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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인드믹스, 하루에 헛소리 하나씩

확률과 로맨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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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인드믹스
작품등록일 :
2019.06.19 23:01
최근연재일 :
2019.07.23 06:00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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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1
글자수 :
160,615

작성
19.07.0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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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1+1

DUMMY

마음은 싱숭생숭 하지만 공부는 해야 한다?

사춘기 한 번 얌전하게 왔네.

품 안의 승연이가 귀여워 보였다.

나도 모르게 팔에 힘이 들어가자 어깨로 팔을 뿌리친다.


"사춘기 극복을 위해서 육체적으로는 운동을 통해 정신적으로는 대화를 통해서 스트레스를 발산하는 게 좋아.

그런데 움직임도 제한되고 정신적으로 압박인 공부라."


"힘 내."


승연이를 위한 응원을 보내 보았다.

말하고 나니 대책 없는 상담이다.

어쩔 수 없이 다시 한솔의 해답을 기다린다.


"뾰족한 수는 없네. 스트레스의 입력과 출력을 잘 조절하는 수 밖에. 평소에 스트레스를 충분히 풀고, 스트레스를 최소로 받는 환경을 찾아. 스트레스 주는 사람이 없는 조용한 공간. 답답할 때 마음대로 나가서 바깥 바람을 쐴 수 있고, 대화할 상대까지 있으면 금상첨화."


승연이가 난감한 표정을 짓는다.

나라도 난감할 것 같다.

내 방? 엄마의 공부하고 있니 아우라가 느껴져서 스트레스 만빵!

조용한 카페? 한 번 나가면 끝이잖아.

대화 상대?

문득 항상 나의 대화를 들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뜬금없이 던진 한마디에도 성심성의껏 응해주던 그는 그런 관계를 친구로 규정했다.


"승연이는 친구 없어?"


데자뷰.

언젠가 차한솔에게 그랬던 것처럼 또 생각 없이 독설을 날렸다.


"없어."


승연이의 표정이 금방 울 것처럼 변한다.

보통 인간이라면 상처 받는 게 당연하다.

말로는 상처를 받지 않는 차한솔이 이상한 것일 뿐.

승연이의 오른손을 나의 두 손으로 꼭 붙잡았다.


"괜찮아. 나랑 친구하면 되잖아? 나도 친구 별로 없어."


승연이도 왼손을 내 손위로 덮어 우리는 두 손을 마주 잡게 되었다.

아름다운 우정의 현장을 연출하고 있는데 녀석이 분위기는 아랑곳하지 않고 한마디 한다.


"금방 해결될 문제는 아니니까. 천천히 고민해봐. 사춘기는 그런 거니까. 됐으면 여기 상담 일지에 사인 해줄래?"


상담일지를 받은 승연이가 선언하듯 말한다.


"결정했어."


"응? 무슨 결정?"


"여기로 할래. 조용한 공간에 이동도 자유롭고 대화 상대도 있잖아?"


"여기? 자상부?"


"자상부라고 불러? 재밌는 이름이네. 자상부에 가입할게."


그와 천천히 거리를 좁힐 수 있는 둘만의 안식처라고 생각했다.

새로운 부원은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자상부가 유지되려면 내년에 신입생을 뽑긴 해야 한다.

하지만 그것은 한참 뒤의 일이다.

나는 갑작스러운 입부 신청에 생각보다 훨씬 당황하고 있었다.

어찌할 바를 모르고 한솔의 눈치를 보았다.


"문제의 원인을 제공했으니 우리도 책임이 있네. 부장 생각은 어때?"


공은 나에게 넘어왔다.

답은 정해져 있다.

열심히 하기로 약속했다.

그래야 성장할 수 있으니까.

그래야 같은 높이로 바라볼 수 있으니까.


마녀라는 무서운 별명 때문에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다.

공부 안 하는 아이들을 한심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저 그것이 유일한 길이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한 것 뿐이다.

