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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파앤피자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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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소파앤피자
작품등록일 :
2022.12.25 16:12
최근연재일 :
2023.05.26 06:00
연재수 :
15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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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63
추천수 :
158
글자수 :
804,680

작성
23.05.1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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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34화

DUMMY

정확한 시간을 정해두지 않았건만, 천에 둘러싸인 팔을 들고 그 섬을 찾아갔을 때, 이미 여자는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마치 그들이 언제 올 것인지를 미리 알고 있던 것처럼.


주위를 의심쩍게 바라보던 로단이 물었다.


“우리가 올 거라는 걸 어떻게 안 거지?”


여자가 은근한 귀찮음이 드러나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여기는 우리의 땅이니까.”


그 말에 눈만 돌려 주변을 샅샅이 살펴보았다. 그 시선의 움직임에, 여자는 아무렇지 않게 고갯짓으로 위를 가리켰다. 그제야 나무 위에 있는 나뭇가지에 달린 카메라를 발견했다. 아주 작은 기계지만, 매우 견고해 보인다.


분명 전에는 없던 것 같은데.


로단의 인상이 찌푸려졌다가 도로 돌아왔다. 경계는 당연했다. 그때, 여자가 물었다.


“시볼드는?”


그는 대답 없이, 조금 멀리 떨어져있는 그녀를 향해 커다란 천 덩어리를 던졌다.


여자는 한 두 걸음 앞으로 나와, 아무렇게나 바닥에 떨어져있는 것을 주워들었다. 로단은 그녀가 따져 물을 거라고 예상하고 있었다. 이게 누구 팔인 줄 알고 믿느냐며 쏘아붙일 거라고.


그런데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행동을 했다.


주워들은 팔을 여기저기 주물거리기 시작한 것이다.


이해할 수 없는 행동에 로단의 미간은 다시 좁아졌고, 주변의 일부는 약간 술렁거렸다.


그렇게 한참을 만져대던 그녀가, 마침내 그 팔을 뒤에 서있던 사람에게 넘기면서 입을 열었다.


“이 정도는 인정해주지.”

“.......”

“프레스코 편이 아니라는 걸 믿어주겠다는 소리다.”

“그럼 인질을 돌려주는 건가?”

“물론. 하지만 우리 인간을 먼저 보내줘야 하지 않겠어?”


저 팔에 뭔가가 있는 건가? 원래 저쪽에서 바라던 것이 머리라서 특별한 점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미리 제대로 좀 살펴볼걸.


여전히 의문은 남아있지만, 일단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동시에 교환하도록 하지.”


그의 순순한 태도가 마음에 들은 모양이었다. 그녀는 아주 미세하게 풀어진 얼굴로 말했다.


“좋아.”


로단은 거기서 대화를 끝내지 않고, 전과 같은 질문을 던졌다.


“B지역에는 어떤 환경이 있는 거지?”


이번에는 대답이 없었다. 그 침묵에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이어갔다.


“시볼드의 시체를 원하는 걸 보니, 우리도 당신들이 프레스코의 편이 아닌 건 알겠어. 그렇다면 너희는 대체 누구지?”

“그건 네 알 바가 아니야. 네 반란놀이에나 집중해.”


쏘아붙이는 말투는 아니었지만 아주 냉담했다. 물론 로단은 그것도 무시했다.


“그 팔에는 뭐가 있지?”


당연히 누군지 알 수도 없는 팔만 건네주면 의심을 해야 했다. 그녀가 냉큼 받아들인 것도, 이상하게 그 팔을 만지작거린 것도 수상쩍기만 했다. 애초에 그게 목적이었다는 것처럼.


하지만 그녀는 또 같은 말을 반복했다.


“내가 말했듯이, 그건 네 알 바가 아니야. 이제 인질 교환이나 하는 게 좋겠군.”


이제는 경고처럼 들린다. 그래서 아직 찜찜하기는 해도 순순히 넘어갔다. 인질 교환이 남아있으니, 아직 기회가 있다고 생각하면서.


그렇게 그만 되돌아가려는 로단에게, 여자가 갑자기 뜬금없는 말을 했다.


“넌 이제 안전해.”


의문을 가진 얼굴이 뒤돌아보자, 그녀는 덧붙였다.


“그렇게 전해줘.”


내내 명령조로 말하던 그녀가 처음으로 부탁을 했다. 인질로 잡혀간 남자가 다칠까봐 걱정하는 듯이 두 눈이 조금씩 일렁거린다. 그게 진심인지 아닌지 헷갈렸지만, 로단은 잠자코 고개를 끄덕였다.



***



그러나 그러지 말았어야 했다는 후회가 들었다.


본진에 도착한 후, 로단은 직접 감금실로 내려가 그 말을 전했다. 그러자 얌전히 잡혀있던 남자는 갑자기 미친 듯이 날뛰기 시작했다. 정확히는 자신을 꺼내주려는 그 순간에.


