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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네딧 님의 서재입니다.

내 친구의 첫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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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이네딧
작품등록일 :
2021.10.11 12:36
최근연재일 :
2022.07.21 20:30
연재수 :
129 회
조회수 :
7,682
추천수 :
167
글자수 :
658,878

작성
21.12.23 22:00
조회
41
추천
1
글자
12쪽

35화. 여자 엄태구

DUMMY

지방 연극영화과에 다니던 나희는 생활 연기에 빠져 있었다.


진호를 찾아온 여자 후배에게 자신이 진호 여자 친구라며 하늘도 알고 땅이 아는 뻔뻔스러운 거짓말을 너무나도 태연하게 한 것이다.


“너. 누군데 우리 진호를 찾아? 오진호, 이 걸레 새끼 이거 안되겠구먼. 너무 상처받지 마, 그 새끼 순진한 척하는 거에 넘어간 여자가 한둘이 아니야. 내 꼬라지를 보면 못 느껴? 넌 진호 만나러 왔지만, 난 이 새끼 오늘 죽이러 왔어.”


명대사를 읊조린 도나희의 꼴(꼬라지)은 이랬다.


일주일 동안 씻지 않은 머리에는 어느 때라도 까치가 앉아 알을 낳아도,


파리떼가 알을 낳아 가족을 만들어도 이상하지 않을 상태.


딱 그 상태였다.


결국 진호는 여자 후배와 이별의 고속 열차에 오르게 됐다.


그때부터 학교에서 ‘난봉꾼, 쓰레기, 걸레’라는 쓰리 콤보 수식어가 오진호의 그림자가 되어 따라다녔기 때문이다.


맨탈이 깨진 진호가 학교를 졸업한 건 천운이라 할 수 있다.


여자 후배와 이별 후,


진호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나희에게 불같은 화를 냈다.


자신의 혈압을 걱정할 정도로···.


하지만 도나희는 달랐다.


도나희의 표정이 숙연해지는가 싶더니,


갑자기 눈알을 뒤집어 까고,


입에서 침을 튀기며 말했다. (뱉었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그 정도 신뢰도 없이 무슨 사랑이야!! 사랑은!! 잘 헤어졌다, 잘 헤어졌어!”


나희는 통쾌하다는 듯 콧구멍에서 바람을 뿜어내며 진호를 노려봤다.


‘그래 내가 졌다’ 진호는 그때 일을 생각하면,


지금도 웃는 게 웃는 게 아니다.



**



생각에 잠겨 있던 진호에게 하윤이 말한다.


“첫사랑이 많이 늦었네. 첫사랑은 보통 어릴 때 하지 않나? 진호는 역시 범생이 였구나?”


진호가 씁쓸했던 여자 후배와의 기억을 지우고,


피식 웃으며 말한다.


“그런가? 공부한다고 이성에 눈을 너무 늦게 떴지. 하윤이 중학교 때 첫사랑은 어땠어? 잘 생겼나? 지나고 생각해보면 별거 없지?”


진호도 하윤에게 넌지시 물어본다.


진호는 처음 하윤의 첫사랑 이야기를 듣고 마음이 무거웠다.


하지만 지금은 그때와 달리 하윤과 더욱 가까워졌고,


민준의 ‘첫사랑 그런 거 신경 쓰지 마’라는 응원이 큰 힘이 되었다.


그래도 ‘뿅’ 하고 사라진 것 같다는 하윤의 첫사랑이 궁금해 미칠 것 같다. 남자들의 당연한 심리라고나 할까?


자연스러운 분위기에서 물어보려고 했는데,


그 분위기는 지금이다.


진호는 하윤의 눈과 입을 바라본다.


잠깐 생각에 잠긴 하윤이 살며시 입술을 뗀다.


“난 첫사랑 생각하면. 고백이라도 해볼걸, 손이라도 한번 잡아볼걸, 혼자 짝사랑한 거라 지금도 가슴이 먹먹하면서도. 그때 설렘이 가실질 않는다.”


진호는 첫사랑을 찾아 한국에 왔다는 하윤의 말에 많은 상상을 해보기도 했다.


그런데···.


‘고백도 못 해본 짝사랑? 설렘?’


하윤의 말이 끝나자,


진호는 말 더듬이가 된다.


“짜, 짜, 짜, 짝사랑이었네? 나, 나, 나한테 설렘은 없고?”


진호의 혀가 캐스터네츠라도 된 듯 ‘짜, 짜, 짜’ 소리를 짧고 간결하게 참 잘 낸다.


참 바보 같다.


하윤은 새침한 표정으로 진호에게 말한다.


“치~ 진호야. 나 지금도 엄청 설레.”


하윤의 말을 듣고,


진호는 가게가 떠나가듯 크게 웃으며 말한다.


“허! 허! 허! 허. 난 하윤이가 진정한 내 첫사랑이야!”


“고마워, 진호야.”


말을 하는 하윤은 첫사랑 생각에 가슴이 아려 온다.


