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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네딧 님의 서재입니다.

내 친구의 첫사랑

웹소설 > 일반연재 > 로맨스

완결

이네딧
작품등록일 :
2021.10.11 12:36
최근연재일 :
2022.07.21 20:30
연재수 :
129 회
조회수 :
7,673
추천수 :
167
글자수 :
658,878

작성
21.12.09 22:00
조회
50
추천
2
글자
11쪽

28화. 올림픽 펜싱 금메달 리스트

DUMMY

대학로 원형 로터리 주변을 반원형으로 감싸고 있는 낡고 오래된 3층 건물들 사이에 어색할 만큼 깔끔하게 리모델링 되어 있는 건물 1층에 소민의 애견 미용실이 있다.


따뜻한 봄 햇살이 밖에서도 가게 안을 훤히 볼 수 있게 만들어 놓은 통유리창을 통과해 가게 안을 비춘다.


가게 안에서 소민이 양 갈래로 머리를 딴 새하얀 말티즈의 머리 가운데에 분홍색 땡땡이 핀을 꽂으며 작업을 마무리한다.


말티즈를 품에 안고 포토존에 올려놓자,


말티즈가 신이 난 듯 꼬리를 흔들어 댄다.


소민이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으려고 하자,


사진을 찍는 게 무엇인지 아는 듯 얌전히 자세를 잡는다.


소민이 “어머, 착해라” 말하며 사진 찍는다.


말티즈가 소민을 향해 수고했다는 듯 “왈왈” 짖어 댄다.


말티즈 주인 선희가 짖고 있는 말티즈를 품에 안자,


꼬리를 흔들며 얌전해진다.


말티즈는 주인을 찾는 거였다.


키가 크고 눈꼬리가 살짝 위로 올라가 날카로워 보이는 선희는 상체 몸매가 드러나는 얇은 노란색 터틀넥을 입고 정장 바지를 입고 있다.


고급 브랜드 옷을 입고 피부도 관리를 받는듯 반짝거리며 윤기가 흐른다.


선희가 말티즈를 안고 환하게 웃자,


소민이 인스타 홍보를 위해 사진을 찍는다.


“고마워 선희야. 우리 가게에 너처럼 유명인이 온 건 처음이라.”


소민이 사진을 찍고 말하자.


선희는 양쪽으로 머리 딴 말티즈의 머리를 한 쪽씩 만지며 말한다.


“예약도 안 하고 갑자기 온 것도 미안한데. 별말을 다한다.”


선희는 날카로운 외모와는 달리 목소리 톤이나 말투는 따뜻하다.


“그래도. 얼굴 나오는 거 싫어할 수 있는데.”


소민이 가게 밖이 보이는 테이블 의자에 앉으며 말하자.


선희도 건너편에 의자에 앉으며 말한다.


“야! 괜찮아. 내 얼굴이 뭐라고.”


선희는 쿨하게 말한다.


소민과 선희는 고등학교 친구 사이다.


소민은 선희와 그렇게 친한 사이가 아니었다고 기억하는데,


오늘 갑자기 선희가 불쑥 찾아와 내심 당황했다.


선희는 품 안에 말티즈를 안고 인스타 보고 왔다고 말했다.


뭔가 자연스럽지 않지만,


손님으로 찾아와 줘서 고맙게 생각했다.


말티즈 미용하면서 선희가 곧 결혼한다는 말을 듣고,


소민의 얼굴이 살짝 일그러졌다.


‘이런 요망한 년. 그럼 그렇지. 웬일인가 했다, 내가. 연락 한번 없던 인간들이 불쑥 찾아오거나 연락이 오면 다 이유가 있는 건데. 이 나이에는 이런 애매한 친구들을 피해야 하는데’


그런데 선희는 결혼한다는 말 이외에 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언제, 어디서, 누구와 어떻게,


신혼여행은 어디로, 신혼집은 어디야 라는 스토리를 풀어내야 하는데 아무 말이 없다.


소민은 인스타에 사진을 올리며 물어봐 주길 바라는 건가?


선희 생각보다 착하니까 물어볼까? 고민하다가 탁한 목소리로 묻는다.


“남친, 아니다. 예비 신랑은 뭐 하는 사람이야?”


선희가 품 안에서 꼬리를 흔드는 말티즈를 바라보며 대답한다.


“씨름 선수야.”


소민이 휴대전화 화면에 인스타 어플을 닫고,


포털을 열어 ‘씨름 선수’ 검색하며 말한다.


“씨름 선수?”


소민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휴대전화 화면 속 씨름 선수 이미지를 바라본다.


근육질 몸에 황소처럼 거대한 덩치에 헐크 반바지처럼 터질 듯한 파란색 반바지에 빨간색 목도리 같은 걸 허리에 두르고 있다.


“우와 멋있다. 선희 넌 좋겠다.”


소민이 말한다.


예의상 하는 말이다.


소민이 딱 싫어하는 스타일이기 때문이다.


