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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뚤루 님의 서재입니다.

헌터 아카데미의 교장이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끄뚤루
작품등록일 :
2020.12.05 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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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2.18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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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1.05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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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

DUMMY

첫 수업이 있고 벌써 자정이 넘은 시간.

학교 순찰과 장비 점검을 마친 강태환은 겨우겨우 교무실로 돌아올 수 있었다.


"오셨어요?"


교무실에 들어가자 자리에 앉아 서류를 작성하던 교감 마도연이 인사를 건네왔다.

학교는 크지만 선생은 셋밖에 없는 터라 여러 가지 일이 밀렸기 때문에 지금까지 일을 하고 있던 것이다.

여러 하청 업체에서 손을 빌리고 있지만 그것을 온전히 관리하고 통솔하는 것은 이 셋의 몫이었다.

거기다 학생들도 보살펴야 하니 도무지 쉴 틈이 없었다.


"특이사항은 있나?"


"별로요."


강태환이 로랜스를 바라보자 로랜스도 고개를 내저었다.

자신이 없는 사이 별다른 일이 없었다는 것을 확인한 강태환은 상석에 앉은 다음 다시 물었다.



"부탁한 것은 어찌 되었나?"


"말씀하신 세 학생들은 더 주의 깊게 살폈습니다."



로랜스가 컴퓨터를 조작하자 마치 종이 폴더책같은 홀로그램이 뜨더니, 그중 세 개의 종이가 떠올랐다

여령환, 함우빈, 그리고 이진회.

강태환이 예의주시하던 세 학생들의 프로필이었다.



"이 아이들이 교장 선생님이 말씀하신 아이들인가 보군요."


"예. 당장 저희들이 우선적으로 신경써야 하는 학생 목록입니다."



자신의 안경을 고쳐 쓰며 로랜스는 그리 말했다.

특성을 단기간에 전력으로, 그것도 여러 번 사용한 여파인지 그의 눈은 붉게 충혈되어 있었다.


특성이란 개인마다 천차만별이기에 개인적인 상담을 통해 계획을 짜고 그에 맞추어 단련하는 수밖에 없다.

그러기 위해 학생들을 '관찰'하여 기록해둔 것이다.

물론 관찰하는 것을 허락한 학생들에 한했다.

실제로 함우빈이나 김태양을 비롯해 몇몇 학생들의 특성란이 비어져 있었다.


자기 정보가 누군가에게 세밀히 알려진다는 게 부담스럽게 느껴진 것일까.

그것을 어떻게 하는 것이 로랜스에게 주어진 의무이다.



"확실히 여령환 양은 경악스럽더군요. 마공을 익힌 게 아닐까 순간 의심했습니다."


"···우선, 앞으로 학생들을 호칭할 때는 '양'이나 '군' 같은 수식어를 붙이지 않는걸로 하지. 대신 '학생'을 이름 끝에 붙여주게나. 개인의 성 정체성을 무시하고 성소수자를 차별하는 뜻이 될 수 있으니 말일세."


"네?"



마도연과 로랜스가 강태환을 황당한 눈빛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러나 여기에는 차마 다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깊고 심오한 이유가 있었다.

학생의 개인 프라이버시를 노출시킬 수는 없기에 온전히 강태환 홀로 안고 가야하는 십자가였다.



"그리고 오히려 내가 염려하는 것은 여령환 학생이 아니었네만. 뭐, 아무튼 자네가 괜찮다고 생각했다면 괜찮은 것이겠지."



로랜스의 특성은 <관찰안>

상대의 물리적인 정보를 확인하는 데 있어서는 강태환의 눈썰미보다 압도적으로 뛰어나다.


만약 로랜스가 이진회에게서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다면, 그걸로 좋다.

강태환이 우려했던 최악의 경우는 없을 듯했다.

이렇게 따로 조사를 했다는 것에 죄책감을 느끼면서도 안도의 한숨을 내뱉는 강태환이었다.



"여령환 학생이 그렇게 뛰어났나요?"



마법 수업에는 그다지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기에 여령환에게 별다른 것을 느끼지 못한 마도연이 물었다.



"자료 영상을 보내줬는데 아직 못 봤나?"


