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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뚤루 님의 서재입니다.

헌터 아카데미의 교장이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끄뚤루
작품등록일 :
2020.12.05 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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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2.18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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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1.09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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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달리기 수업 (1)

DUMMY

학기가 시작하고 2주일이 지났을 때쯤 강태환은 학생들을 데리고 뇌명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중국의 오지에서나 볼법한 절경.

강태환의 바로 뒤에서 희희낙락하며 관광을 하는 학생들이 있는가 하면, 헉헉거리며 겨우겨우 따라붙는 학생들도 있었다.


"게이트에서 마나가 새어 나온 뒤부터 비만율이 압도적으로 내려간 원인을 아십니까? 물론 세계적으로 무역이 끊기면서 곤궁해졌다는 게 압도적으로 많은 부분을 차지하겠지요."


저 멀리에서 따라오는 학생들을 일일히 확인하던 강태환이 갑자기 멈춰서서는 입을 열었다.

그의 목소리는 기괴한 암석들 사이를 누비며 저 맨 끝의 함우빈의 귀에도 닿을 정도로 명확했다.


"그렇지만 그것만으로는 평균적인 근육량이 오른 것을 설명할 수 없지요. 게이트에서 새어 나온 마나가 오러를 자극하면서 신체의 성장을 활성화한 것입니다."


당시에는 마법은커녕 몬스터의 부위를 재료로 만드는 아티팩트에 대한 정보도 알려지지 않던 상황.

그런 와중에 제대로 된 무기도 없이 고립된 시민들이 전멸하지 않고 간간히 살아남을 수 있던 것은 그들의 신체능력이 이계침식 이전보다 올라갔기 때문이다.

식사량이 줄거나 영양이 불균형해짐에도 오러가 늘어나니 강해질 수밖에 없던 것이다.

당시에는 그건 그것대로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하기도 했지만 말이다.


"여러분 본인은 잘 모르겠지만, 지난 2주 동안 여러분의 기초 체력은 그 이전에 비해 무척이나 높아졌습니다. 체력이 늘어났다는 것은 곧 오러가 단련되었다는 것."


오러를 단련하는 가장 원시적인 방법은 신체를 단련하는 것이다.

체력을 기르고 영양을 충분히 보충한다.

그저 그것만으로도 학생들의 오러는 획기적으로 늘어났다.


"그러니 오늘부터는 조금 새로운 훈련을 해보도록 하지요."


학생들의 호흡이 안정될 때까지 잠시 기다린 강태환은 어딘가를 가리켰다.

낡은 건물들이 서로 뭉쳐있는 기괴한 광경이었다.

높게 솟은 봉우리에 버섯처럼 붙어있는 건물이 있는가 하면, 붉게 녹슨 건물의 깨진 창문 사이로 석암이 튀어나와 있다.

어떤 돌기둥의 끝에는 자동차가 장식처럼 자리잡고 있기도 했다.


"이, 이게 대체?"


"이 뇌명산이 솟아오를 때 붕괴된 도시의 흔적입니다. 침식이 어중간하게 진행되서 저런 형태가 되었지요."


TV나 인터넷에서 이런 장면을 많이 봐왔던 다른 학생들과는 달리 빙의자인 함우빈으로서는 처음 보는 광경.

그러나 이 중 함우빈의 얼빠진 혼잣말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었다.

이런 것을 직접 눈으로 보는 것은 처음이라 저도 모르게 내뱉은 경탄성이라고 생각해 흘려 넘겼기 때문이다.


"이런 흔적들은 뇌명산 곳곳에 남아있는데, 그중 하나를 훈련장으로 재구성했습니다."


자세히 보니 두터운 철근으로 고정하거나 새로 콘크리트를 쌓아 올린 흔적이 있다.

혹시 모를 낙석을 대비해 첨단 재질로 만들어진 그물을 펼쳐놓는가 하면, 불안정한 지반은 마법진을 사용해 고정하기도 했다.

과학과 마법을 아낌없이 사용해 폐허 하나를 개조한 것이다.


"이곳은 다른 곳들보다 지질이 튼튼하고 안정적이라 우선적으로 만든 것이지요. 저번 주에 경고했듯 다른 곳은 아직 공사 중이니 함부로 들어가서는 안 됩니다."


지난 주 그런 폐허 하나에 기어들어 간 것도 모자라 아예 땅꿀까지 파버린 학생이 있다는 것은 꿈에도 모르는 강태환이 다시 말을 이었다.


