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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인드믹스, 하루에 헛소리 하나씩

확률과 로맨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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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인드믹스
작품등록일 :
2019.06.19 23:01
최근연재일 :
2019.07.23 06:00
연재수 :
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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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60,615

작성
19.07.1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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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누구를 위한 세레나데?

DUMMY

상현이가 최신 가요로 분위기를 띄우자 석현이가 하이라이트 부분을 같이 열창한다.

딱히 인상적인 노래 실력은 아니었다.

우석현이 짐짓 분위기를 잡는다.


"이 노래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친님께 바칩니다."


"삑사리 나면 죽는다아?"


닭살 돋는 멘트에 분위기를 어색하게 하지 않는 적당한 대응.

공개 연애를 하는 연인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석현의 선곡은 고음으로 악명 높은 토이즈의 신곡이었다.

석현이 앞으로 나가 폼을 잡으니 그런대로 가수처럼 보였다.

감미롭게 시작하는 도입부는 그런대로 괜찮았다.

문제는 폭발적으로 치고 올라가는 중반부.


"그대에에에 르으으으을~"


역시 무리였다.

목에 핏대가 설 정도로 성량을 높여보지만 소리가 올라가지 않는다.

석현이가 도움의 손짓을 보내자 소연이가 다른 마이크를 잡는다.

방송반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기라도 하듯 힘 하나도 들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고음을 처리했다.

석현이 시작한 노래는 자연스럽게 듀오로 마무리 되었다.


"휘이이이이~ 앵콜~"


차한솔이 초대가수라고 했던가?

지역 행사에 나온 무명 아이돌 정도는 되는 것 같다.


노래방에 들어가면 일단 한 곡씩 돌아가면서 부르는 게 불문율.

다음은 승연이 차례인 것 같은데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왜?"


"잘 못해서 똑같은 노래를 골라버렸어. 다시 고를게."


"앵콜 공연이라고 생각하면 되지 뭐."


차한솔이 승연이를 떠민다.

자기가 먼저 노래 부르기 싫어서 그러는 건가 싶었지만 그런 것은 아닌 것 같다.

승연이가 마지못해 마이크를 잡는다.


"이쪽으로 나와~"


석현이와 소영이가 자리를 비켜주며 승연이를 무대로 이끈다.

같은 노래를 연달아서 그것도 소영이 다음에 부르게 되니 엄청 부담스러울 것이 분명했다.

승연이가 반주에 맞춰 감정을 잡고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한 번 들은 노래이기 때문일까?

아니면 노래 부르는 사람에게 관심이 없기 때문일까?

석현이 일행은 가끔 기계적으로 환호성을 지를 뿐 잡담을 하며 웃고 있었다.


"그대에 를~"


고음부에 들어섰다.

작은 체구에서 나는 소리라고 믿기지 않는 힘 있는 목소리.

소영이의 고음부는 힘 빼고 부르는 가성의 느낌이었는데 승연이의 노래에서는 카리스마가 느껴졌다.

진짜 가수의 라이브를 코앞에서 듣는 느낌이었다.


"우와~"


우석현과 조상현의 입이 떡 벌어진다.

그것을 바라보는 소영이의 웃는 표정이 편해 보이지 않는다.

차한솔의 반응을 살폈다.

아까부터 그랬던 것처럼 차분하게 박자를 맞춰주고 있을 뿐이었다.

사람이 아니라 메트로놈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지경이다.


승연이의 노래가 끝나자 노래방은 침묵에 빠졌다.

분위기를 띄우던 두 남자가 퍼포먼스에 압도되어 넋을 놓고 있었기 때문이다.

차한솔의 박수가 아니었다면 다음 사람이 노래해야 한다는 것조차 잊어버릴 뻔했다.


"우와, 승연아 너 가수해라. 태어나서 이렇게 노래 잘 부르는 사람 처음 봤어."


진심이었다.

승연이가 손사래를 친다.


"아니야. 가수는 무슨."


