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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뚤루 님의 서재입니다.

헌터 아카데미의 교장이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끄뚤루
작품등록일 :
2020.12.05 03:27
최근연재일 :
2021.02.18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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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2.02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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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현장학습 (1)

DUMMY

고오오오――――


부드러운 소리가 조심스럽게 울려 퍼지는 열차 안.


자신의 어렸을 적에 탔던 기차와는 달리 소음이나 진동이 없다.

기차라면 당연 덜컹덜컹거리며 흔들려야 하건만.

소년 시절과 이렇게까지 기술적 격차가 나니 오히려 정색하게 되어버린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자신이 늙은이라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실감하게 될 줄은 몰랐던 강태환이다.



"응. 응. 그래. 도착하면 꼭 들리마. 음. 기차 안이니까 끊는다."



통화를 끝내자 엘프 귀처럼 위로 삐죽 솟아올랐던 스마트이어가 축 내려앉는다.

스스로가 스마트폰이며 또 이어폰 역할을 하는 신제품.

자체적으로 홀로그램 화면을 띄운 뒤 인터넷에 접속하는 것도 가능하다.


손목에 다는 스마트워치에 이제 막 익숙해져 갈 무렵 다른 신상을 쓴다는 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지만 그래도 조금씩 폼이 나오기 시작했다.

나이 많은 사람들을 위한 편의성을 제공해주고 있었기에 사용도 그리 어렵지 않았다.

늙은이로서는 과학이 발전을 따라잡기 힘들었지만, 그렇게 뒤쳐진 사람들을 받쳐주는 것 또한 과학의 기술력이다.


전화를 끝내고 자리로 돌아오니 흉흉한 기계를 점검하던 마도연이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또 그 아이?"



마도연의 옆좌석에 앉은 강태환은 고개를 끄덕였다.



"나중에 시간 나면 혼자서 보러 가려고."


"숙소에서 그리 멀지도 않던데. 그냥 일정에 끼어 넣어서 다 같이 가지 그랬어요."


"뭐 대단한 게 있다고. 나만 창피하지."



다 큰 학생들도 박물관에는 그리 흥미가 없을 터였다.



"흐음. 하긴. 자기네 교장 선생님의 사진이 딱 걸려진 박물관에 가면 애들 기분도 좀 묘하겠지요."



마도연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잠시 시간을 확인했다.

그리고는 도착 예정 시간이 가까워진 것을 깨닫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 여러분. 주목하세요."



마도연 교감의 목소리가 우아하게 울려 퍼진다.

열차 한 칸을 전부 쓰고 있던 수호 아카데미 학생들의 시선이 그녀에게로 모였다.

훈련받은 지 고작 1개월하고도 반밖에 안 되는 소년소녀들.

교복 위로 드러나는 신체는 날카롭고 그 안광 또한 청명하니 예사롭지 않다.

짧은 시간이었으나 고된 훈련은 그들을 예비 사냥꾼으로 만들기 충분했다.



"앞으로 10분 뒤에 참룡지(斬龍地)에 도착할 거예요. 내리면 괜히 흩어지지 말고 줄을 맞춰서 이동합니다. 우리 수호 아카데미의 1기 학생으로서 훗날의 후배들에게 모범을 보여야겠죠?"



30여명의 학생들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선생님의 질문에 네~ 하고 대답할 시기는 한참 전에 지난 것이다.



"사전에 말했다시피 캠프지에 도착하면 알아서 텐트를 쳐야해요. 학교에서 배운 대로 배수로를 만들고 예비 참호도 파놓으세요."



물론 선생들은 캠프지 바로 앞의 콘도에서 잘 예정이었다.



**



"좋습니DA. 텐트끼리 Distance를 좔 맞추세요."



학생들 앞에서는 외국인 교수 코스프레를 계속하는 로랜스가 텐트를 설치하는 학생들 사이를 돌아가며 감독하고 다녔다.

사이비 영어에 어느 정도 로랜스의 정체를 짐작하기 시작한 학생들이지만 굳이 입 밖으로 내지 않는다.

그것이 바로 사회생활이라는 것이니까.



"다 끝났습니꽈? 좋습니돠. 그럼 이제 지뢰를 매운 후 관측기구를 띄울테니 여기에 Gather Around하세요."



언제 어디서 게이트가 열리고 괴수가 튀어나올지 모르는 시대.

인공위성으로 마나의 흐름을 읽어 대비한다고 하여도 한계가 있다.

이계침식 이후 지구는 피크닉 한번 하려면 위험을 감수해야만 하는 세계가 되어버린 것이다.



"네. 이 근처에는 Turret을 설치합니다. 정밀 자동추적기가 부착된거라 Expensive하다구요?"



이 근방은 이미 정찰이 끝난 터라 안전이 보장됬지만, 그렇다고 해도 100%는 아니다.

게다가 필드에 직접 나와 실전을 대비하는 연습을 하는 것이 이번 현장학습의 목적인 만큼 대수롭게 넘길수도 없었다.