"아무튼. 오늘부터 대부분의 수업은 이곳에서 이루어질 예정입니다."


본관에서 여기까지 오는데도 꽤 많은 체력이 필요하니 적당한 준비 운동이 될 것이라는 계산도 있었다.


"여러분이 장차 헌터가 된다면 침식 지역에서 괴수들을 사냥하는 일이 주된 업무가 되겠지요. 하지만 가장 위험한 일은 대부분 도심에서 튀어나옵니다."


단순히 게이트가 열려서 갑작스럽게 괴수가 튀어나오는 상황만을 말하는 게 아니었다.

힘에 홀린 범죄자, 혹은 아예 인간을 그만둔 마인의 갑작스러운 테러는 결코 딴나라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지금도 간간히 뉴스에서 다루는 엄연한 현실이다.


현존하는 대부분의 괴수에 대한 사냥 방법이 정립된 현대에 있어 헌터들의 주된 사망 원인은 사냥의 실패가 아니다.

기습적인 테러와 폭동에서 오는 대인전에 있다.


"그러니 도시 안에서 싸우는 방법에 익숙해지기 위해··· 뛰세요. 마법이나 특성을 사용해도 됩니다. 우선은 저기 가장 높은 건물의 꼭대기를 목표로 해볼까요."


"네?"


"체력은 중요하니까요."


짝짝.


강태환이 손뼉을 치자 그 소리에 반응한 30여대의 드론들이 기다렸다는 듯 윙윙 소리를 내려 다가왔다.

각 드론들은 자신들이 맡은 학생들 주위를 맴돌았다.


"여러분의 움직임을 기록할 드론입니다. 로랜스 선생님께서 수고하고 계시지요. 이 드론들은 혹시 모를 사고를 대비하고, 또한 채점하기 위해 사용될 겁니다."


"채점이라고 하신다면··· 단순히 빨리 움직이는 게 정답이 아니라는 건가요?"


"좋은 질문입니다, 이진회 학생. 공공기물을 함부로 파손하면 감점이 됩니다. 중간중간에 자리한 사람 형태의 마네킹이 파손되도 감점이지요."


요컨데 마네킹이 지나가는 행인을 대신한다는 뜻이었다.


"언제 시작하나요?"


언제나 호승심이 넘치는 여령환이 이글거리는 눈으로 물었다.



그런 그녀의 질문에 강태환은 씨익 웃더니, 다음 순간 그들의 눈앞에서 사라져 있었다.



콰아아아앙!!!



엄청난 진동과 함께 굉음이 울려 퍼진다.


공기의 울부짖음 사이로 강태환의 목소리가 또렷히 들려왔다.



"지금."



**



탁탁.


옷에 묻은 먼지를 턴 강태환이 간이 지휘소를 연상시키는 텐트 안으로 들어갔다.

그곳에는 여러대의 모니터를 확인하는 로랜스가 있었다.


"어떤가?"


"여령환 양이 가장 먼저 출발했고, 지금도 선두에 있습니다. 사실상 3등 경쟁이군요."


"호오."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강태환은 여령환을 비추는 모니터를 바라보았다.

마네킹이 곳곳에 세워진 인도가 번거로웠는지 차들이 버려지듯 주차된 차도 위를 달리고 있었다.


"속도는?"


"시속 50km로 일정히 달리고 있습니다. 이 페이스를 유지하면 15분 안에 도착하겠군요."


대략 10km 정도 되는 거리를 15분 안에 주파.

강태환이 전력으로 움직이면 1분도 채 걸리지 않겠지만, 그녀의 나이를 고려하면 경이적인 성취였다.

게다가 저 표정을 보라.


"전력이 아니군. 단순히 페이스 배분도 아니야."


"혹시 모를 함정을 염두하는 걸까요?"


"처음 오는 곳이라 지형에 익숙하지 않으니 조심하는 걸지도 모르지. 생각보다 심계가 깊어."


"어떡할까요?"


로랜스가 강태환을 돌아보며 물었다. 강태환은 안경 너머 로랜스의 눈빛에서 진한 장난기를 읽을 수 있었다.

슬쩍 미소지은 강태환이 어깨를 으쓱이곤 말했다.


"없으면 오히려 실망하지 않겠나. 학생을 실망시킬 수는 없지."


"후후."