대화 주제를 바꾸고 싶은 하윤이 가게 벽에 붙어있는 안주 이미지 사진을 바라본다.


진호는 수줍은 듯 몸을 흔들며 싱글벙글 바보처럼 웃는다.


하윤의 시선이 매운 닭발에 안주 사진에서 멈춘다.


맛있어 보인다.


오늘은 매운 게 당기는 날이었다.


하윤은 웃고 있는 진호에게 묻는다.


“여기, 다른 안주 뭐가 맛있어?”


진호는 하윤의 시선을 따라가며 말한다.


“친구들은 매운 닭발을 자주 먹던데. 난 닭발 이런 거 좀 별로라. 하윤이는 닭발 먹어?”


하윤이 ‘그럼 좋아하지!’ 대답하려고 하는데,


진호가 먼저 답을 한다.


“아. 못 먹겠구나. 캐나다 살다 온 사람한테. 괜한 걸 물어봤네.”


진호 말에.


하윤은 대답하지 않고,


진호를 멍하니 바라본다.


진호는 하윤의 시선을 보고,


배시시 웃는다.


진호는 마냥 좋다.


옥경은 주방에서 감바스와 새우튀김을 가지고 나와 테이블 위에 올려놓는다.


“맛있게들 먹어요. 새우구이는 바로 가져다줄게.”


진호와 하윤이 “와~, 음” 하며 향기에 취한다.


“맛있겠다. 감사합니다.”


“이모. 잘 먹을게요.”


옥경이 스탠드바 위에 고급스럽게 올려져 있는 와인 냉장고에서 와인을 꺼내와 테이블 위에 올려놓자,


진호가 와인오프너로 코르크 마개를 열심히 돌려 힘을 주고 잡아 뺀다.


“뿅” 소리와 함께 코르크 마개가 와인 병에서 분리된다.


‘‘뻥’도 아니고,


‘퐁’ 도 아닌 ‘뿅’’ 하는 소리가 나자.


진호는 코르크 마개를 손에 들고 ‘뭐지?’ 하며 바라본다.


병 입구에 코를 대고 이상 없는지 냄새도 맡아본다.


진호는 하윤의 첫사랑이 “뿅’ 하고 나타나 “뿅” 하고 사라졌다는 말 때문인지 “뿅” 트라우마가 있는 듯하다.


이상 없음을 확인하고 진호는 말한다.


“방금 “뿅” 하고 소리가 났지? 허, 허. 소리가 이상하네.”


“뿅? 그랬나?”


하윤이 와인 잔을 들고 말하자.


진호는 와인 잔에 와인을 채워 준다.


붉은 레드와인이 잔을 반쯤 채우고 멈춘다.


하윤이 와인 병을 받아 들고,


진호 와인 잔에 와인을 채운다.


두 사람 건배한다.


현재 대한민국 남자들에게 뜨거운 관심을 받는 미모의 기상캐스터 이하윤과 편안한 공간에서 단둘이 와인을 마시는 진호는 꿈을 꾸는 것 같다.


꿈같은 현실을 미래로 가져가고 싶다.


하윤이 와인 잔을 입에 가져다 대자,


진호 눈에서 행복의 꿀이 뚝뚝 떨어진다.


진호의 꿈같은 행복한 시간은,


반디 가게 문이 열리면서 어둠의 그림자가 드리워진다.


반디 가게 문 열리고···.




얼큰하게 취한 나희와 얼굴색이 붉은 노을로 변한 소민이 낄낄거리며 들어와 진호와 하윤이 앉아 있는 테이블을 보고 멈춘다.


큰 키에 나희는 헝클어진 머리에 트레이닝복을 걸치고,


삼선 슬리퍼를 짝짝이로 발에 끼고,


동네 주정뱅이처럼 등장해 진호와 눈빛을 교환한다.


작고 통통한 소민은 알프스 소녀 하이디 복장의 잠옷 위에 나희 트레이닝복 상의로 보이는 옷을 걸치고 있는데,


마치 긴 코트를 입은 것처럼 보인다.


붉은 얼굴 가운데에 있는 앙증맞은 콧구멍을 벌렁거리며 진호와 눈빛을 맞춘다.


진호는 나희와 소민을 보고 화들짝 놀라며 ‘헋! 헋! 헋!!’ 딸꾹질을 시작한다.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에 저승사자를 만난 듯 기겁한다.


머리를 긁적이던 나희는 짝다리 짚고 다리를 달달 떨기 시작한다.


나희를 바라보는 진호 눈가에 눈물이 촉촉하게 맺힌다.


진호는 간절하게 ‘하지 마 아니야 하지 마’ 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나희는 누군가에게 멱살이라도 잡힌 듯 허스키한 목소리에 목이 메여 숨이 넘어갈 듯한 소리를 더하며 말한다.


그것은 여자 엄태구다.


“여보! 당신 여기서 뭐 해?”


나희의 말 끝에,


소민의 쉰 목소리가 콤보로 따라붙어 온다.


“형부!! 뭐 하시는 거에요? 또 바람이야? 또 여자야? 또오오오.”


