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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뚤루 님의 서재입니다.

헌터 아카데미의 교장이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끄뚤루
작품등록일 :
2020.12.05 03:27
최근연재일 :
2021.02.18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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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2.17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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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현장학습 (2)

DUMMY

"야, 거기 좀 더 땡겨봐."


"쓸만한 돌이 없는데. 이 바위 부셔도 되나?"


"아니면 나무를 다듬어서 송곳처럼 사용해볼까?"


"아니. 그러면 공기 들어가잖아."



옹기종기 모여 땅을 파고 무언가를 설치하는 아이들.

여름캠프에 놀러온 청소년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그들이 배우는 것은 실전에서 써먹을 수 있는 서바아벌 지식들이다.

최후의 최후, 무리에서 동떨어져 발악해야만 하는 경우에나 쓰일 법한 공부.

그러나 그렇기에 더욱 중요하다.



"자, 이렇게 비닐을 사용하면 물을 얻을 수 있습니다. 단, 주변에 침식 증상이 보이면 절대 해선 안된다는 것을 유의하세요."



비닐과 돌맹이로 간단한 증류장치를 만드는 방법을 가르치던 강태환이 말했다.



"이계에 침식된 곳이 어떤 성질을 가질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평범한 돌이 방사선을 띄거나 물이 유황물로 바뀌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지요. 현실의 물리법칙이 통하지 않는 곳에서 만들어진 물은 몸에 해로울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식수를 모았으면 다음은 식량이다.

허나 아쉽게도 이 근처에 야생 동물은 존재하지 않는다.

사실 곤충이나 몇몇 새를 제외하면 야생 동물들은 전멸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우리 나중에 이 물 마셔야 해?"


"근처에 자판기도 없잖아. 그냥 마셔야지 뭐."



캠프지는 산 중턱에 위치했기 때문에 근처에는 편의점도 없다.

그렇기에 교사진은 큼지막한 아이스박스에 고기를 비롯한 여러 음식 재료들을 담아와야만 했다.



"다음은 주변의 나뭇잎이나 식물로 간단한 길리 슈트를 만들어 봅시다."



위장과 은폐는 사냥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TV에서 두터운 방어구를 입은 채 정면에서 괴수를 사냥하는 모습을 보곤 오해하지만 헌터의 본질은 전사가 아닌 사냥꾼.

주변에 들키지 않고, 잔챙이들을 피해가며 소모를 최소화하여, 동료를 부를 틈을 주지 않은 채 목표 괴수를 저격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철저히 주변 환경에 동화하는 것. 냄새를 지울 수 있으면 더 좋지요."



물론 슈트에 사용되는 식물들의 줄기가 이계침식에 의해 독성을 머금었을 수도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자, 그럼 만든 슈트를 입은 채 잠깐 등산해 볼까요? 저번에 올라가 봤는데 꼭대기 경치가 좋더군요. 모두 보조무장이랑 식량 챙기세요."



캠프지에서 벗어나면 근처의 산과 이어진 구름다리가 보인다.

바람에 출렁이는 다리를 건넌 후 보이는 것은 관리 소홀로 조금씩 자연에 매몰되어 가는 등산로.

강태환은 굳이 그런 등산로를 사용하지 않고 경사진 수풀을 해쳐 지나갔다.



"학교에서 등산할 때 바르게 걷는 방법을 배웠지요? 이제 실전 시간입니다. 아, 중간에 표식들이 있으니 그걸 괴수라고 생각하면서 걸으세요. 꼭대기에 올라가면 숫자를 맞춰볼 겁니다. 수행평가 점수에 들어가니 잘 봐보세요."



그저 걷는 방법을 조금 바꾸는 것 만으로도 체력을 보존할 수 있다.

체력이 보존된다는 것은 즉 오러를 아낀다는 것.

이런 것은 직접 몸으로 때우면서 익히는 방법밖에 없다.

체력 운동과 근접 전투력을 올리는 데 열중했던 학교에서의 수업과는 다르다.


그렇게 자신의 사소한 걸음걸이를 신경쓰면서 또 주변을 신경써야만 하는 게 헌터의 어려움이다.



