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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뚤루 님의 서재입니다.

헌터 아카데미의 교장이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끄뚤루
작품등록일 :
2020.12.05 03:27
최근연재일 :
2021.02.18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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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27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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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9쪽

첫 수업 (2)

DUMMY

찬바람에 이슬이 얼어붙은 아침. 한 무리의 학생들이 등굣길을 오르고 있다.

최근 기숙사로 짐을 옮긴 아카데미 학생들이었다.

총 32명. 반 하나밖에 이루지 못할 이 학생들이 수호 아카데미의 1기 입학생이다.


높은 산길을 오르는 학생들의 표정은 각양각색.

긴장하여 얼굴이 굳은 학생이 있는가 하면, 즐겁게 헤실거리며 첫 등교를 즐기는 학생도 있다.


그리고 이진회는 어느 쪽인가 하면 얼굴이 굳은 쪽이었다.



'결국 이날이 왔나···'



회귀하자마자 마주한 것은 바뀌어버린 과거.

자신 외에도 또 다른 회귀자가 있다는 것을 확신한 이진회는 더욱 몸을 사릴 수 밖에 없었다.


'역사를 바꾼 회귀자가 누군지는 모르지만, 본래 정해진 역사에 불만을 품고 있던 건 확실해.'


온갖 비리가 뭉쳐있던 아카데미를 개혁시킨 것만 봐도 그러하다.


'어째서지? 물론 아카데미가 바뀐건 좋은 일이야. 그렇지만··· 꼭 선한 의도만 있는 걸까?'


40대 아저씨가 될 때까지 짐꾼으로 생활하며 온갖 인간상을 봐온 이진회다.

사람의 본성이 선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또 다른 노림수가 있다고 가정하는 것이 당연했다.


'역사를 바꿔버릴 정도로 행동력과 영향력이 있는 사람이야. 나라는 존재도 달갑지 않게 여길 가능성도 있어. 그리고 지금의 나는 너무 약해. 섣불리 정체가 들키면 잡아먹힐지도 몰라.'


약자의 입장에서, 강자에게 휘둘리기만 했던 인생. 그런 인생은 더이상 사양이다.


한때 정의와 도덕을 믿어 의심치 않던 때가 있었다.

불의를 보면 참지 않던 젊은 시절.

그러나 세월의 풍파는 그의 정신을 마모시켰다.


재능 없는 자가 거친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영악해질 수밖에 없다.



'아카데미에서 어이없게 팔 한쪽을 잃고, 후회되는 일만 잔뜩 있었지. 그래서 새로운 기회가 주어졌을 때 결심했잖아.'



이제는 나를 위해 살겠다, 고.



그러기 위해서는 강해져야 한다.

미지의 회귀자와 최소 대등한 입장에 서야 했으니까.

적어도 눈높이는 맞아야 협상이든 뭐든 해볼 것이 아닌가.



'나에겐 재능도 뭣도 없었어. 그건 내가 잘 알아. 결국 내가 기대야 할 건 기껏해야 30년 뒤의 미래 지식뿐이야.'



이진회는 자신의 신체를 내려다보았다.


10살 때부터 근처 복싱 체육관에서 단련해온 육체였다.

단련한 시간이 있으니 웬만한 아이들보다는 나을 것이라고 자부한다.

지금 당장은, 말이다.


아카데미에서 오러를 배우기 시작하면 다들 이진회보다 쑥쑥 나아갈 것이 분명했다. 회귀 전에도 그러했으니까.



'나한테는 기공이 안 맞아. 그렇다고 특성이 좋은 것도 아니야.'



그럼 헌터로 성공하기 위해 남은 것은 하나다.



'마법.'



마법은 침식이 진행된 땅이나 게이트 너머에서 얻을 수 있는 특수한 물질들을 매개로 마나를 조종하여 이상현상을 자아내는 기술.

기공이나 특성과는 달리 육체적인 재능이 아니다.

막말로 좋은 매개체와 어느 정도의 지식이 있으면 한 사람 몫의 헌터가 될 수 있다.



'게다가 나는 발달된 미래의 마법들과 수련법들을 알고 있어. 지금부터라도 단련하면 B급도 불가능하지 않아.'



어떤 분야든 공부는 어렸을 적부터 해야 효율이 좋다.

