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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파앤피자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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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소파앤피자
작품등록일 :
2022.12.25 16:12
최근연재일 :
2023.05.26 06:00
연재수 :
150 회
조회수 :
6,127
추천수 :
158
글자수 :
804,680

작성
23.05.0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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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27화

DUMMY

이라셰마와의 대화가 끝나고 에이스를 찾아갔다. 막 본진을 떠날 준비를 끝낸 그는 로단을 반갑게 반겼고, 로단은 즉시 본론에 들어갔다.


“위험지역의 닐슨이라는 이름을 알아?”


위험지역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는 편이지만, 그는 처음 듣는 이름이다. 이곳에 오기 직전에 리암에게도 물어봤으나 같은 대답이었다.


현 무법자의 대장 이름을 들은 에이스의 반응은 떨떠름하기도, 조금 놀라 보이기도 했다. 로단이 의아하게 물었다.


“얼굴은 왜 그래?”

“의외라서.”

“뭐가?”


에이스는 여전히 탐탁지 않아 하는 얼굴이다.


“...이상하네. 별 볼일 없는 놈이었는데.”


버려진 곳은 어쨌든 숨겨진 장소였기 때문에, 에이스는 가끔 위험지역을 방문해서 필요한 물건을 사고는 했다.


다만 그들에 대해 궁금해 하지 않을 사람을 찾아서 거래하다 보니, 마찬가지로 숨어 지내는 사람을 알게 됐다. 닐슨은 그 중에서도 에이스와는 사이가 좋지 않았던 놈이었다. 그때 그는 여러 문젯거리들의 심부름꾼 수준밖에 되지 못했다.


두 사람의 가장 큰 차이점은, 에이스가 흐름에 흘러가듯이 사는 사람이라면, 그는 능력에 비해 야망이 컸다는 것이다.


최대한의 대가를 위해 언제나 아부를 떨며 다니기 일쑤였다. 그런데 못 보던 사이 엄청난 출세를 한 모양이다.


에이스는 설명을 끝난 다음, 여전히 감정이 드러나는 얼굴로 혀를 짧게 찼다. 그러다 다시 원상태로 돌아와 말을 이어갔다.


“옛날 일이라 잘은 기억이 안나. 그리도 그 놈이 대장이 된 걸 보아하니 그 사이에 많은 일이 있었던 것 같으니까 확인하는 게 좋겠지. 내가 확인해봐?”


로단은 고개를 저었다. 지금은 그들을 신경 쓸 때가 아닌 것 같았다.


“이라셰마가 연락을 준다고 했어. 지금은 다른 일에 집중해.”

“알겠어.”


대화가 끝났으니 그만 떠나려는 에이스에게, 그가 다급하게 덧붙였다.


“이번에는 웬만하면 무리해서 C지역에 남아있지 않는 게 좋겠어.”

“왜?”

“지하통로가 완전히 뚫리면 무슨 일을 해야 할지 아직 모르니까, 최대한 많은 병력이 필요해.”


그 말은 더 적은 인력으로 같은 임무를 이어가라는 말이다.


하지만 에이스는 별 말없이 수긍하고 방을 나섰다. 딱히 불평을 가진 것 같지도 않았다. 그 모습이 놀랍지 않다. 그는 언제나 로단을 이해했다.



***



그 후 회의에서는 결국 지민의 인식에 대한 말이 나왔다.


프레스코와 대적하고 있는 지금, 무엇보다 지민들의 지지가 필요했다. 하지만 이제 ENM을 향한 평가들이 지민 사이에서도 계속 충돌하고 있었다.


슬픈 소식이지만, 이곳에 있는 사람들이 많이 줄어들었기에, 식량의 여유분이 꽤 남아있는 상태였다. 그러니 그걸 이용해서 조금 이나마 그 피해를 회복할 생각이었다.


“내가 직접 갈까해.”


로단의 제안에, 존슨박사는 그럴 줄 알았다는 것처럼 즉시 대답했다.


“너무 위험하다네.”


하지만 이미 에이스는 쉴 틈 없이 바빴다. 이제야 의심이 거두어지기 시작한 클로이도 의료 지원을 하느라 바쁘게 움직여야 했다. 이준 또한 말할 것도 없었다. 그리고 루카스가 입을 열었다.


“리암에게 대신 식량을 전해달라고 하는 건 어떤가요? 그라면 공평하고 현명하게 나누어줄 수 있을 텐데요.”


그러자 회의 내내 조용히 있던 이준이 말했다.


“걔는 정치 질에 이용당하는 걸 좋아하지 않을 걸요? 그렇게 하면 애써 나간 이유가 없잖아요.”


일리가 있는 말에 다시 주변이 조용해졌다.


