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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뚤루 님의 서재입니다.

헌터 아카데미의 교장이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끄뚤루
작품등록일 :
2020.12.05 03:27
최근연재일 :
2021.02.18 08:28
연재수 :
3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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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7,492
추천수 :
9,210
글자수 :
183,136

작성
20.12.17 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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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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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8쪽

입학시험 (5)

DUMMY

정해진 안내에 따라 움직이는 입학시험 응시생들로 이루어진 군중 속.

빙의자는 웃는다.



'운이 좋군.'



앞서 움직이는 학생들의 뒷통수를 바라보며 함우빈은 그리 생각했다.


그저 될 대로 되라는 심정으로 막 던진 한 수가 체크메이트가 되어버린 상황. 솔직히 일이 너무 커져서 오히려 겁이 들기 시작한다.



'이 학교의 원래 교장은··· 마인과 연결되어 있었지.'



마인.


마나에 적응해 특성이라 불리는 초능력을 얻은 각성자들과는 달리, 스스로를 한계 이상으로 마나에 오염시켜 힘을 얻은 자들을 말한다.

단순히 마나를 많이 쐰다고 오염될 수 있는게 아니다.

애초에 오염이라는 단어도 부적절할테지.

마나는 그런 식으로 작용하지 않는다.

스스로 몸을 바치겠다는 의지가 없다면 마나는 움직이지 않는다.


오염되는 방법은 여러가지.


괴수의 세포를 몸에 이식하거나, 사악한 의식을 행하면 마인으로 탈바꿈될 수 있다.

그런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힘을 얻었으니 정신이 멀쩡할 리가 없다.



즉, 마인이란 힘을 추구하기 위해 인간성을 버린 후천적 쾌락살인마다.



이 세계의 원작 ――이라고 함우빈이 생각하는―― 웹소설 <헌터 아카데미의 학생이 되었다>에서 아카데미의 교장은 학생들을 제물로 바쳐 젊음과 힘을 손에 넣으려는 음모를 꾸민다.

그리고 그 사건을 기점으로 스토리는 점점 아카데미의 범주를 벗어난다.

즉, 일종의 관문 역할을 하는 중간보스.


그런 상대의 사악한 계략에 순순히 어울려줄 정도로 함우빈은 착하지 않았다.



원작? 억지력? 알게뭐야.



되면 좋고. 아니면 마는거고.

그런 생각으로, 원작에서 묘사된 설정들을 적극적으로 이용했다.

소설의 주인공이 교장을 조사하며 단서를 찾던 중 발견한 뒷거래, 그리고 그와 엮인 비리 정치인들.

그것들을 모두 기자에게 고발한 것이다.



물론 혹시 모를 추격을 대비하여 빈틈없는 준비를 마쳤다. 정체를 철저히 감추고, 설령 꼬리를 잡히더라도 빠져나갈 대책을 치밀하게 세워두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익명의 고발자를 눈치챈 자들이 근처까지 수색망이 펼쳐왔다.

얼마나 식겁했던가.

마인들을 얕본 대가였다.



'게다가 마인 뿐만 아니라 언론과 경찰, 국정원이 뒤섞인 카오스였지.'



소설로 쓴다면 1권 분량은 가뿐히 나올 심리전과 추격전 끝에 간신히 의심선상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어떻게 빠져나올 수 있었느냐고 묻는다면··· 말 그대로 운이 좋았다고 해야할테지.

지략대결이라기 보다는 도박에 가까웠다.


그리고, 그 도박의 결과도 최상이다.


이 이상 운이 좋을 수 있는걸까?



'설마 그 남자가 나올 줄이야.'



솔직히 뉴스에서 듣기 전까지는 이름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는 사내였다.


작중에서의 역할은, 주인공을 제자로 삼으려다 거절당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구처럼 계속 내어주는 조연 1.

여러 소설을 보다보면 꼭 한번 쯤 나오는 엑스트라와 동료 캐릭터 사이의 어중간한 무언가.



