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끄뚤루 님의 서재입니다.

헌터 아카데미의 교장이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끄뚤루
작품등록일 :
2020.12.05 03:27
최근연재일 :
2021.02.18 08:28
연재수 :
38 회
조회수 :
187,482
추천수 :
9,210
글자수 :
183,136

작성
21.01.23 06:54
조회
2,318
추천
141
글자
10쪽

개인교습 (3)

DUMMY

"스테로이드? 약물 말인가?"


"네. 근육과 내장의 크기로 확인했습니다. 다만 기존의 약물보다 성능은 좋으면서 부작용이 거의 없다는 장점이 있지요."



다행히 고자가 될 위험은 없다고 로랜스는 덧붙였다.

성격이 좀 급해질 수는 있겠지만 그저 그것 뿐.

적어도 특성이 본인에게 직접적인 해가 되는 케이스는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그저 그것뿐이라면 그냥 신체가 강건하게 되는 정도였겠습니다만···"


"기공과의 상성이 안 좋았군."


"네. 그대로 두었으면 성격이 점점 난폭해져 방도가 없었을 겁니다."



강태환은 예전에 김태양이 자기를 소개할 때 했던 말을 떠올렸다.


<······기초를 닦는 데만 10년. 정식으로 입문한 지 3년입니다.>


최대 3년 동안 자신의 격보다 높은 기공을 배웠다는 뜻이 된다.

그저 기초를 중요시 여긴다고 생각했건만, 상승의 기공을 가르치기 위함이었던가.

정신이 불안정한 사춘기 시절에 자신의 특성과 조화되지 않는 기공을 익혔으니 그 끝이 좋을 리가 없다.


게다가 김태양 본인의 천성도 빈말로 좋다고는 할 수 없으니.

몇 년만 늦었어도 폭주하여 비인외도에 들어섰을지도 모른다.



"심정은 이해가 됩니다. 사실, 명문가에서 자식들이 어렸을 때부터 상급의 기공을 입문시키는 일은 암묵적으로 공공연하게 이뤄지니까요."



명문이 왜 명문인가.

설령 잠깐 길을 잘못들어도 충분히 바로잡을 역량이 있기 때문이다.


김태양의 아버지는 자식이 성공하길 바라는 애정이 있었을지도 모르나, 그 역량이 부족했다.


부모의 잘못된 태도와 비뚤어진 애정으로 실패하는 아이들.

결코 드문 일이 아니다.



"그럼 일단 수련은 멈춰야겠군. 혈도를 주기적으로 폐쇄해야겠어."



강태환이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로랜스도 마찬가지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성적으로 생각했을 때 강태환의 결정은 당연했으니까.


혈도, 즉 오러의 통로를 잠시 봉쇄한다고 하여 장애가 생기는 것도 아니다.


당장의 전투력은 내려갈지 모르나 지금까지 쌓아온 공부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니 지금처럼 반의 상위권을 충분히 유지할 수 있을 터.

기의 운행은 얼마든지 우회할 수 있다.

혈도가 하나만 있는 것도 아니고.

우선 당장의 격에 알맞는 기공을 배우고 나중에 다시 습득하면 된다.


김태양 본인에게 스스로의 혈도를 봉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수련법을 개선하면 쉽게 될 일이다.

몇년 동안만 열심히 수련하면 본래의 경지를 되찾을 수 있다.



"그럼 특성은 어떤가?"


"딱히 문제는 없군요. 능력을 생각해보면, 신체 발달이 촉진될 테고 체력도 쉽게 올라갈 테지요."


"오러양도 빠르게 증가하겠군."


"············그것뿐인가요?"



우울한 목소리가 두 선생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강태환이 소리가 들려온 곳을 바라보니, 김태양은 모든 것을 다 포기한 듯 허탈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김태양 학생. 학생의 특성은 무척이나 좋은――"


"결국 전투에 큰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잖아요."



강태환은 이내 입을 다물었다.

확실히 김태양의 특성은 직접적인 전투력이 없다.



"하지만 큰 가능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것뿐?"



김태양은 피식 웃었다.

처음에는 교사의 참견이 귀찮았고, 특성이 밝혀져 창피했으며, 결국에는 아비의 잘못까지 들키고 말았다.

정신이 불안정해진다.

도망가고 싶었다.

그런데도 가만히 있던 것은, 강태환의 명성을 믿었기 때문이다.


그라면 이 쓸모없는 특성도 어떻게든 해줄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선생들의 이야기를 듣자 하니, 결국 개인적인 성장을 가속시킬 뿐 전투에는 쓸모가 없는 것이 아닌가.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크다.


그리고 실망은 이윽고 분노로 변하고 있었다.



"김태양 학생."



강태환이 김태양을 진정시키기 위해 나지막하게 말했다.


