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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인드믹스, 하루에 헛소리 하나씩

확률과 로맨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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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인드믹스
작품등록일 :
2019.06.19 23:01
최근연재일 :
2019.07.23 06:00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1,108
추천수 :
1
글자수 :
160,615

작성
19.07.09 18:00
조회
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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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글자
12쪽

1+1+1+1?

DUMMY

"안녕."


“일찍 왔네.”


오늘도 제일 먼저 부실 문을 연 것은 차한솔.

4반 종례가 빨리 끝나나?

항상 먼저 온다는 점이 다소 의아했지만 녀석이라면 축지법을 쓴다고 해도 의심 없이 믿을 것 같다.


"안녕."


승연이가 들어왔다.

지난번 이후로 승연이는 머리를 묶고 다니기 시작했다.

승연이를 마녀라고 부르는 사람은 이제 없어지지 않을까?


"승연아 점수 좀 떨어졌던데 괜찮아?"


성적이 조금 떨어진 승연이에게 위로의 말을 건냈다.

떨어져봤자 전교에서 한자리 등수이긴 한데 1등을 노리던 승연이에게는 충격적일지도 모르니까.


"내 점수를 어떻게 알아?"


승연이가 놀란 듯 묻는다.


"게시판에 붙었잖아."


"이름은 없는 걸?"


1학기에 이미 개인코드가 해독 되어서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가 누구인지 다 알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 같았다.

그러고 나니 허락 없이 개인 사생활을 들춰낸 것 같아서 미안해졌다.


"매번 위에 같은 코드가 보이면 저절로 알게 되잖아. 차한솔 코드는 모르는 애들 없을걸?"


그나저나 차한솔과 2등의 차이는 지난번 보다 더 벌어졌다.

절대적인 수치로 말할 것 같으면 차한솔의 점수도 조금 떨어졌지만, 전교2등의 점수가 박살났다.

차한솔의 만점을 저지하려는 듯 시험 문제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본인은 거의 영향을 받지 않았는데 유탄을 맞은 피해자들이 수를 셀 수 없다.


'특목고를 가던지 아예 대학이나 갈 것이지 여기는 왜 왔대?'


앞에서는 찍소리 못하면서 뒤에서 수근대는 2위 그룹들.

승연이도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까?

더 이상 한솔에게 라이벌 의식을 느끼는 것 같지는 않다.

눈치채지 못했다고 생각하겠지만 가끔 승연이가 차한솔을 동경의 눈빛으로 바라보는 것을 알고 있다.

얼마 전까지 나도 저런 눈으로 한솔을 바라보지 않았을까?

청춘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아름다운 모습이지만 가슴이 따끔거린다.


“이미 끝났는데 점수가 무슨 상관이야? 이제 놀아야지!”


호응 제로.

이 인간들은 시험이 끝나도 별다른 감흥이 없는 건가?

자연스러운 흐름을 만들어 보려고 했지만 안되겠다.

이렇게 된 이상 정면승부다.


“무슨 노래 좋아해?”


"베토벤 교향곡 5번."


빠바바밤!

운명 교향곡의 음율에 맞춰 내 머리를 때리는 기분이 들었다.

못 부르는 노래잖아?


"승연이 너는?"


평범한 답변을 듣고 싶어서 승연이에게 도움을 청해본다.

승연이도 평범한 아이는 아니라서 매우 불안하다.


"토이즈 노래. 발라드 좋아해. 공부할 때 들으면 집중이 잘되거든."


평범한 가수 이름이 나왔다.

취향이 정상적이라 정말 고마워.


"나도 발라드 좋아해. 김신우 목소리 너무 좋지 않아?"


일단 공통의 관심사로 발라드를 유도했는데 한솔은 별 관심이 없는지 다시 원래 형상으로 복구되려고 한다.

시간이 없다. 일단 지르자!


"노래 부르러 가자! 가끔 소리를 질러주면 스트레스가 확 풀리잖아?"


"노래를 어디서 불러?"


승연이의 질문에 당황해서 '노래방 안 가봤어?'하고 되물을 뻔했다.

얘는 진짜 공부만 하고 살았나 보다.


