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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뚤루 님의 서재입니다.

헌터 아카데미의 교장이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끄뚤루
작품등록일 :
2020.12.05 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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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2.18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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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28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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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첫 수업 (3)

DUMMY

문을 열고 들어간 이진회를 맞이한 것은 의외로 넓은 교실이었다.

대학의 강의실처럼 작은 층이 여러개로 나뉘어진 공간. 역사가 바뀌었지만 이런 부분은 그대로 남아있다.

교실에는 이미 대부분의 학생들이 착석한 상태였다. 다들 새로운 환경에 낯설어하며 서로를 조심스럽게 관찰하는 느낌이었다.


수호 아카데미의 1기생들은 수가 압도적으로 적다. 미래에 별일이 생기지 않는다면 아마 역대 최소일테지.

즉, 반이 분할되지 않는다.

학생이 있어야 반을 바꾸든 할게 아닌가.

여기 모인 이들은 좋든 싫든 앞으로 같은 반에서 3년을 함께할 학우들인 셈이다.


한쪽으로 쏠리려는 시선을 애써 고정한 이진회는 그대로 빈자리로 향했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옆 짝궁이 회귀 전과 똑같았다.



"안녕."



팔짱을 낀 채 반쯤 졸고있던 소녀가 심드렁한 표정으로 이진회를 돌아본다.



"나 기억나? 입학시험 날에 너한테 맞았거든."

"그래서, 뭐. 복수라도 할테냐?"



이진회는 어깨를 으쓱했다. 여전히 지랄맞은 성격이라고 생각하면서.



"아니. 그냥 통성명이라도 하자고. 앞으로 오래 볼 것 같은데. 난 이진회야. 만나서 반가워."



회귀 전, 자신을 위해 발벗고 나서줬던 친구. 다른 놈들이라면 몰라도 그녀에겐 별다른 억하심정이 있을 리 없다.

오히려 반갑기 그지 없다. 이진회의 입장에선 30년만에 보는 동창이니 만큼 더더욱 그러했다.


<난 이진회야. 만나서 반가워.>

<난 여령환이다. 남자 중의 남자지.>

<···??>


떠오르는 것은, 먼 옛날의 추억.


무심코 웃음이 나오려는 얼굴을 애써 가다듬으며 상대의 반응을 기다렸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눈앞의 소녀와 친구가 될 수 있을 것이라 기다하며.


그러나 여령환은 고운 눈썹을 찌푸리며 이진회를 노려보았다.



"지랄. 수작 그만 부리고 꺼져라."

"뭐?"



화가 나기 보다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친하게 지냈던 소녀의 거부에 순간 머리가 새하얘진다.


소녀는 이진회에게서 시선을 거두고 다시 곯아떨어졌다. 잠시 그녀를 바라보던 이진회는 얼떨떨한 마음으로 자리를 옮겼다.

우울해지려는 자신을 애써 다독이며 빈자리를 찾던 와중, 한 소년과 눈이 마주친다.


"You can do it."


이 아이는 또 왜 이러는 걸까. 요즘 아이는 이해하기 너무 힘들다.

걷던 방향을 바꿔 다른 빈자리를 찾아 앉는다.

기묘하게도 방금의 소년, 소녀와 함께 삼각형을 이루는 배치였다.


'어째서 여령환은 나에게 그런 반응을 보인 거지?'


입학시험날에 싸워서? 하지만 그거라면 오히려 자신이 항의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진회였다.

기껏 '그 녀석'과 말썽이 생기려는걸 사전에 막아줬건만.


'내 행동으로 뭔가가 바뀐건가? 또 다른 회귀자의 수작··· 일리는 아무래도 없겠지.'


이해할 수는 없지만, 회귀 전과 바뀐 자신의 어떤 행동이 그녀를 자극한 모양이다.


'회귀 전과 지금의 차이는 뭐지? 모르겠어.'


물론 30여년의 경험이 더 쌓이기는 했다.

자신뿐만 아니라 주변의 환경도 완전히 바뀌었다.

첫만남의 상황도 회귀 전과는 다르다.


그렇지만 딱히 자신에게 적의를 보낼 정도는 아니지 않은가?



'물론 그 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달라. 경험과 지식의 양이······ 아. 그런건가.'



회귀 전의 이진회는 여령환을 모른다.