그러나 오히려 그 말이 김태양을 격양시켰다.

눈은 로랜스의 충혈된 눈 못지않게 붉어지고, 얼굴 위에 핏줄이 솟아오른다.

이제는 거의 살기까지 뿜고 있었다.



"닥쳐!"



누가 봐도 김태양의 감정 변화는 너무 급박하고 부자연스럽다.

일반적인 감성을 지닌 사람이라면 이렇게 성급히 행동하지 않는다.

격에 맞지 않은 기공의 부작용.

평범한 일상에서는 드러나지 않으나 마음이 몰아붙여 지자 스스로를 제어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당신도 봤잖아! 함우빈과 이진회, 그 덜떨어진 놈들. 첫 수업에서 나보다 훨씬 약하던 버러지들이 며칠 만에 나를 따라잡는걸!"



이진회는 재능이 없다. 나름 상당한 노력을 해온 것 같지만, 같이 수업을 하다 보면 그 정도는 알 수 있다.


함우빈은 말할 것도 없다. 무술의 경험이 없는 생초짜인 건 딱 봐도 견적이 나온다.



"어째서? 나는 10년 넘게 존나 노력했는데. 그 새끼들은 태어날 때부터 가진 특성으로 따라잡았어."



이진회에게 냉기는 통하지 않는다.

그건 특정 상황에서 어마어마한 장점이 되어 줄 것이다.

평범한 인간에겐 가혹한 추위를 품은 이계는 찾아보면 얼마든지 있으니까.

특성을 이용해 백파이어를 어느 정도 무시하고 마법을 난사하는 것도 가능하다.

사용자에게도 피해를 주는 금주(禁呪) 따위를 익히면 어찌 될지는 안 봐도 뻔하다.


함우빈은 강력한 번개를 몸에 품고 있다.

개화한 지 얼마 안 되어 약해 보이지만, 반대로 말하자면 초기의 능력치만으로 레이스에서 김태양을 누르고 상위권을 차지했다.

물론 반칙에 가까운 술수였지만 지금 김태양에게 그런 것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초보인 함우빈이 김태양을 이겼다는 것.

그가 가진 가능성은 누가 봐도 명확했다.



"여령환 그년도 마찬가지야. 안 그래도 강한 주제에 특성도 사기잖아!"



정신이 뜨겁고 격렬해질수록 신체가 강화되는 능력.

언뜻 보기에는 심심한 강화 계열이지만, 그 폭이 심상치 않다.

오러를 운용하지 않아도 특성만으로 왠만한 헌터들보다 높은 신체능력을 가질 수 있다.

똑같은 특성을 지닌 그녀의 아비는 A급 헌터이지 않은가.

본인의 역량에 특성이 가미된다면 김태양으로서는 결코 그녀를 이길 수 없다.



"결국 헌터는 특성빨이야. 비각성자는 각성자를 이길 수 없고, D급 특성으로는 A급 특성을 이길 수 없어."



김태양은 강태환을 노려보았다.

헌터가 되기 위해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은 그.

그저 운이 좋아 유명해질 수 있던 사람.

과연 그가 오늘날에 태어났어도 그런 업적을 해낼 수 있었을까?

김태양은 결코 그리 생각하지 않았다.


헌터들이 많아지고 경쟁이 심화되는 시대이다.

아무런 특성도 없는 강태환은 분명 도태될 것이 그의 눈에는 선했다.



"하지만 김태양 학생. 학생은 간절히 헌터가 되고 싶었던 게 아닌가요? 그래서 그 입학시험에서 발을 디뎠던 것이 아닙니까."


"나는··· 달라."



김태양은 내뱉듯이 중얼거렸다.

마치 고해성사를 하는 것처럼.



"무슨 결의나 각오 따위가 있던 게 아니야. 나는 그저·········"



떠오른다.

추하게 주저앉은 자신을 앞서가던, 세 사람의 등이.



"···지고싶지 않았을 뿐이야. 인류 따위는 아무래도 좋고 딱히 배우고 싶은 것도 없어."



본래의 성격을 부끄러운 과거로 깍아내어 만들어낸, 예술의 경지에 들어선 반골심.

그러나 그 본질은 초라할 뿐이다.

스스로도 그것을 잘 알고 있기에 더욱 분노하고, 그 불길을 다른 사람에게로 향한다.

그것이 김태양이라는 인간.


쪼잔하고, 비겁하다.



"···포기할 거야."



이딴 능력으로는 최고가 될 수 없다.

최고가 되기는커녕 동급생들을 따라잡을 전망도 없다.



"이제 아무래도 좋아."



갑자기 타오르던 감정은 다시 갑작스레 가라앉았다.

