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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네딧 님의 서재입니다.

내 친구의 첫사랑

웹소설 > 일반연재 > 로맨스

완결

이네딧
작품등록일 :
2021.10.11 12:36
최근연재일 :
2022.07.21 20:30
연재수 :
129 회
조회수 :
7,676
추천수 :
167
글자수 :
658,878

작성
21.11.28 22:05
조회
47
추천
2
글자
11쪽

23화. 헤어진 사이인데... 뭐? 쿨하게?

DUMMY

이어서 준태가 몰고 오는 바람을 타고 썩어버린 음식물의 향기가 나희의 입과 코를 그리고 숨통까지 조여버린다.


“웁” 짧은 외마디 비명과 함께 피아노 의자에 털썩 주저앉는 나희에게 준태는 아무렇지 않은 듯 엉덩이를 향해 손부채질을 하며 말한다.


“나희야. 내가. 아우, 배야. 배탈이 나서. 미안한데. 니가 회식 진행 좀 해라.”


양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있는 나희는 준태가 말을 하지 않아도 냄새로 준태의 썩어버린 대장 상태를 진단할 수 있었다.


나희가 대답 대신 고개를 끄떡거리고 의자에서 일어나 연습실 문을 향해 전속력으로 달려갔다.


연습실 가운데 놓여 있는 의자들을 허들 넘듯 뛰어넘어 바람처럼 사라진다.


우사인 볼트가 보면 입을 떡 벌릴 정도의 속도다.




회식 장소는 ‘파라솔’ 술집이 예약되어 있었다.


파라솔을 향해 앞장서서 가는 나희가 ‘저 새끼는 오늘 어디 안 가나’ 하며 규혁을 힐끗 바라보며 불편한 기색을 보였고,


규혁은 맨 뒤에 빼빼 마른 여자 주인공과 대화하며 따라왔다.




대학로 소나무 길에 있는 ‘파라솔’ 술집은 연극배우들의 아지트 느낌이다.


지하 계단부터 실내 벽에는 온통 연극 포스터가 겹겹이 붙여져 있다.


최신 공연부터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과거 포스터들까지.


나희 일행이 가게에 도착하는 시간에 맞춰 젊은 사장 부부는 한쪽 구석에 테이블 두 개를 붙여 놓고 술과 안주를 테이블 위에 가져다 놓고 있었다.


나희 일행을 반기며 인사를 하는 사장 부부에게 나희와 배우들이 인사를 나눴다.


안쪽 자리부터 배우들이 자리를 잡아 앉고,


나희는 먼저 빠져나가기 위해 바깥쪽 끝자리에 앉았다.


규혁은 다행히 나희의 대각선 안쪽 끝자리에 앉아 술을 마셨다.


나희는 분위기를 봐서 빨리 나갈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때 나희 휴대전화 진동이 울리고,


준태에게 카톡 메시지가 왔다.


‘30만 원 먼저 결제해놨다. 분위기 봐서 커트하길.’


해석해 보면 이렇다.


배우들 술 마시기 시작하면 끝도 없으니까,


내일 리딩도 있고 하니,


적당히 먹고 분위기 봐서 빨리 끝내.


나희는 지금 당장이라도 파라솔을 빠져나가고 싶은 마음이라,


준태의 카톡이 조금은 위로가 된다.


술 마시기 시작하는 배우들은 대학로에 떠오르는 신인 배우 민규혁에 대한 칭찬으로 침이 마르고,


규혁의 시선을 피해 몸을 돌리고 앉은 나희는 규혁을 칭찬하는 배우들의 소리가 듣기 싫어서 혼자 흥얼거리며 딴짓을 한다.


나희가 ‘저 집에 가고 싶어요. 빨리들 마시세요’속으로 생각하며 계산서를 보고 있다.


‘지금까지 이십이만 원, 얼마 안 남았네’ 생맥주를 홀짝거리며 입안에 갈증을 풀어 본다.


배우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내 친구의 사랑을 위하여’ 외치며 건배하고,


휴대전화 계산기로 계산하던 나희를 바라본다.


분위기에 이끌려 나희도 일어서서 건배한다.


그런데 나이가 가장 많은 한복 입고 갓을 쓰는 아프로디테 역 선배님이 심심하고 따분할 틈이 없는 제안을 한다.


그것은 바로,


건배를 하고 바로 술을 마시고,


다시 건배하고 술을 마셔야 하는 파도타기 건배다.


그렇게 서너 바퀴가 돌고,


배우들이 갑자기 나희에게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혼자서 고생한다.”


“수고한다.”


