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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뚤루 님의 서재입니다.

헌터 아카데미의 교장이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끄뚤루
작품등록일 :
2020.12.05 03:27
최근연재일 :
2021.02.18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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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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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3,136

작성
20.12.17 2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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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9쪽

입학시험 (4)

DUMMY

이진회는 얼얼한 얼굴을 부여잡으며 투덜거렸다.



'거 성격은 그대로네.'



회귀 전에도 여령환은 지랄같은 성격으로 유명하랬다.

그다지 큰 접점은 없었지만 사내같은 성격으로 학우들을 휘어잡고는 했었다.



'앞으로는 조심해야 겠어.'



그리 큰 부상도 아니었고, 자신과 나란히 처맞은 학생이 선처해준 덕분에 여령환이 입학시험을 못 보는 일은 피했다. 그렇지만 자칫 잘못했으면 여령환이 아카데미에 입학하지 못하고 미래가 바뀌는 일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40대 D급 헌터 이진회가 갓 중학교를 졸업한 16살 이진회로 회귀한게 겨우 몇 시간 전이다.

혼란스럽지 않다면 거짓말일테지.

그래도 자신의 헛짓거리 때문에 미래가 엉망이 되는 일은 피하고 싶었다.



'그래도 좀처럼 진정하기 힘든데. 몸이 젊어서 그런지 흥분이 멈추질 않아.'



뭐가 어찌 되었던 간에 자신에게 새로운 기회가 주어졌지 않는가.

회귀 전의 마인드로 움직여서는 안 된다.

더 치밀하고 계산적으로 움직여야만 했다. 회귀 전의 이진회는 그러지 못해서 실패했다.



'이번에는 달라. 나는, 대한민국 최고의 헌터가 된다.'



그리고 부와 명예를 움켜쥐겠다.

다른 학생들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밑바닥에서 헌터질을 하며 쌓아온 경험은 이진회를 강하게 만들었다.


이미 스타트 라인부터가 달랐다. 이진회는 자신이 다른 사람들보다 월등히 앞서가고 있다는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한 쪽 팔만 가지고 밑바닥을 전전해가며 실전 경험을 쌓아온 이진회였다. 그 무수한 경험과 미래의 지식을 가지고 평범한 헌터로 끝난다면 그거야말로 병신이다.



자신을 향하던 싸늘한 눈초리와 조롱.

지나가는 벌레라도 보는 듯한 무관심.

무구 정비를 위해 갈수록 줄어드는 통장의 잔금.

배고픔을 애써 무시하고 괴수를 잡던 나날.



그리고 허전한 팔.



더 이상 참지 않겠다.

이제는 나만을 위해 살겠다.

그리 결심했다.


그리고 그 결의에 대한 첫걸음으로, 입학시험 수석의 자리를 따낼 작정이었다.


그는 입학시험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전부 기억하고 있었다. 회귀 전의 지식과 약간의 야바위를 사용하면 수석 입학도 불가능은 아니다.


게다가, 비록 회귀 전의 능력을 잃어버렸다고 하더라도 이제 막 고등학교에 입학하는 애송이들에게 쉽게 질 리가 없었다. 지금까지 쌓아온 경험치의 총량이 다르다. 설령 상대가 아무리 천재라도 쉽게 승리를 양보하지는 않으리라.



'그나저나·········'



이진회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기분 탓일까? 입학시험을 보러 온 수험생들이 회귀 전 보다 훨씬 많아진 것 같았다.


국내 최초의 헌터 아카데미라 이목이 집중된건 당연하다. 당시의 뉴스에서도 응시생이 1000명을 돌파했다고 화제가 되었던걸로 기억한다.

그렇지만 주변을 얼핏 둘러봐도 3배를 가뿐히 넘는 사람들이 산을 오르고 있었다.


입학시험을 응시하기 위해 찾아온 학생들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가족들과 함께 관광이라도 온듯한 구경꾼들이 절반 쯤은 되었다. 중간중간에 카메라와 마이크를 든 기자들이 보인다.



