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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뚤루 님의 서재입니다.

헌터 아카데미의 교장이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끄뚤루
작품등록일 :
2020.12.05 03:27
최근연재일 :
2021.02.18 08:28
연재수 :
3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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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7,4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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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83,136

작성
20.12.22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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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9쪽

징조 (1)

DUMMY

강태환은 마도연과 로렌스에게 학생들의 안내를 부탁했다.

그는 남아서 뒷정리를 할 생각이었다.

두 교사의 인솔을 따라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학생들의 등을 바라보며 강태환은 내심 한숨을 내쉬었다.



'사람 수가 너무 부족하군'



이 넓은 부지를 관리하는 사람이 세 명밖에 없다. 학생들도 본래 목표의 10분의 1도 채우지 못했다.

학교가 황량해 보일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지금이야 응시생들과 구경꾼들로 북적이지만, 학기가 시작하면 텅 비어버리겠지.


솔직히 말해, 강태환은 3명의 교수로 32명의 사춘기 학생들을 온전히 통솔할 자신이 없었다.

좁은 공간이라면 모를까, 학교가 너무 커서 시야가 제한되기 때문이다.

막말로 저 멀리 구석에서 학교폭력 사태가 일어나더라도 알아낼 재간이 없다. 선생들이 24시간 학교를 감시할 수는 없는 노릇이 아닌가.

언제 어디서 사건이 터질지 모른다.


입학시험은 학생들의 인성을 검사하는 시험이 아니었다.

열정. 의지. 각오. 갈망.

그런 종류의 정신적인 요소들을 시험했을 뿐.


그렇기에, 아무런 문제 없이 조용히 지내리라고 생각하는건 사춘기 소년소녀들을 얕보는 자만에 불과하다.

강태환과의 힘의 격차를 깨달았을 테니 첫 학기는 조용하겠지만··· 언제까지 갈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어르신."

"아. 침식대책부의······"

"김현석 입니다."



강태환에게 교장 자리를 제의해온 사람이었다.



"오랜만이군. 어쩐 일인가?"

"잠시 뵐 수 있을까요. 급한 일입니다."



강태환은 잠시 군중들을 돌아보았다.

자기 하나 보려고 먼 이곳까지 온 사람들이었다.



"지금 당장 가야 하나?"

"···시간을 알려주시면 저희가 예정을 맞추겠습니다."

"그럼 3시간 뒤에 만나지."



그리고는 한숨을 내쉬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



"무진아."

"왜요?"



옆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김현석은 흠칫 놀랐다. 분명 아무런 인기척도 느끼지 못했건만.

재빨리 고개를 돌려보니 바로 옆에 한 청년이 뚱한 표정을 짓고 있다.


"! !"


공기의 흐름에 변화가 없다.

단순히 물리적으로 이동한게 아니라는 뜻이렷다.


<신속>


사용자를 전투기보다 빠르게 만들어주는 특성.

강화 계열같지만 엄연히 공간 계열이다. 공간을 왜곡시켜 거리를 좁히기 때문이다.

스피드 계열에선 최정상에 자리하는 능력이지만 속도에 비해 파괴력은 그닥 좋지 않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말 그대로 사소한 흠일 뿐.


공간 계열이라는 희귀성.

능력의 자체적인 강도.

그 외 지속시간이나 범용성 등.


능력평가의 각 분야에서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달성해 AAA급 특성이라 평가받는다.


그런 특성을 보유하고, 강태환과 허물없이 대화하는 사내.



강태환의 셋째 아들, 강무진이다.



"여기 정리하는거 좀 도와주렴. 사람들한테 인사도 하고, 사진도 좀 찍어주고."

"내가 왜요?"

"아버지가 새로 취직했는데 그 정도도 못 도와주겠니?"



강태환이 슬쩍 웃으며 대답하자 강무진의 얼굴이 찌푸려졌다.



"이런건 맨날 나만 시키더라."

"니네 형들은 바쁘잖아."



첫째 강혁진은 사업으로 바쁘고, 둘째 강명진은 군인이다. 헌터로 살아가는 강무진과는 달리 시간을 내기 힘들었다.



"혜진이는?"

"걔는 막내잖니. 오빠가 되서 그런 것도 못 해줘?"

"···············"



그 누가 이 대화를 구국의 영웅과 A급 랭커 사이에서 나왔다고 생각할까.

직접 보는 김현석도 믿을 수가 없었다.

순간 자신의 귀가 잘못된게 아닐까 의심할 정도로.