“연기 잘할 것 같다.”


“다음에는 함께 공연하자.”


이 대화는 나희가 술을 마신 잔의 숫자와 같다.


서서히 취해가는 나희 ‘이러면 안 되는데 정신 차리자’ 다짐하는데,


“나희씨 매력 있으시다. 혹시 만나는 남자 있으세요?”


누군가의 말에, 나희와 규혁의 눈이 마주친다.


나희가 손에 들고 있던 생맥주잔을 들어 시원하게 원 샷을 하고 말한다.


“이씹 팔만 원.”


이십을 이 씹으로 세게 발음하자,


배우들은 욕을 한 게 아닌가 하며 굳은 얼굴로 나희를 바라본다.


취기가 올라오는 나희가 계산서를 가리키며 말한다.


“계산서 금액이요. 죄송합니다.”


“아이, 괜찮아. 괜찮아.”


배우들 표정이 풀리며, 술을 들이킨다.


나희는 눈이 풀리며, 술을 들이킨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화장실에 가고,


담배피고,


전화통화를 하고,


배우들이 왔다 갔다 자리를 옮기다 보니,


자리가 뒤죽박죽 바뀌어 앉아 있다.


술에 젖어버린 시야가 좁아진 나희가 소주잔을 들어 옆자리에 앉아 소주잔을 들고 있는 배우와 소주잔을 부딪치며 건배한다.


나희가 소주를 마시고 옆자리 배우에게 소주를 따라 주기 위해 소주병을 들고 바라보면,


술에 취한 규혁이 풀린 눈으로 씨익 미소 지으며 나희 눈을 마주치며 귓속에 말한다.


“야. 오늘 쿨하게 한번 할까.”


나희가 씁쓸한 미소로 짧은 머리를 쓸어 넘기며 말한다.


“그래? 그르까?”


“짧은 머리가 의외로 잘 어울린다. 좀 있다, 함께 나가자.”


규혁이 끈적이는 눈빛으로 나희 바라보며 말하자.


“칫” 하고 헛웃음 웃는 나희가 규혁의 볼에 얼굴을 가까이 들이대며 귀에 대고 조용히 말한다.


“넌 내가 지금 쿨한 것 같냐? 상황이 졸라 쿨해야 해서, 졸라 쿨한 척하는 거야. 이 병신 새꺄. 야, 저리 꺼져.”


나희가 집에 가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나 규혁을 밀치고 비틀거리며 입구를 향해 걸어간다.


흔들리는 나희 시선에 파라솔 입구가 보이고,


입구 앞에 계산대가 보인다.


세상의 모든 빛이 꺼져버린 것처럼 블랙아웃 된다.




눈을 떠보면 나희가 침대에 누워 있다.


다행히 나희 방 침대 위고,


다행히 어제 외출할 때 입은 옷을 그대로 입고 있고,


다행인지 불행인지 신발이 침대 위에 있다.


휴대전화를 손에 들고 있는 나희의 손이 냉동창고에 들어와 있는 것처럼 벌벌벌 떨고 있다.


화면에는 결제 파라솔 325,500원 “이런 씨발” 나희가 이불 킥을 한다.


나희 방에서 들려오는 비명 소리에 주방에서 아침을 먹던 진호와 소민이 깜짝 놀란다.


거실 소파 앞에서 아침을 즐기던 아띠와 마루도 깜짝 놀라 꼬리를 흔들며 나희 방문 앞으로 달려간다.



*



나희가 극장 건물 사이에서 담배를 물고 있는 규혁을 바라보며


경주의 질문을 다시 한번 반복해 말한다.


“아는 사이냐고??”


파라솔에서의 기억이 떠오르는 나희가 규혁을 보며 ‘저 새끼, 저거 죽여’ 하며 속이 부글부글 끓는다.


‘됐다’ 하며 나희가 시선 돌리며 경주에게 말한다.


“아니, 모르는 사이야.”


나희가 건물을 돌아서자,


경주가 나희 뒤를 총총걸음으로 따라가며 말한다.


“그래도 규혁 선배가 주인공인데. 이렇게 막 하셔도 돼요오?”


“안될 건 뭐데? 주인공이면, 잘한 것도 없는 스텝 한테 막 대해도 되는 거야?”


나희가 지하 계단 앞 빨간색 티켓 부스 앞에 서서 말하자.


경주의 엄지손가락이 소심하게 올라가며 나희에게 향한다.


“안 될 거···는 없죠오~ 언니는 쫌 멋있는 것 같아요오.”


