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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꽁장

초능력으로 신화가 되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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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dob002
작품등록일 :
2019.09.19 16:22
최근연재일 :
2019.12.27 14:05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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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1.22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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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부사장의 품격

DUMMY

5월의 첫 번째 주에 이소리의 자그마한 전시회가 열렸다.


소리가 만든 도장들과 조각품, 그리고 몇 점의 회화까지 내거는 첫 번째 단독 전시회다.


“전시회라는 거 생전 처음 와 봐”


화랑도 전시회도 처음 온 이수다.


“보면 알겠지만 네가 첫 번째 방문객이니까. 마음껏 둘러 봐”


규모가 큰 건 아니었다. 15평 정도의 화랑이었다.


하지만 곳곳에 작가 이소리의 감각이 묻어나고 있었다.


화랑 가운데 도장을 올려놓은 단상 또한 소리의 작품이었고, 방문객들을 위한 작은 고무도장까지 준비했다.


“이런 데 빌리려면 돈 많이 들지 않나? 일주일이나 한다며?”


소리의 사정을 잘 아는 원소였다. 예술가의 경제 사정은 대부분 고달픈 법이다.


“여기도 구 신부님 통해서 싼값에 빌렸어.”


소리가 웃으며 대답했다.


“어, 그래···? 잘됐네”


성직자인 구 신부는 따르고 존경할 만한 사람이지만, 소리와의 관계에 꺼림칙한 게 많았다.


구 신부가 염동혁을 돕고 있기 때문이다.


구 신부의 사상이나 성향이 사무총장과 같은 거 같지 않았다. 하지만 스쳐 지나가면서 들은 ‘평생 짊어져야 할 빚’이라는 말이 거슬렸다.


즉, 염동혁이 소리를 마음대로 활용하려면 구 신부에게 한마디 건네는 것으로 끝난다.


“이 도장 뭔가 특이해 보이지 않아?”


소리가 집어 든 도장은 모양부터가 다른 것과 달랐다. 다른 도장은 아래부터 목까지가 같은 두께로 일정했는데, 이건 손잡이 부분이 무척이나 두툼했다.


“잡기 편하라고 이렇게 크게 만든 건가?”


그러자 소리가 도장을 원소 눈앞에 들이댔다.


“너 생각하면서 만든 거야. 자세히 보면 분자 구조 같은 게 새겨져 있어.”


그러고 보니 동그란 부분에 아주 작게 물(H2O)의 분자 구조, 산소, 수소 등이 새겨 있었다.


“너무 고맙네. 설마 이거 나 주는 거야?”


원소가 농을 던지자 소리가 손에서 도장을 가로챘다.


“줄 건 나중에 또 만들게. 이건 전시용, 판매용이야”


원소는 그렇게 주말 이틀을 화랑에서 보내야 했다. 안내 데스크 지킴이 겸 소리 말동무였다.


중간중간 소리가 과외 때문에 나가거나 다른 용무를 볼 땐 움직이는 것조차 허용되지 않았다.


첫째 날 저녁엔 이수의 학교 친구들도 다녀갔다.


“멋있어, 정말. 이소리 언니가 이렇게 대단한 사람이었다니”


이젠 지우의 여자친구가 된 최소리가 말했다. 소리의 품엔 화분 하나가 있었다.


“어머, 고마워~ 이건 뭐야?”


“이거 제라늄, 키울 줄 몰라도 잘 사는 애니까. 집에 갖다 둬”


비우는 홀로그램 액자를 가져왔다. 홀로그램 능력자다운 선택이었다.


“이것도 어디다가 비치해 두라고. 주문 제작한 거야”


액자는 네 방향에서 볼 수 있는 작품이었다. 두 방향에선 ‘이소리’라는 글자가, 나머지 방향에선 ‘조각가’라는 글자가 보였다.


“너무 멋져. 고마워, 얘들아”


뜻밖의 조우도 있었다. 볼트와 와프였다.


볼트와 와프는 전시가 열릴 때부터 이미 존재감을 보였다. 멋들어진 화환을 각각 하나씩 보냈기 때문이다.


“이런 데서 만나네, 시민 영웅 조이수”


볼트가 원소에게 먼저 악수를 청했다.


“아, 볼트···. 형? 인사하는 건 처음인 거 같네요”


어색하게 원소가 말했다. 소리에 따르면 볼트와 와프가 원소보다 두세 살 많다.


“인사하는 건 처음인데 한바탕 싸운 적은 있지”


볼트 역시 어색함이 있는 듯 어깨를 올리며 웃었다. 볼트는 벡셀을 부순 장본인이다.