그렇기에 그들의 만남은 우연에서 시작했고, 여러 사건들을 통해 천천히 우정을 쌓아왔다.


그러나 지금의 이진회는 다르다.

그는 여령환을 알고 있었고, 자기 멋대로 그녀에게 우정을 느끼고 있다.


예민한 그녀라면 이진회의 그런 감정을 간파했을지도 모르지.

처음 보는 사람이 자신을 알고 있다. 그런 주제에 우연한 첫만남을 가장하여 접근해온다.

명문가에서 자라온 그녀에겐 익숙하면서도 불쾌한 일일 것이다.


'이건 내 실수다.'


무심코 회귀 전의 기억과 지식에 의존해버렸다.

지금의 그녀에게 자신은 생면부지의 타인일텐데.


'그래. 정말로 다 사라진거야.'


쌓아온 힘도, 재산도, 그리고 인연도.

모든게 한순간에 사라져 버렸다.


'그래도 상관없어. 새로운 기회가 주어졌으니까.'


모든걸 새롭게 다시 시작한다. 그리 정하지 않았는가.


'이번에는 잘못하지 않겠다.'


교실의 문을 열고 들어온 노인을 보며 그리 결심한다.



**



드르륵.

그 소리에 처음 반응한 것은 정확히 세 명 뿐이었다.



회귀 전의 경험으로 주변 소리에 예민해진 이진회.


아무 생각 없이 멍때리다 우연히 눈을 돌린 함우빈.


그리고 기척이 없는 것에 역으로 반응한 여령환.



그런 그들이 대견한 듯 슬쩍 미소지은 강태환은 뚜벅뚜벅 강단으로 걸어갔다.

강태환이 강단에 서고 나서야 학생들은 하나둘씩 그의 존재들 깨닫기 시작한다.

그들의 반응이 둔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그가 교실에 들어온 걸 사전에 파악한 셋이 이상한 것이다.



강태환의 기척은, 입학시험 때의 그것이 거짓말처럼 느껴질 정도로 고요했다.



살아가는 모든 것은 생명력을 지닌다.

그것은 다시 말해, 모든 생명체는 오러를 지닌다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그리고 오러는 체온처럼 일종의 파장을 발생시킨다.


즉, 살아있는 이상 ――그것을 느낄 수 있는지는 별개로 치더라도―― 오러의 파장을 가져야 정상이었다.


그러나 지금 눈앞의 강태환에게선 그 어떤 오러의 파장도 느낄 수 없었다.


압도적인 존재감은 사라지고, 지나가는 길가의 행인 마냥 흐릿하기만 하다.

맨얼굴을 들어내고 길가를 걸어가도 아무도 반응하지 않던 것은 딱히 그의 근황 사진이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만은 아니었던 것이다.



"안녕하십니까, 학생 여러분. 강태환입니다."



강태환은 눈앞의 학생들을 바라보며 푸근히 미소지었다.


모두가 그의 소중한 학생들이다. 그러나 몇몇 학생들이 눈에 더 띄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예를 들어, 자신의 등장을 누구보다 빨리 눈치챈 세명의 소년소녀들이라던가.


그 중 군계일학은 아름다운 미모를 가진 소녀였다.


붉은 머리카락를 포니테일로 올린 소녀는 사나운 미소를 지은 채 강태환을 바라보고 있었다.

척 봐도 강렬한 호승심이 느껴진다.

이렇게 대놓고 시비를 걸리는건 오랜만이라 허허 웃음이 나왔다.



"이 학교의 교장이며, 또한 당분간 여러분의 기공 수업을 담당하고 있지요."



개인적으로 만났다면 몇 수 교환해줘도 괜찮았겠지만, 아쉽게도 지금은 수업 시간이다.

강태환은 자신의 업무에 집중했다.



"사전에 공지했다시피 원래 오전에는 국영수 비디오 강의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저희 학교의 미숙함으로 학생 여러분께 제대로된 교사를 주선하지 못한 점,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강태환은 허리를 꾸벅 숙이며 자신보다 반백년은 어린 학생들에게 사과했다.



"지금 저희 교사진과 정부는 이 상황을 굉장히 심각하게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철저한 의논과 선별을 통해 여러분께 최선의 교육을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잘못한 일을 사죄하는데 연배나 직급 따위는 아무래도 상관없다. 어른들의 사정 때문에 아이들이 피해를 보는 이 상황이 답답하기만 할 뿐이었다.

