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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파앤피자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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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소파앤피자
작품등록일 :
2022.12.25 16:12
최근연재일 :
2023.05.26 06:00
연재수 :
15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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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35
추천수 :
158
글자수 :
804,680

작성
23.05.0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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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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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33화

DUMMY

여자가 넘긴 남자는 그대로 폴트의 감금실에 가둬졌다, 확실히 아무런 정보를 얻지 못하도록 했다. 당연히 그 안으로 들어가는 동안에도 얼굴에는 천이 씌어졌다


예상했던 대로, 그 소식을 가장 마음에 들어 한 건 에이스였다. 항상 시볼드를 언짢아했던 그는, 이왕 이렇게 된 거 완전히 끝내버리겠다며 이를 갈았다.


“요즘 들어서 더 설치고 다니더라. 어서 처리하고 싶긴 했어. 이제 어떻게 할 거야?”


머릿속으로 시볼드를 여러 방식으로 죽이며 물었다. 로단은 그 물음을 예상했던 것처럼 담담히 대답했다.


“리암과 이라셰마에게 연락해봐야지. 시볼드의 행적을 먼저 발견할 수도 있으니까.”


처음에 리암이 떠나는 것을 탐탁지 않게 여겼던 에이스지만, 오히려 그 결정이 이런 면에 있어서는 도움이 된다는 걸 인정하고 있다.


게다가 제대로 성장하지 못할 거라 예상했던 RT는 언제나 의외의 결과를 보여주었다. 그에 그는 별 걱정 없이 로단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말했다.


“대신 안부 좀 전해주고.”


리암을 둘째 치고, 최근 일 때문에 이라셰마에게는 어떻게 말할지 고민이었다. 그러나 일단, 로단은 고개를 끄덕였다.



***



상황을 들은 이라셰마는 시볼드의 행적을 알게 되자마자 그의 목을 보내주겠다고 말했다. 생각보다 깔끔하게 끝낸 대화에 로단은 안심했다.


그러다 내심 어크트와의 상황이 신경 쓰여서 물었더니, 네 알 바가 아니라는 차가운 대답만 들었다.


일단 목을 보내준다고 하니 거의 성공한 것이라 자위하며, 이번에는 리암에게로 연결했다.


그러자, 로단과 프레스코의 갈등이 심화될수록 덩달아 정신이 없는 리암은 조금 난감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우리는 정보수집보다는 대피에 초점을 둬서, 너네보다 더 빨리 알아낼지는 잘 모르겠다. 그래도 만약 알게 되면 바로 알려줄게.]

“그래. 고마워.”


새삼스러운 감사인사에, 리암은 호탕하게 웃음을 터트렸다.


[당연히 그래야지.]


그 말을 마지막으로 연결을 끊으려 했지만. 에이스의 말이 뒤늦게 생각났다. 그래서 로단이 다시 입을 열었다.


“잠깐만.”

[왜?]

“에이스가 안부 전해 달래.”


잠시 건너편이 조용해졌다.


그 침묵이 생각보다 길다.


조금 의아했다. 두 사람이 많이 투닥거리기는 했지만, 그래도 나름 가까운 사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때, 리암이 늦은 대답을 들려주었다.


[그놈 몸이나 조심하라고 해.]


결국 로단은 헛웃음을 지었다. 아무래도 쓸데없는 걱정인 듯 했다. 그 시볼드와 맞닥트리는 것이 에이스라고 하니, 리암도 염려되는 모양이다. 그의 불퉁한 말투에서 반대되는 감정이 느껴졌다.


괜히 부끄러워진 리암은, 로단의 대답을 듣지도 않고 먼저 연결 창을 떠나버렸다.



***



일주일 후, 시볼드의 위치는 리암에게서 알려졌다.


RT는 최근 지하에 위치한 집을 개조해서, 갈 곳 잃은 지민들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RT를 바옌시나가 빠르게 추적했다. 그런데 그 바옌시나를 이끌던 남자가 시볼드라는 것이다.


다행히 흔적을 끝까지 쫓지 못하고 떠났지만, 시볼드는 포기하지 않고 또 다시 찾아올 심산인 것 같았다.


그 후 리암은 로단에게 바로 그 장소의 좌표를 보냈다. 특별히 로단에게 부탁까지 받았던 그는 굳이 혼자서 이 일을 처리할 필요가 없었고, 무엇보다 동맹인 포르테도 있으니 걱정을 덜할 수 있었다.



***



로단은 이라셰마에게 함께 움직이자는 제안을 보냈다. 하지만 즉시 날아온 답장은 써늘했다.


[네 명령을 받을 일은 없다.]


전부터 생각했지만, 이라셰마는 로단에게 권력이 집중되는 것을 대비하는 것처럼 보였다.


분명 그들은 ENM의 아래로 들어가는 것이 아닌 ‘동맹’이고, 무엇보다 그녀에게 직접 땅까지 약속했으니 권력에 있어서 더욱 뚜렷한 선이 필요했다.