"노래방! 재밌어. 반주도 나오고 마이크도 있고."


내가 분위기를 띄우자 승연이가 관심을 가진다.

하지만 나의 목표물은 흥미를 보이지 않는다.

다시 한 번 부장의 권력을 써볼까 했지만 잘못하면 미움을 받을 것 같다.

남은 것은 감정적 호소 뿐.


"특별한 일이 없다면 다 같이 가지 않을래? 사람이 많을수록 재미있다구."


"사람이 많을수록 노래를 부를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드는데 어째서 더 재미있다는 거야?"


"므어?"


"노래를 부르는 게 재미있다면 사람이 적을 수록 좋아야 맞잖아?"


여기서 물러나면 할 말이 없어진다.

호랑이굴에 들어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


"같이 부를 수도 있잖아?"


"다른 사람의 노래는 듣지 않고 끼어들겠다는 뜻이야? 노래 배틀?"


그냥 예스, 노로 답해주면 좋으련만 또 다시 궤변의 뫼비우스의 띠에 나를 빠트린다.

호랑이굴에서 들어갔다가 정신을 차린 채로 호랑이에게 잘근잘근 씹히고 있는데 뜻밖의 구조대가 나타난다.


"하하하. 역시, 만담부 맞는 거 같아. 이러고 노는 거야?"


승연이가 보기에는 내가 일방적으로 당하는 모습이 같이 노는 것처럼 보였나 보다.

목숨만 겨우 건져서 구조대를 와락 껴안고 한 숨을 내쉬었다.


"쟤 좀 어떻게 해봐."


"나 노래방 가보고 싶어. 노래를 많이 부르고 싶지는 않으니까 다 같이 가자."


"그럼 신입부원 환영회를 겸해서 가볼까?"


내가 한 마디 하면 피라냐 마냥 달려들던 녀석이 승연이의 말에는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속으로는 바짝 약이 올랐지만 노래방에 간다고 하니 일단 참기로 했다.


"소영이랑 석현이도 같이 갈건대 괜찮지?"


"초대 가수를 둘이나 불렀다면 듣기만 하면 되겠네."


다행히 안면이 있어서 그런지 별로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였다.

승연이도 낯을 가리는 스타일이 아니라 흔쾌히 허락했다.

더블 데이트는 물 건너 갔지만 이것도 나쁘지 않다.

친구들과 왁자지껄하게 노는 것만큼 신나는 일도 없으니까.


학교 입구에서 소영이 일행을 만났다.


"하이~ 하이~"


처음 보는 하이텐션의 인물이 능청스레 인사를 건넨다.

누구인지 몰라 소영이에게 눈짓했다.


"처음이지? 얘는 1반 조상현. 내 친구야."


우석현이 빠르게 나서서 자신의 친구를 소개한다.

석현이의 친구 답게 옷걸이는 꽤 괜찮아 보였다.

다만, 붙임성이 좋은 걸 넘어서서 좀 부담스러웠다.


"오? 마녀도 같이 가는 거야?"


"마녀?"


승연이가 자기를 부르는 말인지 모르고 되묻는다.

뭐 저런 녀석이 다 있지?

내가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자 눈치는 있는지 재빨리 화제를 바꾼다.


"어때? 사람은 많을 수록 재미있잖아?"


사과 한마디 없이 구렁이 담 넘어가듯 넘어가 버린다.

일단 불쾌한 일은 접어두고 노래방으로 출발했다.

소영이 옆에 가서 다시 한번 물었다.


"누구야?"


소영이가 미안한 기색이다.


"특활 끝날 때까지 연락이 없길래 차한솔 못 오는 줄 알고. 짝을 맞추는 게 좋지 않을까 해서."


나 혼자 나타났다면 진짜 어색한 상황이 될 뻔했다.

노래방에서 소개팅이라도 해주려는 것이었을까?


"김소영. 왜 마음대로 이상한 짓 해? 나 정말 싫거든."


"나도 그렇게 말했는데. 석현이가 부탁해서... 결국 짝은 맞춰 졌잖아?"


소영이가 팔짱을 끼며 아양을 떤다.

