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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네딧 님의 서재입니다.

내 친구의 첫사랑

웹소설 > 일반연재 > 로맨스

완결

이네딧
작품등록일 :
2021.10.11 12:36
최근연재일 :
2022.07.21 20:30
연재수 :
129 회
조회수 :
7,642
추천수 :
167
글자수 :
658,878

작성
21.12.19 22:00
조회
43
추천
1
글자
11쪽

33화. 중2 때 기억

DUMMY

진호는 들뜬 목소리로 말한다.


“민준아. 미안하지만 난, 오늘 완전히, 완벽하게 행복하다. 하! 하! 하! 하윤이가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거든. 하! 하! 하! 하!”


이런 말은 여자를 많이 만나는 민준이 진호에게 자주 했던 자랑이다.


진호는 민준에게 복수라도 하듯 더 크게 웃는다.


민준 우울한 목소리가 싹 사라지면서 화들짝 놀라며 묻는다.


“진짜?? 거긴 왜?”


진호는 수다 떠는 걸 좋아하는 여자처럼 자랑을 늘어놓는다.


“내 단골집이 궁금하고. 내가 어떤 곳을 좋아하는지 궁금하데. 너 여자 많이 만나봤잖아. 니가 만나본 여자들 중에 이런 이야기했던 여자친구 있었어? 없지? 없었을 거야. 하윤이가 날 많이 사랑하는 것 같다. 오늘 자연스럽게 우리 집에 함께 가려고 한다. 하! 하! 하! 민준아. 내가 꿈꾸는 나의 완벽한 미래가 이제 완성이 되는 느낌이다.”


말없이 진호의 말을 듣던 민준이 부러움에 진호를 응원해준다.


“좋겠다, 니가 원하는 완벽한 여자가 널 많이 사랑해줘서.”


멀리 빨간 신호등이 켜져 있고, 진호가 정차된 승용차 안에서 룸미러에 얼굴을 비춰보며 말한다.


“나 솔직히 하윤이만 오케이 하면. 내일이라도 당장 결혼하고 싶다.”


진호 차 안을 진지한 민준의 목소리가 울린다.


“결혼? 아직 서로 잘 모르잖아. 야, 그건 좀 너무 앞서가는 거 아니야?”


“야. 그만큼 좋다는 거야. 너무 많이.”


진호가 말하자,


민준이 다급하게 통화를 마무리한다.


“어쨌든, 부럽다. 나 집 다 왔거든. 즐거운 시간 보내라.”


신호등 불이 파란색으로 바뀌자, 차량들이 출발한다.


진호는 가속페달을 밟으며 통화를 마무리한다.


“응. 진행 상황 또 업데이트해 줄게.”


“그래.”


진호가 민준과 전화 통화를 끝낸다.


도로의 정체가 풀려 속도를 내는 차량들,


그 안에 진호의 승용차만 속도를 내지 못하고 기어간다.


도로를 달리는 차량들이 진호 승용차에 대고 클랙슨을 울리며 피해 간다.


차 안에서는 욕설을 퍼부을 것이다.


진호는 이런 상황이 익숙하다.


핸들을 잡고 있는 진호가 행복한 표정으로 흥얼거리며 어딜 갈까 고민하는데,


무언가 생각이 난 듯 전화를 건다.


“이모, 저 진호에요.”



***



성북동 2층 주택에 어둠이 내려앉고,


마당을 비추는 조명이 어둠을 막는 수호자처럼 마당 평상과 화단을 비추고 있다.


조명 빛 아래 마당에서는 강아지 마루와 아띠가 분홍색 비너스 스쿠터 옆에서 장난을 치며 놀고 있다.


네모난 나무 평상 위에 트레이닝복 차림의 나희가 맥주 캔을 들고 양반 자세로 앉아 있고,


소민은 평상 끝에 걸쳐 앉아 맥주 캔을 홀짝이며 마루와 아띠를 바라보고 있다.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만원에 네 개짜리 맥주 캔이다.


양반 자세로 앉아 있는 나희 옆 비닐봉지 속에는 맥주 캔 밖으로 땀을 흘려내고 있는 맥주 캔 두 개가 들어있다.


나희는 시원하게 맥주를 마시고 소민에게 말한다.


“소민아, 선희한테 연락해봐.”


마루와 아띠를 바라보던 소민의 시선이 나희에게 획하고 돌아간다.


“지금??”


“어. 안 그럼 내가 까먹잖아.”


나희는 소민과 눈을 맞추며 말한다.


소민은 나희의 시선을 피하며 입에 맥주 캔을 가져다 대고 귀찮은 듯 말한다.


“그냥 편하게 까먹지, 그래.”


“야, 안돼. 안 편해.”


나희는 맥주 마시고 맥주 캔을 흔들어 본다.