그 무지막지한 힘과 목적 없는 발버둥에 두 명이 부상 입었고, 다른 세 사람이 그를 겨우 다시 붙잡았다. 소리를 지르는 놈을 어떡해서든 부여잡고 있는데, 갑자기 그의 입 안에서 고여 있던 피가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로단은 바로 그것을 알아차리고 소리쳤다.


“입 벌려!!!”


마찬가지로 눈치 챈 사람들이 그의 입을 억지로 벌린 다음에, 옆에 떨어져있던 더러운 수건을 그 안에 쑤셔 넣었다. 그 중 한 명은 손가락이 뜯겨져, 비명을 지르며 욕설을 내뱉었다.


“X발! 저 새끼가 내 손가락을 씹었어!”


그 원망어린 외침을 듣고 나서야 로단은 여자가 일부러 그 말을 했다는 걸 깨달았다. 그때 남자를 걱정했던 눈은 죽게 될 그를 위한 마지막 정이었다.


넌 이제 안전해.


그 말을 자신들끼리의 은어가 틀림없었다.


하지만 왜? 저 남자가 죽어서 좋을 게 뭐가 있지?


“어떡할까요?”


이내 자신을 향한 물음에 입을 열었다.


“...일단 진정제 먼저 맞추고 치료부터 해.”


그리고는 감금실 밖으로 발걸음을 옮기면서 생각했다.


그들은 완전히 자기중심적인 집단처럼 보였다. 절대 먼저 약점을 드러내지 않는다. 고집적이기까지 했다. 어떡해서든 우세가 기우는 상황을 만들려고 했으니까.


인질.


로단의 걸음이 멈추었다.


만약 그가 여기서 자살을 성공했다면, 이쪽에서는 인질을 잃었다. 그들은 여전히 이쪽의 인질을 데리고 있고, 우리는 그들 중 한 사람을 죽이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빚을 지고, 다른 요구를 들어줘야 한다.


...왜 굳이 우리를 이용하려고 하는 거지?


그냥 욕심이 많은 것 일수도 있지만, 여자는 함부로 위험을 감수할 유형처럼 보이지 않았다.


어쨌거나 인질이 된 ENM을 먼저 데려와야 했다. 남자가 다친 상태인 것이 마음에 걸리기는 하나, 여자의 수작이 더 심해지기 전에 인질을 먼저 없애야지 일이 제대로 진행될 듯싶었다.



***



여자와 로단은 다시 만났다. 각자의 인질도 마찬가지였다.


이제 어느 정도 익숙해진 여자의 무표정이 로단을 마주보고 있고, 그 또한 그 시선을 피하지 않는다.


여전히 밧줄로 묶여있는 ENM은 화면에 보았던 모습 그대로 타박상 투성이었다. 그래도 그 이상으로 다른 상처가 생긴 것 같진 않았다. 그와 달리, 로단이 데리고 있는 남자의 입 안에는 거즈가 물려 있었다. 약간의 재갈과 함께 입을 막아둔 상태였다.


그 상태를 본 여자가 조금이라도 트집 잡을 것을 찾는 사람처럼, 교활하고 은근한 목소리로 말했다.


“혀를 다쳤군.”


이미 이곳에 있는 사람들 중에, 이 상황을 모르는 이가 없었다. 그런데 뻔뻔함이 말이 아니었다. 그래서 로단은 담담히 대꾸했다.


“당신이 한 말을 전해줬더니, 날뛰더군.”


대놓고 비꼬는 어조였다. 그 말에 다시 조용해졌던 여자는 바로 본론에 들어갔다.


“인질을 교환하지.”


로단이 그것조차 알아차리지 못하는 멍청이였다면 또 이용했겠지만, 아무래도 그렇게 어리석진 않은 모양이다.


그들은 서로의 인질을 무사히 돌려받았다. 하지만 로단의 B지역에 대해 알고 싶다는 꾸준한 말에, 여자 또한 전과 같은 대답을 들려주었다.


“이제 포기해.”

“네가 지도자인가?”

“아니.”

“그럼 그 사람과 대화화고 싶군.”

“네놈들은 그럴 가치가 없어.”

“우리가 하는 일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나?”

“당연한 소리를.”


알고 있으면서, 무시하는 거라는 의미였다.


로단은 고민에 빠졌다.


...혹시 저들은 프레스코와 대적할 만한 병력을 가지고 있는 건가? 우리가 필요 없을 만큼?


아무리 생각해도, 잭슨이 그들을 가만히 내버려둘 이유가 없었다. 루카스의 말에 의하면, 그는 연약한 반항도 싫어하는 인간이니까.


루카스나 다른 문도들이 B지역에 대한 관심을 일절 끊어지게 만들었으면서, 다른 세력이 형성되도록 방관했다고? 그렇다면 잭슨은 그들의 존재를 모를 확률이 컸다.


