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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뚤루 님의 서재입니다.

헌터 아카데미의 교장이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끄뚤루
작품등록일 :
2020.12.05 03:27
최근연재일 :
2021.02.18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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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1.19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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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개인교습 (1)

DUMMY

부우우우웅―――


크고 아름다운 강철의 바이크가 수호 아카데미의 주차장에 부드럽게 안착한다.


성인 남성의 팔뚝만 한 두께를 지닌 전용 타이어. 폭발적인 힘을 숨기고 있는 16기통 엔진. 특수합금으로 만들어진 프레임. 웬만한 총탄에는 끄떡없는 외장 차체.

전기 모터가 대중적인 요즘 시대에선 볼 수 없는 내연기관 바이크였다.

수소 연료전지를 이용한 급전 방식이 양산에 돌입하는 현대에 와서는 골동품이나 다름없는 물건.

그러나 단순 성능으로는 웬만한 현대의 물건들을 가볍게 능가하는 괴물이다.


유럽의 모 회사에서 선물해준 모터바이크였는데, 본디 중~대형 괴수에게 돌진하다 운전자는 위로 점프하고 바이크만 쳐날림으로서 폭발시키는 용도로 설계된 물건이었다.

태생부터 자폭을 위해 만들어진 비운의 아이템.

그러나 어쩌다보니 30년 넘게 같이해온 친구이기도 하다.

강태환의 다른 장비들이 박물관으로 향할 때 유일하게 집착하여 챙긴 물건이기도 했다.


평소에는 전용 주차장에서 월급 빵빵하게 받는 관리인에 의해 오일이나 먹고 있었을 테지만, 교장으로 취임하면서 겸사겸사 가지고 나온 것이다.


나름 학생들에게 멋지게 보이기 위해 가지고 나온 것인데 한 번도 수업에서 언급된 적이 없어 살짝 슬퍼지는 강태환이었다.



"어, 그래. 나다. 잘 도착했지."



본관의 계단을 올라가던 강태환이 그리 중얼거렸다.

그러자 어떤 목소리가 그의 귓가에서 들려온다.

자세히 보니 엘프귀를 연상시키는 길쭉한 기계가 그의 귀에 걸려져 있었다.


재작년쯤부터 유행하기 시작하는 스마트이어.


팔목에 차는 스마트워치의 사용법도 따라가기 벅차하던 그에게 아들이라는 놈이 선물로 준 신형이다.

뇌파와 연동되기 때문에 어느정도 사용하기 쉽다는 것이 그나마 위안이다.



"그래, 그래. 어. 알았다. 앞으로 자주 보러 가마. 그래. 끊는다. 어."



피식 웃으며 통화를 마친 강태환은 그대로 교무실 안으로 들어갔다.

홀로그램 키보드를 조작하며 문서를 써내려가던 마도연이 그를 반겨주었다.



"어머. 스마트이어(Smart Ear)네요. 신상?"



강태환은 주변에 둘 밖에 없다는 것을 깨닫고는 말투를 편히 하며 답했다.



"그래. 혁진이가 보내줬더라."


"역시 큰아들밖에 없네."



강태환과 장남 강혁진의 사이가 서먹서먹하다는 것을 아는 마도연이 어색하게 웃었다.



"뭐, 그렇지. 엘프귀 같아서 이 나이에 하기는 조금 부끄럽지만."


"엘프? 아아. 그, 반지의 제왕?"


"························"



세대 차이가 있는 것은 선생과 제자들 사이뿐만이 아니었는 듯하다.


강태환과 마도연, 둘의 나이차는 대략 20살 정도.

이계침식으로 인해 한때 사회가 마비되고 문명이 초토화 일보 직전까지 밀렸다는 것을 생각하면 문화와 유행의 단절도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니다.

그 유명한 할리우드도 지금은 용암 폭풍이 휘몰아치는 이계에 침식되었으니 말이다.



"그나저나 나 없는 동안 뭔일 없었어?"



교내의 상태를 확인하고 한 학교의 장(長)으로서 책임을 다하기 위해 거의 습관처럼 묻고는 했던 말.

평소라면 어깨를 으쓱이고는 아무것도 없었다는 대답이 들려와야 했다.

그러나 마도연의 표정은 살짝 찌푸려져 있었다.



"그게 말인데요―――"



마도연은 한숨을 내뱉었다.

그리고는 손목을 휘저어 자신이 쓰고있던 문서를 강태환의 앞으로 내보냈다.



"학부모 면담···?"


"아무래도 학생과 교사가 살짝 다툰 것 같아서요."



**



마도연의 설명은 이러했다.


특성 수업 시간, 로랜스는 특성의 원리와 그것이 어떻게 실전에서 사용되고 있는지에 대한 예시를 설명하고 있었다.

그런데 김태양 학생이 수업에 집중하지 않았고, 로랜스가 무어라 말해도 시종일관 무시로 일관했다는 듯하다.