"다 끝났으면 열기구에 Detector를 장착합니다. 여령환 학생이 직접 해보세요."


"제가요?"



여령환은 귀찮은 표정으로 학생들 앞에 서서 기계를 설치하기 시작했다.

자타공인으로 학급 1위의 최강자인 여령환이지만 이런 메카닉 분야에는 약세를 보이고 있었다.

이번 기회에 나름 흥미를 가져줬으면 했던 것이건만······



"으흠. 아 이거 또 왜 안 돼?"


"자, 잠깐!"



고정장치가 제대로 닫히지 않자 힘으로 우겨넣으려는 것을 겨우 말린 로랜스는 살짝 식은땀을 흘렸다.

자세히 보니 손잡이 부분이 살짝 구겨져 있었다.



"자, 이 선을 제대로 맞춘 다음에 이걸 닫는 겁니다. 딱 맞추면 찰칵 소리가 들릴 겁니다."


"이렇게요?"


"네, 그렇게. 맞습니돠. 이걸로 주변을 관측하는 겁니다. 예비로 동서남북에 4개는 더 띄울 거니까 혹시 해보고 싶은 사람 있습니꽈?"



손을 들고 나선 학생들이 로랜스의 지도에 따라 열기구를 조립하고 탐지기를 장착시켰다.

인공연료가 사용되기 때문에 한 번 올리면 3일은 거뜬히 버틸 수 있다.



"이게 관측기구가 위에서 Scan한 맵입니다. 가끔 Bird나 비행형 괴수가 나타나서 관측기를 망가트릴 수 있으니 정찰드론도 띄웁시다."



정찰 경로는 관측기구가 보내온 지도를 이용하여 태블릿을 통해 작성한다.

주변의 나무나 이제는 안 쓰는 낡은 송전탑 등 지형지물을 고려하여 비행 고도와 속도를 설정하는 것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는 원시적인 측량법을 사용해야만 했다.



"캠프 설치하는 게 이렇게 귀찮을지는 몰랐는데."



측량기를 들고 근처에 길게 솟은 나무의 높이를 측정하던 함우빈이 툴툴거렸다.

근처에서 어딘가 능숙한 모양새로 드론들을 만지작거리던 이진회가 대답했다.



"사실 지금쯤이면 자동화가 거의 이루어져 있어. 버튼 몇 개만 누르면 뚝딱이지. 현장에선 슬슬 상용화되고 있으려나?"



이건 지금에서도 좀 낡은 방식이기는 한데, 뭐 어차피 배우는 거니까.

이진회는 그리 덧붙였다.



"그런거야? 잘 아네."


"···공부 좀 했거든."



이진회가 손에 든 드론을 공중에 띄우자 주변을 몇 번 맴돈 드론은 이진회의 발아래에 설치되있던 충전기에 알아서 내려앉았다.



"그렇게 충전하는 거야?"


"응. 열기구랑은 다르게 배터리 소모가 빠르니까. 알아서 제시간에 충전할 수 있도록 설정해야지."


"엄청 신기하다. 이런 건 진짜 처음 해봐."



이진회는 잠시 함우빈을 바라보았다.



'드론이 신기하다고? 어디 못사는 동네에서 살았나?'



무심코 동급생을 동정하려는 자신을 다그쳤다.

그에게 필요한 것은 싸구려 동정이 아닌 함께 배울 학우일 테니까.



"그런데 이렇게 엄하게 경비할 필요가 있는 걸까?"



피크닉 같은 캠피가 아니라 웬 간이 군시설을 세우는 학생들을 바라보던 함우빈이 무심코 그리 말했다.

다른 세계에서 넘어온 빙의자인 그에게는 이런 준비가 호들갑처럼 느껴진 것이다.



'<원작>에서는 이런 준비 묘사가 안된 것 같은데. 아, 그래서 맨날 습격당했나?'



아카데미가 테러리스트들에게 습격당하는 건 이제 클리셰나 마찬가지.

참으로 한가한 놈들이 아닐 수 없다.

그럴 시간에 차라리 국가 기관에 잠입해서 귀한 정보를 빼내기라도 하던지.


다행인 것은 지금 이 시기에는 별다른 문제가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게다가 학생들이 밖에서 현장학습을 하는 동안 교내 보안시설을 강화한다고 하니 원작처럼 쉽게 당하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함우빈은 생각했다.



'그냥 교장 하나가 바뀐 건데 아예 줄거리가 달라져 버리네.'



이런 게 나비효과인 걸까.

앞으로의 스토리가 어떻게 변할지 고민하던 함우빈의 귀에 이진회의 대답이 들려왔다.



"···뭐, 적이 꼭 괴수라는 법은 없으니까."


"응? 뭐라고?"


"아니. 얼른 끝내자. 내가 도와줄게."



이진회는 드론 정비를 끝내고 함우빈을 도와 주변 지형들을 측량하기 시작했다.