로단이 손가락을 움직였다.


[뭘 걱정하는 지 알아. 우린 동맹이지. 절대 서로에게 소속되지 않았어.]


그렇기에 로단은 직접적으로 그 점을 언급하며, 포장된 말없이 확언해줬다. 그녀가 걱정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그러자, 다시 답장이 왔다.


야만인의 성지에서 로단과 단 둘이 얘기하겠다는 내용은, 언제나 그랬듯 단호했다.


폴트로 직접 오는 건 포르테에게도, 심지어 로단에게도 영리한 결정이 아니다. 그나마 가장 안전한 곳인 본진이 위험해질 수도 있으니까.


그래서 로단의 알겠다는 대답과 함께, 약속은 삼일 후로 정해졌다.


그 안에 에이스가 일을 마무리 지으면, 자신 대신 폴트에 머물게 할 생각이었다.


클로이에게 맡기는 것도 생각했지만, 그녀는 심지어 에이스보다도 바빴다. 얼마 전에 본 얼굴은 창백했고, 두 눈은 안쓰럽게 퀭했다.


게다가 점점 많아지는 부상자에, 앞으로 사용할 의료품도 어느 정도 만들어놔야 했다. 하지만 언제나 그 기준 선이 차기 전에 물건은 빠져나갔다.


클로이 아래로 배울 사람을 넣어줄 수도 없다. 신체는 훈련에 따라 그대로 발전이 드러나지만, 지식은 각각 사람들의 한계가 선명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누군가를 가르치는 것조차 지금 그녀에게는 시간이 없다.


그렇다 보니, 에이스는 폴트로 돌아갈 준비와 현재 임무를 동시에 신경 써야 했다.



***



마침내 에이스가 모든 일을 끝마치고 돌아왔다. 그리고 로단은 그에게 본진을 맡긴 채, 소수의 대원만을 데리고 이라셰마를 찾아갔다.


포르테는 그새 세력의 규모를 더욱 키워나간 상태였다.


이미 C후반의 윗지역은 포르테의 땅이나 마찬가지고, 동시에 현재 프레스코가 가장 경계하는 지점이다.


나머지는 ENM이 들쑤시고 있고, RT가 지민을 보호하고 있으니, 어쨌거나 전체적으로 혼란스러운 상황이었다.


안내를 받은 로단이 안으로 들어오자, 이라셰마는 인사말도 없이 지도의 한 곳을 가리키며 말했다.


“정확한 위치는 파악해두었다. RT를 마저 추적할 확률이 가장 크니, 할 거라면 빨리 해야 한다.”


바옌시나는 C-2지역의 북동지방에 임시 거처지를 지니고 있었다. 그리고 이번 밤이 끝이 나면, RT의 뿌리를 뜯어내러 갈 터였다.



***



시볼드는 당연히 RT보다는 ENM을 먼저 끝내고 싶었다. 특히 그 에이스라는 놈을. 가능한 빨리 그 능글맞은 얼굴을 완전히 뭉개버리고 싶다.


그런데 프레스코에서는 지민을 돕는 RT를 일찍이 없애버리는 걸 선택한 모양이었다.


다 같이 모여서 간단한 스프와 빵을 먹고 있던 군인 중 한 사람이 순찰을 위해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옆에 있는 총을 들고 발걸음 옮기기 시작했다.


2인 1조가 철칙이기에 파트너를 찾았으나, 대체 언제부터 술을 마시기 시작했는지 코까지 골며 바닥에 널브러져 있다.


남자는 정상이 없는 체제에 불만이 올라왔다. 하지만 시볼드는 부하들이 술을 먹거나, 마약을 하는 것도 신경 쓰지 않았다. 심지어 지나가던 사람의 물건을 강탈하거나 그들을 겁탈하는 것조차 마찬가지였다.


다만 본 작전에서 그런 나태함과 욕심 때문에 결과가 좋지 않으면 그 분노가 하늘을 찌를 듯 했다. 오직 자신의 야망 때문에.


그에 그들은 언제나 죽기 살기로 임무에 참여했다. 그렇지 않으면 언제 ‘작전상 사고’란 말로 목숨을 잃을지 모르니까.


그래서 그는 파트너를 몇 번이나 발로 차보다가, 혀를 짧게 차며 생각했다.


이 새끼 이러다가 내일 잘못 되서 죽으면 어쩌려고.


그리고 곧 시볼드에게 물었다.


“이 놈 기절했는데, 다른 놈 데려가도 되겠습니까?”


시볼드는 별 관심도 없이, 힐끗 그를 쳐다보았다. 이미 그의 손에도 커다란 잔이 쥐어있었다. 나름 착실히 의무를 다하는 군인의 방해가 마음에 들지 않는지, 눈매가 더 날카로워졌다. 이제 그런 시선이 제법 익숙해진 군인은 소름이 돋지만 티를 내진 않는다.