“새 로봇은 좀 괜찮아?”


텔레포트 능력자 와프가 물었다. 와프의 능력은 타인이나 물체를 특정 공간으로 옮기는 것이다.


“네, 괜찮아요. 특히 아빠랑 너무 친하게 지내요”


개명 이야기를 하자 악동들이 축하했다.


“이름이 이상하다고 생각하긴 했는데, 잘 어울리는 이름이야. 우리가 그때 생각한 이름이 뭐였지?”


“조아톰”


“그건 좀 이상하긴 했다. 한자 넣기도 힘들고”


전시 자체도 중요했지만 가장 중요한 건 판매였다.


예술가는 작품을 팔아야 먹고 살 수 있다.


하나하나 가격이 만만치 않기에 하루 두 개 정도만 팔아도 나쁘진 않은 상황.


첫날 저녁까지는 축하 인사만 몇십 번 받았다.


첫 번째 매상은 첫날 9시가 돼서야 올렸다.


하얀 정장을 차려입은 한 여성이 들어왔다.


소리가 모르는 사람 같았다.


“아, 안녕하세요. 전시 관람 오셨나요?”


그러자 여자가 방긋 웃으며 펜을 들었다.


“그럼 셈이겠죠?”


방명록에 남긴 이름을 보고서야 누군지 알았다.


<아이탑코리아 부사장 허민주>


정체를 안 소리가 허리를 90도로 숙였다.


“아이탑 임원분께서 이런 누추한 곳에 왕림하시다니. 영광입니다”


그러자 부사장도 똑같이 인사했다.


“아니에요, 아니에요. 저도 그냥 월급쟁이일 뿐이에요”


그리고 허 부사장이 원소를 바라봤다.


“이쪽은 알 거 같아요. 시민 영웅 조이수 씨”


부사장이 악수를 청했다.


“아, 안녕하세요. 그런데 개명을 해서 이제 조원소라고 해요”


소리와 이수는 부사장이 전시를 감상하는 내내 옆에 붙어서 도슨트(안내하는 사람) 역할을 했다.


“그러니까 이게 제일 가격이 비싼 거겠네요?”


“네, 정가를 매긴 건 아니지만, 재료비랑 걸린 시간 등등을 고려하면 최고가라고 봐야죠”


부사장의 눈이 꽂힌 건 아까 이수가 집어 든 불균형 도장이다.


“이거 구매할게요. 우리 회사에 전시하면 멋질 거 같아요”


소리의 턱이 가슴까지 내려왔다.


“감, 감사합니다! 첫 손님이세요”


“얼마 드리면 되죠?”


그러자 소리가 부사장을 구석으로 끌고 갔다.


가격 이야기는 남자친구도 며느리도 들으면 안 되는 모양이었다.


잠시 구석에서 이야기를 나누던 소리는 부사장을 잠시 껴안고 아이탑을 켰다.


“혹시 새 제품 관심 있으시면 말씀하세요. 직원 가로 연결해드릴게요”


부사장이 에어 스크린에 안구를 들이대며 말했다. 2051년엔 안구 하나로 모든 정보가 인식되고, 금전 거래까지 가능했다.


“감사합니다. 꼭 연락할게요!”


화랑을 떠나려는 부사장이 이번엔 원소에게 다가와 명함을 건넸다.


아까 소리에게 준 것과 다른 색깔이었다.


“다음 주 토요일 낮에 시간 되세요?”


갑작스러운 프로포즈에 어안이 벙벙해진 원소였다.


소리가 팔꿈치로 찔렀다.


“아, 네. 괜찮아요”


부사장이 문을 열며 말했다.


“시민 영웅을 만나고 싶어 하는 분이 계세요. 연락 주시고 그날 꼭 오세요”


소리는 멀어지는 부사장의 뒷모습을 한참이나 보고 서 있었다.


“저기요? 정신 차리셔야죠”


원소가 건드려도 움직일 줄 몰랐다.


한숨을 크게 뱉은 소리가 말했다.


“너무 멋있다······. 저게 여성 임원의 품격이라는 건가?”


묻진 않았지만, 순간 소리의 꿈이 여성 임원이 된 거 같았다.


“그런데 얼마 벌었어?”


원소의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


그러자 소리가 양손을 활짝 폈다.


“100달러?”


“아니, 1만 달러짜리야”


“대박!”


“1만 달러라고 했는데, 결제를 1만 5,000달러 하고 가셨어.”


초면에 그런 금액을 쓰고 가다니, 아무래도 허 부사장의 방문은 작품 때문만은 아닌 거 같았다.