이런 건 초보자에게 맞기면 언제 끝날지 모른다.

회귀 전에 이런 잡일을 대부분 도맡아했던 이진회가 끼어들자 측량은 능숙하게 진행되었다.



"야! 니들 머하냐!"



측량된 데이터를 토대로 드론의 경로를 계산하던 이진회와 함우빈에게 여령환이 껄렁거리는 모습으로 다가왔다.

자기 딴에는 남자다워 보일지 모르겠으나 남들이 보이게는 그저 흔한 일진녀였다.



"아, 또 왜."



함우빈이 슬쩍 웃는 반면 이진회는 불퉁한 목소리로 대꾸했다.

학기 첫날에 부딪친 이후 서로 어색한 사이였던 여령환과 이진회였으나, 달리기 경주 이후로는 이렇게 셋이 모여다니는 일이 잦아졌다.



"로랜스 선생이 나보고 그냥 가래. 그래서 왔지."


"뭐 부셨어?"


"아니. 부수지는 않았지."



아주 살짝 구겨졌을 뿐.



"왜 이렇게 빡빡한지 모르겠다. 사내라면 걍 모닥불에 나뭇잎 대충 얹고 자면 그만인데."



피풍의를 덮고 나무에 기댄 채 잠을 자던 협객.

모닥불이 타는 소리와 밤벌레의 속삭임, 부엉이의 노래를 배경삼아 깊은 잠에 빠져든다.

그러다 갑자기 찾아오는 숲의 침묵.

조용히 눈을 뜬 협객은 검에 손을 얹고 중얼거린다.


<나와라.>


진짜 사내라면 이 정도는 해줘야하지 않겠는가.

미래의 후기지수들은 너무 연약하다고 여령환은 속으로 불평했다.


드론 설정을 마친 이진회가 그런 그녀에게 대답했다.



"뭐어. 우리끼리 있는 거면 또 괜찮을지 모르겠지만―――"



오러를 극한까지 익힌 헌터의 오감은 정밀기계와 맞먹는다.

감각을 전력으로 확장하면 움직이는 인간 레이더나 다름없는 것이다.

그러나 사람인 이상 체력에는 한계가 있고, 계속 감각을 켜두면 지칠 수밖에 없는 노릇.

게다가···



"우리는 헌터니까. 도시를 지켜야지."



만약 근처의 괴수들이 헌터들을 지나쳐 근처의 도시로 향하고 있다면?

그저 못 봤습니다, 하고 끝날 일이 아니다.

헌터들의 캠프는 일종의 방위선 역할도 하는 것이다.



"오오. 방금 건 좀 사내다웠어."



여령환이 이진회의 말에 감복하며 중얼거렸다.



"그래. 진정한 영웅호걸이라면 민초를 지킬 줄 알아야지."


"민초는 개뿔. 민트초코냐?"


"민트초코는 딱히 지키지 않아도 괜찮잖아."



세 학생들은 투닥거리며 자신들의 작업을 진행해 나갔다.


평화로운 현장학습의 광경이었다.


작가의말


사실 이 소설에서 가장 꼰대는 여령환입니다.

참고로 학생들은 운동장에 텐트치고 선생들은 건물 안에서 자던건 실제 경험. 해병대 캠프였나 스카우트 캠프였나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여름밤에 텐트에서 자다가 모기물린건 기억나네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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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무기 선택 (1) +30 21.01.11 2,841 159 13쪽
29 달리기 수업 (2) +36 21.01.10 3,060 184 14쪽
28 달리기 수업 (1) +26 21.01.09 3,188 165 13쪽
27 회의 +35 21.01.05 3,607 194 13쪽
26 마음이 싱숭생숭해지는 날 (3) +33 21.01.04 3,617 237 11쪽
25 마음이 싱숭생숭해지는 날 (2) +15 21.01.04 3,736 191 13쪽
24 마음이 싱숭생숭해지는 날 (1) +48 21.01.01 4,422 262 11쪽
23 첫 수업 (5) +43 20.12.31 4,461 247 11쪽
22 첫 수업 (4) +46 20.12.30 4,595 253 14쪽
21 첫 수업 (3) +39 20.12.28 5,052 268 13쪽
20 첫 수업 (2) +25 20.12.27 5,075 256 9쪽
19 첫 수업 (1) +23 20.12.26 5,286 238 10쪽
18 징조 (2) +43 20.12.23 5,857 271 15쪽
17 징조 (1) +44 20.12.22 6,011 329 9쪽
16 입학시험 (6) +86 20.12.20 6,142 355 13쪽
15 입학시험 (5) +26 20.12.17 5,717 291 8쪽
14 입학시험 (4) +24 20.12.17 5,694 276 9쪽
13 입학시험 (3) (+수정) +14 20.12.17 5,878 269 8쪽
12 입학시험 (2) +16 20.12.13 5,819 279 8쪽
11 입학시험 (1) +16 20.12.13 6,152 26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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