그때, 슬슬 주위의 눈치를 살펴보던 에밀리가 말을 꺼냈다.


“내가 잘 말해볼게.”


확실히 에밀리면 잘 설득할 것 같았지만, 로단은 괜히 걱정스러워 한 번 더 되물었다.


“확실해?”


하지만 그녀는 힘차게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응, 확실해.”


로단도 그녀만큼 리암을 잘 알지만, 사이가 좋은 만큼 잘 싸우는 것도 두 사람이다. 이런 일에는 로단 대신 그녀가 나서는 것이 더 나을 터였다.



***



사실 에밀리는 리암의 눈치가 조금 부족하다는 걸 있어서, 일부러 애매하게 말하면 그대로 해줄 거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러나 리암이 속는다고 하더라도 결국 아벨이 알 것이고, 그렇지 않더라도 양심이 걸려 그러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사실대로 줄줄 말하는 에밀리에게, 리암은 예상보다 써늘한 대답을 주었다.


[내가 이런 말하면 로단도, 너도 서운해 할 거라는 거 아는데... 계속 그렇게 대놓고 ENM과 우리를 얽혀들게 하지 마. 내가 그런 결정을 했던 게 아무 의미가 없어지잖아.]


에밀리는 그 반응에 놀란 것보다도, 지금까지 알고 있던 리암이 흐려지는 느낌에 멈칫했다. 그건 리암이 대견함과 동시에 씁쓸함을 함께 느끼게 만들었다. 게다가 달래고 어르는 목소리에 울컥하고 억울함이 치고 올라왔다.


그래서 어느 때보다도 진지하게 말했다.


“하지만 내가 이곳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잖아.”


그 말에 잠시 조용해졌던 리암은 뒤늦게 대답했다.


[그게 대체 뭔 소리야? 이제 네가 다락트의 대장이고, 외지어가 그만큼 뛰어난 사람도 너밖에 없는데.]


힘을 주려고 한 것 같았지만, 에밀리는 오히려 더 속상해지기만 했다.


“근데 그걸로 충분하지 않아. 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싶어. 정해진 일 말고도. 오빠도 그 기분 때문에 나간 거잖아. 네 기준으로 최선을 다하고 싶어서. 그러니까 이번만 나도 좀 도와줘. 절대 안 잊을 게.”


또 다시 정적이 흘렀다.


한동안 리암은 아무 말도 하지 않다가 결국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그 한숨 속에서 긍정적인 대답을 알아차린 에밀리의 표정은 이미 순식간에 밝아졌다.


[알겠어. 그 말을 듣고도 아무렇지 않으면 내가 에이스지. 그래도 이렇게 우리 평판을 이용하는 부탁은 마지막일줄 알아.]


에밀리는 표정만큼이나 밝아진 어조로 소리쳤다.


“고마워!”


리암도 그녀와 마찬가지로 과거의 에밀리가 흐려지는 기분이 들었지만, 그녀는 알 리가 없었다.



***



루카스는 이번에도 이준에게 데이지에 대한 정보를 얻지 못했다는 말을 전해 듣고, 실망해서 돌아섰다. 언제나 부드러운 미소를 달고 있는 얼굴이 가장 어두워질 때였다.


마침 시엘로에게 맡길 일이 있어 발걸음을 옮기던 로단이 그를 발견했지만, 간단한 눈인사만 하고 망설임 없이 지나갔다. 그러자 그걸 목격한 이준이 말했다.


“둘이 좀 얘기 해봐.”

“내가?”


로단은 딱히 상담이나 위로에 재능이 없었다. 그걸 당연히 이준도 알고 있을 텐데 그런 말을 하는 것이 의아했다. 게다가 루카스는 나긋한 성격일 뿐이지 절대 약한 사람이 아니다. 본인이 도움이 필요하다면 진작 청했을 것이다.


항상 중요한 업무는 여유가 있다면 직접 전하는 편이었다. 그게 여러모로 안심이 되니까. 그래서 이번에 조사할 목록을 넘겨주는 로단에, 이준은 그것을 낱낱이 살펴보면서 대답했다.


“매번 물어보는데, 매번 같은 대답을 듣고 가는 게 불쌍해죽겠다. 여기 사람들 중에서는 네가 그나마 가까운... 편... 인가? 어쨌든 그렇잖아. 네가 얘기 좀 해봐.”


굳이 과거까지 가면 로단이 가까운 편이긴 했지만, 가장 끈끈하진 않았다. 웬만하면 가만히 있을 이준도 마음이 불편하기 시작한 것 같았다.


“...알겠어. 수고해.”

“오냐.”


그 대화를 마지막으로 로단은 보안실을 빠져나왔다. 그리고 바로 루카스가 갔던 방향으로 걸어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루카스.”