진호는 딸꾹질하며 벌떡 일어선다.


“헋! 헋! 야! 야! 니들 장난 헋! 치지마.”


나희는 틀니 뺀 할머니 입 모양으로 입을 오물거리며,


슬픔에 잠긴 애절한 목소리 톤으로 바꿔 말한다.


“오진호. 당신 정말 나쁜 사람이구나.”


“형부, 나빠요!!”


소민이 빼애액 소리 지르고,


나희의 팔을 잡고 뒤돌아서서 어깨를 들썩인다.


한편의 공연이 끝난 것처럼 보인다.


진호는 분명 저것들이 뒤돌아 웃고 있는 거라 생각한다.


진호의 예상은 적중했다.


나희와 소민은 어깨를 들썩이며 키득거리고 있다.


하윤은 놀란 토끼 눈으로 ‘이게 무슨 상황이지’ 하며 진호를 보고,


나희와 소민을 바라본다.


진호는 딸꾹질하며 가게 중앙에 서서 손으로 엑스를 만들어 보인다.


그리고 딸꾹질하며 수신호 하는 교통 경찰처럼 빙글빙글 돌며 말한다.


가게 문을 향해 등 돌리고 서 있는 나희와 소민,


가게 안쪽 테이블에 앉아 놀란 눈을 하고 있는 하윤을 향해서.


“헋! 아니야, 아니라고. 헋! 야, 니들. 아이 씨, 장난 그만해. 헋! 제발, 헋! 헋! 부탁이다.”


간절함이 묻어나는 진호 말에.


나희는 슬픔에 잠겨 힘없이 축져진 소민의 어깨에 팔을 올려 어깨동무하고 역동적으로 어깨를 들썩거린다.


더욱 크게 슬픔을 표현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진호의 반응에 박장대소하는 것이다.


“얘들아! 그만해. 그러다, 진호 울겠다.”


주방에서 갈릭 버터 새우구이를 들고나오는 옥경이 못 말린다는 표정으로 나희와 소민을 바라보며 소리치자.


감독이 “컷”을 외친 것처럼,


나희와 소민의 연기가 끝난다.


진호는 뛰는 가슴을 주체하지 못한 채 테이블로 걸어가 맥을 놓고 의자에 주저앉는다.


옥경은 갈릭버터 새우구이를 테이블 위에 놓으며 놀란 눈으로 상황을 지켜보는 하윤을 진정시킨다.


“친구들이 장난치는 거니까. 신경 쓰지 말고, 갈릭 버터 새우구이 맛있게 먹어요.”


눈을 찡긋하는 옥경에게 하윤은 공손하게 말한다.


“네, 감사합니다. 향이 참 좋네요.”


하윤은 안주 접시를 정리하며 갈릭 버터 새우구이를 진호 앞에 놓는다.


놀란 진호가 코를 킁킁거리며 말한다.


“난 왜 아무 향이 안 나지.”


진호는 후각이 상실된 것 같다.


옥경은 진호를 슬쩍 바라보고,


나희와 소민에게 다가가며 말한다.


“니들, 간판 꺼 놨는데 웬일이야?”


술에 취한 나희와 소민이 옥경을 바라보며 ‘히이~’ 하고,


나희는 하얀 앞니를 드러내며 말한다.


“집에서 마시다가, 매운 게 땡겨서 왔어요.”


혀가 꼬여가는 소민은 말을 하며 의자 위에 엉덩이를 걸쳐 앉는다.


“나, 다이어트 해야 하는데. 자꾸 꼬셔 가꾸.”


옥경은 축 늘어져 앉아 있는 진호의 눈치를 보며 말한다.


“근데, 어쩌지? 오늘은 예약이 다 차서 손님 못 받는데.”


나희는 옥경의 시선을 따라가 진호를 바라본다.


나희가 상냥한 태도로 진호에게 말한다.


“아우~ 우리 진호가 미리 예약까지 해놨네. 참, 잘 컸어. 아우~ 기특하다.”


나희의 말끝을 이어,


소민은 말한다.


“그러게, 지노 기특하네.”


나희는 가게 안에서 진호가 앉아 있는 테이블과 가장 먼 테이블 위에 있는 예약석 안내 표지판을 치우고 의자에 앉는다.


분위기를 깨고 아무렇지 않게 자리에 앉는 나희를 진호가 눈을 부릅뜨고 바라보자,


나희는 오른손 손바닥을 보이며 사과한다.


“쏴아리!”


나희가 진호의 건너편에 앉아 있는 하윤의 시선을 느끼고 바라보자,


하윤과 눈이 마주친다.


나희는 하윤에게도 오른손 손바닥을 들어 보이며 말한다.


“함께 살고 있는 친구예요. 화나신 거 아니죠?”


소민도 하윤에게 눈인사하며 말한다.


“장난쳐서, 미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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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31화. 데자뷰 21.12.16 53 2 11쪽
31 30화. 광고 모델 에이전시 21.12.14 53 2 12쪽
30 29화. 중2 때 약속 21.12.12 55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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