잠시 그 상태로 있다가 허리를 올린 강태환이 충격에 빠져있는 학생들에게 입을 열었다.



"오늘은 첫날이니 만큼 비디오 수업은 하지 않겠습니다. 대신 제가 맡은 기공에 대해 간단한 설명을 하도록 하지요."



강태환은 재능이나 실력 위주로 학생들을 뽑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중학교 졸업까지 별다른 훈련을 받지 않은 학생들이 몇몇 포함되어 있었다.

함우빈도 그런 예시 중 하나였다.



"기공. 오러를 다루는 공부의 총칭입니다. 그럼 이 기공은 언제부터 존재했을까요?"



강태환이 학생들을 돌아보았으나 딱히 손을 드는 우등생은 없었다. 살짝 낙심한 마음을 숨긴 채 그는 설명을 이어나갔다.



"오러는 생명 에너지. 즉, 아주 먼 태초의 시대부터 우리들과 함께해온 힘입니다. 하지만 문명이 발전하면서 기공의 전수는 끊기게 됩니다."



전설 속의 영웅이나 역사 속의 몇몇 위인들이 그 업적을 달성하기 위해 사용했다고 여겨지는 힘.

그러나 그것을 수련하기 위해서는 무척이나 혹독한 수련이 필수적이다. 자칫 잘못하면 평생의 장애를 남기거나, 심지어 죽을 수도 있다.


원초적인 생명의 힘을 다루는 공부는 인류에게 잠재된 야만성의 상징이나 다름없다. 문명이 발전하고 삶의 질이 올라가면서 자연스레 사라질 수 밖에 없던 기술인 것이다.



"그러나 게이트가 열리고 그 안에서 마나가 흘러나오기 시작했습니다. 태초부터 지금까지. 생명의 진화에 전혀 존재하지 않던 요소가 개입되기 시작한 겁니다."



미지의 힘에 민감하게 반응한 생명력은 자신의 잠재력을 깨워내기 시작했다.

이계침식 이후 인류가 수월하게 오러를 각성할 수 있던 이유이다.


옛날이었다면 광기어린 수련이나 임사 체험을 통해서나 얻을 수 있던 힘.

오러의 존재를 발견한 인류는 21세기 과학과 게이트에서 얻은 지식을 십분 활용해 새로운 공부를 성립시켰다.


그것이 현대 기공의 시작이다.



"미리 말씀드리겠지만, 여러분은 충분한 연구와 데이터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현대 기공을 배울 것입니다. 1세대 때 실전에서 주먹구구식으로 만들어진 근대 기공은 너무 불안정하니까요."



불안정하다고 할까, 수련 방법이 야만적인게 근대 기공의 특징이다.

자칫 잘못하면 심각한 부작용이 생길 수 있는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



"물론, 사전에 가전무공을 배우거나 스승에게 사사했다면 아카데미는 상관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안전성을 위해 저에게 확인을 받으셔야 합니다."



마지막 말을 하는 강태환은 시선은 여령환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그녀는 씨익 웃을 뿐이었다.



"오러는 신체능력을 강화합니다. 가장 기본적이고, 그렇기에 중요하지요. 설령 기관총이나 마법을 쓴다고 해서 오러를 쓰지 말라는 법은 없습니다. 나와 적이 둘 다 총을 쓴다는 전제 하에, 만약 내가 오러를 쓸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요?"



높은 벽을 타고 올라가 저격하거나, 빠르게 이곳저곳 이동하며 총알을 난사하거나.

아니면 총의 반동을 무시하고 정확학 사격을 펼칠 수도 있다.



"여러분이 마법사, 혹은 초능력자를 지망한다고 해도 오러의 공부는 필수적입니다. 신체능력이 높으면 그것만으로도 할 수 있는게 많아지니까요. 그리고 몸을 움직이는건 의외로 재밌답니다."



강태환은 너스레를 떨고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처음 그가 교실에 들어왔을 때보다 분위기가 풀어진 것 같았다.



"그럼 기초 설명은 여기까지. 무언가 질문 있습니까? 수업에 관련된 질문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그 말 직후 대부분의 학생들이 손을 들어올렸다.

오히려 강태환이 당황할 정도였다.



"A급 헌터는 얼마나 강한가요?"


"흐음···"



상당히 설명하기 애매한 질문이었다.

