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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뚤루 님의 서재입니다.

헌터 아카데미의 교장이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끄뚤루
작품등록일 :
2020.12.05 03:27
최근연재일 :
2021.02.18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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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2.01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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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개인교습 (4)

DUMMY

풍요롭기 그지없는 금요일 저녁.

느긋히 저 너머로 사라져가는 노을의 빛을 쐬며 걸어가던 이진회의 눈에 무언가가 들어왔다.

어둑해지는 운동장.

그 한복판에 서서 춤을 추는 누군가가 보인다.



"국민체조?"



이리저리 느긋하게 움직이며 눈에 익은 동작을 반복하고 있다.

유치원, 초등학교, 그리고 중학교 때까지 매일 아침 단체로 모여 하고는 했던 운동.

지금도 눈을 감으면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리듬과 선생님들의 구령을 떠올릴 수 있다.


헌터 아카데미에 다니는 학생들을 옛날의 격투기 선수 예비생에 비유한다면, 남들이 웨이트 트레이닝을 할 때 홀로 국민체조를 하는 훈련생은 눈에 띌 수밖에 없다.


단련은커녕 준비운동도 안될 것 같은 체조를 반복하는 사람이 누군가 궁금해져 안력을 돋구어보니, 노을빛에 반사되어 빛나는 경박한 노란색이 시야에 들어왔다.


김태양.


볼 때마다 한쪽 팔이 아려오게 만드는 녀석이다.


꼴도 보기 싫은··· 솔직히 말해서 반쯤 죽여놓은 다음 평생 불구로 만들어버리고픈 놈이 보이지 이진회의 눈쌀이 찌푸려졌다.


그리고 여러 의문이 들기 시작한다.

저 녀석은 저기서 뭘 하는 거지? 언제부터 한 거야? 어째서 국민체조?


이진회는 그 뒤통수를 잠시 노려보다가 피식 웃었다.


기분나쁘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


천재라는 녀석들이 열심히 노력해서 실력을 키우는 게 싫다.

자신이라는 놈이 너무 초라하게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노력이 어긋난 방향이라면··· 무엇보다 그 노력하는 놈이 김태양이라면, 시원하게 비웃어줄 수 있다.



"하! 나 참."



학교에 있었을 당시에는 천재라고 치켜세워지던 놈.

그러나 졸업 후에는 쥐도 새도 모르게 묻혀버린 녀석이다.

결국 그도 어중이떠중이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이겠지.


회귀 전의 이진회도 딱히 김태양의 근황을 찾아보지는 않았지만, 소식이 없던 것을 보니 설령 죽지는 않았더라도 화제를 끌지 못한 채 업계의 다른 천재들에게 휩쓸린 게 분명했다.


이진회가 보기에는 부럽기 짝이 없는 재능이지만, 결국 도토리 키재기였다는 것이다.



"어디 열―심히 해봐라."



나는 너보다 높은 곳에 올라간다.


방으로 돌아가면 복습할 것들을 생각하며 이진회는 걸음을 빨리했다.






――――그리고 다음 날.




단련실로 향하던 새벽의 등교길에 아직도 자리를 지키는 김태양의 모습을 보곤 얼굴이 굳어진다.



**



"허억― 허억―!"



똑같은 동작을 방과 후부터 지금까지 계속 반복해온 김태양.

옷은 이미 푹 젖어있었고, 흘러내리는 땀으로 바닥의 흙도 짜게 물들어있다.


이유는 모른다. 목적도 모른다. 효율도 모른다.


그저 강태환이 시켰기에, 어렸을 적 학교에서 배운 국민체조를 끊임없이 반복한다.


학급에서 2위에 달하는 오러양을 지닌 김태양이지만, 그렇게 모은 오러를 쓰지 않으니 지치지 않을 도리가 없다.

심지어 몇몇 혈도가 막혀 신체능력도 대폭 내려간 상황.

본인의 특성으로 체력이 보충되지 않았다면 진작에 쓰러졌을 테지.

팔다리는 후들거리고, 폐는 찢어지듯 고통을 호소하며, 심장은 털털거리며 고장 나기 직전이다.




그럼에도 김태양은 멈추지 않았다.




그렇게 세 번의 일출을 맞이하고 찾아온 월요일 아침.




강태환은 입술이 터지고 안색이 시꺼매진 김태양에게 물통을 내밀며 말했다.



