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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뚤루 님의 서재입니다.

헌터 아카데미의 교장이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끄뚤루
작품등록일 :
2020.12.05 03:27
최근연재일 :
2021.02.18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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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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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3,136

작성
20.12.13 0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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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8쪽

입학시험 (2)

DUMMY

"아무튼. 제가 말하고 싶은건, 그들은 재능이 있었다는 겁니다. 압도적인 재능이요."



마이크 타이슨과 플로이드 메이웨더. 유명한 복싱 선수들을 예로 들며 로렌스는 그리 주장했다.



"그런 불량 학생들이 전세계에서 유명한 스타가 될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제대로된 길을 보여주고 옳바르게 인도하는 것. 그것이 스승의 역할입니다."

"성악설인가요?"

"성선악혼설입니다."



로렌스는 어깨를 으쓱였다.



"제가 그런 위대한 스승들과 같은 레벨이라는 말은 아니지만, 적어도 비슷한 일은 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아니면 다른 상담사를 고용해도 되고요."

"하지만 정말로 그런게 효과가 있을지 의심되네요."

"반복적인 교육은 세뇌와 비슷한 효과를 보여줍니다."

"지금 학생을 세뇌하겠다고 말한건가요?"



마도연은 눈을 갸늘게 뜨며 로렌스를 노려보았다. 그는 살짝 시선을 피했다.



"뭣하면 교장선생님과 1대1 면담도 좋겠네요."

"방어구를 지참해야 하는 면담이군요."



두 교사는 자신들의 상사를 보며 피식 웃었다.

강태환은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튼. 인성은 교정할 수 있으니, 저희는 훌륭한 헌터를 배출하기 위해서 훌륭한 재능을 가진 아이들을 모아야 한다는 겁니다. 물론 그렇다고 학교폭력이나 기타 범죄의 전과가 있는 학생들을 받아들이겠다는 말은 아닙니다."

"그런 학생들도 교정하겠다고 할 줄 알았는데요, 로렌스 선생님."

"효율이 안맞으니까요."



로렌스는 자신이 나름 양보했다고 생각했다.

아무리 재능이 있어도 학교의 평판을 위해 전과 기록이 있는 학생을 받지 않겠다는 결심이 얼마나 위대한가?

그러나 마도연은 그리 생각하지 않는 듯 했다.



"재능이 있으면 좋겠지요. 하지만 꼭 선해진다는 보장은 없잖아요? 교육의 힘을 폄하하는건 아니지만, 현실적으로 너무 힘들어요."

"사람이 독해지는건 대부분 빈곤함 때문입니다. 그 부분은 저희가 채워줄 수 있지요. 사람은 여유가 생기면 인심이 후해집니다."

"재벌 2세들을 보면 꼭 그렇지도 않던거 같던데."

"교육을 잘못한 거지요. 그래서 교육이 매우 중요한 겁니다."



로렌스는 강태환을 바라보며 단언했다.



"교장 선생님의 자식분들이 사고쳤다는거 들어보신 적 있으십니까?"

"···아 그건 좀 반칙인데요."



강태환은 코를 긁었다.



"인성은 학교생활 중에 충분히 교정할 수 있으니, 재능있는 학생들을 뽑는게 옳습니다. 차세대 인재를 만든다는 목표에도 부합하고요."

"인성교육이 효과를 보지 못하면요? 못된 아이들이 힘을 가지고 기고만장해질까봐 걱정이 드네요."



이야기가 원점으로 돌아간다.

결국 로렌스의 우려대로 되고 말았다.



"으음. 그건·········"



그렇게 따지면 착한 애들도 힘을 얻고 나쁜길로 빠질 수 있지 않느냐.

그리 대답하려던 로렌스였으나 이내 입을 다물었다. 그 답변은 지금 토론하는 교육이념에 대한 철학적 요점을 망가뜨리는 말이었다.


착한 학생과 똑똑한 학생. 둘을 비교해놓고 누가 나쁜 길로 빠질 확률이 높은가 말해보면 후자가 압도적일테지.


여기서 괜히 꼬투리를 잡아봤자 토론은 끊나지 않는다.

게다가 상사에게 계속 말대답을 해봤자 좋을건 없으리라는 생각이 퍼뜩 떠올랐다.

조금은 학습한 로렌스였다.



"······그렇지만 헌터 아카데미가 설립된 이유는 훌륭한 헌터를 배출하기 위함입니다."



어쩌면 학습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꿋꿋히 자신의 의견을 밀어붙히는 로렌스였다.



"훌륭한 헌터가 꼭 강한 헌터일 필요는 없지 않나요?"

"교육비용 대비 효율을 놓고 봤을 때――"

"시야를 넓게 바라보면 꼭 그렇지만도――"



논의가 격해질 기미가 보이자 강태환은 한 손을 들어올리며 입을 열었다.



"그만. 잘 알아들었네."

"·········"

"·········"



교무실 안이 조용해진다.

강태환은 손을 내리고는 의자에 몸을 기댔다.



"솔직히 놀랐네. 두 사람 모두 확실한 비전을 가지고 있었군."



강태환은 진심으로 감탄했다. 막연히 아이들을 가르치자는 생각 뿐이었던 자신과는 달랐다.



"교장 선생님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나는···"



조금 뜸을 들인 강태환이 머뭇거리며 말했다.



"솔직히 말하지. 인성이니, 재능이니. 그런건 별로 생각하지 않았어."

"다른 의견이 있으신 거예요?"

"아니. 그것보다는··· 게을러서 자네들처럼 깊게 생각하지 않았네."



마도연의 물음에 강태환은 고개를 저었다. 두 사람의 표정에 의문이 떠오른다.