모처럼 놀러 가는데 화를 낼 수도 없고 일단은 접어두기로 했다.


"알았어. 이번 한 번만 봐준다?"


소영이도 자신이 품고 있던 의문을 표한다.


"마ㄴ.. 아니 승연이랑 친해?"


"특활 같이하게 되면서 친해졌어. 공부도 많이 도와줬고."


"특활이라면 한솔이랑 만들었다는 상담부?"


"응."


소영이가 뒤를 돌아 한솔과 나란히 따라오고 있는 승연이를 힐끔 쳐다본다.


"무슨 생각이야? 둘이 데이트 하려고 만든 거 아니었어?"


"그런 거 아니야. 정식 특활부라구."


차한솔의 생각은 모르겠지만 사실 나는 그럴 생각이었다.

하지만 둘이 틀어 박혀 있어봤자 1학기의 연장일 뿐.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변화를 받아 들여야 했다.


"승연이 인상이 많이 바뀌었네."


"응. 내가 머리 정리해줬어. 인형 같이 귀엽지 않아?"


승연이가 입술을 꽉 붙이고 묘한 표정을 짓는다.


"차한솔 포기했어?"


"뭐? 아니. 그런 건 아니고. 노린다고 노려지는 것도 아니고."


갑작스런 돌직구에 당황해서 횡설수설.

숨겨지는 것도 아닌데 매번 이 모양이다.


"차한솔 앞에서 이승연 꾸며줘서 어쩌겠다는 거야? 게다가 같이 데려왔어? 니가 큐피드냐?"


"그런게 아니구. 승연이 아니었으면 차한솔도 못 데려왔어."


"너 진짜 문제다. 이제 난 안 도와줄래."


뭐가 심통이 났는지 승연이가 화를 낸다.

내가 무슨 잘못이라도 한 것 같은 분위기가 되었다.

승연이가 잠시 생각하다가 웃으면서 말한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오늘은 생각 없이 신나게 놀자."


그리고 나에게 조용히 귀속말을 건넨다.


"사실 상현이가 너한테 관심 있다고 해서 자리 한 번 마련한 거거든?"


"뭐?!"


승연이가 입술에 검지 손가락을 가져다 대고 조용히 하라는 신호를 보낸다.


"사귀라는 게 아니라 그냥 만나봐. 어차피 이도 저도 못하고 있는데 다른 남자애들은 어떤지 한 번 알아보라고. 전에도 말했지만 남자애들 다 거기서 거기야."


"나는 싫어."


"어이구 순정녀 납셨네."


잠시 침묵이 흐르다가 소영이가 작심한 듯 말한다.


"지금까지 네가 좋다니까 도와주긴 했는데 솔직히 차한솔은 힘들어."


나와 한솔의 사이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친구의 냉정한 평가가 나의 심장을 얼려버린다.


"차한솔이 가볍게 아무하고나 사귀는 스타일이었으면 모를까 생각 많은 범생이라 힘들다구. 접점이라고 해봤자 특별활동 같이 하는 것 뿐이고. 차한솔 따라 잡겠다고 놀지도 못하고 공부만 하고 있는 너도 안쓰럽고."


그리고 얼어붙은 심장을 망치로 부숴버린다.


"차한솔도 너한테 마음이 있다 하더라도 사귀지는 않을 걸?"


그런 건 나도 알고 있다.

점점 수험이 가까워지는데 한솔 여친을 만든다는 것은 나로서도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그래도 그의 마음속에 내가 조금이라도 비치고 있다면 나중에 기회가 오지 않을까?


"지금은 힘들어도 졸업하면..."


"고시생 뒷바라지 하는 애인 같은 소리하고 있네. 졸업하고 나면 기억이나 할 거 같아? 연애 같은 거 안하고 돈 많은 아가씨랑 결혼하겠지. 마음 주고 나면 너만 힘들어."


믿고 싶지 않지만 미래의 한 페이지를 본 것처럼 생생하게 와닿았다.

산산히 부서진 얼음 심장이 녹아 흔적도 없이 증발해 버린다.