"그 국민체조는 제가 만든 겁니다."



사람이라기보다는 좀비에 가까운 형상이 된 김태양이 끅끅거리며 간신히 고개를 돌려 강태환을 바라보았다.



"아마 도중에 많은 생각을 하셨을 겁니다. 왜 하필 국민체조일까? 어째서 이런 짓을 반복할까? 정식 훈련으로 가기 전에 길들이려는 걸까? 제대로 기강을 잡으려고 괜히 고생시키는 게 아닌가?"



김태양은 가까스로 손을 들어 강태환이 건네준 물통을 입에 대었다.

한 모금 입에 들어온 액체가 위장에 닿자마자 빠르게 전신으로 퍼져나갔다.

과학과 마법이 어우러져 만들어낸 기적.

그 가격 때문에 고랭크 헌터들만이 사용하는 물약이었다.



"···이게 정말로 효과가 있나요? 아니, 그것보다 이걸 직접 만드셨다고요?"


"당시 나라에서 협박하듯 비전의 공유를 요청하기에 제 나름대로 정리해서 만든 물건이죠."



퓨즈가 나간듯 어두워진 머리가 그제서야 맑게 개어진다.



"정부에서 그걸 제대로 나라 전체에 보급한 건 뭐··· 칭찬해줄 부분이긴 합니다. 그다음에도 때쓰듯 매달린 건 조금 화가 났었습니다만."



지금에선 좋은 추억······은 역시 아니다.



"그래서 방금의 질문에 답을 하자면. 예. 이건 분명 효과가 있습니다."



강태환은 단언했다.



"기경팔맥. 제 어렸을 적에는 오컬트에 가까운 개념이었습니다만, 일단 현대에는 그 존재가 밝혀지긴 했습니다. 이 체조는 그 여덞 개의 경맥을 각각 단련하고, 마지막으로 신체 전체를 동시에 자극함으로서 오러의 순환을 일으킵니다."



이것 자체로는 극적인 효과를 볼 수 없다.

오러를 단련하거나 그 양을 늘리는 것도 아니다.

근육을 키우거나 몸이 건강해지지도 않는다.


이것은 그저 토대에 불과하기에.



"하지만 이걸 완벽히 깨우친다면 강해질 수 있습니다."


"어디까지요?"


"저만큼."



김태양의 눈이 큼지막하게 떠졌다.

그는 당황한 눈빛으로 자신의 몸을 내려다보았다.

바다에라도 빠진 듯 푹 젖어있는 신체.

당장이라도 주저앉으려는 몸에서 무언가 특이한 조짐같은 것은 느껴지지 않는다.



"용체술(龍體術)?"



아마 국내에서 가장 유명할 강태환의 기공.

스스로 중얼거리고도 고개를 내저었다.


용체술의 대략적인 개요는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마공보다 더 마공같은 공부.

그렇지만 이 체조에서 그런 위협적인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뭐, 이걸 극한까지 수련한다면 용체술에 입문해도 바로 죽지는 않을 겁니다. 저로서는 추천하지 않습니다만."



용체술을 익힐 바에는 차라리 다른 삼류 기공을 익히는 게 훨씬 더 낫다고 강태환은 중얼거렸다.



"이건 다른 기공과 함께 익혔을 때 비로서 진가를 보이는 동공(動功)입니다. 보조적인 성격을 지닌 터라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 하지요."


"어떤 효과가 있습니까?"


"일단 오러의 제어력이 오르지요. 그리고 체내에서 순환하는 오러의 움직임이 더 부드러워집니다."



김태양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것이 용체술을 익힐 때 도움이 된다는 의미를 깨달았기 때문이다.

조금이라도 오러의 제어력을 높이는 것이 용체술에게서 살아남는 비법이었으니.



"잘은 모르겠지만, 뭔가 굉장한 것 같네요."


"사실 사람이나 괴수를 잡는 데 그리 도움이 되지는 않습니다. 제어력이 오른다고 기공의 파괴력이나 방어력이 오르는 것도 아니니 말이지요. 이건 그저 올바른 준비 운동에 불과합니다."



용체술에 도움이 될지 언정 절대적인 효과는 보장하지 못한다.

이것은 오직 궁극의 하나를 이루기 위해 만들어졌으니까.