“이수, 아니 원소 너 때문에 온 거 같아”


“나 때문에?”


“그래, 겸사겸사 내 작품도 사고 성의를 보인 거지”


소리가 남자친구를 꼭 껴안았다.


다음 날 첫 손님은 초면이 아니었다.


“나도 물건 팔아주러 왔다, 소리야”


안티초능력협회 염봉호 회장이었다.


“어머, 회장님. 그러지 않으셔도 되는데”


소리의 눈이 이미 반달처럼 휘었다.


염 회장이 원소에게도 아는 척을 했다.


“오랜만이네요, 조이수 학생”


원소가 눈으로 인사했다.


염봉호 회장을 마지막으로 본 건 강남 시위 때 건물 옥상에서였다.


의도가 무엇이건 절대 떳떳하다고만은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자리에서 피신한 것도 같았고, 사태를 컨트롤 타워마냥 지휘하고 있는 것도 같았다.


“감사합니다. 회장님. 그거 두 번째로 비싼 건데”


소리의 침이 마를 날이 없었다.


“일부 금액은 협회에서 지원되니까, 이 정도는 괜찮지. 소리가 협회에서 한 일이 얼마나 많은데”


염 회장은 원소에게도 할 얘기가 있었다.


“사무총장이 자네 찾더라고. 연락이 잘 안 된다면서 말이야.”


최근 염동혁의 연락을 피했던 원소였다. 금고를 열어준 후로는 한 번도 얘기하지 않았다.


“아, 좀 바빠서요”


그때 염 회장의 전화가 울렸다. 염봉호는 아이탑의 라이벌인 갤탑 제품을 쓰고 있었다.


“여보세요, 어, 그래? 바로 가볼게”


염 회장이 소리의 어깨를 다시 두드렸다.


“이젠 회원보단 예술가로 더 잘 나가는 건가?”


입만 웃고 있는 염 회장이었다.


“어쩔 수 없어요. 저도 먹고살아야죠”


소리도 입으로만 웃으며 대답했다.


염 회장이 나간 후 10분쯤 후, 거리가 온통 빨간색으로 변했다. 경고음이 들렸다.


“또 무슨 일이지?!”


홍수철의 사건이 터진 지 4개월도 되지 않은 시기였다.


TV를 켜자 불바다가 보였다.


도심 한복판이 화염으로 가득했다.


전쟁 영화 정도 외엔 본 적도 없는 장면이었다.


“이번에도 강남입니다. 왜 악당들은 강남을 좋아하는 걸까요?”


화염 한복판에 얼핏 얼핏 한 남성의 모습이 보였다. 빨간 머리에, 빨간색 플라잉 수트를 입었다.


물을 불로 바꾼 것 외엔 홍수철 사건과 아주 흡사했다. 장소도 강남이었다.


그때 클로즈업 영상이 나타났다.


악당의 얼굴이 낯이 익었다. 무척이나 익었다.


“소리야, 미안. 가 봐야 할 거 같아”


원소가 짐을 챙기고 있었다.


“어딜 가, 왜 가?!”


“아는 얼굴이야···. 아주 잘 아는 얼굴”

.

.

.

.

.

악당은 바로 죽은 줄만 알았던 친구, 최수투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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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음모엔 또다른 음모로 19.12.12 181 4 9쪽
59 친구들의 방문 19.12.11 196 2 7쪽
58 넷 무버 19.12.10 210 4 8쪽
57 계엄 그 후 19.12.09 219 7 8쪽
56 아수라장 19.12.06 235 10 7쪽
55 기습 19.12.05 253 12 11쪽
54 폭로 +2 19.12.04 251 12 10쪽
53 반격엔 반격에 반격 19.12.03 267 11 10쪽
52 바겐 세일 +2 19.12.02 265 10 10쪽
51 탈출 19.11.30 287 14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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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뜻밖의 상담자 +4 19.11.26 336 17 10쪽
46 손편지 +2 19.11.25 365 17 8쪽
45 빨간 눈 +4 19.11.23 363 13 7쪽
» 부사장의 품격 +2 19.11.22 378 14 10쪽
43 루안 위와 트리니디 +2 19.11.21 400 11 9쪽
42 이소리의 능력 +4 19.11.20 408 18 10쪽
41 새로운 이름 +2 19.11.19 427 15 9쪽
40 잠재력이 오르다 +3 19.11.18 463 16 10쪽
39 라이벌의 등장 +2 19.11.16 459 11 10쪽
38 할로 월드 +6 19.11.15 537 16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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