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소파앤피자 님의 서재입니다.

엘 누에보 문도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SF

완결

소파앤피자
작품등록일 :
2022.12.25 16:12
최근연재일 :
2023.05.26 06:00
연재수 :
150 회
조회수 :
6,134
추천수 :
158
글자수 :
804,680

작성
23.05.26 06:00
조회
33
추천
1
글자
13쪽

150화 (완결)

DUMMY

라우라는 가장 먼저 무역체제를 만들었다. 그 과정의 처음에는 가장 큰 세력인 ENM과 포르테, RT를 그 대상으로 했다. 그건 라우라가 원했듯이, 그들에게 나름 특별한 권한을 주었다.


새로운 세상의 첫 공식적인 무역교류를 그녀가 이루어냈기 때문이다.


에밀리는 ENM에서 나와 C지역에서 소수민족들을 위한 언어학교를 설립했고, 처음부터 단체 생활에 맞지 않았던 시엘로는 각자의 길을 떠났다. 그래도 그들은 여전히 이준에게 감사했다. 더 많은 기회를 가지게 해준 사람이니까.


에이스는 그 치명적인 상처로 인해 하체가 마비됐고, 그 후에는 ENM의 훈련을 도맡아 했다. 대장의 자리는 앤드류에게 넘겨준 이후였다.


이라셰마는 모두가 예상했던 것처럼 부족왕국을 세웠다. 그리고 그동안 포르테와 어크트는 나름의 합의점을 찾았다.


물론 여전히 사이는 좋지 않지만, 적어도 서로를 건들지 않기로 약조를 맺었다. 그게 언제까지 갈지는 의문이었다.


그들 양쪽을 배신했던 무법자를 어떻게 처리할지 고민을 하기에, 에이스는 순수한 호의로 그녀를 도와주었다. 무법자의 대장인 닐슨과 직접 대화를 나눈 것이다.


이미 닐슨은 포르테와 어크트에게 겁에 질려있었고, 그들 중 유일하게 아는 사람인 에이스에게 순순히 모든 것을 털어놓았다.


그에 에이스가 이라셰마에게 말했다. 무법자는 닐슨의 혀놀림으로 놀아난 것뿐이라고. 어렸을 적부터 그렇게 아부를 잘 하더니, 결국 천직을 찾았던 모양이라고.


그 말을 전해들은 그녀는 모두의 앞에서 본보기로 그의 목숨을 끊었다. 그리고 그러기 전, 닐슨이 추하게 목숨을 빌며 그의 거짓말을 스스로 발설하게 만들었다.


그녀의 무자비함과 단단함에, 모든 무법자가 꼬리를 내렸다. 항복이 아니면 죽음밖에 없었기에 선택권이 없었다. 그래도 그 덕분에 이라셰마는 그 지대를 더욱 성공적으로 장악할 수 있었다. 지민들의 문젯거리를 처리해준 셈이 되었으니까.


먼 훗날 일부 학자들은 그 사건이 포르테왕국이 성공적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소 중 하나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A지역의 지민들은 끊이지 않는 내전이 이어졌다. 하지만, 자파르를 중심으로 그 지역은 서서히 안정되어갔다.



***



리암은 RT를 다른 대원에게 위임하고, 유난히 자신을 잘 따랐던 헨리와 함께 한 술집을 차렸다. 알버트의 술집을 개조한 장소였다.


언제나 시끌벅적했던 알버트의 술집은 완전히 폐허가 되어있었다. 그들은 그 건물을 모두 수리하고 제법 괜찮은 술을 찾아 선반 위에 전시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간판을 만들었다.


술집의 이름은 전에도 말했듯이 ‘HOME’이다.


그는 그 간판을 달기 전에, 이름이 적힌 부분을 가볍게 쓰다듬으며 생각에 잠겼다.


그저 로단과 에밀리가 돌아올 수 있는 집을 만들고 싶었을 뿐이다. 예전 그들의 집이 아니더라도, 또 다른 소중한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그렇게 고생한 그들을 위한 특별한 집으로.


한참을 조용히 앉아있던 그의 등 뒤에서, 모든 준비를 마친 헨리가 불렀다.


“이제 문을 열 준비가 다 됐습니다, 대장님.”

“이제 편하게 부르라니까?”


대체 그 자리를 그만둔 지가 언젠데, 저 호칭은 그대로다. 리암이 웃음기 섞인 목소리로 대답하는데, 그 뒤의 창고 안에서 아벨이 나왔다. 임신한 그녀의 배는 꽤 불러있었다.