명문가는 자식이 걷기 시작할 때부터 훈련을 시작한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지금도 비록 많이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아직 기회는 있다.

성장기인 지금이라면 머릿속에 회로를 짜놓는 것도 그리 어렵지 않다.


회귀 전의 이진회는 마법을 공부할 때를 놓쳐버렸다.


지금까지 쌓아온 공부가 아까워서. 한쪽만 남은 팔로 어떻게든 기공을 활용해보려 아둥바둥 했더랬다.

안 그래도 재능 없던 이진회가 팔 하나 가지고 다른 천재들과 경쟁할 수 있을 리가 없다.

결국 그는 실패했고, 짐꾼으로 평생을 살았다.



'···아니. B급이 뭐야. 지금 이건 두번 다시 없을 기회다. 이걸 놓쳐서는 안 돼. 나는 A급을 노린다.'



A급 헌터.

상위 1%의 천재들에게만 허락된다는 세계다.


비록 이진회에게 남들 같은 재능은 없지만, 미래의 지식을 활용한다면 충분히 앞서갈 수······



'······그런데 뭘 써먹지?'



짐꾼도 아예 싸우지 않는 것은 아니다.

가끔 괴수를 맞닥트리면 하나 남은 팔로도 어떻게든 싸워야 했는데, 그 때 마법은 무척 쓸만한 호신기술이었다.

팔 한짝으로 어떻게든 헌터짓을 해보겠다고 마법에 작정하고 올인한 경험도 있으니, 당장 마법사로 진로를 트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렇지만, 그렇게 실전적인 지식들을 제외하면 별로 써먹을 것도 없다.



'젠장. 이럴 줄 알았으면 평소에 뉴스 좀 보고 살걸.'



반쯤 폐인처럼 살며 그날그날 벌어 먹고살던 이진회다.

남들이 어디서 기연을 얻었다는 소식은 들었지만, 그곳이 정확히 어디인지 기억할 리가 없다.

로또 번호는 물론이고 나중에 값이 확 오르는 주식도 모른다. 그나마 몇몇 아는 것들도 최소 20년은 기다려야만 했다.



'괜히 배아프다고 무시하지 말았어야 했어. 아니, 근데 나도 내가 회귀할 줄 알았겠냐고.'



평소에 누가 언제 어디서 무슨 기연을 얻었는지 다 기억하고 다니는 놈은 둘 중 하나다.

기연 그딴거 필요 없을 정도로 기억력이 월등한 천재던가, 아니면 할 일 더럽게 없는 백수던가.



'하지만 그나마 다행인 게 있다면, 지난 30년의 경험이 어디 가지는 않는다는 거지.'



지식은 물론 중요하다. 자신이 강해지는데 걸리는 시간을 압도적으로 단축해줄 수 있을테니까.


하지만 경험은 그런 지식보다 더욱 소중하다. 왜냐하면···



'나에게 최적화된 루트를 시행착오 없이 단번에 찾아낼 수 있으니까.'



분야를 불문하고, 모든 사람들은 성장하면서 크고 작은 시행착오를 거친다.

얼마나 훌륭한 스승을 뒀다고 해도 상관없다.

때로는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한 법.

높은 경지에 이르기 위해서는 그런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자신에게 완벽히 알맞는 방식을 찾아내야 한다.


천재란 그저 결과를 만드는 자가 아니다.

그에 이르는 과정을 단축시키는 자다.


모든 사람들이 반드시 거쳐야하는 과정을 시간낭비 없이 패스할 수 있다는 것은 압도적인 어드밴티지였다.



'내 특성은 냉혈(冷血). 지금은 아직 각성하지 않았지만, 어떻게 각성하는지는 이미 알고있어.'



냉혈. 뜻을 그대로 풀이하면 '차가운 피'라는 뜻이다.

얼핏 보기에는 멋져보이는 이름이지만, 그리 거창한 능력은 아니다.


그저 남들보다 추위와 동상에 더 많이 버틸 수 있을 뿐.


능력평가로는 C급에 겨우 들어갈만한 특성이지만, 써먹기에 따라서는 나름 쓸만한 능력이다.



'우선 이번 주말에 각성하고 나면 바로 얼음 속성의 마법을 배워야지.'



