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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뚤루 님의 서재입니다.

헌터 아카데미의 교장이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끄뚤루
작품등록일 :
2020.12.05 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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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2.18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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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1.23 0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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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개인교습 (2)

DUMMY

"························"


"························"



교장실에 불편한 침묵이 감돈다.



"그··· 렇군요."



상상조차 해본 적이 없는 절망이 그를 덮친다.

수많은 전장을 거쳐온 전설적인 사냥꾼도 눈앞의 사태에는 어쩔 도리가 없다.



"그, 특성 때문에 불편한 적이 많았었나요?"


"···유치원 때부터 조금요."



강태환은 고개를 끄덕였다.

중년 남성들이 ――그리고 몇몇 청년들이―― 들었다면 부러워했을지도 모르는 특성이지만, 장본인에겐 귀찮기 짝이 없었을 것이다.

특성이 어린 시절부터 발현되었다면 더더욱.

성에 관한 것을 부끄럽게 생각지 않고 오히려 놀림거리로 여기는 시절이니 말이다.



"그걸로 험한 일을 당하지는 않았나요? 괴롭힘이라던가, 아니면 희롱이라던가."



자신의 손자 또래 아이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 어찌 껄끄럽지 않겠는가.

그러나 자신보다 더 수치심을 느낄 학생이 눈앞에 있다.

현대보다 성에 대한 관념이 터부시되는 시대를 살아온 강태환은 부끄러움을 참으며 그리 물었다.



"아니요. 그렇지만 많이 놀림당했습니다."


"창피했겠군요."


"···네."



말에 짜증이 묻어있다.

괜한 것을 물은 것일까.



"다른 일은?"


"없었습니다."



강태환은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하게 말해주셔서 정말로 감사합니다, 김태양 학생."



이런 이야기에 대한 주제는 굉장히 껄끄러울 수밖에 없다.

본인에게 굉장히 수치스러울 이야기를 가지고 주변에서는 뭐라 떠들어 댔을까.


이웃에서는? 학교에서는?

···가정에서는?


첫 수업에서 김태양이 보여주었던 오만한 표정이 떠오른다.

착하다고는 할 수 없는 심성.

인생을 뒤흔들 사건이 없고, 본인 스스로에게도 자각이 없었더라도 어린 그의 정신은 조금씩 비틀리고 있던 것이다.



"부끄러우시겠지만, 그런 이야기는 결코 창피한 게 아닙니다. 학생의 몸은 부모님이 주신 소중한――――"



강태환은 무어라 위로의 말을 건네려다 입을 꾸욱 다물었다.


이런 상황을 뻔히 알고도 방치해둘 정도로 현대의 교육체계는 어수룩하지 않다.

막장 학교를 나온 게 아닌 이상 여러 상담과 조언을 들어왔을 터.

어쩌면 그런 불필요한 관심이 그를 삐뚤어지게 만들었을지도 모르겠다.



"아니요. 뻔한 말은 하지 말도록 하죠."



고개를 푹 숙이고 있던 김태양의 고개가 올라온다.



"저는 헌터고, 김태양 학생은 헌터 예비생이죠. 그리고 여기는 헌터 아카데미입니다."



강태환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김태양을 내려다보았다.

김태양이 얼떨떨한 표정으로 그를 올려다본다.



"로랜스 선생님께로 가보죠."


"네?"


"그 특성, 철저히 해부합시다. 원리가 무엇인지, 어떻게 쓸 수 있는지, 성장은 어떻게 하는지. 전부 알아봅시다."



김태양은 불안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런 게 도움이 될까요?"


"됩니다."



강태환은 단언했다.



"특성의 본질을 깨닫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능력이 '절륜'이라면, 어째서 그런 결과가 나오는지 알아보고 그 원리를 이용해야 합니다."



1세대 헌터인 그는 특성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러나 그는 많은 헌터들을 보아왔고, 그의 자식들도 특성을 보유한 각성자였다.