하긴 전교 등수권의 우등생이 가수가 된다는 것은 이상하겠지.

공부를 잘하는 게 아까운 건지 노래를 잘하는 게 아까운 건지 모르겠다.

안 쓸 능력이라면 나 하나만 주지.

세상 정말 불공평하네.


이제 한솔의 차례다.


"너도 앞으로 나가."


제자리에서 마이크를 잡은 한솔의 팔을 잡아 무대로 밀었다.

자연스럽게 대담한 짓을 한 것 같아서 가슴이 두근거렸다.

무슨 노래를 골랐을지도 궁금했다.

선곡은 뜻밖에도 여자아이돌 그룹의 발라드.

20년도 더 된 노래를 시대에 맞게 리메이크한 곡이었다.

남자가 부르기에는 부담스러울 텐데?

혹시 음정 이탈이라도 하면 큰 소리로 웃어줘야지.


"눈을 감으면~"


어? 뭐지?

순간 옆을 돌아 보았다.

승연이도 토끼 눈이 되어 나를 바라본다.

스피커에서 나온 소리는 차한솔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완벽한 음색의 변화.

복화술이라도 쓰는 건가?

노래를 부르는 사람은 분명히 차한솔인데 처음 듣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석현이네 그룹도 술렁였다.

소영이가 완전히 놀란 눈치다.

석현이의 반응에는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던 소영이 노골적으로 희색을 비치며 환호한다.

우석현이 씁쓸한 미소를 보니 살짝 동정심이 인다.


가창력은 승연이가 더 뛰어났지만 기술은 한솔이 한 수 위였다.

음색을 바꿔 노래를 자유자재로 요리하는 그는 기교파 가수였다.


"차한솔 다시 봤어. 보컬 레슨이라도 받은 거야?"


소영이가 남친은 제쳐두고 차한솔에 관심을 보이는데 좀 당황스러웠다.


"생존 스킬이야."


"뭐? 그게 뭐야?"


"마녀랑 듀오 해봐! 완전 대박일 거 같은데."


조상현이 또 승연이를 마녀라고 불렀다.

승연이도 자기를 마녀라고 부른다는 사실을 알아챈 것 같다.

다행히 기분 나쁜 기색은 아니었다.


"마녀가 나를 부르는 말이었어?"


두 사람을 부축인 상현이가 제멋대로 노래를 선곡해서 마이크를 넘긴다.


"이게 좋겠다. 사랑의 대화."


"연속으로 부르면 좀 힘든데. 이거 부르고 좀 쉰다?"


한솔은 일부러 나서지는 않지만 빼면서 분위기를 깨는 사람이 아니다.

언제 어떤 자리에 가져다 놓아도 부드럽게 분위기를 맞춰줄줄 안다.

반주가 흐르고 분위기가 고조된다.


"그대를 사랑합니다~"


환상의 하모니가 펼쳐진다.

두 명이 호흡을 맞추며 노래를 부르는 모습은 보기에도 아름다웠다.

박수를 치면서 웃고는 있는데 속이 타 들어간다.

노래방 공기가 안 좋은지 속이 울렁거리고 토할 것 같았다.

오늘의 주인공들의 무대가 막을 내렸다.


"나도 가만히 있을 수 없지! 소연아 듀엣 어때?"


"뭐?"


"같이 부르자. 여기 다 쌍쌍이라 우리만 쓸쓸하잖아?"


악의가 있는 말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순간적으로 주먹이 날아갈 뻔했다.

침착하자.

자연스럽게 한솔처럼 분위기를 맞춰주면 되잖아.


"그럴까? 하하."


어색한 웃음.

어색한 노래.

어색한 박수.

신나게 노래를 부르러 왔을 텐데 왜 이렇게 힘이 들지?


"나 화장실 좀 갔다 올게."


노래를 마치고 급하게 노래방 객실을 빠져나왔다.

다들 즐거워 보이는데 왜 나만 즐기지 못하고 있는 걸까?