그것이 강태환.



분명 강하다.

아마 대한민국에서 가장 강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원작에서 그보다 더 강하다고 묘사되는 한국인 캐릭터는 없었으니까.

그렇지만 그건 결국 국내에 한정된 이야기로, 세계 레벨에서 보면 그리 특출난 것도 아니다.



'6명의 S급 헌터들은 물론이고, 음지에 숨어든 강자들을 포함하면······ 100위권 안에 간신히 드는 정도가 아닐까?'



다른건 둘째치고 무엇보다 나이가 문제였다.

벌서 70대. 너무 늙었다.

이건 빼도박도 못하고 그냥 노약자 할아버지가 아닌가.

전성기에는 어땠을지 몰라도, 지금은 그저 퇴물이 되어버린 전직 영웅.

그것이 함우빈의 견해였다.



'작중 묘사로는 헌터계의 살아있는 전설이라고 빨아줬지만, 결국 이름값도 별로 못했고.'



중요한 순간에 없다거나, 주인공에게 호구처럼 퍼준다거나.

애초에 전설이라고까지 불리는 이유를 모르겠다.

그저 1세대부터 활약해왔기 때문일까? 그렇다고 전설이라 불리는건 오버라고 함우빈은 생각했다.



'뭐, 흔한 국뽕이 섞인걸지도 모르지만.'



빙의한 후부터, 함우빈에게 이 세계는 그저 책 속의 이야기가 아니라 진짜 세계가 되었다.

모두가 각자의 의지를 가지고 살아가는 세계.


이리 말하면 듣기 좋아보이지만, 반대로 현실 보정이 듬뿍 끼얹어진 상태라는 뜻이다. 전설이니 뭐니 빨아주는데에는 의외로 현실적인 이유가 엮였을지도 모른다.



'일본이나 중국과의 경쟁심리라던가.'



이것저것 잡생각을 하며 정해진 위치에서 기다리던 도중, 갑자기 사방이 고요해졌다.



저벅. 저벅.



발소리가 울린다.


희안한 일이었다.


지금 함우빈을 비롯한 응시생들과 기타 구경꾼들이 있는 곳은 탁 트인 운동장이다.

발소리가 이리 크게 울려퍼질 이유가 없다.


함우빈은 재빨리 주변을 둘러보았다.

옆에서 나란히 서있던 다른 응시생들도, 그리고 저 멀리 분리된 채 사진이나 찍던 기자나 구경꾼들도, 모두 한 곳을 바라보고 있다.

자신만의 환청이 아니다.

함우빈은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리 멀지 않다.



운동장과 아카데미 본채의 경계.

아침조회가 사라진 지금, 시대착오적으로까지 보이는 조회대의 위.



한 남자가 있다.



어깨까지 내려온 눈처럼 하얗게 새어버린 머리는 마치 백사자의 갈기를 연상시킨다.

구렛나루부터 내려와 턱과 인중을 덮은 반듯한 수염도 희게 물들어있다. 검푸른 양복을 입어서인지 하얀 머리카락이 더 눈에 띈다.


언뜻 보면 풍부한 교양을 갖춘 노신사처럼 보인다. 유명한 모델 출신의 연예인이 나이를 곱게 먹으면 저러할까?

사람들의 시선을 한번에 모으는 무언가가 있다.



'단순히 외모 때문만은 아니야.'



멀리 떨어졌음에도 바로 앞에 서있는듯한 존재감.

키는 180, 아니 2미터를 넘을까.

단아한 빛깔을 뽐내는 양복으로도 차마 숨길 수 없는 폭력적인 힘이 느껴진다.


자신의 종아리보다 굵어보이는 팔뚝.

철판처럼 단단하보이는 가슴팍.

어깨와 쇄골을 두텁게 덮는 단단한 목근육.