끝없이 이어지는 행렬이 산 중턱의 아카데미로 향하고 있다.



뇌명산.

이계침식의 여파로 인천국제공항을 비롯한 영종도의 80%를 집어삼키고 솟아오른 산맥.

그 중 가장 높은 비룡봉의 중턱에 위치한 헌터 아카데미.


뾰족한 산봉우리를 깍아만든 땅 위에 세워졌다 하면 얼핏 좁은 공간이 연상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결코 그렇지 않았다.

계단을 오르자 가장 먼저 마주하는 운동장은 비행기 활주로처럼 넓었고, 그 뒤에 우뚝 세워진 본관의 크기도 만만치 않다.



이진회는 오랜만에 보는 모교의 모습에 흔들리는 마음을 애써 다잡았다.



처음 이 곳에 발을 내딛었을 때 느꼈던 벅찬 감동은 더이상 느껴지지 않는다.

팔이 잘리고, 학교에서 쫓겨나듯 자퇴했을 때가 떠오른다.


분노와 원망.

아무도 자신의 등을 잡아주지 않는다는 것에 얼마나 원망했던가.

괜한 미련을 떠오르게 만드는 주위 풍광은 또 어떻고.

아카데미를 떠나는 초라한 자신을 부각시키는 이 넓디 넓은 운동장이 그토록 원망스러웠던 적이 또 없었다.



이제는 다르다.



설령 아카데미를 떠난다 할지라도.

뒤에서 무릎꿇고 소매를 잡으며 애원하도록 만들겠다.



그러기 위해 입학시험이 이루어지는 체육관으로―――



[아. 아. 입학시험은 운동장에서 진행됩니다. 응시생 여려분은 안내원들의 안내를 따라 이동해주세요. 다시 한 번―――]



"어?"



스피커에서 들려오는 안내방송에 이진회의 몸이 굳어진다.

찬물이 끼얹어진 기분이었다.



회귀 전의 이진회는 40대 아재였다.

세월의 흐름에 풍화된 기억들은 결코 적지 않다. 왠만큼 인상적인 일이 아니면 정확성이 떨어지는 가물가물한 기억들 뿐이다.



그렇지만, 당시 입학시험이 어떻게 돌아갔는지는 확실히 기억했다.



사방에서 덮쳐오는 함정.

간간히 공격해오는 인형들.

수많은 기믹.

추리력을 요구하는 수수께끼.

숨겨진 지름길.


이 모든 것은 제 1 체육관에서 이루어졌다.

애초에 그 밖에 입학시험을 치룰만한 공간이 없었다. 제 2, 제 3 체육관들은 순수한 육체단련을 위한 설비들로 가득하니까.



'미래가 바뀌었다? 나비효과? 하지만···!'



이진회가 눈을 뜬 것은 오늘 아침.

나비효과고 뭐고 일어날 리가 없다.



이진회는 재빨리 손목의 워치를 작동시켜 입학시험 안내문을 확인했다.

날짜와 시간. 모든 것이 똑같다.


단, 위치.


그것만이 다르다.



'회귀가 아니라 평행세계 이동이었나? 아니. 달라!'



그 생각을 왜 못해봤겠나.

정신을 차린 뒤 이곳으로 오는 내내 확인했던게 역사 교과서다. 쓸데없이 년도와 날짜까지 기억하게 했던 주입식 교육이 여기서 빛을 발휘했다.

그리고 이진회는 실기 재능이 부족한 만큼 필기로 때워야만 했었다.



'역사 교과서는 회귀 전과 그대로야. 과거는··· 적어도 평행세계라고 불릴 정도로는 바뀌지 않았어.'



비록 문장 하나하나까지는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중요한 사건들은 변하지 않았다.

고작 몇 개월 전에 분기한 평행세계일 가능성도 있겠지만, 그건 너무 형편 좋다. 그러니 이진회는 다른 가능성을 염두해야만 했다.



'다른 회귀자가 있는거야! 나보다 먼저 회귀한, 누군가가!'



이진회는 얼른 요 몇 주간의 뉴스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상황을 쉽게 정리한 기사가 있었으니까.