뭔가 마시면 갑갑한 속이 좀 풀릴까 싶어 카운터로 갔다.


[급한 일이 있으면 전화주세요. 010-5555-5555]


카운터에 사람은 없고 메모만 붙어있었다.


“아, 뭐야.”


금방 올지도 모르니 음료수를 골라 놓자.

강력한 탄산이 필요하다.

노래방에서 탄산음료가 금기이기는 하지만 지금은 그 정도 아니면 꽉 막힌 속을 풀을 수 없을 것 같았다.

냉장고 하단에 맥주가 눈에 들어온다.

주변을 둘러보았다.

맥주를 하나 집어 들고 카운터에 5000원 짜리 지폐 한 장 놓고 후다닥 방 쪽으로 향했다.


고등학교 입학식이 끝나고 저녁식사를 할 때 아빠가 따라준 맥주를 한 모금 마셔본 적이 있다.

그게 전부다.

방에 들어가기 전에 캔을 따서 단숨에 들이켰다.

쓰다.

더 이상은 무리다.


“푸하~”


캔에 아직 맥주가 1/3 정도 남아 있다.

약간 머리가 띵한 기분이 들었지만 생각보다 괜찮았다.


“야호~ 잘들 놀고 있었어? 이제 내 차례지?”


한결 기분이 나아져서 큰 소리로 떠들었다.

그래 오늘은 스트레스를 푸는 거야!


랩을 따발총처럼 쏟아내고 자리로 돌아왔다.

한솔의 옆자리에 앉으려다 한 쪽 무릎을 반쯤 깔고 앉았다.


“하하하하. 미안. 아프진 않지? 나 다이어트 열심히 해서 이제 좀 가벼울 거야. 하하하하.”


왠지 기분이 좋아서 자꾸 웃음이 나온다.

손에 들고 있던 남은 맥주를 한 방에 들이켠다.


“캬아~ 시원하다. 히히히히.”


한솔이 캔을 든 내 손목을 잡아 끈다.

팔에 힘이 빠지지 않은 것인지 몸에 기운이 빠진 것인지 몸이 통째로 끌려갔다.

한솔의 교복 카라가 눈앞에 보인다.

장난끼가 동해 답답하게 끝까지 잠근 교복 단추 하나를 풀어버렸다.

풀린 카라 사이로 한솔의 목덜미가 눈에 들어왔다.


“술마셨어?”


“왜, 안돼?”


“술을 마시는 것까지는 괜찮은데 이렇게 티를 내면 안되지.”


“헤헤. 마시는 건 봐주는구나? 융통성 있어서 좋다니까? 히히히히.”


“교복 입고 취한 상태 들켰다간 큰일 나겠는데.”


한솔이 뭔가 하려나 보다.

진지하게 뭔가 하는 표정이 너무 멋지다.


“승연이 미안한데 소연이 좀 몰래 집에 데려다 줄 수 있어?”


“소연이 왜?”


“몸이 안 좋은 거 같아서.”


“나 멀쩡하거든? 히히히히.”


승연이가 무슨 일인지 눈치를 채고는 깜짝 놀란다.


“다 같이 나가면 카운터에서 들킬 거야. 니가 몰래 집에 좀 데려다 줘.”


“싫어! 노래 부르는 거 더 들을 거야.”


마약도 아닌데 밀반출 하려고 들기에 차한솔 팔을 꽉 붙잡았다.


“한솔이 네가 데려다 주는 게 좋을 것 같아.”


“승연이 역시 내 친구구나. 이리와 뽀뽀해줄게.”


승연이에게 가려고 일어나려다 탁자에 다리가 걸려서 차한솔 하반신 위로 엎어져 버렸다.

한솔이 내 어깨를 잡아 일으킨다.


“그럼 불편하겠지만 여기서 자리 좀 지켜줄래? 무슨 일 있으면 전화해.”


전화번호 교환을 마친 한솔이 나를 잡아 일으킨다.


