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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네딧 님의 서재입니다.

내 친구의 첫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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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이네딧
작품등록일 :
2021.10.11 12:36
최근연재일 :
2022.07.21 20:30
연재수 :
129 회
조회수 :
7,674
추천수 :
167
글자수 :
658,878

작성
21.11.12 07:00
조회
82
추천
2
글자
12쪽

15화. 분홍색 어피치 카드를 쓰는 남자

DUMMY

하윤이 여자 PD에게 걱정하지 말라고 말한다.


“아이고, 피디님. 걱정하지 마세요. 저도 이제 2년 차에요.”


여자 PD가 텅 빈 사무실을 오버스럽게 ‘누구 없지?’ 두리번거리며 조용히 말한다.


“말이 2년 차지. 1년 만에 우리 방송국 기상캐스터 1위 됐잖아.”


“1위라니요.”


하윤이 손사래 치며 말한다.


여자 PD는 징징 댈 만도 한데, 겸손하고 상냥한 하윤의 태도가 마음에 든다.


시구를 앞둔 하윤에게 시구하는 포즈를 잡고 공 던지는 시늉을 하는 여자 PD,


하윤은 타자 자세로 스윙하며 멀리 바라본다.


“홈런!”


여자 PD가 말하고 웃자, 하윤도 따라 웃는다.


두 사람 죽이 척척 맞는다.



***



따사로운 봄 햇살이 20년은 족히 넘어 보이는 성북동 2층 단독주택을 비추고 있다.


나희와 진호가 살고 있는 집은 마당에 육각형 황토색 블록이 벌집 모양으로 깔려 있고,


그 위에 원목 평상이 놓여 있다.


주택 오른쪽 담에서부터 초록색 철제 대문 옆까지 ㄱ 모양으로 화단이 가꾸어져 있고,


화단 위에는 라일락 나무가 봄을 알리는 듯 연자주색 꽃망울을 품고 있다.


오른쪽 담에서 화단이 시작되는 마당 구석에 세월의 흔적이 있는 나희의 분홍색 비너스 바이크가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다.


진호가 2층 현관문 열고 나와 “으아악’” 하며 기지개를 켠다.


머리는 왁스를 발라 한껏 멋을 냈고, 흰색 두산 베어스 저지 티셔츠에 청바지,


흰색 운동화를 신었다.


왼쪽 담에 붙어있는 2층과 마당이 연결된 검은색 철제 계단을 리듬을 타듯 둔탁한 소리를 만들며 신나게 뛰어 내려오며 소리친다.


“도 나희! 김 소민! 가자.”


1층 현관문 열리고 작고 통통한 소민이 모자와 가방과 손거울을 주섬주섬 챙겨 들고나온다.


알프스 소녀 하이디 느낌의 유럽 복고풍 의상을 입고 나와 모자인지 두건인지를 머리에 끼운다.


열린 현관문으로 믹스견 두 마리가 따라 나온다.


흰색 ‘아띠’ 와 검은색 ‘마루’ 가 꼬리를 흔들며 소민을 따라갈 채비를 한다.


새해가 되고 검은색 마루를 입양해 성북동 주택에는 가족이 하나 더 늘었다.


소민이 아띠와 마루에게 뽀뽀하며 현관문 안쪽으로 넣는다.


“아띠, 마루 들어가. 엄마 다녀올게.”


진호가 다가와 현관문을 닫아주며 말한다.


“도 나희는?”


“나희 먼저 나갔어. 지노야. 오늘 오는 니 친구, 잘 생겼어?”


소민이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진호를 바라보며 묻자,


진호는 귀찮은 듯 단호하게 대답한다.


“완전 못생겼어.”


“어~ 그렇구나···”


소민 ‘그럼 그렇지!’ 실망하면서도 손거울에 얼굴을 비춰본다.


“그래도 왠지 기대가 되네.”


진호가 대문을 향해 걸어가며 소민의 희망의 불씨를 꺼버린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 고. 민준이 한테도 이야기했어.”


진호 뒤를 따라가는 소민이 말한다.


“친구 이름이 민준이야? 성은 뭐야?”


“만나서 직접 물어봐.”



***



성북동 2층 주택 앞 흰색 주차선 안에 깔끔하게 왁스 칠이 된 블랙컬러 신형 쏘나타가 주차되어 있다.


짧은 커트 머리에 보라색 후드 입고 조거 팬츠를 입은 나희가 봄 햇살을 반사하며 반짝이는 소나타 보닛에 엉덩이를 기대고 서서 전자담배를 입에 물고 완전 똥폼을 잡고 있다.


자신의 차인 것처럼.


화장기 없는 얼굴에 눈꺼풀이 무거운지 눈을 반쯤 감고 하얀 담배 연기를 뿜어낸다.


초록색 철 대문이 열리고,


진호와 소민이 대문을 열고 나오자,


나희가 진호에게 손을 내밀며 허스키한 목소리로 말한다.


“야. 내가 운전할까?”


진호 어이없는 표정으로 단호하게 말한다.


“절대 안 돼. 야, 비켜. 남에 차에 기대서 똥폼을 잡고 있어.”