수업 후 김태양만 교실에 남겨 수업 태도에 대해 지적하자 김태양은 이렇게 말했다.



<당신 수업은 들을 가치가 없어.>



"――이게 제가 들은 상황 설명입니다. 무언가 틀린 게 있나요?"



교장실.

평소에는 자상한 웃음을 짓던 강태환은 엄한 표정으로 눈앞의 학생을 대하고 있었다.



"···아니요. 그대로입니다."


"그렇군요."



묵직한 침묵이 교장실 안에 맴돈다.

김태양은 등에 살짝 식은땀이 흐르는 것을 느꼈다.

강태환이 무슨 수를 쓴 것은 결코 아니었다. 그의 오러가 내뿜는 파장은 언제나처럼 조용하다. 마치 무생물을 보는 듯한 기분.

딱히 오러를 조작하여 주변을 제압하지 않더라도 좌중을 뒤흔드는 카리스마가 강태환에겐 있었다.


일개 학생으로서는 정면에서 맞이하기 힘든 기세이다.



"요즘에는 아예 없어졌다지만, 저는 어린 시절에 남학교를 나왔습니다."



굳어있는 김태양을 바라보며 강태환은 담담히 자신의 이야기를 꺼냈다.



"당시 체벌에 대한 이런저런 말이 많았지만, 저희 학교는 그런 게 없었지요. 숙제를 안하면 맞고, 지각해도 맞고는 했습니다. 저는 그런 게 싫었지요."



완전히 시골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세련된 도시라고도 할 수 없는 고향이었다.

집 근처에는 작은 논밭이 펼쳐져 있었고, 시내는 충분히 개발되지 않아 낡고 더러운 간판들이 드문드문 존재했다.



"그러니 물리적인 체벌은 없을 겁니다. 그렇지만 저는 이 학교의 교장으로서 선생님들의 교권을 지켜주고 또 존중해야만 합니다. 그렇기에 이번 사태는 쉽게 용납할 수가 없군요."


"···예."



김태양이 주늑 들며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평소에 겉멋을 부리며 언제나 자신감에 차 있던 김태양이라도 강태환에겐 함부로 굴기 어려운 모양이었다.



"그러니 나름의 벌을 줄 생각입니다. 이번 일을 김태양 학생의 학부모님께 통보할 의향도 있습니다."


"그, 그건!"



순간 김태양의 표정이 절박하게 바뀐다.

강태환의 날카로운 눈빛은 그것을 놓치지 않았다.



'뭐지? 가풍이 엄한건가?'



부모님에게 자신의 잘못이 알려지는 것을 두려워하는 듯 보였다.

김태양의 평소 태도로 보아 가정폭력일 가능성은 없겠지만···

강태환은 살짝 분위기를 바꿔보기로 하였다.



"제 어린 시절처럼 무조건 선생님들을 존경하고 또 그분들의 말을 따르라는 말은 하지 않겠습니다. 할 수도 없고요."



교권이 약해진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학생들의 자율을 중시하는 요즘 풍조에는 강태환도 마냥 거역하지 못한다. 정확히는 그럴 생각이 없는 것이지만.



"김태양 학생. 로랜스 선생님이 헌터였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까?"


"···아니요."


"물론 군대에 있을 때 아주 잠깐 국가 소속의 헌터였을 뿐이지만요. 그 뒤로는 연구직으로 빠졌지만, 예비군 소집 때도 헌터로서의 의무를 다하셨습니다."



딱히 로랜스가 최전선에서 죽을 위기를 겪어가며 사투를 벌였던 것은 아니다.

다른 또래 사내들처럼 멀리서 총질을 하거나 했을 뿐.

훈장을 받을만한 일을 해낸 것도 아니고, 부대에서 전설로 남을 법한 업적을 이루지도 않았다.

그저 국가라는 거대한 기계장치의 톱니바퀴로서 하루하루를 버텼을 뿐이다.


그렇지만 그는 분명 헌터였다.



"로랜스 선생님은 사람을 구했습니다."


"···!"


"그게 1명일지, 100명일지는 모르겠습니다. 로랜스 선생님이 없었더라도 큰일은 벌어지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하나 확실한 것은, 김태양 학생이 구한 생명보다 로랜스 선생님이 구한 생명이 더 많다는 것입니다."



일개 학생에 불과한 김태양이 사람의 생명과 관계된 거창한 일에 휘말렸을 리가 없다.


설령 0과 1의 차이더라도.

그것이 사람의 생명과 관계된 것이라면, 그 차이는 바다보다 깊다.



"학생이 선생을 무시하는 일은··· 뭐, 가르치는 사람에게 자격이 없다면 그럴 수 있습니다. 하지만 헌터가 헌터를 무시하고 모욕하는 것은 결코 있어서는 안 됩니다. 김태양 학생은 헌터가 되고 싶어서 이 아카데미에 온게 아닌가요?"