**



거친 행군을 끝내고 캠프지에 돌아온 학생들을 맞이하는 것은 마도연 교감이었다.



"여러분은 지금 주변 정찰을 끝내고 캠프에 돌아왔습니다."


"? ?"



밑도 끝도 없는 마도연의 말에 학생들의 얼굴에 의문이 피어올랐다.



"그런데 아뿔싸. 피로를 다 풀기도 전에 괴수들이 쳐들어 왔습니다. 특수 전파, 혹은 생체 능력 때문에 레이더에도 걸리지 않는 놈들이지요. 하늘을 나니까 구식 함정에도 안걸리고요. 그렇기에 여러분이 파놓은 트랩은 전부 무효화됬습니다."


"어············"



멍하니 그녀를 바라보는 학생들.

마도연은 기품있게 웃으면서 그런 자신의 학생들을 바라보았다.



"뭣들하시나요. 얼른 무장하지 않고."



왜애애애애애애애애앵――――!!!!



거친 사이렌이 캠프지 안에 울려퍼진다.

다급히 몸에 걸친 길리 슈트를 벗어재끼는 학생들 앞에 로랜스가 나서며 외쳤다.



"Listen up! 레이저 총은 여기에 준비되어 있습니돠. Academy에서 훈련 했지요? 드론에 달린 표적을 shot하세요."


"움직여!"



가장 먼저 뛰쳐나간 것은 이진회였다.

혹시나 애써 만든 길리 슈트가 부서질까 서두르면서도 조심스레 슈트를 벗던 학생들과는 달리 이진회는 곧장 로랜스에게로 향했다.

강태환의 날카로운 눈은 그 점을 놓치지 않는다.



'행동이 빨라. 이진회, +1점.'



상식과 습관에 사로잡히지 않고 실제 상황처럼 긴급히 행동하는 것.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



"내가 제일 먼저 도착!"



제일 처음으로 뛰쳐나간 것은 이진회였으나 먼저 로랜스에게 도착한 것은 여령환이었다.

먼저 앞서는 이진회를 보고는 저도 모르게 망가지지 않게 벗던 슈트를 아예 찢어버리고 이진회를 추월해버린 것이다.



'힘으로 미는 느낌이지만··· 평가하지 않을 수는 없지. 여령환 +1점.'



여령환 다음의 스펙을 자랑하는 김태양이 3등으로 로랜스에게 도착해 훈련용 레이저 총을 받았다.

아쉽게도 득점은 없다.



"저쪽에서 오고 있어! 모두 이쪽 참호로!"



총을 받자마자 그리 외친 것은 함우빈.

가상의 적도 결국 기계인 드론이라는 것을 이용해 자신의 특성을 레이더처럼 사용한다.

캠프지로 날아오는 적들의 방향을 깨달은 함우빈이 그쪽으로 학생들을 선도했다.



'특성을 잘 활용하고 있어. 함우빈 학생도 +1점.'



적들이 다가오는 방향에 무사히 진을 친 것은 좋다.

학생들 모두가 참호 안에 들어간 상황.

그러나 대응은 좋았으나 그 밑준비가 좋지 않다.



"야, 좀 옆으로 가!"


"좁아!"


"이쪽 참호 판 거 누구야!"



교사들은 학생들에게 참호를 파라고 지시했으나 검수까지는 맡지 않았다.

그렇기에 외부 활동이라고 덜 빡샌 것이라 생각한 몇몇이 일을 설렁설렁한 것이다.

강태환은 그 부분을 놓치지 않고 정확히 물어 뜯었다.



"응? 이거 뭐야."



그껏 뿐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나쁜 상황은 겹치기 마련.



"야! 이거 볼트액션인데?"


"뭐? 뭔 소리야?"


"이거 오토매틱 아니야!"



잠깐의 시간을 활용해 보급받은 총기를 확인하던 학생들의 표정에 당황이 어리기 시작했다.


볼트액션.

총알을 한 번 쏘면 노리쇠(볼트)를 당겨줘야 하는 낡은 구조의 총을 말한다.