“첫 시작부터 늦으려고?”

“미안, 미안~ 바로 움직일게.”


리암은 헤벌쭉한 얼굴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아벨의 이마에 다정하게 입을 맞추는 것도 잊지 않았다. 헨리는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다가, 곧 나무문에 달려있는 안내표를 뒤집었다.


그들을 가장 먼저 방문한 사람은 사무엘이었다.


사무엘은 이제 후두드의 정예부대 중 일원이 되었다. 여전히 에이스와 앤드류에게는 꼬맹이취급을 받아서 가끔 열 받을 때가 있긴 하지만, 나름 인정받는 분위기였다.


딸랑-


문종 소리가 그를 맞이하며 안으로 들어서자, 이제 막 술잔을 닦고 있던 리암이 반갑게 반겼다.


“왔냐?”

“다들 아직 안 왔어요?”

“에이스는 좀 있으면 도착한데. 그때 앤드류도 같이 오겠지. 소피는 어디 있어?”


물리치료 과정에서 에이스를 도와줄 사람이 필요했고, 앤드류는 그 역할을 자처했다. ENM에서 가장 가까워진 사람 중 한명인 에이스가 그렇게 다쳤는데, 부대장인 자신이 막지 못했다는 죄책감도 있는 듯 했다.


그때 문이 큰 소리로 열리더니, 쾌활한 소피가 양팔을 올리며 들어왔다. 그리고 그대로 사무엘에게 달려들어 그 뒤통수를 내려쳤다. 사무엘이 고통과 함께 소리쳤다.


“아!!! 미쳤냐?!”

“미친 건 니가 미쳤지!! 왜 먼저 가! 죽을래?! 나 왕따 시키냐?! 아, 안녕하세요, 리암 삼촌!”

“응, 안녕.”


사무엘은 이내 아무 자리에 앉았고, 소피도 그 옆에 함께 자리 잡았다. 리암은 그들의 앞에 각각 오렌지주스를 가져다주었다. 이제 성인인 그는 인상을 쓰고 퉁명스럽게 말했다.


“이 장난 지겹지도 않아요, 진짜?”


이 와중에 술을 좋아하지 않는 소피는 맛있게 먹고 있다. 리암은 껄껄거리면서 대답했다.


“안 지겨워.”


그러면서도 리암의 손은 다시 위스키 한 잔을 따라주었다. 그동안 벌써 잔을 비워버린 소피가 입을 열었다.


“아, 맞다. 전에 아저씨가-”


그 순간 두 사람의 눈이 빠르게 소피를 향했다. 그녀는 실수했다는 듯이 급하게 입을 다물었다. 리암은 그런 소피를 보면서, 애써 씁쓸함을 숨겼다.


“그 녀석 얘기는 하지 않기로 했잖아.”

“...알아요. 죄송해요.”


딸랑-


그렇게 한참을 웃고 떠드는 사이, 에이스와 앤드류가 도착했다. 그리고 곧이어 에밀리를 포함한 다른 사람들 또한 술집 안으로 들어섰다.


로단이 이 광경을 보았다면 좋았을 텐데.


리암은 웃는 얼굴로 씁쓸히 생각했다.



***



결국 끝내 그 간판을 간판대에 걸지 않고 뒷마당으로 향했다. 그리고 리암은 노라의 무덤 앞에 그것을 털썩 내려놓으면서 중얼거렸다.


“이제 끝났어요.”


처음으로 이 술집을 오픈한 날에, 이곳에 찾아오고 싶었다.


드디어 모든 것이 안정되고, 그들이 그토록 바랐던 일상생활로 돌아가는 때에 말이다. 이제 그들의 고향으로 돌아와서, 다시 각자의 삶에 집중할 수 있었다.


그렇게 가만히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어느새 등 뒤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그에 고개를 돌린 리암의 얼굴이 순간 환해졌다.


“이 새끼, 드디어 왔네!!!”


머쓱한 표정의 로단이 그에게 가까이 다가왔다.


로단의 시력을 잃은 한쪽 눈은 회색으로 빛나고, 그 옆쪽의 얼굴부터 팔까지 화상이 있다. 로단은 대답 없이 리암의 옆에 앉았다. 그리고 리암이 내려놓은 간판 옆에 꽃다발을 두었다.


멀리서 가져온 탓에 조금 시들었지만, 아마 노라도 신경 쓰지 않을 것이다. 드디어 로단이 입을 열었다.