기공, 마법, 특성 마다 랭크를 분류하는 기준이 달랐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기공사를 기준으로 한다면···



"헐크나 토르 정도―――"


"네? 그게 뭐예요?"


"···그쪽은 마도연 교감 선생님이 다음 시간에 더 자세히 설명해줄 겁니다."



요즘 아이들은 그 전설적인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모른다는 사실에 살짝 시무룩해진 강태환이었다.

분명 30년 전까지는 명절마다 TV에서 틀어줬건만.

나름 회심의 농담이었지만 그것을 이해시키기에는 세대 차이의 벽이 너무 높았다.



"고대 기공을 사용했다고 추정되는 인물은 누구누구가 있나요?"


"그 유명한 항우나 리처드 1세가 있겠군요. 제대로된 사료가 없어서 아직도 연구 중입니다만."


"가장 잘 쓰시는 무기는 뭐예요? 랜스도 쓰셨다는 말이 있던데."


"···뭐, 이것저것 잘 다루는 편이지요."



가끔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이 날아오고는 했지만 가볍게 넘길 수 있었다.

올려진 손이 하나둘씩 내려가 질문들이 바닥날 무렵.


한 소녀가 손을 들어올렸다.


"네, 거기 여령환 학생."


새하얀 피부. 뚜렷한 이목구비. 비단같은 머릿결. 맑은 눈동자.

그리고 그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사나운 미소를 지으며.

그녀는 물었다.



"선생님은 얼마나 강한가요?"



언뜻 듣기에는 그저 아무런 사심없는 순수한 질문으로도 들릴 수 있는 말.

예의바른 목소리가 그 착각에 박차를 가한다.

그러나 그녀가 내뿜는 기파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궁금합니까?"


"네."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들려오는 대답.


강태환은 그녀와 마주보며 입가에 호선을 그렸다.



"그럼 시험해 보겠습니까?"



여령환은 다시 대답했다.



"네."


작가의말


mcu는 주인공의 틀딱력을 독자들에게 이입시키기 위한 장치...는 아니고 트레일러보고 느낌 팍 와서 써봤습니다

여령환이 주인공에게 예의바른건 강태환의 상남자스러움을 느꼈기 때문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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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현장학습 (3) +48 21.02.18 2,038 105 15쪽
37 현장학습 (2) +19 21.02.17 1,447 89 12쪽
36 현장학습 (1) +35 21.02.02 1,936 126 11쪽
35 개인교습 (4) +34 21.02.01 1,873 127 9쪽
34 개인교습 (3) +29 21.01.23 2,318 141 10쪽
33 개인교습 (2) +9 21.01.23 1,863 113 9쪽
32 개인교습 (1) +58 21.01.19 2,474 165 11쪽
31 무기 선택 (2) +20 21.01.17 2,528 137 10쪽
30 무기 선택 (1) +30 21.01.11 2,840 159 13쪽
29 달리기 수업 (2) +36 21.01.10 3,060 184 14쪽
28 달리기 수업 (1) +26 21.01.09 3,187 165 13쪽
27 회의 +35 21.01.05 3,606 194 13쪽
26 마음이 싱숭생숭해지는 날 (3) +33 21.01.04 3,616 237 11쪽
25 마음이 싱숭생숭해지는 날 (2) +15 21.01.04 3,736 191 13쪽
24 마음이 싱숭생숭해지는 날 (1) +48 21.01.01 4,421 262 11쪽
23 첫 수업 (5) +43 20.12.31 4,460 247 11쪽
22 첫 수업 (4) +46 20.12.30 4,594 253 14쪽
» 첫 수업 (3) +39 20.12.28 5,052 268 13쪽
20 첫 수업 (2) +25 20.12.27 5,074 256 9쪽
19 첫 수업 (1) +23 20.12.26 5,286 238 10쪽
18 징조 (2) +43 20.12.23 5,857 271 15쪽
17 징조 (1) +44 20.12.22 6,010 329 9쪽
16 입학시험 (6) +86 20.12.20 6,141 355 13쪽
15 입학시험 (5) +26 20.12.17 5,716 291 8쪽
14 입학시험 (4) +24 20.12.17 5,693 276 9쪽
13 입학시험 (3) (+수정) +14 20.12.17 5,878 269 8쪽
12 입학시험 (2) +16 20.12.13 5,818 279 8쪽
11 입학시험 (1) +16 20.12.13 6,152 26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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