캔 바닥에서 작은 소리가 들리자,


맥주 캔을 하늘로 치켜들어 탈탈 털어 입 안에 넣는다.


소민이 자세를 바꿔 나희 앞에 양반 자세로 앉아 말한다.


“나 불편한 건 생각 안 해봤어?”


나희는 손가락에 힘을 주어 맥주 캔을 찌그러트리며 말한다.


“해봐, 지금.”


“아, 뭐라고 해. 불편하다. 진짜.”


소민이 짜증 섞인 투로 말하자.


나희는 눈알을 굴리며 잠시 고민하다가 말한다.


“음··· 오선희. 도나희가 축가 필요한지 물어보래. 뭐 이렇게? 싫다면 어쩔 수 없고.”


소민이 입을 삐죽거리며 ‘지가 하지 진짜 짜증 나게 ‘선희는 기억도 않하는 것 같던데. 혼자 약속 지킨다고 난리야. 나는 뭐야 나는. 어흐 힘들다 진짜’ 구시렁거리고,


엉덩이 근처에서 휴대전화를 꺼내 선희에게 카톡을 보낸다.


소민


1 선희야 잘 갔지?


1 너 결혼식 축가 당연히 준비됐겠지만


1 나희가 물어봐 달라고 하는데


1 중2 때 약속했다고


1 기억은 개인마다 차이가 있으니까


1 너무 신경 쓰지는 말고


소민은 카톡을 보내고,


나희에게 확인받기 위해서 휴대전화 화면을 나희 눈앞에 가져다 대며 말한다.


“됐지?”


화면이 너무 가까워 보이지 않는다.


나희가 카톡 내용을 보기 위해 목을 뒤로 빼며 화면 바라보는데.


소민이 휴대전화를 평상 위에 내동댕이친다.


나희는 “거참, 사람이 성질머리 하고는” 하며 휴대전화를 들어 화면을 바라본다.


하지만 휴대전화가 잠겨 열리지 않는다.


페이스 아이디를 풀기 위해 소민 얼굴에 휴대전화를 가져다 대자,


소민은 삐진 듯 뒤를 돌아 맥주 캔을 벌컥벌컥 들이킨다.


소민의 행동이 장난스럽다.


나희는 “아 거참. 사람···.” 아쉬워하며 휴대전화를 내려놓고,


비닐봉투 안에서 맥주 캔을 꺼낸다.


나희의 행동도 장난스럽다.


소민은 뒤돌아 나희를 빤히 바라보며 묻는다.


“나희야. 그런데, 어쩌다가 선희랑 축가 얘기를 한 거야?”


“응? 아···.”


나희의 표정이 또 쓸데없이 진지해진다.


이 정도면 병적이다.


나희의 진지한 시선이 화단 위에서 꽃망울을 하나씩 터트리는 보라색 라일락꽃으로 향한다.


맥주 캔을 따려다가 내려놓고,


생각에 잠긴 수도승 자세로 두 손을 공손히 모으며 말한다.


“그러니까···. 중2 여름 방학 전 마지막 연습이었지. 아마. 코치님이, 아! 이재평 코치님. 까만 얼굴에 키가 멀대처럼 커서 별명이···. 이 멀 대였지, 너도 알지?”


“야!! 요점만 얘기해. 이재평 코치 말고, 오선희 축가.”


이야기가 산으로 가려고 하자,


소민은 짜증 섞인 목소리로 나희 말을 자른다.


나희도 바로 수긍하며 맥주 캔을 들어 딴다.


캔에서 거품이 뿜어져 나오자,


캔에 입을 대고 돌리며 한 방울도 남기지 않고 호로록 흡입하는 나희.


다이슨 청소기의 흡입력은 앞으로 분발해야 할 듯하다.


“그래, 그래.”


나희는 기억을 더듬어가며 천천히 이야기를 이어간다.


“찜통 같은 체육관에서 나랑, 선희랑 에페 연습 경기를 했지.”


나희 눈앞에 중2 때 연습 경기가 있었던 그날의 회상이 펼쳐진다.



**



중학교 2학년인 나희.


하늘색 체육관 지붕 위로 뜨거운 햇볕이 아지랑이를 만들고 있다.


체육관 실내에서 앳된 펜싱부 여중생 10여 명이 훈련하고 있다.


체육관 양쪽 끝에 서 있는 대형 에어컨이 기계음을 내며 차가운 바람을 뿜어내지만,


체육관 안의 뜨거운 열기를 식히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여자 중학생들 사이에 또래보다 키가 큰 나희와 선희가 펜싱 복장을 착용하고 있다.


긴 머리의 나희가 연습용 라메(전자감응자켓)를 입고 장갑을 낀다.


복장을 먼저 착용한 나희가 펜싱 에페 칼을 들고 폴짝폴짝 뛰어 보더니,


옆구리에 칼을 끼우고,


선희에게 다가간다.