평소에 로랜스에게 들은 여러 잡지식들을 별도로 공부하기도 했다.



"누구에게나 통용될 테지만, 헌터는 자기 스스로를 깨우쳐야 합니다. 그래야만 일류 사냥꾼이 될 수 있지요."



강태환은 자신을 올려다보는 학생을 일으키기 위해 손을 뻗었다.



"일어서세요. 헌터로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김태양은 눈을 질끈 감고 고민하다 이내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러나 결국 그의 손은 잡지 않았다.



**



"흐음."



로랜스는 안경을 벗은 채 충혈된 눈으로 김태양의 신체를 위아래로 훑어보고 있었다.

핏줄이 잔뜩 선 눈은 멀리서 보면 흰자가 붉게 물들어 보일 정도였다.

자신의 특성 <관찰안>을 전력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증거.


아카데미의 교수가 된 이래로 이 특성을 전력으로 사용한 것은 처음이었다. 타인의 프라이버시를 위해 특성의 사용을 자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평소 끼던 안경도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무의식적으로 발동하는 특성을 억제하기 위한 도구였다.


그러나 학생의 사연을 들었고, 무엇보다 본인의 허가도 받았으니 망설임은 없다.



"잠시 누르겠습니다."



김태양은 자신의 배꼽 근처를 꾹 누르는 로랜스를 불편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자신이 막말을 내뱉은 사람.

서로 껄끄러울 텐데도 로랜스는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자신의 일에 열중하고 있었다.


불편한 사이인 사람에게 민감한 주제를 들킨 김태양의 심정도 마냥 편하지만은 않다.

사춘기 특유의 날뛰는 충동심을 억제하며 눈을 감는다.



"아하."


"뭔가 알겠나?"


"네. 일단 특성 자체는 D등급 정도로 책정되겠군요."



로랜스는 김태양을 바라보았다.


자신의 연구실로 들어오자 마자 허리를 숙인 학생.

뒤에 서 있던 교장 선생님의 압박인지, 아니면 진심에서 우러나온 사과인지는 알 수 없다.

로랜스라고 불편한 감정이 왜 없겠는가.

그러나 그는 자신의 마음을 철저히 배제하고 연구자로서의 행동했다.



"김태양 학생. 아버님에게 특성을 유전 받은 건 아니라고 하셨지요?"


"네. 아버지는 아예 특성이 없습니다."


"그럼 평소 아버님의 성격이 불같다는 말은 듣지 않았나요? 아니면 감정의 기복이 심하시다거나."


"······그런 점이 없지는 않습니다."



가족 이야기는 갑자기 왜 나오는 것일까?

적어도 패드립을 하려는 속셈은 아닐 것이라 김태양은 믿고 싶었다.


마음이 불편해진다.

전신이 가려워지는 느낌이었다.

사실 교장에게 불렸을 때부터 그의 마음은 심란하기 그지없었다.

당장이라도 이 방을 뛰쳐나가려는 몸을 애써 억누른다.



"그럼 마지막으로 묻죠. 수련하는 기공의 이름은?"


"···············"


"솔직하게."



로랜스의 진지한 표정을 보아하니 이미 눈치챈 듯하다.

김태양은 이마를 구기다가 한숨을 내쉬고는 입을 열었다.



"월랑심결(月狼心結)입니다."


"B급?"



강태환이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한때 협회에서 관리하는 기공 목록에서 본 기억이 있었다.


오러란 생명력이며, 그렇기에 단순한 체력 운동만으로도 오러를 단련할 수 있다.

이계에서 퍼져나온 마나 때문에 오러가 상시적으로 자극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을 끌어올려 사용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


1세대 헌터들이 피를 흘리며 쌓아온 노하우를 가지고 후대 사람들은 더 수월하게, 더 빠르게 오러를 단련하는 방법을 만들어갔다.

빠르게 쌓인 오러의 성질을 바꿔보거나 기의 이동을 연구하고 신체의 강화법을 개선한다.