죽도록 가슴 아픈 일일 텐데 전신이 마취라도 된 듯 덤덤하게 받아 들여진다.

소영이가 팔짱 낀 팔을 잡아당긴다.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마. 혹시 알아 다른 남자랑 놀고 있는 너를 보고 자극 받을지? 남자애들 의외로 단순하다?"


병주고 약주고.

이렇게 밀당을 잘하니까 연애도 잘 하는 거겠지?

그래 생각하지 말자.


"오늘은 노래 왕창 부를 거야!"


"오우~ 텐션 좋고! 오늘 신나겠는데?"


내가 내지른 소리에 조상현이 맞장구를 치며 소리를 높인다.

첫 인상은 최악이었지만 의외로 좋은 녀석일지도 모른다.

차한솔도 처음엔 이상한 녀석이라고 생각했으니까.

왁자지껄한 분위기의 네 명과 달리 한솔과 승연은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따라오고 있었다.

한껏 기분을 띄워보지만 유체이탈이라도 한 것처럼 나의 신경은 온통 뒤쪽에 쏠려 있었다.


노래방은 한솔이 사는 오피스텔 건너편 건물이었다.

노래방으로 들어가면서 자꾸 의식 되어 힐끔힐끔 돌아보았다.

자리에 앉자 마자 노래방 리모콘을 잡고 최신 댄스곡을 선곡한다.

노래가 시작될 쯤 석현이와 상현이가 음료수를 사들고 들어온다.


"와우~ 벌써 시작한거야?"


노래방 들어오기 전부터 스트레스 수치가 맥스였기에 일단 질러야 했다.

노래를 잘 부른다는 소리를 들은 적은 없지만 음치는 아니다.

누구한테 잘 보이려고 노래를 부르는 것도 아니잖아?

원래 계획은 모르겠고 모든 것을 놓고 노래를 부르는데 집중하기로 했다.

노래가 끝나자 석현이와 상현이가 소리를 지르며 호응한다.

분위기를 어색하지 않게 유지하는 것이 인싸들의 특기라는 것일까?


마이크를 한솔에게 넘기려고 하는데 상현이가 마이크를 낚아 챈다.


"요우~ 최소연양의 열창에 이어 제가 이 열기를 이어가도록 하겠습니다~"


테이블 위의 오랜지 주스를 뜯어서 한 모금 들이켜니 답답함이 좀 가시는 것 같았다.

한솔을 돌아보니 열렬한 호응을 보내는 것은 아니지만 어색하지 않게 분위기에 녹아 들어가고 있었다.


녀석은 카멜레온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분위기에도 자연스럽게 동화 되어 편안하게 배경의 일부분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내가 있는 공간에서도 배경의 일부가 되어줬는지도 모른다.

혹시 모든 게 나의 착각이 아니었을까?


다시 한번 주스를 들이켠다.

주스가 바닥을 드러냈지만 갈증이 가시지 않는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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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수학여행 19.07.22 35 0 12쪽
28 문제 있는 신입부원들 19.07.19 25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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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첫 번째 겨울 19.07.17 28 0 13쪽
25 셜록 19.07.16 19 0 13쪽
24 축제 준비 19.07.15 20 0 12쪽
23 비오는 날 19.07.13 23 0 11쪽
22 하트 여왕 19.07.12 22 0 11쪽
21 민폐녀 여사친 19.07.11 61 0 12쪽
20 누구를 위한 세레나데? 19.07.10 30 0 12쪽
» 1+1+1+1? 19.07.09 34 0 12쪽
18 1+1+1 19.07.08 30 0 11쪽
17 자상부 스타트 업! 19.07.06 39 0 12쪽
16 웰컴 홈? 19.07.05 26 0 12쪽
15 새로운 시작 19.07.04 25 0 12쪽
14 작은 왕국 19.07.03 27 0 12쪽
13 워터파크 19.07.02 23 0 12쪽
12 커버업 19.07.01 23 0 11쪽
11 안경과 신데렐라 19.06.30 30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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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에니그마 19.06.24 45 0 13쪽
4 넓은 공간 19.06.23 39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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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효율과 로맨틱 19.06.21 50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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