비 다 해놨네. 연기하지 말고 계속 기획 일 해도 되겠는데.”


나희가 제일 듣기 싫어하는 말을 쉽게 막 던지는 준태에게 꾸벅 인사한다.


“오셨어요.”


양준태는 가방을 뒤적이며 대본을 꺼내 나희에게 다가와 대본을 건네며 말한다.


“나희야. 대사 수정 좀 했거든. 빨간색으로 표시한 거 보고, 편하게 이야기 좀 해줘 봐.”


나희가 대본을 받아 들고 피아노 의자에 앉아 한숨을 내쉬며 “대사만 죽어라! 수정할 게 아닌데” 중얼거리며 성의 없는 손동작으로 대본을 넘기며 본다.


준태가 나희의 주위를 맴돌며 거울에 비치는 자기 모습에 흡족해하며 흐뭇한 표정으로 말한다.


“젊은 관객들이 좋아해야 할 텐데. 대사가 요즘 젊은이들이 좋아할지 걱정이다. 나희 너는 솔직히 어떤 것 같냐?”


나희가 눈 앞을 가리는 앞머리 쓸어 넘기며 ‘대사가 문제가 아니라 내용이 졸라 구리고 재미없어요’라고 말하고 싶지만,


꾹 참고 조심스럽게 말한다.


“걱정되시면, 젊은 작가한테 수정을 좀 부탁하시는 건 어때요?”


“야! 그건 안돼!!”


양준태가 기다렸다는 듯 톤을 높여 말한다.


준태는 자신이 쓴 글을 다른 누군가가 고치는 걸 용납하지 않는 똥고집이 있다.


예술가로서 자신의 철학이라고 말하는데···


나희는 개똥철학이 있던 아빠를 생각하며 준태의 철학을 어느 정도 이해하고 싶지만,


지금 대본은 너무 심각하다.


나희 ‘그럼 왜 물어봐요. 짜증 나게’라는 말도하고 싶지만 하지 못하고,


양준태의 자존심을 건드리지 않는 선에서 조심스럽게 말한다.


“음... 그럼. 리딩 하면서 배우들 의견도 들어 보시면 좋지 않을까요.”


양준태가 고개를 끄덕거리더니,


천장을 향해 왼손을 ‘저요!!’ 하듯 쭉 뻗었다가 손등을 90도로 내려 눈앞에 댄다.


나희의 시선도 준태의 손을 따라 천장으로 갔다가 준태 얼굴로 향한다.


‘뭔데?’ 하고 보면 초콜릿 갈색 끈에 케이스가 로즈 골드 색상인 손목시계를 눈앞에 대고 본다.


나희 어이없다는 표정 짓고.


침침한 눈을 희미하게 뜨고 얼굴을 앞뒤로 움직이며 포커스를 맞춰 시간을 보는 양준태가 말한다.


“근데 배우들은 왜 이렇게 안 와?”


“아직 30분 남았어요.”


나희가 시선을 대본으로 옮기며 말한다.


준태가 거울을 보고 사라져 버린 허리선에 손을 올리고 허리를 돌리며 말한다.


“음, 시간 여유가 있구나. 캐스팅 확정된 배우들 프로필, 메일로 보냈는데 확인해봤지?”


나희가 ‘무슨 메일을 보냈다는 거야?’ 하고, 준태를 힐끗 바라보며 말한다.


“메일 안 왔는데요.”


준태는 전자기기에 약하다.


메일 보냈다고 말할 때마다, 어디로 보냈는지 모르겠지만 받아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차라리 택배로 보내지’ 나희는 준태의 다음 말도 알고 있다. ‘그래? 보냈는데. 안 갔나?’


준태가 허리 돌리는 걸 멈추고 말한다.


“그래? 보냈는데. 안 갔나?”


역시나 다. 나희도 기다렸다는 듯 대답한다.


“예에.”


“곧 도착하겠지 뭐.”


준태가 혼자 중얼거리듯 말하면서 가방을 뒤적거린다.


나희 대본을 보며 건성으로 말한다.