김태양이 부모님들에게 사랑받으며 평화롭게 지낼 때, 로랜스는 전장에서 총을 쏘며 괴수들과 싸우고 있었다.

비록 현대에서 대괴수전략이 확립되고 사상률이 획기적으로 줄었다 한들 그것이 목숨을 걸지 않았다는 뜻은 아니다.


괴수는 강하고, 싸우는 건 누구나 무섭다.


로랜스는 그 두려움을 애써 참고 싸워나갔다.

비록 스스로에겐 국가와 사람들을 위해 싸운다는 자각이 없었을지라도, 그저 자기 자신을 위했을 뿐일지라도, 그 행위는 분명 고귀하다.



"김태양 학생보다 훨씬 앞서 인류를 위해 봉사한 선배에게 존경과 경의를 보이세요. 선생과 제자로서가 어렵다면, 헌터와 헌터로서."



김태양은 큰 충격을 받은 듯 보였다.

그런 식으로 생각해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일까.

반성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스스로의 잘못을 깨닫고 반성한다면 더 이상의 훈계는 오히려 독이 될지도 모른다.

강태환은 주제를 바꾸어 이번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을 짚어나갔다.



"마도연 선생님과 로랜스 선생님께 평소 수업 태도에 대한 보고를 받았습니다. 아무래도 김태양 학생은 특성 수업에 특히 집중하지 못하는 것 같더군요."



강태환이 홀로그램을 조작하자 김태양의 자료가 떠오른다.



"그리고 특성란이 비어있더군요."



특성란이 비워진 학생들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냥 특성이 없거나, 혹은 자신의 특성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아이들.

그러나 김태양은 그런 경우와 다른 것처럼 보였다.



"특성. 사실 있지요?"


"··················"



느낌으로는 오히려 함우빈에 가깝다고 할까.

자신의 특성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그것을 숨긴다는 인상을 받았다.



"혹시 자신의 특성에 대해 무슨 트라우마같은게 있는 건가요? 자신의 특성이 싫거나, 아니면 문제가 있나요?"



교육심리학 책에서 이런 사례를 본 적이 있다.

어린 시절에 겪은 일이 트라우마가 되어 급격한 거부감을 보일 수 있다고 하던가.

다 큰 어른이 보기에는 사소한 일이더라도 어린아이들에겐 큰 충격이 될 수 있다고 하였다.


그렇기에 자신의 특성을 계속 자각시키는 특성 수업에서 괜한 화를 내던 게 아니었을까?



"걱정하지 말고 저에게 말해보세요. 원하신다면 결코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않겠습니다."


"···제, 특성은―――"



김태양은 힘겹게 입을 열었다.



"<절륜>입니다."


"························"


작가의말


이번 챕터 넘기면 드디어 현장학습입니다!


전화의 묘사

'김태양. 본디 함우빈의 기연을 얻었어야 할 악역. 질투와 자기혐오에 빠져 허우덕대다...'

자기혐오는 자신의 특성에 관한 거였습니다.

근데 이거 갠찮으려나?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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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현장학습 (2) +19 21.02.17 1,448 8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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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교습 (1) +58 21.01.19 2,475 165 11쪽
31 무기 선택 (2) +20 21.01.17 2,528 137 10쪽
30 무기 선택 (1) +30 21.01.11 2,841 159 13쪽
29 달리기 수업 (2) +36 21.01.10 3,060 184 14쪽
28 달리기 수업 (1) +26 21.01.09 3,188 165 13쪽
27 회의 +35 21.01.05 3,607 194 13쪽
26 마음이 싱숭생숭해지는 날 (3) +33 21.01.04 3,617 237 11쪽
25 마음이 싱숭생숭해지는 날 (2) +15 21.01.04 3,736 191 13쪽
24 마음이 싱숭생숭해지는 날 (1) +48 21.01.01 4,422 262 11쪽
23 첫 수업 (5) +43 20.12.31 4,461 247 11쪽
22 첫 수업 (4) +46 20.12.30 4,595 253 14쪽
21 첫 수업 (3) +39 20.12.28 5,052 268 13쪽
20 첫 수업 (2) +25 20.12.27 5,075 256 9쪽
19 첫 수업 (1) +23 20.12.26 5,286 238 10쪽
18 징조 (2) +43 20.12.23 5,857 271 15쪽
17 징조 (1) +44 20.12.22 6,011 329 9쪽
16 입학시험 (6) +86 20.12.20 6,142 355 13쪽
15 입학시험 (5) +26 20.12.17 5,717 291 8쪽
14 입학시험 (4) +24 20.12.17 5,694 276 9쪽
13 입학시험 (3) (+수정) +14 20.12.17 5,878 269 8쪽
12 입학시험 (2) +16 20.12.13 5,818 279 8쪽
11 입학시험 (1) +16 20.12.13 6,152 26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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