진호가 보닛에 엉덩이를 올리고 똥 폼잡고 앉아 있는 나희를 밀치고,


나희가 앉아 있던 보닛을 살펴보고 운전석으로 간다.


“와~ 새 차다.”


소민이 말하고,


조수석 문 열고 올라탄다.


나희는 아쉬운 듯 ‘쩝’ 하며 조수석 뒤로 걸어가 뒷문을 열고 몸을 밀어 넣는다.


조수석에 앉아 있는 소민이 가방 뒤적이며 아이라이너, 틴트, 쉐도우, 립 라이너 등을 꺼냈다 넣었다 반복한다.


마술사가 마술 모자에서 쉬지 않고 무언가를 꺼냈다 넣었다 하듯.


나희는 뒷좌석에 몸을 비스듬히 하고 앉아,


입에 전자담배 물고 콧구멍에서는 용처럼 연기가 뿜어낸다.


운전석에 앉아 핸들을 잡고 있던 진호가 전자담배를 물고 있는 나희를 바라보며 얼굴에 있는 모든 근육을 모아 미간을 찌푸리고,


눈알에 모든 힘을 주며 눈으로 레이저를 쏠 듯이 쳐다보며 말한다.


“야, 내놔.”


나희 입에서 연기를 뿜어내며 대답한다.


“뭘?”


“담배.”


진호의 손이 나희 입에 있는 전자담배를 향해 뻗어나간다.


“내 차 금연 이야. 이리 줘.”


나희가 몸을 돌려 진호 손을 피하며 창밖을 보며 딴청 부리더니,


대뜸 억지 부리기 시작한다.


“야, 치사하게 선물을 뺐냐?”


진호가 어이없는 표정에서 황당한 표정으로 변하며 말한다.


“선물의 정의가 뭐야? 남의 카드 훔쳐서 사고. ‘미안, 선물이라고 생각할게’ 그게 선물이야?”


나희는 뻔뻔한 표정으로 따지듯이 말한다.


“그러게 왜 남자가 분홍색 어피치 카드를 쓰는데. 헷갈리게.”


진호 ‘뭔 개소리야?’ 하며 소리친다.


“야! 카드에 내 이름 써 있잖아!”


뻔뻔함의 끝을 보여주는 나희가 맞받아친다.


“영어로 써 있잖아!”


진호 버럭 하며 얼굴 붉힌다.


“장난해! 너···.”


“얘들아!! 그만, 그만. 그만해!”


조수석에서 말없이 앉아 있던 소민의 갈라지는 쉰 목소리가 진호와 나희 말싸움을 한방에 자른다.


진호가 꾹 참으며 시동 걸고.


나희는 ‘웁스’ 어깨 으쓱하며,


전자담배를 끄고 후드 티 앞주머니에 넣는다.


소민은 손거울 보며 두 사람 못 말린다는 표정 짓다가,


손거울 방향 운전석 진호를 향해 돌려 거울에 비치는 진호를 바라본다.


“지노 너. 나희 한 테 사과해.”


“내가 도대체 뭘 잘 못 했는데??”


진호의 짧은 외침에는 황당함과 답답함과 짜증이 적절하게 섞여 있다.


나희 ‘잘했어. 잘했어’ 무언의 칭찬을 소민 어깨를 툭툭 치는 것으로 대신한다.


뒷좌석 창문을 내리는 나희가 눈을 살며시 감고 콧구멍 벌렁거리며 창밖 공기 들이마신다.


참 뻔뻔스럽다.


“아~ 오늘 날씨 좋다.”


얼굴에 선크림을 바르던 소민이 선크림 튜브를 뒤로 넘기며 말한다.


“나희야, 선크림이라도 좀 바르지.”


“됐어! 귀찮아.”


나희가 말하고, 에어팟을 꺼내 귀에 꽂고 폰 만지며 삐딱하게 앉아 진호에게 말한다.


“야! 출발 안 해?”


긴장된 표정으로 핸들을 잡고 있는 진호가 나희에게 한마디 던지고 출발한다.


“창문 올려라.”


뒷좌석 창문이 닫히면서 진호의 검은색 쏘나타 승용차가 성북동 골목 내리막길을 내려간다.



***



꽉 막힌 내부 순환도로,


차량 정체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진호의 검은색 쏘나타 승용차다.


속도를 내지 못하고 슬금슬금 기어가는 진호의 소나타 뒷유리에는 ‘초보운전’이라고 쓰여 있다.


답답한 얼굴로 진호의 쏘나타 승용차를 추월해가는 차량들의 클랙슨 소리와 함께 욕 베틀이라도 붙은 듯 운전자들이 쏟아내는 전 세계 욕이라는 욕이 내부 순환도로를 가득 채운다.


역시 세계화의 중심은 대한민국이고 그걸 증명하는 건 오진호다.


핸들의 숨통을 조이듯 핸들을 잡고 있는 양손은 힘이 잔뜩 들어가 있다.


긴장한 표정의 진호가 우측 강변북로 방향으로 핸들을 천천히 돌려 빠져나간다.