옛날에는 그 내구도과 신뢰성 덕분에 저격수들이 애용했다고 하지만 현대의 기술력으로 자동소총과의 명중률 격차는 이미 없어진 것이나 마찬가지인 상황.


현대에서 볼트액션이 쓰이는 상황은 딱 둘이다.


하나. 극한을 넘어 성벽의 영역에 도달할 정도로 명중률을 추구하는 사냥꾼.

둘. 최신의 자동화기는 비싸니 그나마 싸고 튼튼한 것으로 때우려는 경우.



"여러분의 상사는 자금을 횡령했습니다. 나쁜 놈이군요. 그렇지만 그 놈은 이미 저 멀리 도망갔습니다. 윗사람이 대충 해줄거라고 낙관하면 안되지요."


"참고로 장비가 어느새 싸구려 볼트액션으로 바뀐 건 교장 선생님이 실제로 겪어본 일입니다."



질 좋은 자동소총을 만드는데 드는 금액은 결코 적지 않다.

재질도 그냥 평범한 철이 쓰이는게 아니다.

열과 충격을 버티기 위해 여러가지 공정이 필요한 것이다.

그에 비해 볼트액션은 나무를 사용함으로서 그 비용을 줄일 수가 있다.



"괴수가 몰려오는데 보급창의 무기들이 박물관에서나 봤던 것들로 바꼈을 때의 당혹감을 이제 아시겠나요?"



세상이 침식되고 괴수가 튀어나오며 인류가 멸망까지 몰리는 마당에 보급을 빼돌리고 군납비리를 저지르는 놈이 어디 있을까 싶지만, 때로 사람의 어리석음은 상상을 초월한다.



"온다!"



브으으으―――


저음의 엔진 소리를 내며 날아오는 수십개의 드론들.

그들의 밑에는 지금까지 지긋지긋하게 당해왔던 페인트총이 설치되어 있었다.



"쏴!"



탕! 큰 소리와 함께 반동이 학생들의 어깨를 덮친다.

그러나 실제로 총알이 쏘아지지는 않았다.

진짜 총과 비슷한 무게에, 비슷한 소음과 반동을 가졌으나 결국 연습에 쓰이는 레이저 총이기 때문이다.

레이저라고 해도 공상 영화에 나오는 물리력을 동반한 열선이 아니다.

그저 실제 총을 매우 정밀하게 재현했을 뿐.



"아, 왜 안 맞아!"


"이거 망가진 거 아니야?"



훈련에서는 잘만 맞춰지던 레이저가 오늘따라 잘 맞지 않았다.



"영점 조절이 안된건가? 젠장, 일단 그냥 갈겨!"



훈련장에서 컴퓨터가 자동으로 세팅을 맞춰주던 좋은 시절은 갔다.

최신형 스마트 총을 사용하는게 아닌 이상 실전에서는 하나하나 손으로 직접 수정해줘야 한다.



"그냥 내가 위로 뛰쳐 올라가서 날뛸게. 엄호해!"


"아니, 아직! 괜히 아군 레이저 맞으면 피격 판정 뜰거야."



이를 악 무는 여령환의 옆에서 이진회가 외쳤다.

여령환이 흘깃 뒤를 바라보니, 과연 3명의 교사들이 눈을 빛내며 이쪽을 주시하고 있었다.

피격 판정이 뜨면 바로 회수할 작정인 듯 했다.



"진짜 총알이면 2, 3방 정도는 버티는데."



여령환은 이를 악물며 손가락을 움직였다.



"함우빈, 전기 좀 뿌려봐!"


"이거 충전식이거든! 이제 남은 거 없어!"


"존나 쓸모없는 특성이네."



최강의 살상력을 자랑하는 적뢰나 최고의 출력을 가진 청뢰였다면 이야기가 달랐겠지만, 아쉽게도 함우빈이 습득한 오행신뢰는 황뢰와 백뢰가 전부.

전기를 흡수하는 공능을 지닌 황뢰를 메인으로 한 만큼 스스로 뇌전을 생성하는 능력은 아직 없다.