아직 우울한 감이 조금 남아있는 얼굴이 그를 뒤돌아봤다. 로단은 이런 말을 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았지만 일단 말했다.


“말하고 싶은 게 있어요?”


누군가에게 먼저 다가와 그런 질문을 하는 경우가 드문 사람이라, 루카스의 눈에도 의아함이 올라왔다. 로단도 그 마음을 이해했다. 그 자신도 그랬으니까.


“앞으로의 일을 위해서라도요.”


그는 덤덤하게 덧붙였다. 그래야지 루카스가 말해줄 것이다.


내심 감정의 탈출구가 조금 필요했던 루카스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는 언제나 로단에게 죄책감을 지녔다. 죽을 때까지 가지고 있을 죄책감.


그러니 이번에 과거를 털어놓으며, 그와의 사이가 더 가까워지길 바랐다. 로단이 그를 정서적으로 지지할 수 있을 만큼은. 그래서 그저 손짓했다.


“저기로 가서 얘기하죠.”


곧 그들은 복도에 구비되어있는 벤치에 자리 잡았다. 다행히 주변에는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그는 바로 말을 꺼내지 않고, 곰곰이 생각에 잠겨있었다. 그렇게 속으로 과거를 떠올리디가, 한참 후에야 입을 열었다.


“데이지는 저의 아버지가 양딸처럼 책임진 사람이에요. C전반지역의 고아원 출신이고, 처음부터 저의 전달자로 양성하기 위한 교육을 받아왔죠.”


거의 완벽에 가까운 훈련을 받은 덕에, 어렸을 때부터 좋은 평가를 많이 받았다. 당연히 그녀가 받던 수많은 훈련 중에서는 상당한 수준의 전투 훈련 또한 포함되어있었다.


다른 문도들은 굳이 그렇게까지 하지 않았지만, 아론은 아무래도 아들이 가장 걱정이었다. 오히려 문도라는 계급이 있기에 더욱 더.


당연히 문도는 서로에게 간섭하지 않는 것이 철칙이지만, 그럼에도 그들은 극성이라는 반응이 보이고는 했다. 하지만 아론은 모두 무시했다.


그렇다고 아론은 그녀를 도구처럼 다루진 않았다. 항상 그는 두 사람 모두에게 따뜻하고 다정한 아버지였다. 그렇기에 데이지는 그 누구보다도 강하게 충성했다. 다만 그 방향이 남들의 생각과는 조금 달랐다.


“하지만 데이지는 그녀를 키워준 아버지보다도, 제게 더 강한 충성심을 보여줬어요.”


두 사람이 비슷한 나이였음에도 그랬다. 그러다보니, 그들은 많은 시간을 함께 보냈다.


“제가 주었던 폭죽도, 그녀와 함께 한 추억의 물건 중 하나였고요.”


일단 두 사람이 사이가 좋았던 것은 알겠다.


그런데 루카스는 데이지에 대해 전혀 나쁜 감정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 로단의 생물학적 아버지는 조금 원망하면서. 왜지? 로단은 그 이야기가 시작 됐을 때부터 묻고 싶었던 질문을 던졌다.


“그럼 왜 그녀가 당신을 배신한 겁니까?”


하지만 루카스는 그것에 대한 해답을 그 또한 원하고 있다.


“...모르겠군요.”


로단은 더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 이유가 그렇게 중요하나?


물론 소중한 사람이 왜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 알고 싶은 마음은 이해했다. 아직 그것 때문에 그 상대를 미워하고 싶지 않을 희망도. 그래도 배신은 배신이다. 그러나 자세히 물어봤자 알려주지 않을 것을 알았다. 그래서 이번에는 다른 것을 물었다.


“데이지가 바옌시나의 대장이 돼있는 건 어떻게 안겁니까?”

“남도에서 프레스코를 염탐할 때에 알게 됐어요.”

“왜 저에게 폭죽을 쓰라고 한 겁니까? 배신자라면서요.”

“분명 그 이유가 있을 테니까요. 그 폭죽을 보고 유리하게 진행됐었던 사실이 증거예요.”


어쩐지 평소보다 감성적으로 들려왔다. 그러나 오히려 루카스는 정해진 사실을 전하는 것처럼 아주 단호한 시선을 했다. 심지어 로버트에 대해 얘기했을 때보다도 더.


로단은 조용히 제 생각을 바꾸었다. 희망이 아니라, 루카스는 ‘확신’하고 있었다.


여기서 그와 더 긴 대화를 나눈다고 해서 루카스의 생각이 달라질 것 같진 않다. 그에 로단은 짧은 대답으로 이 대화를 끝냈다.


“그렇군요.”


그리고 아마, 이준이 원했던 대화는 이런 식이 아니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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