소민은 깡마르고 빌빌거리는 스타일이 좋다(이민준, 너야, 너)


“함께 운동하니까 대화도 잘 통하고. 많이 챙겨주고. 뭐, 사랑, 해 주고.”


선희 말에, 소민이 휴대전화를 내려놓고 아련한 눈빛으로 말한다.


“사랑? 아~ 사랑. 너무 부럽다. 나는 언제 사랑하는 남자를 만날까.”


소민이 부러움에 선희에게 넋두리하듯 말하는데···.




애견 미용실 앞으로 원숭이 인형 탈을 쓴 나희와 경주가 뒤뚱뒤뚱하며 로터리에 나타난다.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손을 흔들며 공연 홍보 전단지를 건네주고,


엉덩이를 흔들며 재롱부린다.


길을 지나가던 초등학교 5학년쯤 돼 보이는 남자아이 두 명이 나희 원숭이 인형 탈 뒤로 슬금슬금 걸어간다.


한 명이 나희 원숭이 인형 탈 꼬리를 잡아 뒤로 끌고 간다.


중심을 잃을 것처럼 휘청거리는 나희 원숭이 인형 탈이 소리친다.


“아야. 야, 야! 이 새끼, 안 놔. 이런 초딩 새끼.”


뒤뚱거리는 나희 원숭이의 엉덩이를 다른 한 명이 슛을 날리듯 발로 세게 차자.


일격을 당한 나희 원숭이가 주춤주춤 뒷걸음질 치더니 길바닥에 쓰러진다.


경주 원숭이 인형 탈이 남자 초딩들을 잡으려 하는데,


재빨리 피해 약을 올리며 도망친다.


경주 원숭이 인형 탈이 일어서려는 나희 인형 탈과 부딪치고,


나희 원숭이 인형 탈과 경주 원숭이 인형 탈이 부둥켜안고 길바닥에 쓰러진다.


손에 든 홍보 전단지가 봄바람에 흩어져 날아가고.


도망치던 초딩 두 명이 길바닥에 누워있는 나희 원숭이탈의 배를, 엎드려 있는 경주 원숭이탈의 등을 밟고 도망친다.




애견 미용실 앞에서 펼쳐지는 광경을 소민과 선희와 선희의 흰색 말티즈가 지켜보고 있다.


소민은 원숭이 인형 탈이 나희와 경주라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하고 혀를 차기 시작한다.


“쯔쯔쯔”


나희 원숭이 인형 탈이 초딩들을 쫓아 가려다가 넘어지고,


뒤따르던 경주 원숭이 인형 탈이 나희 원숭이 인형 탈 다리에 걸려 넘어져 일어서지 못하자.


소민이 불쌍한 표정으로 혀를 차며 말한다.


“아이고. 쯔! 쯔! 쯔! 참, 열심히들 산다. 그치?”


선희도 안쓰러운 얼굴로 원숭이 인형 탈들을 바라보며 말한다.


“그러게. 웬일이니.”


“어떡하니 길바닥에 누워서. 에효, 너무 불쌍하다.”


소민의 말 끝나자.




흙먼지를 뒤집어쓴 원숭이 인형 탈이 벌떡 일어나 애견 미용실 안을 바라본다.


소민은 왠지 모를 불안한 예감이 몰려오고,


예감은 적중한다.


두 원숭이 인형 탈이 가게 앞을 지나가게 문 앞으로 다가온다.


“어머, 쟤들 왜 이리 와?”


소민이 짧은 발걸음으로 가게 문을 향해 걸어가는데,


원숭이 인형 탈이 먼저 가게 문을 열고 들어온다.


소민이 짧은 팔을 벌리며 단호하게 말한다.


“미안한데. 여기 들어오시면 안 돼요.”


선희는 말티즈를 가슴에 꼭 껴안는다.


나희 원숭이 인형 탈이 다짜고짜 소민을 밀고 들어온다.


“야. 비켜, 비켜. 비켜봐.”


나희 말이 잘 들리지 않는 소민이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한다.


“들어오시면 안 된다니까요.”


나희 뒤를 따라 경주 원숭이 인형 탈도 들어온다.


나희 원숭이 인형 탈이 빈 의자에 앉아 머리를 뽑아 바닥에 내동댕이친다.


“아우 씨. 저 초딩들 저거 오늘 낙산 공원에 묻을까. 졸라, 굴욕이다.”


선희는 나희를 보고,


품에 안고 있던 말티즈를 놓칠 듯 손에 힘이 풀렸다가떨어질 것을 예상한 말티즈가 짖자,


정신을 차리고 다시 손에 힘을 줘 말티즈를 안전하게 품에 안는다.


소민은 땀 범벅이 된 나희 얼굴을 보고 깜짝 놀라 소리친다.


“나희야?? 너였어??”


샤워한 듯 머리와 얼굴이 땀으로 범벅이 된 나희가 경주 원숭이 인형 탈 머리를 뽑아 준다.


경주도 나희처럼 땀으로 범벅이 되어 있다.