로랜스가 버튼을 조작하자 여령환의 주위를 맴돌던 드론의 하부에서 총이 튀어나왔다.


[뭣?!]


수상한 기계소리에 뒤를 돌아본 여령환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든다.


"여령환 홖쌩."


학창 시절 영어 점수가 가장 낮았던 주제에 외국인 발음을 굴리며 로랜스가 마이크에 대고 입을 열었다.

같은 교수진에겐 하지 않는 말투.

로랜스는 의외로 장난기가 있는 모양이다.

아니면 선생이라는 높은 자리에 취해 지금까지 연구소와 상사에게 받은 핍박을 이런 왜곡된 형식으로 푸는 것일지도 몰랐다.


그래. 사회가 그를 이렇게 만든 것이다.



"확쌩은 단계룰 쭈옴 노피토록 하켔씁니돠. 맞으면 Minus. 참고로 유성 Paint니 씻기 힘들다쿠요?"


[로랜스 선생인가···! 흥, 고작 한 개로는!]


"누카 한 캐라고 했취요?"



로랜스가 모니터를 바라보며 씨익 웃었다.


웅웅웅웅!!!


마치 벌때와도 같이, 엔진소리를 울리며 수십 대의 드론이 건물 너머에서 비상했다.



[뭐...라고...?!]



철컥. 수십 대의 드론이 그녀를 포위하듯 날아오며 총신을 조준했다.



"아췩 조준이 안끝나써 명중률이 개퐌이긴 합니타뫈. 서투르지 않흐면 Important한 인질이 다친다쿠요?"


[이, 인질?]


"으흠. 대충 인질에게 시한폭퇀이 달렸타는 Scenario로 할카요. 마도연 쿄캄이 조아할만한 시나리오쿤요."


[이 비열한 사마외도가!]



의외로 잘 받아주는 여령환이었다.



"비열하타는 말운 칭찬입니타."



로랜스는 쿡쿡 웃으며 안경을 치켜올렸다.



"그럼. Good Game."



툭, 하고 마이크를 끄는 로랜스.

잠시 어깨를 들썩이던 그는 이내 조용한 텐트 안을 알아차렸다.


"························"


"························"


조심스럽게 고개를 돌려보니, 자신의 상사가 자신을 빤히 바라보고 있는 게 아닌가.



"···학생들과 친하게 지내는 것 같아 다행이군."


"···네."


"···그럼 다음 학생을 봐보지."


"···네."



어색한 침묵이 감도는 가운데 로랜스는 컴퓨터를 조작했다.

그러기를 잠시.

악기를 연주하듯 움직이던 그의 손가락이 우뚝 멈추었다.



"······오호?"



드론이 보내오는 수치를 확인하던 로랜스의 눈이 갑자기 동그래졌다.



"무슨 일인가?"



혹여 학생들이 넘어져 다친건 아닌지 우려를 담아 물어보자, 로랜스는 살짝 웃는 표정으로 강태환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이번 레이스, 생각보다 재밌을 것 같습니다."


로랜스는 이번 수업이 사실상 3등 경쟁이 될 것이라고 위에서 언급했고, 강태환도 그것에 딱히 반박하지 않았다.

그것은 2등에 김태양을 염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여령환이라는 압도적인 1등에 가려져 있지만, 그의 성취 또한 또래들 사이에서 보기 드문 경지였다.


주변에서 나름 천재라고 치켜세워졌기에 비틀린 성격을 가져버린 학생.

그것은 반대로 말해, 재능 하나만큼은 인정받고 있었다는 증거이다.


그렇기에 이번 경기가 사실상 3등을 가리게 될 것이라 여겼건만······



[이 자식, 둔재 주제에!]


[························!]



전형적인 기공사답게 오러로 신체능력을 강화해 달리고 있는 김태양.

그런 그의 뒤를, 바닥을 바짝 얼리며 스케이트를 타듯 달리는 이진회가 바짝 쫓고 있었다.


"신발에 얼음을 두르고 날을 세웠군요. 저러면 동상에 걸릴테지만··· 특성으로 커버. 훌륭합니다."


서류상으로 적혀있던 이진회의 특성 <냉혈>을 떠올린 로랜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몸에 흐르는 차가운 피로 하여금 체외의 냉기에 저항하는 능력.

왠만한 냉기로는 이진회의 몸을 굳힐 수 없다.