“얘들아 미안한데 소연이가 몸이 안 좋아서 먼저 집에 데려다 줘야 할 거 같아.”


“응? 왜? 그럼 같이 나가자.”


소영이가 나를 걱정스레 바라본다.


“따로 나가야 돼. 너희들은 술 마시지 마라. 이 노래방 학교랑 연락망 있어서 바로 연락 가니까.”


우석현이 무슨 일인지 사태를 파악하고 손을 들어 알았다는 사인을 보낸다.


“먼저 들어가 보겠습니다! 미션 컴플리트!”


나를 걱정하는 소영이에게 성공이라는 신호를 보냈다.

소영이 표정이 더 안쓰러워 진다.


방을 나와 노래방 입구를 통과하는데 카운터는 여전히 비어 있었다.

거리로 나오자 아직도 하늘이 파랗다.


“집이 어디야? 바래다줄게.”


“저기.”


손을 들어 차한솔이 사는 오피스텔을 가리켰다.


“집에 가자 집에~”


한솔의 팔을 잡아 끌었다.


“술에 취한 채로 집에 들어가는 것도 문제겠지.”


한솔이 주의를 정한 듯 집으로 향한다.

매달리듯 팔을 붙잡고 한솔을 따라 오피스텔로 향했다.


"띠리릭."


한솔의 집 문이 열린다.


"다녀왔습니다아아아~"


"니 집이냐?"


"응, 우리집!"


취객을 상대하는 것이 의미가 없다는 것을 깨달은 듯 입을 닫아버린다.


"답답해 옷 갈아 입을래!"


"갈아 입을 옷이 어딨어?"


"갈아 입을 거야!"


취한 사람이 자기 상태를 판단한다는 것이 우습긴 하지만 인사불성이 될 정도로 취한 것은 아니다.

다만 취했으니까 무슨 짓을 해도 될 것 같은 용기가 샘솟는다.

한솔이 흰색 면티와 추리닝 바지를 내 얼굴에 집어 던진다.


"와아! 옷이다 옷!"


한솔이 뒤를 돌아보기도 전에 단추를 풀기 시작했다.

당황해서 뒤를 돌아보는 그의 행동이 평소와 달라 귀엽다.


"그쪽 쇼파에서 조금 쉬어."


"노래 불러줘."


한솔이 어이 없어 하면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가 다시 반대 쪽으로 돌린다.


"하나 밖에 못 들었어. 노래 불러줘!"


이번엔 담요가 날아와서 내 얼굴을 덮는다.

담요에 덮인 강아지 마냥 후다닥 빠져나왔다.


"던지지 말고 그냥 주면 안돼?"


"안돼."


흥! 좀 상냥하게 대해주면 안 되나?


"노래는?"


"쇼파에 담요 덮고 누우면. 너 좀 재워야겠다."


에어컨이 항상 틀어져 있는 건지 방이 조금 추웠다.

담요를 목까지 덮고 쇼파에 누웠다.


한솔이 간이 의자를 가져와서 앞에 앉는다.


"눈 감아."


내가 눈을 감자 감미로운 음색이 귀를 간지른다.


"잘 자라 우리 아가~ 앞뜰과 뒤 동산에~"


생각 날리 없는 엄마가 불러주었던 자장가가 떠오른다.

꿈인지 생신지 모를 기분 좋은 몽롱함이 몰려와 나도 모르는 사이에 잠에 빠졌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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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축제 준비 19.07.15 20 0 12쪽
23 비오는 날 19.07.13 23 0 11쪽
22 하트 여왕 19.07.12 22 0 11쪽
21 민폐녀 여사친 19.07.11 61 0 12쪽
» 누구를 위한 세레나데? 19.07.10 30 0 12쪽
19 1+1+1+1? 19.07.09 33 0 12쪽
18 1+1+1 19.07.08 30 0 11쪽
17 자상부 스타트 업! 19.07.06 39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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