경지에 오를수록 노화가 느려지는 오러 사용자들은 평생의 대부분을 젊게 산다지만···



"며늘아기랑 애들은 어디야?"

"집에 두고 왔어요. 괜히 혼잡한데 데려오기 그렇잖아."

"쯧. 맛있는거 사주려고 했는데."



75살과 40살의 대화라고 하기에는 너무 유치하지 않은가.



"가서 사람들한테 예의 바르게 행동하고."

"아, 알았어요."



이번 입학시험을 구경하러 온 관중들을 향해 걸어가는 두 부자.

둘의 대화에 처음에는 어안이 벙벙했지만 이내 살짝 미소짓는 김현석이었다.



전(前) 헌터 세계 랭킹 7위이며 한국 랭킹 부동의 1위.

그저 위대하고 또 위대한 영웅.



그런 그가 오늘따라 가깝게 느껴졌다.



**



강태환과 강무진. 두 부자는 피곤한 표정으로 교정을 오르고 있었다. 오러를 극한까지 익히더라도 사람을 상대하는건 언제나 피곤한 일이다.


강룡그룹에서 파견해준 스태프들의 안내를 따라 아카데미 부지를 구경하는 관광객들을 멀리서 지켜보던 강무진이 투덜거렸다.



"오늘 팬서비스 1년 치 다했네."

"평소에도 좀 많이 하고 그래. 요즘 헌터들은 인기로 먹고 산다던데."

"내 짬밥이면 그런거 안해도 돼요."



강무진은 3세대를 대표하는 A급 헌터.

아버지의 이름빨도 무시할 수 없겠지만, 국내 랭킹 10위권 아래로 떨어져본 적이 없는 실력파이다.



"다 너희 잘되라고 하는 소리다. 어른들 말은 잘 들어야지."

"나 이제 40살이야. 애도 이제 중학교 올라가."

"벌써?"

"작년에 선물 준 거 잊었어요?"



손주들만 7명이라서 그런지 헷갈리기 시작한다. 아니면 그저 건망증이 심해진 걸지도 모른다.



"아버지. 그거 치매 아니야?"

"소름끼치는 소리 하지 마라."



말하는 강무진도, 듣는 강태환도 소름끼치는 표정을 지었다.

강태환이 치매 걸려서 날뛰기라도 하는 날에는 삼형제가 다 모여야 할지도 모른다.



"···뭐. 죽을 날이 가까워지는 걸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살 만큼 살긴 했지."

"아, 좀. 그런 소리 하지 좀 마요."

"이거면 된 거야."



그래. 이거면 된 거다.

강태환은 그리 되내였다.



"나 죽어도 남매들끼리 잘 뭉쳐 살아야 한다. 요즘 형들이랑 좀 만나냐?"

"서로 바쁜 처지에 무슨."



두 부자 사이에 잠시 침묵이 감돌았다.



"·········큰 형. 만났다면서."

"그래."

"어땠어?"

"평소랑 똑같았지."



강무진의 얼굴이 살짝 일그러졌다.



"하, 참. 그 양반 나이 먹고 아직도 찌질해."

"무진아."

"그렇잖아. 엄마 죽은게 아빠 탓이야?"

"틀린 말은··· 아니지."

"지랄."



바람이 날카롭다.

A급 기공사. 인간의 한계에 다달은 오러는 주변의 마나와 공명하며 물리법칙을 흩트린다.

그저 마음이 흐트러진것 만으로도 세계에 영향을 주는 것이다.



"그 때 아빠 안 왔으면 우리 다 뒤졌어. 형들은 몰라도 혜진이랑 나는 분명 죽었을걸."



강무진은 그날을 똑똑히 기억한다.


평범한 날이었다.

큰 형은 음악을 들으며 공부를 하던 중이었고, 작은 형은 방 안에서 운동하고 있었다. 자신과 어린 여동생은 같이 TV를 보던 그런 날.

엄마가 쇼핑을 나간 사이에 몰래 과자를 먹으며 특집 생방송을 보고 있었다.

아빠가 멋지게 괴수들을 날려버리는 장면을 보며 여동생과 같이 통쾌해 했더랬다.



평화가 무너지는건 언제나 한순간이다.



밖에서 비명소리가 들려오고, 큰 지진과 함께 집이 무너졌다.

부서진 지붕의 틈 사이로 보았던 것은···············



"너는 언제 철이 들래."



회상을 깨는 것은 늙수그레진 아버지의 목소리였다.



"뭐가."