이런 영문모를 지독한 성질머리를 가지게 된 것도 결국 특성과 기공의 영향이라지 않는가.

그리 생각하니 정말로 아무래도 좋아졌다.


고개를 푹 숙인 김태양을 내려다보던 강태환이 문뜩 중얼거렸다.



"······김태양 학생은 이진회 학생이랑 닮았군요."


"뭐?"


"어쩌면 둘은 친한 친구가 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아니면 서로를 죽이거나.



이진회가 김태양을 싫어하는 이유를 조금 알 것 같았다.



"뭐라는 거야."


"아무래도 좋지 않습니까. 이 학교를 나가면 제 학생이 아니게 되는 건데."


"교, 교장 선생님!"



로랜스가 당황하며 강태환을 바라보아도 그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이곳 수호 아카데미는 배우고 싶은 사람을 가르칩니다. 만약 배우는 걸 포기하면 그뿐이지요."



평소의 자비롭고 여유있던 모습과는 다른, 거칠고 날카로운 면모.

지금까지 이런 모습을 숨기고 있던 것일까.



"하지만 만약 김태양 학생이 포기하지 않으신다면···"



강태환은 다시 손을 뻗었다.

방금 전, 김태양이 잡지 않은 그 손이었다.



"이 손을 잡으세요. 김태양 학생을 최강으로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김태양이 멍한 눈으로 강태환을 바라보았다.



"특성 그런게 무슨 대수입니까. 그딴 거 없어도 충분히 최강이 될 수 있습니다."


"···만약 최강이 못되면요."



강태환은 잠시 생각하다 다시 말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겠습니다."



김태양은 생각했다.

복잡하게 엉킨 마음을 진정시키고, 특성과 기공의 부조화로 생기는 소음을 애써 무시하고, 생각했다.



그리고는 손을 잡았다.


작가의말


사실 김태양 제자되는건 처음 기획부터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회빙환 학생들을 현지인(?)이 이기는 전개요

그런데 지금 막상 와서 생각해보니 빌드업이 부족했네요

전 회차의 이진회 팔 자른게 김태양이라는걸 숨기다 반전으로 넣어주거나 아니면 김태양 성격 나쁜걸 더 묘사했어야 했나 싶습니다

제가 글쓰다가 좀 폭주하는 성향이 있는지라 너무 감정적으로 썼나 싶기도 하고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9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헌터 아카데미의 교장이 되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13화 수정 (묘사 추가) 20.12.24 1,009 0 -
공지 팬아트를 받았습니다 (12/27/2020 갱신) +6 20.12.22 5,673 0 -
38 현장학습 (3) +48 21.02.18 2,038 105 15쪽
37 현장학습 (2) +19 21.02.17 1,447 89 12쪽
36 현장학습 (1) +35 21.02.02 1,936 126 11쪽
35 개인교습 (4) +34 21.02.01 1,873 127 9쪽
» 개인교습 (3) +29 21.01.23 2,319 141 10쪽
33 개인교습 (2) +9 21.01.23 1,863 113 9쪽
32 개인교습 (1) +58 21.01.19 2,474 165 11쪽
31 무기 선택 (2) +20 21.01.17 2,528 137 10쪽
30 무기 선택 (1) +30 21.01.11 2,840 159 13쪽
29 달리기 수업 (2) +36 21.01.10 3,060 184 14쪽
28 달리기 수업 (1) +26 21.01.09 3,187 165 13쪽
27 회의 +35 21.01.05 3,607 194 13쪽
26 마음이 싱숭생숭해지는 날 (3) +33 21.01.04 3,616 237 11쪽
25 마음이 싱숭생숭해지는 날 (2) +15 21.01.04 3,736 191 13쪽
24 마음이 싱숭생숭해지는 날 (1) +48 21.01.01 4,422 262 11쪽
23 첫 수업 (5) +43 20.12.31 4,460 247 11쪽
22 첫 수업 (4) +46 20.12.30 4,594 253 14쪽
21 첫 수업 (3) +39 20.12.28 5,052 268 13쪽
20 첫 수업 (2) +25 20.12.27 5,074 256 9쪽
19 첫 수업 (1) +23 20.12.26 5,286 238 10쪽
18 징조 (2) +43 20.12.23 5,857 271 15쪽
17 징조 (1) +44 20.12.22 6,011 329 9쪽
16 입학시험 (6) +86 20.12.20 6,141 355 13쪽
15 입학시험 (5) +26 20.12.17 5,716 291 8쪽
14 입학시험 (4) +24 20.12.17 5,694 276 9쪽
13 입학시험 (3) (+수정) +14 20.12.17 5,878 269 8쪽
12 입학시험 (2) +16 20.12.13 5,818 279 8쪽
11 입학시험 (1) +16 20.12.13 6,152 261 10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