"바빠서 말이예요."


"그럼 제가 재생하겠습니다."



로랜스가 손짓으로 홀로그램을 조작하자 오늘 강태환의 수업을 기록한 영상이 떠올랐다.


원래 대련한 학생 마다 영상이 나뉘어져 있어야 했지만, 기계를 조작하는 데 어려움을 느낀 것인지 통째로 녹화한 듯 했다.

요즘 기계에는 취약한 면모를 보이는 강태한이었다.

대련 영상은 복습에 유용한 듯 보이니 나중에 편집하여 학생들에게 메일로 첨부해야겠다고 로랜스는 생각했다.

강태환에게 녹화 기계를 조작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영상을 빨리 감으며 대부분을 스킵하다가 거의 마지막쯤에 와서야 강태환과 여령환이 대련하는 부분을 찾아낼 수 있었다.


"························"


"························"


둘의 대련을 넋을 놓고 바라보는 마도연과 로랜스.

전공은 다를지언정 마도연은 실전에서 쌓은 경험으로, 로랜스는 관찰안으로 저 둘의 싸움이 얼마나 수준 높은지 실감했다.


단순히 학생으로 치부하기에는 너무나도 강하다.

당장 졸업시켜 현장에서 뛰게 해도 될 듯 싶었다.



"저 정도면 C급··· 아니, B급은 따놓은 당상이네요."


"저런 학생이 국내에 있었다니. 어디에서 사사한 거지요?"


"염왕(炎王)의 딸이네."


"천안의 염왕!"



둘은 허공에 떠있던 여령환의 프로필에 손을 뻗은 뒤 자신 쪽으로 끌어당겼다.

모션 센서가 두 교사의 움직임을 감지하고는 여령환의 자료를 복사하여 둘의 앞에 홀로그램으로 띄었다.



"여진생의 딸··· 이정도 일줄은 몰랐네요. 혁진이도 이 나이대에 저 정도는 아니었잖아요."


"싸우는 것보단 공부하는 걸 더 좋아했으니까."



혁진이란 강태환의 첫째 아들인 강혁진을 말한다.

아들 삼형제 중에서 전투에 관한 재능이 제일 높던 아이였다.

가장 수준이 낮은 셋째 강무진이 헌터가 되고 강혁진은 사업가가 되었다는 것이 아이러니한 일이었만.


여령환은 세기의 천재라고 불린 강혁진 보다도 더 뛰어난 재능을 보유한 듯 했다.



"특성은 <열혈>. 아버지인 여진생과 똑같네요."


"정신이 뜨겁고 격렬해질수록 심장박동이 증가하며 신체가 강화되는 능력. 강화계는 근접전에 유리해 보이지만, 능력의 트리거가 좀 불안합니다."



원래 협회에서는 <버서크> 혹은 <광폭화>로 이름지으려 했으나 A급 헌터의 권력으로 특성의 이름을 바꿨다는 후문이 있다.

특성이란 게 자기가 신청하는 것이라 명명(命名)에는 어느 정도 관대한 면이 있다.

A급이라면 말할 것도 없으리라.

정신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계열도 아니라서 이름을 바꾸는 것은 무척 쉬웠다.



"아버지랑 같은 장비를 맞추면 압도적인 화력으로 커버할 수 있으니 괜찮지 않을까요."


"그렇다면야 뭐···"



염왕의 <피닉스 시리즈>는 방어력이 전무한 대신 전의(戰意)가 남아있으면 불사조같은 재생력과 불꽃을 제공하는 A급 아티펙트.

여진생은 그 피닉스 시리즈를 더욱 개조하여 재생력을 포기하는 대신 압도적인 화력을 얻었다.

이름하여 <피닉스 시리즈 베타>.

여러모로 본인의 특성과 환상의 궁합을 자랑하는 아이템이 아닐 수 없다

여령환이 그 장비를 이어받는다면 아버지 못지않은 활약을 펼칠 수 있으리라.



"으흠."



마도연과 로랜스가 여령환을 평가하는 와중, 강태환은 오늘 그녀와 했던 대련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그녀와 검을 마주하던 도중 느꼈던 뜨거운 열기.

