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의 방문
“그러니까 직접 오라고?”
“그래, 그래서 부탁하는 거야, 서치야. 와서 초능력자들과 인사도 나누고”
“멋있다, 캠프에잇을 무너뜨린 팀이라니. 넷 무버도 만나고 싶네”
지우가 말했다.
“나도 가보고 싶다. 가보자, 얘들아”
비우도 마음을 굳혔다.
“소리야 너도 그게 낫겠지?”
“응, 짐만 조금 챙기면. 거기가 훨씬 안전하겠지”
그때 지우가 다른 소리를 초대했다. 지우의 여친 최소리였다.
“뭔데, 뭔데! 나도 낄래”
바늘 가는 데 실처럼 지우를 따라다니는 여친이었다.
일단 지우와 비우, 서치와 최소리는 괜찮았다. 위험 딱지가 없었다.
문제는 이소리였다. 이소리는 캠프 에잇 팀의 멤버로 위험 딱지가 붙어 있다.
“아예 사람 많은 시간, 출근이나 퇴근 타이밍에 맞춰 움직이는 것도 좋을 거 같아”
원소가 제안했다.
“그래, 어차피 내가 있으니까 괜찮을 거야. 너희는 날 그냥 잘 들고 다니면 돼”
서치가 목을 길게 뺐다.
“그리고 소리는 플라잉 수트 갖고 있지? 그거 꼭 입고 와”
“필요할 일이 있을까?”
“아마 아이탑에 들어올 때 필요할지도 몰라”
원소가 들어온 것도 아이탑 옥상을 통해서였다.
캠프에잇 쪽과 서울초능력 대학 동기들과는 언제 한 번 만나게 해주고 싶었다.
같은 초능력자들은 통하는 게 있는 법. 거기다 수투와의 일로 미안한 것도 있었다.
지우와 부록은 이미 수투의 병원에 다녀갔다. 루안 위에 대해 중립적 태도를 보이고 있던 친구들이었으나 사실을 알고 완전 ‘안티’로 변했다.
원소가 병원에 힘겹게 한 번 다녀갔지만 둘은 이미 두 번 이상 수투를 만났다.
경기 때문에 바쁜 부록은 친구의 안부도 모른 채 지낸 자신을 원망했다.
“너무 내 살길만 찾은 거 같다. 이래서 무슨 성인이라고”
물론 부록이 나섰다고 해서 수투가 빨리 돌아오는 건 아니었다.
지우와 소리는 금요일 저녁에 출발할 계획이었다.
아예 사람이 많은 퇴근 시간을 노리기로 했다.
구 캠프에잇, 현 아이탑연구소에서는 토요일 오전 일어날 거사를 위한 준비에 한창이었다.
첫 번째로 필요한 건 넷 무버와 스파크의 단독 통신 라인이었다. 음성도 모습도 둘 만 이야기할 수 있는 라인이다. 거기에 아이탑연구소 측의 뷰어 하나만 불완전하게 참가할 수 있었다.
“단독 라인 이거 아주 좋네. 어느 누구도 해킹 못 하는 거 아냐?”
불도저가 감탄했다.
“애인 먼저 만들고 얘기하지?”
그런 아수라장 가운데에서도 사랑은 싹트고 있었다.
바로 오늘 거사를 책임질 넷 무버와 캠프 에잇의 리더 벵상 윈두였다.
윈두는 거의 바로 곁에 달라붙어 넷 무버의 상태를 체크하고 필요한 건 물었다.
“나도 여자 친구 있어, 고향에”
불도저가 입이 하늘만큼 솟아 투덜거렸다. 하지만 원소가 사진을 본 적은 없었다.
또 필요한 건 넷 무버를 위한 전용 공간이었다. 소음이 있어선 안 되고, 다른 전기 시설이 있어서도 되지 않았다.
“그럼 통신은? 빛은?”
불도저가 물었다.
“빛은 사방이 유리니까 외부에서 들어가고, 통신 또한 그 라인을 외부 쪽으로 연결되게 할 거야”
캠프 에잇의 리더였던 윈두는 연구소에서도 대장처럼 움직이고 있었다.
기다리던 손님들은 금요일 8시가 넘어서야 만날 수 있었다.
먼저 나타난 건 이소리였다.
“소리야! 무사했구나!”
원소가 달려나가 반겼다.
“다른 애들은?”