"후우··· 아니다. 나중에 네 형한테 물어봐."



인생이 언제나 완벽할 수는 없다.

누구나 각자의 사정이 있고, 나름의 상처를 지닌 채 살아간다.


말이 부족한 남자가 오해받는건 언제나 있는 일이다.



"나는 네가 참 걱정이다."

"왜요?"

"남매들 중에 네가 제일 멍청하니까."



두 부자는 갈림길에 들어섰다. 한 쪽은 주차장, 다른 쪽은 본관으로 이어지는 길이다.



"그럼 저는 먼저 갈게요."

"오냐."

"연락 자주 할게요."

"명절에 한 번 하면 됐지 뭐. 바쁜 놈이. 가족이나 잘 챙겨줘."



헌터라고 왜 안 바쁘겠는가.

단순히 원하는 시간에 괴수를 사냥하는 직업이 아니다.

인류의 안전권을 확보하고, 게이트의 동향을 감시하고, 틈틈히 거리의 치안을 유지해야 하는 것이 헌터다.

레이드가 잡히면 준비만 한 달이 넘게 걸린다. 1주일을 집에도 못 가고 뛰어다니는 일도 자주 있다.


그 스스로 헌터였으니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없는 시간을 겨우 쪼개어 이리 찾아와준 아들이 고마울 뿐이었다.



"아버지."

"왜."



그리 불러놓은 강무진 스스로도 의아해 하였다. 어째서 자신은 아버지라고 말했을까. 평소에는 아빠라고 하면서.


절정에 오른 경지가 무언가를 느낀 것일까?


불러놓고도 딱히 할 말이 없던 강무진은 머슥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아뇨. 그냥 뭐, 건강하게 오래 사시라고."

"흥. 일없다."



그리 말하고 강태환은 등을 돌렸다.


강무진도 어깨를 으쓱하고는 주차해둔 차를 향해 걸어나갔다.



"그래··· 일없지."


작가의말

가짜광기 님이 팬아트를 그려주셨어요. 정말로 감사합니다!!


갑자기 추천수랑 선작이 늘어나서 너무 당혹스럽네요. 문피아에서 연락도 왔는데 취미로 틈틈히 쓰는 글이라서 그냥 무료로 하기로 했습니다. 개인적인 사정도 있고요.


제 글 좋게 봐주시는 분들께 너무 감사드리고, 앞으로도 노년간지 더 열심히 써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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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현장학습 (2) +19 21.02.17 1,447 89 12쪽
36 현장학습 (1) +35 21.02.02 1,936 126 11쪽
35 개인교습 (4) +34 21.02.01 1,873 127 9쪽
34 개인교습 (3) +29 21.01.23 2,318 141 10쪽
33 개인교습 (2) +9 21.01.23 1,863 113 9쪽
32 개인교습 (1) +58 21.01.19 2,474 165 11쪽
31 무기 선택 (2) +20 21.01.17 2,528 137 10쪽
30 무기 선택 (1) +30 21.01.11 2,840 159 13쪽
29 달리기 수업 (2) +36 21.01.10 3,060 184 14쪽
28 달리기 수업 (1) +26 21.01.09 3,187 165 13쪽
27 회의 +35 21.01.05 3,606 194 13쪽
26 마음이 싱숭생숭해지는 날 (3) +33 21.01.04 3,616 237 11쪽
25 마음이 싱숭생숭해지는 날 (2) +15 21.01.04 3,736 191 13쪽
24 마음이 싱숭생숭해지는 날 (1) +48 21.01.01 4,421 262 11쪽
23 첫 수업 (5) +43 20.12.31 4,460 247 11쪽
22 첫 수업 (4) +46 20.12.30 4,594 253 14쪽
21 첫 수업 (3) +39 20.12.28 5,052 268 13쪽
20 첫 수업 (2) +25 20.12.27 5,074 256 9쪽
19 첫 수업 (1) +23 20.12.26 5,286 238 10쪽
18 징조 (2) +43 20.12.23 5,857 271 15쪽
» 징조 (1) +44 20.12.22 6,011 329 9쪽
16 입학시험 (6) +86 20.12.20 6,141 355 13쪽
15 입학시험 (5) +26 20.12.17 5,716 291 8쪽
14 입학시험 (4) +24 20.12.17 5,693 276 9쪽
13 입학시험 (3) (+수정) +14 20.12.17 5,878 269 8쪽
12 입학시험 (2) +16 20.12.13 5,818 279 8쪽
11 입학시험 (1) +16 20.12.13 6,152 26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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