순간 아티펙트가 아닐까 생각했지만, 상대가 아이템을 사용하는지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어수룩한 눈썰미가 아니다.

그래서 그녀의 특성이 아닐까 싶었지만, 로랜스의 보고에 의하면 그녀의 특성은 아버지로부터 유전된 <열혈>.


그렇다면 그때 느꼈단 열기는 무엇일까?


특성은 아니었다. 마법은 더더욱 아니었다.

그것은 기공을 닮아 있었으나, 그가 아는 이치에서 벗어나 있었다.

강태환 정도가 아니었다면 놓쳤을지도 모르는 묘한 비틀림.

다른 사람이었다면 아이템이나 특성으로 오해했을지도 모르겠다.


'설며 마나공명?'


오러와 마나를 공명시켜 더 큰 파괴력을 낸다는 이론.

이 이론을 완성하면 C급 헌터도 A급 헌터의 파괴력을 낼 수 있다고 하지만, 아직 연구 중인 허상의 이론에 불과했다.


'나중에 이야기를 나눠볼 필요가 있겠군.'


화면 속 프로필의 사진을 보며 그리 다짐하는 강태환이었다.



"함우빈 학생은 어떤가요? 이 아이도 여령환 학생이랑 같은 경우인가요?"


"아니요. 함우빈 학생은 정반대입니다. 아무래도 정식으로 수련한지 1년도 채 되지 않은 것 같아서 다른 반 아이들보다 실력이 떨어집니다."


"집중적으로 케어해줄 필요가 있다는 거군요."



이번에는 함우빈의 프로필을 살펴보던 마도연의 고개가 살짝 기울어졌다.



"함우빈 학생의 특성란은 비어있네요. 특성이 없는 건가요?"


"아뇨. 본인이 자신의 특성을 밝히기 싫다고 해서 그쪽은 아예 관찰하지 않았습니다. 프라이버시를 중요시하라는 교장 선생님의 말씀도 있었으니."



여러 학생들을 연속으로 관찰하여 피로하던 차였으니 특성의 유무도 확인하지 않고 넘겼다고는 결코 말하지 않는 로랜스였다.

사회인의 처세라는 것이다.



"···희안한 경우네요. 무언가 안좋은 패널티라도 있는 걸까요?"



로랜스는 어깨를 으쓱하며 별달리 의심하지 않는 투로 대답했다.



"김태양 군도 자신의 특성을 밝히지 않았습니다. 뭐, 요즘 아이들만의 고민거리가 있는 거겠지요."



혹은 다른 아이들을 견제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로랜스는 내심 생각했다.

대인전에 있어 자신의 능력이 밝혀진다는 것은 매우 치명적이다.

어쩌면 대련이나 시험에서 성적을 높이기 위한 수법일지도 모른다.



"이진회 학생도 프로필상에서는 별로 특이한 건 없군요."


"특성은 <냉혈>. 피가 차갑기 때문에 냉기에 저항이 생긴다고 하더군요."



로랜스의 <관찰안>은 상대가 특성을 가졌는지 아닌지 파악할 수 있지만, 그 세세한 능력은 직접 보지 않는 이상 알 도리가 없다.

또한 상대의 몸에 특성이 있는지를 확인할 뿐이니, 각성의 여부 또한 알 수 없었다.

그러니 이진회의 몸에 특성이 있음을 알았지만 그것이 아직 각성하지 못했음을 알지 못한 것이다.



"이진회 학생은 어디를 신경 써야 하는 거죠?"


"음. 아무래도 김태양 학생과 사이가 굉장히 나쁜 것처럼 보이더군. 왠만해선 김태양 군과 짝을 지어주지 말아 주게."


"알겠습니다. 저희가 신경 쓰도록 하겠습니다."



강태환과 다른 두 교수는 그 후로도 다른 학생들에 대해 짤막하게 대화를 나눈 뒤에야 비로서 다음 안건으로 넘어갈 수 있었다.



"그리고 현장학습 건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네. 속초시와 이야기가 잘 돼가고 있습니다. 설악산 휴식지역의 견학은 가능할 것 같습니다."