강태환은 깊은 눈으로 두 교사들을 바라보았다.


솔직히 말해, 자랑스럽다. 자신만의 가치관과 이상을 품고 그것을 표현하는 그들의 모습에서 젊음의 폭발력을 느꼈다.


강태환에게는 이미 사라진 것들.


늙은 그는 더이상 저들처럼 무언가에 열성적이 될 수 없다. 그러기에는 너무 많은 것을 태워버렸으니까.



그러기에 그는 조용히 자신의 내부를 고찰했다.


나는 무엇을 하고 싶은가? 어떤 학교를 만들고 싶은가?


그리고 담담히 입을 열었다.



"나는 그냥―― 배우고 싶어하는 학생들을 가르치고 싶다."

"배우고 싶다, 입니까?"

"그렇네."



강태환은 마도연을 바라보았다.


옛날에. 아주 옛날에.

막 고등학교에 들어간 그녀가 수학 숙제를 물어온 적이 있었다.


수학 영재라고 불리며 올림피아드에도 출전한 경험이 있는 강태환은 흔쾌히 수락했고··· 결국 풀어내지 못했다.

세월이 흘러 문제 푸는 방법을 까먹었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저, 배움이 부족했다. 그 뿐이었다.


그때 얼마나 창피하고 쑥쓰러웠는지 그녀는 모를테지.


강태환이 마음 속에 조심스레 숨겨둔 자그만한 비밀이었다.



"단순한 호기심이어도 좋고 금전적인 부족함에서 오는 절박함이라도 좋네. 그저 무언가를 배우고 싶다면, 가르쳐주고 싶어."

"············"

"············"



이 업계는 소방관이나 군인보다 순직율이 높다. 젊은이가 죽어나간다.

헌터일이라는게 결국 그렇다.

그러니 이 일에 뛰어들기로 결정했다면, 그래서 무언가를 배우고 싶다면, 가르쳐주고 싶었다.


그 본인은 그렇게 배움에 목마른 사람은 아니었다.


그러나 배움에 갈증난 사람을 못본척 지나가는 사람도 아니었다.



"흠. 알겠습니다."

"···나한테는 반박하지 않는건가?"



로렌스는 고개를 갸웃했다. 누굴 반골심 가득한 놈이라고 생각하나?



"별로요. 배우려는 학생을 가르치면 되는거 아닙니까."

"배우기 싫어하는 학생은 우리도 가르치지 싫으니까요."



쉽고 좋다고 로렌스는 중얼거렸다.

마도연도 고개를 끄덕인다.



"그럼 교육이념은 그걸로 결정이군요."

"아예 슬로건으로 만드는건 어떨까요? '배우고 싶은 자는 오라' 같은걸로요."

"조금 위압적이지 않습니까?"

"뭐 좋은 생각이라도 있나요?"

"저라면――――"

"아니 그건――――"



이제는 슬로건으로 다투기 시작하는 두 사람을 보며 강태환은 피식 웃는다.


밤은 깊어져만 갔다.



"아. 그나저나 입학시험은 어떻게 되가는 건가요? 깜빡했네요."

"그러고보니 처음에 그게 주제였지요. 뭐, 교장 선생님이 어련히 준비하셨지 않겠습니까."

"························"



불편한 침묵을 유지하던 강태환이 이내 입을 열었다.



"잠시 들어봐주겠나? 이번 입학시험으로는――――――"



잠시 강태환의 말을 경청하던 두 사람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나쁘지 않아요. 저희 아카데미의 교육이념에 딱 알맞기도 하고요."

"좀 난폭한 감이 없지않아 있지만, 괜찮지 않겠습니까? 역시 교장 선생님께서는 다 생각이 있으시군요!"

"음."



강태환은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다 생각이 있지."


작가의말


사실 없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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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개인교습 (3) +29 21.01.23 2,319 141 10쪽
33 개인교습 (2) +9 21.01.23 1,863 113 9쪽
32 개인교습 (1) +58 21.01.19 2,475 165 11쪽
31 무기 선택 (2) +20 21.01.17 2,528 137 10쪽
30 무기 선택 (1) +30 21.01.11 2,841 159 13쪽
29 달리기 수업 (2) +36 21.01.10 3,060 184 14쪽
28 달리기 수업 (1) +26 21.01.09 3,188 165 13쪽
27 회의 +35 21.01.05 3,607 194 13쪽
26 마음이 싱숭생숭해지는 날 (3) +33 21.01.04 3,617 237 11쪽
25 마음이 싱숭생숭해지는 날 (2) +15 21.01.04 3,736 191 13쪽
24 마음이 싱숭생숭해지는 날 (1) +48 21.01.01 4,422 262 11쪽
23 첫 수업 (5) +43 20.12.31 4,461 247 11쪽
22 첫 수업 (4) +46 20.12.30 4,595 253 14쪽
21 첫 수업 (3) +39 20.12.28 5,052 268 13쪽
20 첫 수업 (2) +25 20.12.27 5,075 256 9쪽
19 첫 수업 (1) +23 20.12.26 5,286 238 10쪽
18 징조 (2) +43 20.12.23 5,857 271 15쪽
17 징조 (1) +44 20.12.22 6,011 329 9쪽
16 입학시험 (6) +86 20.12.20 6,142 355 13쪽
15 입학시험 (5) +26 20.12.17 5,717 291 8쪽
14 입학시험 (4) +24 20.12.17 5,694 276 9쪽
13 입학시험 (3) (+수정) +14 20.12.17 5,878 269 8쪽
» 입학시험 (2) +16 20.12.13 5,819 279 8쪽
11 입학시험 (1) +16 20.12.13 6,152 26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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