로단은 이제 그들이 반란세력이 아닌, 또 다른 제 3의 세력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렇다면 지역이라도 이용하게 해줘. 원하지 않는 지역은 조금도 침범하지 않겠다. 프레스코를 압박하기 위한 지역만 빌려주면 충분해. 대가를 원한다면 치르겠어.”

“우리가 원하는 대가가 무엇인줄알고?”

“그러니 말해달라고 하고 있지. 안 그래?”


여자는 눈을 가느다랗게 뜨고 로단을 바라보았다. 정보가 곧 힘이다. 어쩌면 ENM에 대해서도 자세히 알고 있는 것이 나을 지도 몰랐다.


“너희들은 누구지?”


그래서 이번에는 로단이 물었던 질문을 던졌다.


이미 그들이 스스로를 반란군이라고 칭한 건 알고 있었지만, 더 자세한 걸 원했다. 잡혀있던 ENM은 말을 아끼는 편이었고, 그들도 로단이 말해준 것 이상으로 알려주지 않았다.


몸이 멀쩡해야하는 인질이라 강제로 입을 열게 만들 수도 없었다. 무엇보다, 그건 그들의 방식이 아니기도 했다.


“말해주면, 우리를 신뢰할 수 있겠나?”

“당연히 아니지. 하지만 판단할 때에 참고 정도는 할 수 있겠지.”


참 단호한 인간이다. 하지만 로단은 그 점이 마음에 들었다.



***



ENM의 존재와 현재 C지역의 상황에 대해 모두 듣고는, 막상 그들은 그대로 돌아갔다.


여자는 완전히 떠나기 전, 그들이 지나온 장소인 지하통로로 쪽지를 놓을 테니 더 이상 이곳으로 넘어오지 말 것을 경고했다. 그렇지 않으면 적으로 간주할 거라는 경고와 함께.



***



그 쪽지는 다섯 밤이 지난 후에 받을 수 있었다.


로단에게 지역을 빌려줄지 말지는, 그들의 지도자가 직접 로단을 보고 결정할 것이라 적혀있었다.


[혼자 오는 것이 불안하다면 서너 명 정도의 동행은 허락해주지.]


갑자기 여유를 주는 게 이상했지만, 그렇다고 혼자 갈 수도 없다. 어쩌면 이 말조차 그녀의 보험 중에 하나일지도 모른다. 그때 혀를 물었던 남자처럼.


이번에는 에이스가 아닌 루카스에게 본진을 맡긴 채, 로단은 앤드류를 포함한 세 명의 사람과 동행했다.



***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그들의 모습이 벌써 익숙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작지만 단단해 보이는 배 여러 척이 물가에 둥실거리고 있다. 입만 열지 않을 뿐이지 재촉하는 시선에, 잠자코 그 배 위로 몸을 맡겼다. 앤드류와 나머지도 마찬가지로 그 뒤를 따랐다.


그렇게 B지역에 가까이 다가갈수록,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높게 하늘로 치솟은 건물이었다. 물론 그 건물이 여자의 장소는 아니었다. 여자는 그들의 시선을 따라가면서 말했다.


“저곳이 현재 투자자가 살고 있는 곳이다. 그 주변에는 화폐를 만들어서 공급하는 대형 조폐소가 있지.”


아직도 일을 하기는 하는 모양이다.


아주 멀게 느껴지는 인물 중 하나였던 투자자의 모습에, 묘한 기분이 들었다.


잠시 후 도달한 곳은 그 건물에서 꽤 멀리 떨어진 장소였다. 투박하게 만들어진 작은 항구. 이제는 그 건물의 최상층만을 멀리서 확인할 수 있었다.


여자의 부하들이 배를 정착시키는 동안, 로단은 먼저 낯선 땅에 발을 디뎠다. 그녀는 그런 로단에게 말했다.


“여기서부터는 걸어가야 해.”


그런 말은 듣지 못했던 로단이 인상을 쓰며 되물었다.


“얼마나?”

“이틀.”


이내 그들의 앞에는 오토바이 두 대가 놓여졌다. 알아서 타고 가라는 것처럼. 배에는 없었으니 이 주변에 미리 준비된 모양이다.


그렇게 오랫동안 본진을 떠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한 로단이 설명을 요구하듯이 그녀를 바라봤다. 그러나 여자를 포함한 그들 모두, 자신의 오토바이를 꺼내는 일에만 집중하고 있었다. 완전히 무시하고 있다.


그때, 금방 오토바이에 올라탄 여자가 성의 없는 설명을 던져주었다.


“하루는 그걸 타고 가면 되.”


물끄러미 그 꼴을 보고 있던 앤드류가 다가와, 가라앉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좋은 생각인 게 확실해?”


...그 또한 모르겠지만, 지금으로서는 따르는 게 나았다. 그래서 로단은 아무 말 없이, 운전좌석에 엉덩이를 대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앤드류는 별 말없이 그의 뒤에 자리 잡았다. 어쨌거나 자신이 그와 함께 타는 것이 로단의 안전에 최선이니까. 그렇게 모두가 출발할 준비를 끝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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