철이 일찍 든 게 아니라 더 순수했던 것이다.

그런 친구가 길을 잃을까 두려워하고 있다.

길을 잃지 않도록 손을 잡아주는 것이 당연한 도리일 것이다.


"승연아 입부 환영해. 가입 신청서 받아서 선생님께 제출해야 하던가? 잘 모르겠네. 차한솔이 알아서 해줄 거야."


차한솔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아직은 내가 부장이니까 충분히 부려 먹자.

잠깐, 승연이가 부원으로 가입했으니 차기 부장이 꼭 차한솔이 되라는 법이 없잖아?

승연이가 부장이 되면 녀석이 복수를 하고 싶어도 할 방법이 없다.

뜻밖의 수확인걸?


"잘 부탁해."


"가입 양식은 따로 없으니까. 이 종이에 '자율 상담부 입부를 신청합니다.'라고 적고 사인해. 부실 열쇠는 나중에 복사해서 줄게. 그 외에 필요한 건 머그컵 정도? 영수증도 가져와 혹시 나중에 비용처리 할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한솔이 다단계 회원이라도 받아본 것처럼 능숙하게 필요한 것을 설명한다.

상기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고 신청서를 작성하는 승연의 모습이 너무 귀엽다.

딸아이를 바라보는 엄마의 심정이 이럴까?

그렇게 두 사람의 사람의 일상은 세 사람의 일상이 되었다.


"승연아 머리카락 안 귀찮아?"


"그런 생각 해본 적 없는데?"


"자르기 싫으면 묶어 보면 어때?"


"그런 거 할 줄 몰라."


"간단해. 이리 와봐 내가 해줄게."


가방에서 쓸만한 악세사리가 있는지 찾아보다가 간단하게 보라색 곱창을 선택했다.

승연의 긴 머리카락을 일단 도끼빗으로 빗어주었다.

엉킨 머리를 풀어주고 브러쉬로 다시 빗질을 하니 자연스러운 웨이브가 살아났다.


"머리결이 예술이네."


브러시를 당길 때마다 통통 튀는 머리카락의 탄력이 부럽다.

잘 정돈한 머리를 한 손에 잡고 곱창을 끼워서 간단하게 포니테일을 만들었다.

머리숱이 많아서 곱창을 두 번만 감아도 흘러내리지 않고 꽉 잡아준다.

더듬이처럼 삐져나온 앞 머리는 내 머리에서 뽑은 실핀으로 고정 시켜주었다.

머리카락에 가려져서 안보이던 턱선과 목 부분이 드러나면서 얼굴에서 환하게 빛이 나는 것 같았다.


"어때? 훨씬 이미지가 밝아졌지?"


손거울을 통해 자신의 얼굴을 확인한 승연이가 자신의 모습이 낯선 든 어색한 표정을 짓는다.

이왕 하는 거 조금만 더 해볼까?

모이스쳐 라이저 크림을 양손에 조금 발라서 승연이 얼굴에 문지르니 피부에 촉촉함이 더해진다.

마른 입술이 투명색 립밤을 머금자 윤기가 난다.

작은 얼굴에 오밀조밀 붙어 있던 이목구비가 처음으로 세상의 빛을 보는 느낌이다.


"우와! 이쁘다. 승연이 좀 봐!"


내가 뭐라도 한 것처럼 뿌듯해져서 한솔에게 자랑을 해보았다.

한솔과 눈이 마주친 승연이가 당황하며 시선을 책상에 고정 시킨다.


"외모에 자신감을 더 가져도 돼. 외모에 대한 자신감이 청소년의 자존감에 차지하는 영향은 무시할 수 없으니까."


"뭐야 재미없게. 그냥 예쁘다고 말해주면 좋잖아?"


내가 퉁명스럽게 쏘아붙이자 한솔이 나를 바라본다.


"예쁘네."


승연이의 새로운 모습에 대한 감상일 것이다.