"이거에 따로 이름이 있나요?"


"구궁(九宮)."



마침 동작도 아홉 개로 떨어지니 그리 이름 붙였다.



"마침 이름도 나왔으니, 다음 단계로 넘어가죠. 저는 딱히 옛날 스타일의 스승이 아니니까요."



일정 시험을 통과하지 못하면 다음 기술을 절대 알려주지 않는 그런 계열이 아니다.

옛날 무협 소설이나 쿵푸 영화에 빗대어 설명해 봤지만 김태양은 딱히 알아듣는 모양새가 아니었다.



"···이건 팔괘(八卦)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똑바로 선 상태에서 발을 움직입니다."



김태양은 강태환의 설명에 따라 발을 11자로 세운 뒤, 오른쪽 발을 앞으로 내디뎠다.

다시 그 발을 원래 자리로 회수하고는 오른쪽 대각선 위로 나아간다.

다시 원상태로.

그리고 이번에는 오른쪽. 다음에는 뒤쪽.

다시 정자세.

이번에는 왼발을 움직인다.



"발을 팔방으로 내딛는 방법. 그게 팔괘입니다."


"이거뿐인가요?"


"이거뿐입니다."



오직 올바르게 움직이기 위한 수련.



"다음은 칠성(七星).



올바르게 생각하는 일곱가지의 방법.



"육합(六合)."



올바르게 공간을 인지하는 감각.



"오행(五行)"



올바르게 숨을 쉬는 요령.



"사상(四象)"



올바른 힘의 분배법.



"삼재(三才)"



올바르게 서는 자세.



"이기(二氣)"



전혀 다른 두 기운을 다루는 방법.



"그리고 일원(一原)."



혹은 태극.

궁극의 하나.



용체술이 궁극의 신체를 만들기 위함이라면, 이것은 궁극의 기술에 닿기 위함이다.



"만약 김태양 학생이 이것에 닿는다면, 뭐··· 1대1로는 지지 않을겁니다."



설령 상대가 S급이라 하더라도.


작가의말


엄청 늦었습니다. 정말로 죄송합니다.

살짝 변명하게 해주신다면 이번에 졸업을 거의 앞둔 상황이라 여러가지로 할게 많아서 그렇습니다. 직업도 알아봐야하는데 과제는 많고....

지원서 이곳저곳 넣어보긴 했는데 돌아오는 대답은 없고.........

아 평생 놀고먹고 싶어라

이번에 '올바른'이라는 단어가 많이 나왔는데 사실 지금까지 "옳바른"이라고 써왔던걸 좀 염두했기 때문입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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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개인교습 (1) +58 21.01.19 2,474 165 11쪽
31 무기 선택 (2) +20 21.01.17 2,528 137 10쪽
30 무기 선택 (1) +30 21.01.11 2,840 159 13쪽
29 달리기 수업 (2) +36 21.01.10 3,060 184 14쪽
28 달리기 수업 (1) +26 21.01.09 3,187 165 13쪽
27 회의 +35 21.01.05 3,606 194 13쪽
26 마음이 싱숭생숭해지는 날 (3) +33 21.01.04 3,616 237 11쪽
25 마음이 싱숭생숭해지는 날 (2) +15 21.01.04 3,736 191 13쪽
24 마음이 싱숭생숭해지는 날 (1) +48 21.01.01 4,421 262 11쪽
23 첫 수업 (5) +43 20.12.31 4,460 247 11쪽
22 첫 수업 (4) +46 20.12.30 4,594 253 14쪽
21 첫 수업 (3) +39 20.12.28 5,051 268 13쪽
20 첫 수업 (2) +25 20.12.27 5,074 256 9쪽
19 첫 수업 (1) +23 20.12.26 5,286 238 10쪽
18 징조 (2) +43 20.12.23 5,857 271 15쪽
17 징조 (1) +44 20.12.22 6,010 329 9쪽
16 입학시험 (6) +86 20.12.20 6,141 355 13쪽
15 입학시험 (5) +26 20.12.17 5,716 291 8쪽
14 입학시험 (4) +24 20.12.17 5,693 276 9쪽
13 입학시험 (3) (+수정) +14 20.12.17 5,878 269 8쪽
12 입학시험 (2) +16 20.12.13 5,818 279 8쪽
11 입학시험 (1) +16 20.12.13 6,152 26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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