이내 시볼드가 대충 한 손을 휘적거리며 말했다.


“됐어. 알아서 혼자 가, 이 새끼야.”


은근히 발음이 꼬아지는 걸 보아하니 꽤 술에 취한 듯 했다. 항상 저렇게 고주망태가 될 때까지 술을 마시면서, 어떻게 다음 날 멀쩡히 서있는 지 의문이다. 전설의 간을 가지고 있을 거라는 이상한 소문이 돌 정도였다.


아, 거지같은 밥벌이.


몰래 욕을 중얼거리며,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발걸음을 옮기는 데, 이상하게 주변이 유독 조용했다.


평소라면 그 고요함의 이질감을 알아차렸을 지도 모르지만, 그러기에는 그 또한 알코올로 어느 정도 알딸딸한 상태였다. 착각일거라고 판단하고 계속 걸어갔다.


아무도 없는 골목을 지나가다가, 갑자기 볼일이 보고 싶어졌다. 남자는 여유롭게 휘파람을 불며 바지 지퍼를 집었다.


그 순간, 어디선가 희미한 인기척이 들려왔다.


급히 손을 멈춘 그는 빠르게 주위를 둘러보았다.


하지만 바람 소리만이 조금씩 들려올 뿐, 여전히 고요했다. 게다가 이제는 온갖 일로도 반란군이라는 의심을 받을 때라 모든 집의 불은 진작 꺼져있고, 그 덕에 주변은 칠흑 같은 어둠이었다.


잘못들은 건가?


그러나 경험이 제법 쌓여있던 남자는 주위를 확인해야 할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그래서 반쯤 내리고 있었던 지퍼를 도로 올리고, 자리에서 벗어나 주변을 살펴보았다.


그러다 얼마 지나지 않아 침입자를 발견했다.


남자는 그를 향한 겁먹은 얼굴을 보며, 총구를 겨눈 채 히죽 웃었다.


아싸~ 성과금 받겠다!


그리고 남자의 등 뒤로 겨누어지는 또 다른 총이 있었다. 차가운 목소리와 함께.


“거기서 멈춰.”


침입자의 공포는 의기양양한 비웃음으로 바뀌고, 남자는 정확히 그 반대가 되었다. 이토록 쉽게 함정에 빠트릴 만큼, 시볼드의 군인들은 온통 구멍 투성이었다.


시볼드는 야망에 비해, 신중한 성격이 아니었다. 이미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점을 모두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런 그들을 기습하는 건 크게 어렵지 않았다.


바옌시나의 술에 약간의 수면제나 마취제를 섞어놓고, 에이스의 강력한 주장으로 후두드가 그곳에 가있었다. 시볼드는 만인에게도 좋은 평판이 아니었지만, 에이스에게는 그 평판이 바닥을 기다 못해 지하를 뚫고 내려가 있다. 그만큼 격렬한 전투가 될 것이 예감됐다.


그래서 로단은 잠자코 에이스의 연락을 기다렸다. 하지만 들려온 결과는, 기대만큼 좋진 않았다.



***



“미안.”


에이스는 탐탁지 않은 얼굴로 그에게 무언가를 내밀었다. 천으로 무언가가 쌓여있다. 로단이 그것을 건네받고 한 부분을 거두어내니, 가장 먼저 두꺼운 손가락이 보였다.


시볼드의 팔 한 짝이 커다란 천에 쌓여있었다.


“이건?”

“...보다시피, 시볼드의 팔이야.”


대답이 충분치 않았다. 당연히 더 많은 설명을 요구하는 눈에, 에이스는 스스로에게 실망한 기색으로 덧붙였다.


“놓쳤어. 그게 내가 가져올 수 있는 유일한 거였고.”


중요한 건을 실패한 것에 대한 죄책감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그 놈을 직접 끝내지 못했다는 아쉬움과 후회가 컸다. 심지어 기습도 제대로 했다고 자신할 수 있었다.


그런데 괜히 바옌시나의 대장이 된 건 아닌지, 상황은 그들이 예상했던 대로 돌아가지 않았다. 그때를 떠올린 에이스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있다.


그렇게 취한 놈은 위험한 야생 짐승이나 마찬가지였다. 차라리 힘이 쎈 앤드류를 데리고 가는 게 나았을 지도 몰랐다. 그러나 요즘처럼 크고 작은 전투가 자주 발생할 때에는 앤드류와 임무를 분배해야 했다.


로단은 실망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지만, 지금으로서는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했다.


“수고했어.”


그래서 나름 진심을 다해 말하자, 에이스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다.


로단이 천을 도로 덮고, 그 팔 덩어리를 약하게 흔들며 말했다.


“이건 어쩔 수 없지. 일단 팔이라도 가져가 보는 수밖에.”


적어도 시볼드의 부하들은 여럿 처리했다. 게다가 한동안 날뛰었던 바옌시나가 피해를 입자, 프레스코에서는 더 이를 갈 것이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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