소리가 숨을 고르는 사이 문이 다시 한 번 열렸다.
지우와 비우, 서치와 최소리가 들어왔다.
“원소! 실제로 보는 거 되게 오랜만이다?”
친한 친구 지우의 말이었다. 거의 2주 만에 본 둘이었다.
“서치야, 소리! 비우형 모두 괜찮아?”
그러자 비우가 말했다.
“서치 좀 쉬게 해줘. 마실 것도 주고 좀 어디 가서 누워 있어라”
그러자 AI 하나가 다가왔다.
“휴게실로 안내해드리겠습니다”
“소개를 해줘야겠네. 이쪽은 어스원세네갈에서 온 윈두, 어스원이탈리아의 넷 무버, 아메리카에서 온 불도저와 동생 마샬”
“반가워, 난 정지우라고 해. 물체를 느리게 만들지”
“난 최소리라고, 소리를 자유자재로 바꿔”
“난 조서치, 인간 내비게이터야”
“난 이비우, 내 능력은 이런 거”
비우가 하늘에 손을 젓자 썰매를 탄 산타 하나가 열심히 채찍질했다.
“우와, 신기하다···.”
봐도 봐도 질리지 않는 비우의 마술이었다.
“경찰은 무사히 피한 거야?”
원소가 물었다.
“응, 거의 그랬지. 서치가 고생했어”
지우가 말했다.
“오다가 아는 얼굴을 만났어. 아니 봤어.”
“누구?”
“초능력협회 사무국장이랑 우리가 아는 가장 못된 친구”
“염동혁? 금수만?”
“그래, 둘이 같이 다니더라고. 안티초능력협회 근처에서 봤어.”
“거길 왜 가? 염봉호도 잡혔을 텐데”
“아, 아니다. 그 사람도 있었어. 머리 없는 사람이 염봉호지?”
충격적인 소식이었다.
“염봉호가 안 잡혀갔어?”
“분명 나도 잡혀가는 걸 봤는데”
이소리가 말했다.
“뭐 상황을 따져보면 풀어준 거겠지. 다행히 수투가 살아는 있으니까”
이번엔 비우가 이야기를 계속했다.
“아무튼 염동혁도 잘 피해서 지나오는데 역시 아이탑 코리아 건물이 문제더라고. 그래서 뭐, 원소 네가 이야기한 대로 왔어”
“날아서?”
“응, 온몸을 검게 칠한 다음에 소리가 하늘로 날아갔어”
“그래, 너무 높더라. 옥상에 내리니 공기가 다르던데?”
원소의 예측이 모두 맞아떨어진 것이다.
“금수만이 아예 염동혁 사람이 됐구나”
원소가 중얼거렸다.
“둘이 TV에도 나왔었어. ‘시민 영웅’이 아니라 ‘국민 영웅’이라고 부르더라”
최소리가 말했다.
“일단 오느라 고생했고, 내가 숙소를 안내해줄게. 여자들은 넷 무버 따라가고”
윈두가 손님을 챙겼다.
.
.
.
.
.
‘똑똑’
여자 숙소 문이 열리고 이소리가 나타났다. 이소리는 최소리와 한방을 쓰고 있었다.
“꼭 성 붙여서 말해야겠네. 헷갈리겠어”
원소가 두 소리를 번갈아 보며 웃었다.
“나 잠깐 나갔다 올게”
눈치 빠른 최소리가 밖으로 나갔다.
문이 닫히자 원소가 이소리를 꼭 껴안았다.
“별일 없었어, 그동안?”
소리가 원소의 가슴에 머리를 박았다.
“별일 없지. 나도 캠프에잇 대원인데”
캠프에잇과 루안 위는 원소는 물론 이소리의 생활까지 180도 바꿨다.
전시회까지 열며 작가의 길을 열어가던 이소리의 앞길에 제동이 걸린 것이다.
“염동혁 쪽과는 이제 관계가 아예 안 좋아진 거라 봐야 하고, 세계 최고 권력자인 루안 위에까지 찍히고···. 나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도망 다니고, 숨고 그래야 하는 걸까?”
소리의 눈에 눈물마저 보였다.
“그래서 오늘 작전이 중요해. 우리가 루안 위의 비밀을 까발리는 거야”
“성공할 수 있을까...?”
소리가 원소의 어깨에 기댔다.
“믿어야지. 친구들의 능력을”
Comment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