“간판은 아직도 안 걸었어? 오늘 개업 날이라 해서 왔더니.”


뻔뻔한 말에 잠시 리암은 짜증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잠자코 대답해주었다.


“가장 중요한 사람이 안 오니까 어떡하냐. 다 같이 모일 때마다 얼굴 한 번 안 비춘 새끼가 말은 많아요.”

“바쁜 걸 어떡해.”


ENM은 사라지지 않았다. 세상의 안정화를 목적으로 전 세계에 걸쳐 움직였다.


반란의 뜻을 이뤘으니, 일반 지민의 위협을 없애는 것에 집중하고 있었다. 다른 지역에 강한 간섭은 하지 않고, RT와 협력해서 지민을 지원하고, 남은 문도세력을 강력하게 제지했다.


원래는 리암와 에밀리처럼 모든 일을 그만두려고 했지만, 마지막에 내렸던 결심 때문인지 그것도 쉽지 않았다.


그런 로단을 리암도 이해했다. 어쨌든 그들은 많은 것을 함께 했으니까. 그렇지만 서운한 마음은 사라지지 않아서 계속 핀잔을 준다.


“심지어 우린 이제 네 얘기도 금지했어. ‘로단 얘기 금지’. 나중에 봐봐, 진짜로 술집 벽에 써있다. 매번 네가 안 오니까 다들 입만 열면 네 욕이잖아.”

“내 욕이 듣기 싫었나봐? 징그럽게.”

“아니. X나 똑같은 내용이 지긋지긋해서.”

“.......”

“.......”


결국, 그들은 같이 웃음을 터트렸다.


“...넌 누구 만날 생각 없어?”


곧 아벨과 아이를 보게 될 리암이 은근슬쩍 물었다. 로단의 사과를 받아들인 클로이도, 로단도, 다시 합칠 생각은 없으면서 다른 사람을 만날 생각도 없어보인다. 에밀리와 앤드류는 잠깐 빛을 보았을 뿐, 그 감정이 사라진 모양이었다.


그 말에 로단이 씨익 웃었다. 이 오랜 시간 동안 보았던 미소 중에 가장 편안한 얼굴이다.


“생각 없어. 일하고 결혼해서.”


클로이가 누군가와 관계를 맺는다면 씁쓸하겠지만, 그녀가 행복하다면 상관없었다. 내심 궁금하기는 했다. 클로이가 다른 사람을 만날지.


적어도 자신은 계속 혼자일 거라는 강한 예감이 들었다.


그리고 그들은, 지금까지의 일에 대해서 떠들기 시작했다.


리암이 대피시킨 지민은 벌써 그들만의 마을을 형성하고 있었다.


아셀의 섬은 D지역 사람들의 쉼터가 됐다. 시엘로가 떠나기 전에 아셀의 시스템을 완전히 고쳐준 덕분이었다. 존슨박사와 몇 명이 그곳으로 가서 사람들이 제대로 정착할 수 있도록 중요한 체제를 구축했다.


클로이는 가장 환자가 많았던 A지역에서 한동안 움직이지 않을 것 같고, 이따금씩 랄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라우라가 그곳을 찾아가기도 했다. 장기간의 약을 처방받고 적절한 치료법을 배워서 돌아갔다.


방주의 목적지였던 G지역에서, 잭슨을 기다리지 않고 떠난 오드리 덕분에 방주의 사람들은 무사히 살아남았다. 그리고 로단의 명령으로 ENM가 찾아오자, 그들은 더 이상 싸울 의사가 없음을 밝혔다.


오드리는 이 갈등을 이어가면, 지금보다 세상이 더 어지러워질 거라고 생각했다.


다른 문도도 같은 생각일지는 모르겠으나, 적어도 그녀가 있는 한은 걱정할 일이 생길 것 같지 않았다.


게다가 좋은 소식이 또 남아있었다.


많은 이들를 잃은 루카스의 곁으로 데이지가 돌아왔다.


먼저 ENM을 찾아온 데이지와 루카스가 마주하자마자, 그들은 변명도, 질책도 없이 서로를 강하게 끌어안았다.


그 따뜻한 온기에서 여전한 루카스의 신뢰를 깨달은 데이지는 조용히 눈물을 흘렸고, 그건 루카스 또한 마찬가지였다.


잠시 후 그들은 서로를 놓아주었다. 그리고 데이지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말해주었다.