초딩에게 굴욕을 당한 나희가 지친 듯 의자에 벌렁 드러눕고,


소민이 허둥지둥 수건 두 개를 가져와 경주에게 하나 건네고,


나희 얼굴을 향해 수건 하나를 던져 준다.


수건이 정확하게 나희 얼굴을 완벽하게 가린다.


소민이 앞에 서 있는 경주를 바라보며 말한다.


“니들 왜, 탈을 쓰고 다녀?”


행동과 말이 과하게 느린 경주가 이제야 소민에게 인사를 한다.


“안녕하세요오? 수건, 감사합니다아.”


소민이 답답한 듯 얼굴에 수건 올린 채 양 팔 벌리고 벌러덩 누워있는 나희 얼굴에 올려진 수건을 들어 나희 얼굴에 땀을 닦아주며 묻는다.


“나희야. 원숭이탈 이거 뭐야?”


“홍보, 홍보. 몸으로 뛰는....”


나희가 헐떡거리며 말하자.


“누가 여자들한테 이렇게 힘든 걸 시켜.”


흥분한 소민이 휴대전화를 들고,


놀이터에서 친구들과 싸우고 온 아이를 혼내듯 경주 앞에 선다.


“노동법 위반. 뭐 이런 걸로 신고해야 하는 거 아니야? 어디에 신고하지? 경주야, 누가 시켰어? 그 우울한 대머리 연출이야? 어떤 놈이야?”


빨리 말하라는 듯 소민이 경주를 바라보자,


경주가 수건으로 얼굴을 닦으며 느린 말투로 띄엄띄엄 한 글자씩 말한다.


“나, 희, 언, 니, 가··· 요오.”


소민이 귀먹은 노인처럼 경주를 향해 귀를 들이민다.


“응??”


“나희 언니가 직접 하신다고 했데요오.”


경주가 말하자,


소민이 경주와 나희를 번갈아 바라본다.


“나희가? 나희 너, 진짜야?”


누워있던 나희 힘겹게 몸을 일으키며 말한다.


“자업자득이다. 말 시키지 마. 힘들어.”


“도대체 뭔 소리야?”


소민은 나희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 없어 답답하다.


“나 먼저 갈게.”


선희의 차가운 목소리가 세 사람의 대화를 중단시킨다.


선희가 애견 이동장에 말티즈를 넣고,


샤넬 백과 명품 코트를 주섬주섬 챙긴다.


나희가 선희를 알아보고 깜짝 놀라며 반갑게 인사한다.


“어? 선희구나? 오선희. 야. 너, 오랜만이다.”


반가운 듯 말하는 나희의 인사에,


등을 돌리고 있는 선희는 한쪽 입술을 깨물며 코로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길게 내뿜는다.


마음을 진정시키려는 것 같다.


“그래, 오랜만이다. 나 약속이 있어서 먼저 갈게.”


선희는 나희의 얼굴을 보지도 않고


인사와 무시 사이의 애매한 행동과 톤으로 말하고 가게 문을 열고 나간다.


봄 햇살로 따스했던 애견 미용실 안 공기가 세차게 눈이 내리기 전 차갑게 불어오는 바람처럼 차가워진다.


경주가 ‘이 분위기는 뭐지?’ 하며 눈치를 보고,


나희는 가게 문 열고 나가 버린 선희 뒤에 대고 무덤덤하게 말한다.


“응, 그래. 또 만나자. 너 많이 예뻐졌다.”


소민도 가게 밖에서 걸어가고 있는 선희를 향해 작은 목소리로 인사한다.


“잘 가. 선희야.”


경주는 로터리를 걸어가는 선희의 얼굴이 낯익은 듯 계속 바라본다.


걸어가던 선희가 멈춰 서서


길바닥에 굴러다니는 ‘내 친구의 첫사랑’ 공연 홍보 전단지 내려다본다.


선희가 전단지 하나를 집어 들고 로터리 코너를 돌아 사라진다.


경주가 고개를 갸웃하고 나희를 바라보며 느린 말투로 말한다.


“저분 어디서 봤지이? 많이 본 것 같은데요오?”


나희는 의자에 앉아 눈만 깜박거리고,


가게 안을 정리하던 소민이 나희를 대신해 대답한다.


“선희. 국가대표 펜싱 선수잖아.”


경주는 이제야 선희의 얼굴이 왜 낯익은지 알았다.


박수를 치며 말한다.


“아. 맞다아. 올림픽에서 금메달 두 개 따고 엄청 울었던 그 분이네요오. 라디오스타에도 나왔던. 우와 언니 친구였어요오?”




내 친구의 첫사랑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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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30화. 광고 모델 에이전시 21.12.14 53 2 12쪽
30 29화. 중2 때 약속 21.12.12 54 2 11쪽
» 28화. 올림픽 펜싱 금메달 리스트 21.12.09 51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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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22화. 운명의 장난 21.11.25 55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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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14화. 양꼬치는로터리앞골목래래향이최고야 21.11.10 86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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