특성은 인체가 마나라는 에너지에 적응하면서 생겨난 결정체.

그렇기에 각성자는 자신의 특성에 해를 입지 않는다.

불을 뿜는 능력자가 자신이 내뿜는 불에 화상을 입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그 불이 번지면서 생겨난 화재라면 이야기는 다르겠지만.


그러나 마법은 다르다.

마법사는 딱히 자신의 마법으로 만들어낸 불에 면역을 가지지 않는다.

그렇기에 마법의 사용은 더욱 세밀한 주의를 요구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나는 달라. 내 특성을 이용하면, 어느 정도 여파를 감당할 수 있어.'



오러도 변변치 않고, 능력도 화려하지 않은 이진회가 30년 간 짐꾼으로나마 헌터 업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던 비결이 여기에 있다.

자기 자신을 동상시킬 수 있는 마법을 아무렇지도 않게 쓸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회로가 엉망이어서 효율이 좋지는 않았지만.'



마나는 인체에 친화적이지 않다.

함부로 체내에 받아들이면 치명적인 결과를 낼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지팡이나 보석 같은 매개체를 이용하여 마나를 다루는 것이다.


비록 마나가 체내에 쌓이는 것은 아니지만, 마법을 많이 사용하다 보면 신체에 일종의 버릇이 남는다.

마법사들은 그것을 '회로'라고 불렀다.

이 회로가 있으면 마나를 배열하는 과정을 단축시켜 마법을 빠르게 시전할 수 있다.

정신력의 소모를 줄이는건 덤이었다.

회로가 견고하면 같은 마법을 여러번 쓸 수 있고, 복잡할수록 더 강력한 마법을 사용하는 식이었다.


회귀 전의 이진회가 마법을 배울 때는 이미 나이를 먹을대로 먹은지라 마나배열의 버릇을 들이는게 쉽지 않았다.

기껏 만든 회로도 어딘가 엉성하고 연약한 편이었다.



'그리고 미래의 마법들. 지금보다 30년은 발전된 마법들이야. 예전의 호구같은 나였다면 이 지식들을 풀었을지도 모르지.'



지금 이진회의 지식을 풀면 마법개발을 몇십년은 단축시킬 수 있다.


그렇지만 왜 그래야 한단 말인가?



'나는 예전의 내가 아니야. 나는 성공할거다. 그리고·········'



이진회는 살기어린 눈으로 어딘가를 바라보았다.



'결코 당하지 않을 거다. 다시는.'



왼손을 쓰다듬으며 그리 결심했다.


작가의말

이진회는 회귀를 했습니다


딱히 스포는 아니고, 3학생들 특성은 회빙환 순서대로 각각 냉혈 철혈 열혈 이렇게 해놨습니다. 혈 세트니까 외우기도 쉽자나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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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무기 선택 (1) +30 21.01.11 2,840 159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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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회의 +35 21.01.05 3,607 194 13쪽
26 마음이 싱숭생숭해지는 날 (3) +33 21.01.04 3,616 237 11쪽
25 마음이 싱숭생숭해지는 날 (2) +15 21.01.04 3,736 191 13쪽
24 마음이 싱숭생숭해지는 날 (1) +48 21.01.01 4,422 262 11쪽
23 첫 수업 (5) +43 20.12.31 4,460 247 11쪽
22 첫 수업 (4) +46 20.12.30 4,595 253 14쪽
21 첫 수업 (3) +39 20.12.28 5,052 268 13쪽
» 첫 수업 (2) +25 20.12.27 5,075 256 9쪽
19 첫 수업 (1) +23 20.12.26 5,286 238 10쪽
18 징조 (2) +43 20.12.23 5,857 271 15쪽
17 징조 (1) +44 20.12.22 6,011 329 9쪽
16 입학시험 (6) +86 20.12.20 6,141 355 13쪽
15 입학시험 (5) +26 20.12.17 5,716 291 8쪽
14 입학시험 (4) +24 20.12.17 5,694 276 9쪽
13 입학시험 (3) (+수정) +14 20.12.17 5,878 269 8쪽
12 입학시험 (2) +16 20.12.13 5,818 279 8쪽
11 입학시험 (1) +16 20.12.13 6,152 26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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