기상청 지진 화산국 연구원인 진호는 잘생긴 외모와 넘치는 스펙, 모든 면에서 완벽하다고 생각하는 자뻑 남이다.


최근 뜨거운 인기를 얻고 있는 기상캐스터 이하윤과 비밀 만남을 즐기고 있는.


그러나 진호에게 치명적 단점이 있다.


그건 바로 운전. 방향 감각, 거리 감각, 공간 인지가 부족해 도로에서 진호는 햇병아리 같은 존재.


하지만 하윤과 비밀 데이트를 위해서는 차가 꼭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고,


진호는 완벽한 이상형인 하윤과의 미래를 위해 치명적인 단점을 이겨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도로 연수받았지만 진호에게 의미가 없었다.


슬펐다.


오늘은 차를 사고 처음 운전하는 날이다.


핸들을 잡고 있는 진호는 지금 이 순간, 긴장은 하고 있지만 나름 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진호가 하윤을 생각하며 ‘하윤아. 이제, 내 차로 드라이브하자. 하! 하! 하!’ 흐뭇한 표정으로 바뀌는데.


“뿌엉어어엉!! 뿌앙아앙~” 뱃고동 소리가 진호를 현실 세계로 끌어당긴다.


진호 ‘한강에 유조선이 있나?’ 한강 쪽을 0.2초 바라보고 앞을 바라보는데.


고래 울음소리 같은 클랙슨 소리가 또 길게 울려 퍼지자.


진호가 백미러로 뒤를 힐끗힐끗 바라본다.


25톤 덤프트럭이 상향등 불빛을 번쩍이며 진호 소나타 뒤에 바짝 붙어 따라온다.


진호 소나타가 25톤 덤프트럭을 견인해 가는 듯,


두 차량은 딱 붙어서 함께 움직인다.


백미러로 보이는 덤프트럭 기사는 잔뜩 화가 난 듯 잇몸까지 들어내며 소리 지른다.


진호는 덤프트럭 기사의 입 모양을 보고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쉽게 읽을 수 있다.


“야! 걸어 다녀 새끼야.”


고래 울음소리와 함께 상향등이 번쩍거리고.


진호의 이마에서 땀이 줄줄 흘러내리기 시작한다.


빗속에 우산 없이 서 있는 것처럼.


마른침을 삼키며 흘러내리는 땀을 닦아내는 진호와 달리,


같은 공간에 있다는 게 무색할 만큼이나 너무나도 평온한 두 사람이 차 안에 있다.


도나희와 김소민.


조수석 소민은 손거울에 얼굴 비춰 보며 만족하는 듯 콧노래 흥얼거리고,


뒷좌석에 앉아 있던 나희는 비스듬히 누워 에어팟으로 흘러나오는 음악을 들으며 다리를 달달 떨고 있다.


나희가 준태와 함께 대화했던 카톡 방을 열어보며 눈을 찡그린다.


도나희


오 ㅔ 전하 안받ㄴ ㅑ


양준태연출


많이 힘든 거 알고 있다.


취한 것 같은데 술 깨고 이야기하자.


도나희


안치해ㅆ더 씨방아


도대체 당신ㅇ ㅣ 하느 ㄴ게 뭐ㄴ데


할 이약 ㅣ 읍따 아프로 연락 하짐 ㅏ 넌 차단이야


ㅈ ㅐ미도 읍고 감도ㅇ도 업ㅅ고 ㄴ ㅐ가 고쳐 ㅆㄷ ㅏ 씨바ㄹ


친구의 사랑 도나희 버전 hwp


여기까지는 술에 취해서 기억나지 않는 부분이다.


여기부터는 술 깨고 난 후, 후회가 밀려오는 상황에 남긴 카톡이다.


도나희


1 연출님 전화 안 받으셔서 톡 남깁니다.


1 언제든 연락주세요. 충성.


1 용서해 주세요. 다시는 이런 일 없게 하겠습니다.


양준태 연출은 카톡을 확인하지 않는다.


화가 날 만도 하다.


나희 ‘끄응’ 외마디 비명과 함께 후드 티 모자를 뒤집어쓰고 모자 끈을 힘껏 당겨 턱에 묶자,


보라색 주머니에 눈, 코, 입만 내놓은 것 같다.


카톡 채팅 창을 열어 고민하더니.


도나희


1 연출님 정말 죄송합니다.


다시 카톡 남긴다.


나희가 차 창문 내리자,


따스한 봄바람이 나희 얼굴을 쓸고 지나간다.


눈을 감고,


바람을 느끼며,


입을 벌려 입 안에 바람을 입에 넣었다 뿜어냈다, 반복하며 말한다.


“아아아. 답답하다, 답답해.”


나희 말이 바람과 섞여 흔들린다.




내 친구의 첫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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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32화. 우리 만남은 우연이 아니야 21.12.18 45 1 11쪽
32 31화. 데자뷰 21.12.16 53 2 11쪽
31 30화. 광고 모델 에이전시 21.12.14 53 2 12쪽
30 29화. 중2 때 약속 21.12.12 54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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