나이를 먹음에도 근육은 쇠하지 않고 전성기의 힘을 간직하고 있다. 마음만 먹는다면 당장이라도 자신의 머리를 계란마냥 부셔버릴 수 있다는 것을 금방 깨달았다.

지적인 외모와는 완전히 반대되는 체형인데, 이상하게 어색하지가 않다.



'미친! 묘사가 잘못됐잖아!'



평범한 옆집 할아버지처럼 느껴진다고?

개소리!

저런 할아버지가 옆집에 사는 동네는 대체 어떤 마경이란 말인가.



"아. 아."



조회대 위. 단상 앞에 선 강태환이 목을 가다듬는다.



"안녕하십니까. 강태환입니다."



마치 마이크라도 사용하고 있는 것처럼 그의 목소리가 크게 울려퍼졌다.

소리가 반사될 벽 따위는 없는 탁 트인 운동장임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송구스럽게도 이 국내 최초의 헌터 아카데미의 교장직을 맡게 되었습니다."



모두가 그를 바라보고 있다.

함우빈도 그를 올려다 보았다.


원작의 지식을 가진 함우빈도, 그렇지 않은 다른 사람들도, 깨닫는다.



"오늘 제 앞에 선 학생 여러분은 시험에 들게 됩니다. 가르침받을 학생들을 선별하는 것이지요. 이것에 대해 제 옆에 계신 마도연 교감선생님, 그리고 로렌스 학생부장 선생님과 많은 말을 나누었습니다. 어떤 학생들을 받아들이고, 어떤 학교를 만들어갈 것인가? 목표를 세웠습니다. 그리고 그에 가장 알맞는 시험을 생각해냈습니다."



말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찰나의 감정이었다.

그저 이해했다.



이 남자가 저 위에 선 순간부터, 미래가 바뀌었다.

저 사내는 능히 그럴 수 있는 남자다.



"결론을 말씀드리겠습니다. 먼 곳에서 찾아오신 분들께 죄송하지만, 입학시험은 30초 안에 끝내겠습니다."


작가의말


회귀빙의빨로 시험 날로먹기? 그런거 용납할 수 없어.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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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개인교습 (2) +9 21.01.23 1,863 113 9쪽
32 개인교습 (1) +58 21.01.19 2,474 165 11쪽
31 무기 선택 (2) +20 21.01.17 2,528 137 10쪽
30 무기 선택 (1) +30 21.01.11 2,841 159 13쪽
29 달리기 수업 (2) +36 21.01.10 3,060 184 14쪽
28 달리기 수업 (1) +26 21.01.09 3,188 165 13쪽
27 회의 +35 21.01.05 3,607 194 13쪽
26 마음이 싱숭생숭해지는 날 (3) +33 21.01.04 3,617 237 11쪽
25 마음이 싱숭생숭해지는 날 (2) +15 21.01.04 3,736 191 13쪽
24 마음이 싱숭생숭해지는 날 (1) +48 21.01.01 4,422 262 11쪽
23 첫 수업 (5) +43 20.12.31 4,461 247 11쪽
22 첫 수업 (4) +46 20.12.30 4,595 253 14쪽
21 첫 수업 (3) +39 20.12.28 5,052 268 13쪽
20 첫 수업 (2) +25 20.12.27 5,075 256 9쪽
19 첫 수업 (1) +23 20.12.26 5,286 238 10쪽
18 징조 (2) +43 20.12.23 5,857 271 15쪽
17 징조 (1) +44 20.12.22 6,011 329 9쪽
16 입학시험 (6) +86 20.12.20 6,142 355 13쪽
» 입학시험 (5) +26 20.12.17 5,717 291 8쪽
14 입학시험 (4) +24 20.12.17 5,694 276 9쪽
13 입학시험 (3) (+수정) +14 20.12.17 5,878 269 8쪽
12 입학시험 (2) +16 20.12.13 5,818 279 8쪽
11 입학시험 (1) +16 20.12.13 6,152 26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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