강원도 속초시의 설악산에 위치한 휴식지(休蝕地).

이는 인천의 뇌명산처럼 괴수들을 모조리 쓸어버리고 게이트를 닫았기에 이계침식이 멈춘 구역을 의미한다.



"설비업체와의 협상은 어떤가?"


"그것도 문제없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강룡그룹에서 지원을 받고 있으니 수월하게 진행될 겁니다."


"그래. 물불 가리지 말아야지. 학생들의 안전이 최우선이니까. 시기는?"


"예정대로 2월 중순에 공사를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침식대책본부의 김현석 과장의 경고.

중학생 소년의 망상도 아니고, 설마 진짜로 테러리스트가 학교에 쳐들어올 리는 없겠으나 그렇다고 해서 섣불리 무시할 강태환이 아니다.

설령 우스개소리로 끝난다고 하더라도 최선을 다해 준비를 해놔야 하지 않겠는가.

소 잃고 외양간을 고쳐봤자 너무 늦다.


그래서 학교의 세큐리티를 더욱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해보니, 나름 대공사가 필요한게 아닌가.


학업에 집중해야 하는 아이들에게 방해가 될지 모른다.

그렇기에 3박4일의 이른 수학여행, 그리고 이어지는 주말을 활용해서 학교의 보안을 강화하기로 결정했다.



"좋아. 다 순조롭군."



회의가 끝나자 강태환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요즘들어 부쩍 한숨이 늘어난 기분이 들었다.

시계를 바라보니 이미 자정을 훌쩍 넘은 시간이었다.



"자, 이쯤에서 퇴근들 하도록 하지. 아. 뭐 남은 거 있나?"



피곤한 얼굴을 문지르던 로랜스는 그제서야 깜빡했던 무언가를 기억해낼 수 있었다.

학생부장으로서 작성해둔 명단을 꺼내들며 말했다



"별건 아니지만, 이번 주말에 시내에 나가고 싶다는 학생들의 목록입니다. 교장 선생님이 승인해 주시면 외출증을 끊어주겠습니다."


"음. 집에 한번 돌아가고 싶을 아이들도 있을테니 말이야. 전부 승인해주게."


"알겠습니다."



로랜스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명단을 집어넣었다.


맨 윗줄에는 함우빈과 이진회의 이름이 적혀있었다.


작가의말


글을 쓰다가 어느 순간부터 막 세계관을 써내려가는 자신을 발견했습니다

몬가 설정집을 쓰는거 같아서 부끄럽더군요

여기서 아이템&아티펙트는 있고 없고의 차이가 엄청 큽니다.

천안의 염왕 정도라면 염전을 순식간에 증발시킬 수 있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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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무기 선택 (1) +30 21.01.11 2,840 159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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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달리기 수업 (1) +26 21.01.09 3,187 165 13쪽
» 회의 +35 21.01.05 3,607 194 13쪽
26 마음이 싱숭생숭해지는 날 (3) +33 21.01.04 3,616 237 11쪽
25 마음이 싱숭생숭해지는 날 (2) +15 21.01.04 3,736 191 13쪽
24 마음이 싱숭생숭해지는 날 (1) +48 21.01.01 4,422 262 11쪽
23 첫 수업 (5) +43 20.12.31 4,460 247 11쪽
22 첫 수업 (4) +46 20.12.30 4,594 253 14쪽
21 첫 수업 (3) +39 20.12.28 5,052 268 13쪽
20 첫 수업 (2) +25 20.12.27 5,074 256 9쪽
19 첫 수업 (1) +23 20.12.26 5,286 238 10쪽
18 징조 (2) +43 20.12.23 5,857 271 15쪽
17 징조 (1) +44 20.12.22 6,011 329 9쪽
16 입학시험 (6) +86 20.12.20 6,141 355 13쪽
15 입학시험 (5) +26 20.12.17 5,716 291 8쪽
14 입학시험 (4) +24 20.12.17 5,694 276 9쪽
13 입학시험 (3) (+수정) +14 20.12.17 5,878 269 8쪽
12 입학시험 (2) +16 20.12.13 5,818 279 8쪽
11 입학시험 (1) +16 20.12.13 6,152 26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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