그런데 왜 나를 보면서 이야기를 했을까?

내가 물어봤기 때문에?

심장의 RPM이 급격하게 상승하면서 혈관을 타고 몰려온 피가 안면으로 모이는 느낌이 들었다.


"고마워."


고개를 숙인 승연이가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한다.

승연이는 귀는 물론이고 목 부분까지 잘 익은 자두처럼 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승연이는 키가 특별히 작은 것은 아니지만 전체적으로 선이 가늘고 작은 느낌을 주는 아이다.

머리카락 때문에 머리가 크게 느껴졌을 뿐 모습을 드러낸 승연이의 얼굴은 한 주먹에 들어갈 정도로 작았다.

오히려 승연이의 가슴이 얼굴보다 더 크게 느껴질 정도다.


한솔과 같은 수준의 대화가 가능한 지적인 소녀.

나에게는 없는 귀여움을 가진 소녀.

주변의 시선에 민감한 사춘기 소녀.

그제서야 뭔가 큰 실수를 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조금 들떴던 기분이 완전히 가라앉는다.

그리고 나의 속이 이렇게 좁았구나 하고 새삼 깨닫는다.

그녀와 비교하니 나는 외적으로도 내적으로도 완패다.

비교의 끝은 항상 자기혐오.


다른 사람을 좋아한다는 것은 자신의 새로운 모습을 알아가는 과정이다.

작은 것에 의미를 부여하고, 가슴이 뛰고, 시기하고, 질투하고.

새롭게 발견해가는 나의 모습을 좋아할 자신이 없어진다.



2학기 중간고사가 끝났다.

차한솔의 트리플 크라운 달성은 예상했던 바였는지 아이들의 주목을 크게 끌지 못했다.

가장 주목을 끈 것은 바로 나였다.

1학기는 중상위라고 말하기도 미묘한 성적이었다.

2학기 첫 시험은 반에서 한 자리 수의 등수.


특활을 열심히 한 덕분이라고 해야 하나?

두 명이 옆에서 공부를 하고 있으니 그 압박감에 눌려 나도 책을 피게 된다.

딱히 공부가 하기 싫은 것은 아니지만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 있으면 그때부터 집중력이 급속도로 떨어진다.

한솔에게는 물어봤다가 바보 취급 당할 것 같아서 물어볼 엄두가 나지 않았는데 승연이에게는 편하게 물어볼 수 있어서 좋다.

초특급 과외 교사를 옆에 붙이고 공부를 하니 성적이 오를 수 밖에 없다.


"차소연 대박이다. 만지기만 해도 성적이 올라간다는 건 사실이었구나? 얼마나 찐하게 비볐길래 성적이 이렇게 올랐어?"


소영이의 대사가 술기운이 제법 오른 아저씨 수준이다.

지난번에는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접촉과 성적의 상관관계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최근 신체접속 횟수는 이전과 비할 수 없이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갔다.

승연이에게 질문을 할 때마다 어깨를 맞댔고, 감사의 표시로 껴안은 적도 있다.

승연이의 무심한 듯 하면서도 조금 부끄러워하는 반응이 너무 귀엽다.

온기를 나누며 행복감에 젖어 있으면 혹시 내가 동성애자가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 정도다.


그게 아니라면 욕구불만이거나.

만지고 싶은 것을 만질 수 없으니 다른 것으로 대리만족을 하는 것일까?

접촉과 성적(成績)의 관계는 모르겠지만 접촉과 성적(性的)의 관계에 대해서 알게 된 것 같다.


"만지고 싶다."


시험 결과 대한 이야기는 뜻밖의 음담패설로 진행된다.


"어이구 불쌍한 것. 이리와 언니가 안아줄게."


본능에 이끌려 앉은 채로 소영이의 허리를 태클 하듯이 껴안았다.


"성적 좀 올리려구?"


"너랑 나랑 비슷하거든?"


하긴 소영이는 원래 공부를 잘하는 편이었다.