“네, 걱정하지 마세요. 오늘내일 안에 오겠죠.”


가방에서 담배와 라이터를 꺼내 든 준태가 연습실 문을 향해 걸어가며 말한다.


“그럼 배우들은 오늘 오면 봐. 나 잠깐 나가서 담배 좀 피고 올게.”


“네에~”


나희 대답하고.


준태 연습실 문 열고 나간다.


준태가 나간 걸 확인하고,


대본을 덮는 나희.


재미도 없고, 감동도 없다.


“뭘 고쳤다는 거야? 사랑합니다, 나. 사랑합니다 요 나. 똑같구먼.”


나희가 고개를 들어 거울에 비치는 자기 얼굴을 바라본다.


어색했던 짧은 머리가 이젠 편하다.


앞머리를 만지며 머리를 흔들어 털어보는 나희.


씨이익 미소를 지어 본다.


대본을 의자 옆에 내려놓고 전자 피아노 뚜껑을 밀어 건반을 누르자 ‘띵’ 소리가 난다.


나희가 두 손을 모아 앞으로 밀자 손가락 마디에서 ‘우두둑우두둑’ 소리가 난다.


손가락을 풀더니,


피아노 건반에 손을 올린다.


유영석의 ‘사랑 그대로의 사랑’ 피아노 멜로디가 축축하고 눅눅한 연습실 안에 울려 퍼진다.


피아노 건반 위에서 나희의 손가락이 부드럽게 움직이다가 감전이라도 된 듯 갑자기 멈춘다.


연습실 안이 조용해지고,


연주하던 나희가 거울에 비치는 연습실 입구를 보고 표정이 굳어 있다.


거울 속에 민규혁이 연습실 문 앞에 서서 나희와 눈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현기증이 밀려오는 나희. ‘설마 저 새끼랑 함께 공연하는 건 아니겠지?’


민규혁 뒤를 다른 배우들이 밀고 들어오자,


규혁이 밀려 엉거주춤 안쪽으로 들어온다.


담배를 피우러 갔던 준태가 들어오며 피아노 뚜껑을 열고 앉아 있는 나희에게 연습실 안이 쩌렁쩌렁 울리도록 큰 소리로 말한다.


“피아노 소리가 나던데. 야~ 나희 너 피아노 잘 치는구나? 시간 남았으니까, 계속해봐.”


나희가 굳은 얼굴로 준태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피아노 뚜껑을 닫는다.


배우들이 나희를 힐끗 바라보고,


중앙에 원을 그려 놓인 의자 중에 자신들의 자리를 찾아 앉는다.


원을 그려 앉아 있는 배우 중에 주인공 자리인 가운데 자리에 규혁이 앉아 있다.


규혁의 눈동자가 나희를 따라 굴러다니고,


나희는 규혁의 시선을 피해 한쪽 구석에 짱 박혀 보는데,


거울에 비춰 규혁과 눈이 마주친다.


나희 고개를 돌리며 혼잣말한다.


“아, 씨바. 이게 무슨 운명의 장난이냐.”


앉아 있는 배우들 가운데 서 있는 준태가 구석에 짱 박혀 있는 나희에게 이쪽으로 오라고 손짓하자,


나희가 시선을 급하게 피하며 고개를 숙여 대본을 작은 소리로 읽는다.


준태가 ‘째 갑자기 왜 그래??’ 하며 구석으로 걸어와 대본을 보고 있는 나희의 팔을 잡아끌고 와 원을 그리고 앉아 있는 배우들 가운데에 세운다.


준태가 묵직한 중저음의 목소리로 배우들에게 나희를 소개한다.


“저기. 우리 기획 일할, 도, 나, 희. 다들 오다가다 한 번씩 봤을 거야. 어··· 그··· 도상철 연출님 알지? 상철이 형님, 외동딸이야. 원래는 배운데. 이번 공연 대본 보고, 너무 마음에 들어서. 기획에 참여하게 됐어.”


나희의 아버지 이름이 나오자,


배우들이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떡이며 눈인사를 한다.


나희도 원을 한 바퀴 돌며 고개 숙여 인사한다.