“바네사가 떠난 이후, 이상함을 알아차린 것처럼 저에게 건물 밖으로 나가있으라고 했습니다. 가능하다면 최대한 멀리 말입니다.” 라고.


아셀은 유능한 바네사를 믿었기에 일단 자리에 남았다. 사람으로서가 아닌, 도구로서. 하지만 데이지는 그녀가 그것으로도 만족했을 거라 생각했다.


그가 본인의 목숨보다도 데이지를 소중히 여겼기에 이렇게 살아있었다. 데이지에 있어서는 작은 위험도 감수할 수 없던 것이다. 그러나 데이지는 그것이 고맙기는커녕, 기분 나쁘기만 했다.


그래도 직접 루카스를 마주하니, 이제 아무런 상관이 없어졌다.


그동안 베브는 딩스와 함께 사라졌다. 그와 잠시 연인사이가 되었던 달린은 함께 떠나자는 베브의 제안을 거부하고 ENM에 남았다.


세이는 애초에 단체 생활이 맞지 않았기에 일찍이 그들을 떠났다. 적어도 로단이 눈을 뜬 것을 확인하고 나서. 그리고 이렇게 다 같이 모이는 날에는, 그녀 또한 항상 모습을 보였다.


사람들은 아직 혼란과 분쟁의 한가운데에 있지만, 서서히 안정이 되어갔다.


그들은 이제 가족을 만들고, 마을을 만들고. 국가를 만들 터였다.


언제나 그래왔던 것처럼.



***



「 그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지금의 우리가 있고, 그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지금의 글이 탄생했다. 이 글이 조금이라도 그들에게 안식을 주었다면, 충분히 만족한다.


오늘 날, ENM의 동맹인 포르테왕국은 끊임없는 내전이 번번이 일어나고 있다. 몇 학자들은 무법자의 세력을 완전히 처단하지 않고, 병력을 증가시키기 위해 억지로 수용했던 이라셰마의 결정을 원인으로 본다.


여전히 세계적으로 도움의 손길을 뻗고 있는 ENM과 RT는 그 내전을 해결하려고 애쓰지만, 과연 그들 중 누가 과거와 같을까.


세상은 변했다. 그렇기에 그들조차 변할 수밖에 없다.


길거리에서는 그들의 옹호자와 이제는 ENM과 RT의 존재가 사라져야 한다는 반대자의 시위가 서로 부딪히고 있다. 반대자는 이 ‘새로운 사회’를 완전히 받아들여야 한다고 소리친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새로운 사회에 살고 있다. 그들이 만들어낸, 자유가 받아들여진 사회에서.


오히려 그렇기에 ENM, RT의 의미가 점차 흐려져 간다. 그래서 그들은 이제 사라져야 하는 것일까?


그것에 대한 정답은 어디에도 없다. 그러나 이 정도로 사라져야할 만큼, 그들의 희생은 가볍지 않다고 나는 느낀다.



-<새로운 세계의 역사> 中에서 」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엘 누에보 문도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 150화 (완결) 23.05.26 34 1 13쪽
149 149화 23.05.25 22 1 13쪽
148 148화 23.05.24 22 1 12쪽
147 147화 23.05.23 21 1 12쪽
146 146화 23.05.22 23 1 12쪽
145 145화 23.05.21 24 1 12쪽
144 144화 23.05.20 22 1 11쪽
143 143화 23.05.19 24 1 13쪽
142 142화 23.05.18 22 1 12쪽
141 141화 23.05.17 22 1 12쪽
140 140화 23.05.16 24 1 12쪽
139 139화 23.05.15 23 1 12쪽
138 138화 23.05.14 23 1 13쪽
137 137화 23.05.13 22 1 11쪽
136 136화 23.05.12 21 1 12쪽
135 135화 23.05.11 22 1 12쪽
134 134화 23.05.10 21 1 12쪽
133 133화 23.05.09 23 1 12쪽
132 132화 23.05.08 22 1 12쪽
131 131화 23.05.07 25 1 13쪽
130 130화 23.05.06 25 1 12쪽
129 129화 23.05.05 27 1 11쪽
128 128화 23.05.04 27 1 12쪽
127 127화 23.05.03 27 1 12쪽
126 126화 23.05.02 28 1 12쪽
125 125화 23.05.01 26 1 12쪽
124 124화 23.04.30 24 1 12쪽
123 123화 23.04.29 25 1 13쪽
122 122화 23.04.28 26 1 12쪽
121 121화 23.04.27 24 1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