비교할 바는 아니지만 한솔이나 승연이는 공부만 하니까 이해가 간다.

소영이는 언제 공부를 하길래 성적이 좋은 걸까?

방송반 활동에 남친과 데이트는 물론 쇼핑도 자주 다니는데 어떻게 성적을 유지하는 걸까?

유전자의 불공평함을 느끼게 된다.


"시험 끝났으니까 놀러갈까? 노래방 가자."


"흐음... 오늘은 선약이 있긴 한데."


"맨날 선약 있잖아? 가끔은 남친 말고 친구에게도 신경을 쓰라고."


소영이가 삐죽 내민 입술을 몇 번 꼬집다가 좋은 생각이 난 듯 하다.


"같이 가면 되잖아?"


"같이? 너네 데이트 하는데 끼기 싫어. 노래방에서 듀엣 곡이라도 들으면 죽을 거 같아."


"차한솔도 불러. 저번에 워터파크도 같이 갔는데 이상하지도 않잖아?"


"오늘 갑자기? 그런 건 미리미리 계획을 세워서 좋은 타이밍에 실행해야 하는데..."


"노래방 같이 가자고 묻는데 무슨 계획을 세워?"


"마음의 준비랄까... 어... 그러니까."


"그런 식이니까 진도가 안 나가지. 지금 가서 당장 물어봐!"


지금 4반에 가서 차한솔을 불러 낸다는 건 상상만 해도 심장마비가 올 것 같다.


"지금은 무리지. 특활시간에 물어볼께."


"꼭이야? 우물쭈물하다가 그냥 와서 거짓말하면 혼난다?"


"알았어."


시험은 끝났는데 갑자기 숙제가 생겼다.

저번 숙제는 주어진 시간이 길었는데 이번 타임 아웃은 학교 마치기 전까지.

소영이가 끊임 없이 나의 등을 밀어준 덕분에 지금의 상태까지 올 수 있었다.

다시 한번 도움을 받아보자.

이제 몇 걸음만 더 내디디면 닿을 수 있을 것 같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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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0 무거운 자유시간 19.07.23 22 0 12쪽
29 수학여행 19.07.22 35 0 12쪽
28 문제 있는 신입부원들 19.07.19 26 0 14쪽
27 선거의 왕자 19.07.18 23 0 12쪽
26 첫 번째 겨울 19.07.17 29 0 13쪽
25 셜록 19.07.16 20 0 13쪽
24 축제 준비 19.07.15 21 0 12쪽
23 비오는 날 19.07.13 23 0 11쪽
22 하트 여왕 19.07.12 23 0 11쪽
21 민폐녀 여사친 19.07.11 62 0 12쪽
20 누구를 위한 세레나데? 19.07.10 30 0 12쪽
19 1+1+1+1? 19.07.09 34 0 12쪽
» 1+1+1 19.07.08 31 0 11쪽
17 자상부 스타트 업! 19.07.06 39 0 12쪽
16 웰컴 홈? 19.07.05 27 0 12쪽
15 새로운 시작 19.07.04 25 0 12쪽
14 작은 왕국 19.07.03 28 0 12쪽
13 워터파크 19.07.02 24 0 12쪽
12 커버업 19.07.01 23 0 11쪽
11 안경과 신데렐라 19.06.30 31 0 11쪽
10 대체 현실 (2) 19.06.29 28 0 12쪽
9 대체 현실 19.06.28 27 0 13쪽
8 소문의 그녀 19.06.27 39 0 13쪽
7 카레와 커피 19.06.26 58 0 11쪽
6 봉사활동 19.06.25 28 0 12쪽
5 에니그마 19.06.24 45 0 13쪽
4 넓은 공간 19.06.23 39 0 11쪽
3 니가 왜 거기서 나와? 19.06.22 35 0 12쪽
2 효율과 로맨틱 19.06.21 50 0 12쪽
1 확률과 로맨틱 +2 19.06.20 203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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