준태가 나희를 붙잡고 규혁 앞에 세우며 말한다.


“어, 나희야. 여기, 우리 주인공 규혁이. 민규혁, 인사해.”


준태가 미소를 띠며 규혁을 소개하자,


나희가 규혁을 바라보며


‘연출님, 이 개자식이 주인공이에요? 주인공 캐스팅 정도는 저랑 상의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진짜 너무 하시는 거 아니에요. 저 그만두겠습니다’ 버럭 하고 연습실 문을 “쾅” 닫고 나가고 싶었지만,


규혁을 바라보는 나희 얼굴의 광대가 하늘 높이 훨훨 승천한다.


나희가 규혁에게 다가가 수줍게 손을 내밀며 악수를 청한다.


“안녕하세요. 규혁 씨, 도나흽니다.”


멈칫멈칫하던 규혁이 자리에서 일어나 나희 손을 잡고 악수한다.


“민규혁 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두 사람을 바라보는 준태는 이 상황이 뭔가 어색하다.


“뭐야? 왜 악수까지 하고, 그래.”


나희가 흠칫 놀라 악수하던 수줍은 손을 빼고 웃는 얼굴로 준태를 쏘아보며 말한다.


“주인공이라고 해서. 너무 반가워 가지고. 저도 모르게 손이, 막 나가네요.”


준태 ‘뭐라는 거야?’ 하는 표정 지으며 첫 리딩을 시작한다.


“자, 오늘 첫 리딩입니다. 다들···”


나희는 마이클 잭슨의 문워크 스텝으로 뒷걸음질 치며 연습실을 빠져나간다.


“이거, 스물세 살 처녀 보살 할머니를 찾아가서 굿이라도 해야 하나. 아~~ 미친 듯이 작두 한번 타봐.”


중얼중얼하며 전자담배를 꺼낸다.




원을 그려 앉은 배우들이 대본의 후반부를 읽어 내려간다.


연습실 구석에 있는 전자 피아노 의자에 앉아 다리를 떨고 있는 나희의 표정이 초조하다.


처음 리딩하는 날은 배우들과 스텝들이 서로를 알기 위해 회식을 진행하기 때문이다.


배우들이야 그렇다 치지만, 현재 스텝이라고는 나희뿐이다.


스텝도 없는데 회식에 빠지는 건 준태가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나희는 규혁과 함께하는 회식 자리에 가지 않기 위해 다리를 초조하게 떨며 잔머리를 굴린다.


꼭 참석하고 싶지만, 오늘 마법(생리)에 걸려서 어쩔 수 없이 회식에는 못 갈 것 같다는 계획이 세워지자,


초조했던 나희의 표정이 ‘그래 됐어’ 하며 밝아진다.


양준태에게 미리 말하기 위해 상황을 지켜보는 나희,


양준태는 조금 전부터 리딩은 지켜보지 않고 연습실 지하 계단을 오르락내리락 하며 분주하다.


나희는 그런 준태를 바라보며 ‘하긴 자기가 봐도 답답할 거야. 담배가 안 땡길 수가 없지’ 생각한다.


드디어 대본 마지막 대사를 주인공 규혁이 끝낸다.


배우들이 박수를 치며 자리에서 일어나 첫 리딩을 마무리한다.


양준태도 연습실 문을 열고 들어오며 박수친다.


“내가 생각했던 것 보다 너무 좋아. 모두 고생들 했어. 오늘은 첫 리딩이니까. 식사 겸 회식하자고. 나희야!”


준태가 구석에 서 있는 나희를 부르며 터벅터벅 걸어온다.


그사이 왼팔을 쭉 들었다 손목시계를 본다.


나희는 계획했던 대로 아랫배에 손을 올리고 불편한 듯 피아노 의자에서 일어선다.


나희가 가까이 다가오는 준태에게 조용히 말하기 위해 입술을 떼는 순간,


“부우욱, 부욱, 뽀오옹” 하며,


준태의 엉덩이가 먼저 말 문을 연다.




내 친구의 첫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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