선희는 상고머리에 가까운 짧은 머리에 하얀 양 볼 위에 주근깨가 번져 있다.


머리 스타일만 봐서는 남자 같고,


웃음기 없는 무표정한 얼굴이다.


나희가 옷을 입는 선희를 도와주는데,


양팔과 어깨가 칼에 찔려 까만 멍과 피멍투성이다.


별명이 연습벌레인 선희는 지는 것을 싫어해 선배들과 연습 경기에서 질 때면 이길 때까지 경기하는 조금은 독하고 무서운 아이다.


나희가 옆구리에서 에페 칼을 빼내 다리 사이에 끼우고,


양팔로 멍투성이인 선희 팔 근육을 흔들며 마사지를 해준다.


무표정한 얼굴의 선희가 나희를 보며 활짝 웃으며 말한다.


“나. 괜찮은데.”


선희는 외모와 달리 여성스러운 목소리다.


나희는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하며 선희와 눈을 마주친다.


“선희, 니 피부가 하얘서 멍이 더 잘 드나 봐. 병원 가봐야겠다.”


“내버려 두 면 괜찮아져.”


얼굴에 미소가 멈추지 않는 선희가 라메를 입으며 말하자,


나희가 라메를 입는 선희를 도와준다.


장비를 착용한 나희와 선희는 에페(전신을 표적으로 찌르며 공격하는 펜싱 종목) 칼을 들고 피스트(길이 14M의 펜싱 경기하는 곳) 위에 양쪽으로 올라가 연습 경기를 하기 위해 마스크를 쓰고 자세 잡는다.


까만 얼굴에 멀대처럼 키가 큰 이재평 코치가 학교 에이스인 나희와 선희의 자세를 바라보며 흡족한 표정으로 시작 벨을 울린다.


연습 경기가 시작되고,


나희와 선희의 칼이 부딪치며 날카로운 금속 소리가 체육관 안을 울려댄다.


적극적인 선희의 찌르기 공격에 나희가 뒤로 물러서며 방어한다.


마스크를 쓰고 선희를 바라보는 나희 눈에 선희의 팔에 피멍 자국이 아른거리고,


‘선희야 오늘은 빨리 공격하고 끝내라’ 생각한다.


선희가 앞으로 뛰어 날아 공격한다.


방어하던 나희가 선희를 팔을 찌를 수 있는 기회가 오지만 공격하지 않고,


성큼성큼 뒤로 물러선다.


선희의 공격에 공격포인트가 쌓이고,


나희는 계속해서 수동적으로 방어를 계속한다.


“야, 도나희. 공격해, 공격. 공격 안 하고 뭐해?”


이재평 코치가 답답한 듯 나희를 향해 소리치자,


체육관 안이 쩌렁쩌렁 울린다.


코치의 표정을 살피던 펜싱부 여중생들은 걱정스러운 눈으로 나희를 바라본다.


선희도 나희가 공격하지 않는 걸 눈치채고 공격하지 않는다.


나희와 선희가 적극적으로 공격하지 않고 서로 칼끝만 부딪친다.


“야! 니들 둘이 뭐해? 뭐 하자는 거야 지금. 피스트에서 내려와!!”


이재평 코치가 성난 사자처럼 화를 내자,


나희와 선희가 마스크를 벗고,


피스트에서 내려온다.


고의로 경기하지 않은 나희와 선희에게 화가 머리끝까지 난 이재평 코치가 사막처럼 뜨거운 운동장으로 나희와 선희를 내보내 얼차려를 준다.


타이어가 묶인 줄을 허리에 묶고 운동장 끝에서 끝까지 왕복해 달리는 나희와 선희.


얼굴과 몸에서 땀이 줄줄 흘러내리고,


하얀 체육복은 땀에 젖어 몸에 붙었다.


지쳐 쓰러지는 선희를 나희가 부축해 일으키고,


헉헉거리며 대화한다.


“오선희. 너 왜 공격 안 해?”


“도나희. 넌 왜 안 해?”


“야. 난 내 작전대로 하는 중이었어.”


지친 나희가 땀을 닦으며 걷자,


체육관 앞에서 나희와 선희를 바라보던 이재평 코치의 눈에서 레이저가 나온다.


앞서 뛰던 선희가 돌아와 나희 손을 잡고 함께 달린다.


“작전? 웃기지 마.”


“너나 웃기지 마.”


땀으로 범벅이 되어 지쳐버린 나희와 선희.


하지만 땀에 젖은 셔츠로 얼굴에 흘러내리는 땀을 닦는 표정은 웃고 있다.




텅 빈 학교 운동장,


플라타너스 나무 그늘 아래 나희와 선희가 운동복을 갈아입고 벤치에 앉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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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30화. 광고 모델 에이전시 21.12.14 53 2 12쪽
30 29화. 중2 때 약속 21.12.12 54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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