그렇게 개발된 기공의 부작용이 발견된 것은 2세대 초기 쯤이었다.


옛날 막장 TV드라마에서 나올법한 3류 악당, 재벌집 자식, 혹은 라이벌 악역.

오만하고 악랄하며 참을성이 부족한 사람들.

그런 성격을 지닌 사람들이 현실에서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쓸때없이 힘을 지니고 있으니 더욱 성가시다.


거친 언동의 헌터들이 늘어나 점차 사회 문제로 번질 무렵.

오러를 잘못 사용하면 정신, 정확히는 두뇌에 이상이 올 수 있다는 것이 발견되었다.


서툴거나 올바르지 않은 오러의 사용은 사용자를 타락시킬 수 있다.

주화입마의 일종.

단순히 신체를 망가트리는 게 아니라 정신을 비튼다는 게 더 악랄하다.



그렇기에 헌터 협회는 각 기공의 구결들을 관리하고 그것을 제대로 제어할 수 있다고 판단한 사람들에게만 수여하기로 결정한다.

B급 기공은 B급 헌터, 그중에서도 몇몇 자격을 통과한 사람에게만 허락하는 것이다.


초인의 등장을 탐탁지 않아 했던 정치인들에게 좋은 명분이 생긴 셈이었다.

덕분에 치안이 좋아졌으니 꼭 나쁜 일만은 아닐 테지만.



그러나 몇몇 기공들은 이미 세상에 널리 퍼져나간 뒤였고, 현실적으로 모든 기공을 관리할 수는 없다.



"김태양 학생의 특성은 일종의 스테로이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피를 검사해보면 남성 호르몬이 과다하게 분비되고 있을 겁니다."



조심스래 자신이 본 것을 설명하는 로랜스.

강태환은 주의깊게 그런 로랜스의 말을 듣고 있다.


"······························"


그렇기에 둘은 김태양의 눈빛을 볼 수 없었다.

그 안에서 일렁이는 감정 또한.


작가의말


헌터물에서 나대다가 퇴장하는 엑스트라들이 많은 이유 = 수련을 잘못해서

무협에서 수련 잘못하다가 주화입마 걸려서 미쳐 날뛰는거랑 비슷한 이론입니다

다행히 김태양의 배는 뽈록 튀어나오지 않았다고 합니다

얼른 다음화 올리고 다시 과제하러 갑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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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무기 선택 (1) +30 21.01.11 2,840 159 13쪽
29 달리기 수업 (2) +36 21.01.10 3,060 184 14쪽
28 달리기 수업 (1) +26 21.01.09 3,187 165 13쪽
27 회의 +35 21.01.05 3,606 194 13쪽
26 마음이 싱숭생숭해지는 날 (3) +33 21.01.04 3,616 237 11쪽
25 마음이 싱숭생숭해지는 날 (2) +15 21.01.04 3,735 191 13쪽
24 마음이 싱숭생숭해지는 날 (1) +48 21.01.01 4,421 262 11쪽
23 첫 수업 (5) +43 20.12.31 4,460 247 11쪽
22 첫 수업 (4) +46 20.12.30 4,594 253 14쪽
21 첫 수업 (3) +39 20.12.28 5,051 268 13쪽
20 첫 수업 (2) +25 20.12.27 5,074 256 9쪽
19 첫 수업 (1) +23 20.12.26 5,286 238 10쪽
18 징조 (2) +43 20.12.23 5,857 271 15쪽
17 징조 (1) +44 20.12.22 6,010 329 9쪽
16 입학시험 (6) +86 20.12.20 6,141 355 13쪽
15 입학시험 (5) +26 20.12.17 5,716 291 8쪽
14 입학시험 (4) +24 20.12.17 5,693 276 9쪽
13 입학시험 (3) (+수정) +14 20.12.17 5,878 269 8쪽
12 입학시험 (2) +16 20.12.13 5,818 279 8쪽
11 입학시험 (1) +16 20.12.13 6,152 26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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