나희가 미소 띤 얼굴로 경주를 바라보며 경주의 등을 토닥거려주고 마로니에 공원 쪽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뒷정리 잘하고, 수고해라.”


성큼성큼 걸어가는 나희 뒷모습 보는 경주는 나희가 왠지 멋있어 보인다.


나희 등 뒤에 대고 말한다.


“언니. 연출님, 전화 해보세요오. 꼭 요오!!”


나희는 돌아보지 않고 뒤를 향해 손 흔들며 마로니에 공원으로 사라진다.



***



기상청 지진 화산국 사무실 안은 3분 간격으로 작게 울리는 “삐” 소리의 기계음을 빼면 적막에 가깝게 고요하다.


오늘은 2팀 팀원 전원이 출장으로 자리를 비워 더욱 고요하다.


1팀 팀원들은 고요 속에서 각자 모니터를 보고 있다.


진호도 진지한 표정으로 컴퓨터 모니터를 보며 보고서를 정리하고 있다.


모니터 안 보고서는 지진이 발생하는 동안 지반 운동을 방해하는 파동에 대한 관찰 보고서다.


보고서를 작성하던 진호가 PC 톡 보면 하윤에게 카톡이 온다.


깜짝 반기며 바로 답장한다.


하윤


진호야 바빠?


진호


아니아니


하윤


나 오늘 기쁜 소식 있는데


진호


기쁜 소식?(궁금) 뭔데?


하윤


오늘 밤 시간 어때?


진호


괜찮아 몇시?


하윤


난 10시에 끝나


진호


10시30분? 11시?


하윤


10시 30분


그때 거기 어때?


진호


그래 거기서 만나자


하윤


(오케이)


수상한 사람들이 몰래 접선하듯 카톡을 끝낸다.


진호가 하윤을 만난다는 사실에 자신도 모르게 “예쓰!!” 하고 소리를 지르자.


앞자리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던 곱슬머리를 모두 뒤로 넘긴 강 팀장이 진호 목소리에 화들짝 놀라 책상 위에 벗어 놓은 금색 안경을 재빠르게 쓰고 고개를 삐죽 들어 본다.


1팀 팀원들의 시선이 진호에게 향해 있자,


강 팀장이 헛기침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진호를 위에서 빤히 쳐다본다.


진호가 강 팀장의 시선을 느끼고 눈알을 굴리며 빠르게 키보드 치자,


조용한 사무실 안이 진호의 키보드 소리로 가득 찬다.


강 팀장이 거북이처럼 목을 길게 빼며 ‘얘는 대체 뭐야?’ 표정으로 진호를 바라보며 말한다.


“오진호. 너, 요즘 코인 하지?”


“아닙니다.”


진호의 절도 있는 짧은 대답에,


팀원들 키득거리고,


강 팀장은 금색 안경테를 들어 올리며 자리에 앉는다.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는 진호는 하윤을 생각하며 바보처럼 히죽거린다.



***



나희가 영업 전인 술집 반디에서 청소를 하고 있다.


밀걸레로 바닥을 열심히 닦아내고,


테이블 위를 닦고, 의자를 정리한다.


옥경은 벽걸이 TV 아래 테이블에 나희와 함께 저녁을 먹기 위해 반찬을 올려놓고 주방 안으로 들어간다.


나희는 고무장갑을 손에 끼우며 화장실 청소하기 위해 화장실 문을 열고 들어간다.


주방에서 옥경은 팽이버섯과 쑥갓을 손질해 동태찌개가 끓고 있는 냄비에 넣는다.




준태가 가게 문을 삐쭉 열고 얼굴을 빼꼼히 가게 안으로 넣어 눈을 굴리며 바라본다.


가게 안은 텅 비어 있고 주방에서 풍기는 동태찌개 냄새가 코끝을 자극하자,


음미하듯 콧구멍으로 허파 속 깊은 곳까지 향기를 들이키며 조용히 들어온다.


우울한 준태의 얼굴에는 턱수염이 꺼뭇꺼뭇 자라 있고,


무릎이 심하게 나온 추리닝을 입고 있다.


동태찌개 냄새에 코를 벌렁거리며 도둑고양이처럼 슬금슬금 걸어와 반찬이 올려진 테이블 앞으로 다가오며 능글맞게 말한다.


“누나~ 옥경이 누나. 누~우~나.”


옥경이 주방 커튼 사이로 얼굴을 내밀며 준태를 위, 아래로 스캔하고 딱하다는 듯


“쯧, 쯧, 쯧.”


혀를 차고는 고개를 돌려 주방으로 들어간다.




내 친구의 첫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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