'아카데미 게이트?! 아니. 침식이 아니라 뇌물수수 게이트를 말하는 거구나.'



부동산. 정치. 길드.

참 많이도 엮였다.

모든 인과를 정확히 확인하려면 오늘밤을 새야만 할 것 같았다.



'그래도 이건 확실해. 제2의 회귀자는, 나보다 더 높은 위치에 있다!'



이만한 사건을 일으켰지만 대한민국 누구도 그 배후에 대해 의심하지 않고있다.

뇌물게이트를 먼저 발표한 기자와 방송사가 영웅 취급을 받으며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지만, 결국 꼭두각시에 불과할 것이다.

제2의 회귀자는 대중의 눈에서 철저히 숨은 채 나라를 뒤흔들었다.

그 은밀함, 보통이 아니다.

어쩌면 집단일지도 모른다.

두번째 회귀자가 있다면 세번째, 네번째가 있어도 이상하지 않으니까.


이번 뇌물 사건은 회귀 전에도 분명 있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알려지지 않았다.

어둠 속에 묻혀버렸다.

그런 정보에 닿을 수 있던 인물. 한낱 D급 헌터였던 이진회로서는 상상하기도 어렵다.

이제와서 그것을 꺼낸 이유가 무엇일까?

미래를 자신의 입맛대로 바꾸기 위해? 다른 음모가 더 숨어있나?


알 수 없다.


누군가가 방아쇠를 당겼다.

그리고 그가 누군지 아무도 모른다.


모든 정보를 꿰찬 채 뒤에서 움직이고 있겠지.

D급 헌터로는 닿을 수 없는 정보에 접속할 수 있는 위치. 모르긴 몰라도 회귀 전에 꽤 높은 사람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그래. 마치·········'



저 높은 곳에서, 모든 것을 내려다보던 사람.



**



함우빈은 당황하고 있다.



"개꿀."



어쩌면 기뻐하고 있다고 말해야 할지도 모른다.

얼얼한 뺨을 어루만지며 함우빈은 지난 몇 개월간의 사태를 회상했다.

조그만한 날개짓이 태풍을 불러왔다.



'이야. 여기까지 비틀릴줄은 몰랐는데.'



개꿀이네.


작가의말


참고로 함우빈(빙의자)은 갓태창을 사용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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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개인교습 (1) +58 21.01.19 2,474 165 11쪽
31 무기 선택 (2) +20 21.01.17 2,528 137 10쪽
30 무기 선택 (1) +30 21.01.11 2,840 159 13쪽
29 달리기 수업 (2) +36 21.01.10 3,060 184 14쪽
28 달리기 수업 (1) +26 21.01.09 3,187 165 13쪽
27 회의 +35 21.01.05 3,606 194 13쪽
26 마음이 싱숭생숭해지는 날 (3) +33 21.01.04 3,616 237 11쪽
25 마음이 싱숭생숭해지는 날 (2) +15 21.01.04 3,736 191 13쪽
24 마음이 싱숭생숭해지는 날 (1) +48 21.01.01 4,422 262 11쪽
23 첫 수업 (5) +43 20.12.31 4,460 247 11쪽
22 첫 수업 (4) +46 20.12.30 4,594 253 14쪽
21 첫 수업 (3) +39 20.12.28 5,052 268 13쪽
20 첫 수업 (2) +25 20.12.27 5,074 256 9쪽
19 첫 수업 (1) +23 20.12.26 5,286 238 10쪽
18 징조 (2) +43 20.12.23 5,857 271 15쪽
17 징조 (1) +44 20.12.22 6,011 329 9쪽
16 입학시험 (6) +86 20.12.20 6,141 355 13쪽
15 입학시험 (5) +26 20.12.17 5,716 291 8쪽
» 입학시험 (4) +24 20.12.17 5,694 276 9쪽
13 입학시험 (3) (+수정) +14 20.12.17 5,878 269 8쪽
12 입학시험 (2) +16 20.12.13 5,818 279 8쪽
11 입학시험 (1) +16 20.12.13 6,152 26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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