이게 주변이 추울수록 신체가 강화되거나 무언가 이득을 얻는 능력이었다면 더 고평가받았겠지만······ 뭐, 이진회로서는 자신의 특성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는 셈이었다.


"게다가 몸놀림도 상당히 빠르군요. 마냥 둔재로 폄하할 수는 없겠습니다만."


"아니. 이진회 학생에게 재능이 없는 건 맞네."


지난번 대련에서 이진회에게 오러를 다루는 센스가 없다는 것은 이미 확인했다.

상황에 맞추어 적합한 컨트롤을 할 수 없기에, 여러 상황을 미리 상정하고 연습해둔 움직임으로 대응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에게 있어 검에 변화를 주는 것은 사치나 다름없는 것이다.

자연히 몸놀림이 딱딱하고 읽기 쉬워진다.


"그렇습니까? 제가 보기에는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장애물을 피하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만."


"겉모습만 보면 그렇지만, 사실 겨우겨우 피하고 있는 걸세."


마치 리듬게임 중에 집중하다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풀콤보를 하는 것처럼, 이진회는 지금 아슬아슬한 균형을 잡고 있었다.

바로 옆에서 같이 달리고 있는 김태양도 그것을 느끼고 계속 말을 걸며 집중을 흐트리려고 하는 것이다.


"그렇군. 2등은 이 둘이 경쟁하게 되는건가. 여령환 학생의 발이 묶여있는 만큼 잘하면 1등을 노릴수도 있겠군."


"아니요."



로랜스가 화면을 전환하며 말했다.



"둘이 아니라 셋입니다."



바뀐 화면 안에선 함우빈이 노란 전기를 번뜩이며 바이크를 탄 채 거리를 질주하고 있었다.


작가의말


전기는 노란색이 근본입니다. 포켓몬 시절부터 내려온 유서깊은 전통이지요. 하양이나 파랑은 이단.

그리고 늦어서 죄송합니다! 학기가 시작하는터라 여러가지로 바쁩니다... 장학금 신청이나 뭐 이런저런걸로요

주인공이 할배인 만큼 이진회랑 함우빈이 어디서 어떻게 기연을 챙겼는지는 자세하게 묘사하지는 않겠습니다.

대충 이진회는 현재에선 저평가받는 재료로 물약만든 다음 원샷해서 마나 적성을 높였고

함우빈은 산 이곳저곳 돌아다니면서 남이 먹어야했던 기연 처묵했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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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현장학습 (1) +35 21.02.02 1,936 126 11쪽
35 개인교습 (4) +34 21.02.01 1,873 127 9쪽
34 개인교습 (3) +29 21.01.23 2,319 141 10쪽
33 개인교습 (2) +9 21.01.23 1,863 113 9쪽
32 개인교습 (1) +58 21.01.19 2,474 165 11쪽
31 무기 선택 (2) +20 21.01.17 2,528 137 10쪽
30 무기 선택 (1) +30 21.01.11 2,841 159 13쪽
29 달리기 수업 (2) +36 21.01.10 3,060 184 14쪽
» 달리기 수업 (1) +26 21.01.09 3,188 165 13쪽
27 회의 +35 21.01.05 3,607 194 13쪽
26 마음이 싱숭생숭해지는 날 (3) +33 21.01.04 3,617 237 11쪽
25 마음이 싱숭생숭해지는 날 (2) +15 21.01.04 3,736 191 13쪽
24 마음이 싱숭생숭해지는 날 (1) +48 21.01.01 4,422 262 11쪽
23 첫 수업 (5) +43 20.12.31 4,460 247 11쪽
22 첫 수업 (4) +46 20.12.30 4,595 253 14쪽
21 첫 수업 (3) +39 20.12.28 5,052 268 13쪽
20 첫 수업 (2) +25 20.12.27 5,075 256 9쪽
19 첫 수업 (1) +23 20.12.26 5,286 238 10쪽
18 징조 (2) +43 20.12.23 5,857 271 15쪽
17 징조 (1) +44 20.12.22 6,011 329 9쪽
16 입학시험 (6) +86 20.12.20 6,142 355 13쪽
15 입학시험 (5) +26 20.12.17 5,716 291 8쪽
14 입학시험 (4) +24 20.12.17 5,694 276 9쪽
13 입학시험 (3) (+수정) +14 20.12.17 5,878 269 8쪽
12 입학시험 (2) +16 20.12.13 5,818 279 8쪽
11 입학시험 (1) +16 20.12.13 6,152 26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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