서브 역할을 하는 백뢰도 신체 강화의 공능을 가졌을지언정 뇌력을 만들지는 못한다.



"근데 우리 마법 써도 되는거 아니야?"


"몰라! 선생님한테 물어봐야 하나?"



지금까지 명령을 따라왔을 뿐 자의로 행동하는 경험이 적었던 학생들.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학생들은 소수에 불과하다.



"아, 나 맞았어."


"이거 평소보다 아파!"



초인적인 신체능력을 얻었다고 한들 힘들고 아프지 않은 것은 아니다.



"자, 제 2파가 옵니다. 주의하세요."


"쌰아아앙!!!!!!"



힘들고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매번 찾아온다.


밖에서는 조금 쉴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현실은 수행의 연속이다.

매일같이 혹독한 훈련과 식단 조절로 스트레스가 쌓이지 않을 수 없는 상황.

그럼에도 울며 포기하는 학생은 없다.

모두 각오를 다진 채 이 학교로 발걸음을 내딛었기 때문이다.


이런 혹독한 과정을 거치며 학생들은 점점 한 명의 사냥꾼이 되어가고 있었다.



**



샤아아아――――


흐느끼는 파도소리를 배경으로, 한 사내가 기지개를 펴며 숨을 들이마셨다.



"냄새가 나는군."



자신의 신장보다 긴 칼날의 검을 허리춤에 맨 사내.

그러나 그가 풍기는 분위기는 그 칼날보다 날카롭다.



"평화에 찌든 약자들의 냄새. 불쾌하다."



그의 시선에 닿는 것은, 화려한 불빛과 소음으로 가득한 도시.



"그러니 부순다."


작가의말


과제와 시험이 끝나지 않아 히히히

앗앗앗

하루하루 올 힘스텟 폭군 보는 낙으로 삽니다


황제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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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현장학습 (3) +48 21.02.18 2,039 105 15쪽
» 현장학습 (2) +19 21.02.17 1,448 89 12쪽
36 현장학습 (1) +35 21.02.02 1,936 126 11쪽
35 개인교습 (4) +34 21.02.01 1,873 127 9쪽
34 개인교습 (3) +29 21.01.23 2,319 141 10쪽
33 개인교습 (2) +9 21.01.23 1,863 113 9쪽
32 개인교습 (1) +58 21.01.19 2,474 165 11쪽
31 무기 선택 (2) +20 21.01.17 2,528 137 10쪽
30 무기 선택 (1) +30 21.01.11 2,840 159 13쪽
29 달리기 수업 (2) +36 21.01.10 3,060 184 14쪽
28 달리기 수업 (1) +26 21.01.09 3,187 165 13쪽
27 회의 +35 21.01.05 3,607 194 13쪽
26 마음이 싱숭생숭해지는 날 (3) +33 21.01.04 3,617 237 11쪽
25 마음이 싱숭생숭해지는 날 (2) +15 21.01.04 3,736 191 13쪽
24 마음이 싱숭생숭해지는 날 (1) +48 21.01.01 4,422 262 11쪽
23 첫 수업 (5) +43 20.12.31 4,460 247 11쪽
22 첫 수업 (4) +46 20.12.30 4,595 253 14쪽
21 첫 수업 (3) +39 20.12.28 5,052 268 13쪽
20 첫 수업 (2) +25 20.12.27 5,075 256 9쪽
19 첫 수업 (1) +23 20.12.26 5,286 238 10쪽
18 징조 (2) +43 20.12.23 5,857 271 15쪽
17 징조 (1) +44 20.12.22 6,011 329 9쪽
16 입학시험 (6) +86 20.12.20 6,141 355 13쪽
15 입학시험 (5) +26 20.12.17 5,716 291 8쪽
14 입학시험 (4) +24 20.12.17 5,694 276 9쪽
13 입학시험 (3) (+수정) +14 20.12.17 5,878 269 8쪽
12 입학시험 (2) +16 20.12.13 5,818 279 8쪽
11 입학시험 (1) +16 20.12.13 6,152 26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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