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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파앤피자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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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소파앤피자
작품등록일 :
2022.12.25 16:12
최근연재일 :
2023.05.26 06:00
연재수 :
150 회
조회수 :
6,137
추천수 :
158
글자수 :
804,680

작성
23.05.1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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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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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39화

DUMMY

리암과 이라셰마는 그들이 약속했던 지역으로 모여들고 있었다. 그러면서 최대한 몸을 숨기는 것 또한 잊지 않았다.


그러는 중에도 포르테는 전투원을 늘리고 훈련시키는 데에 전력을 다했고, 리암은 주변 지민들을 은밀하게 이동시켰다.


하지만 당연히 모든 사람들을 대피시킬 수는 없다. 게다가 그 중 하나라도 폴리티에게 신고한다면 큰 차질이 생길 터였다.


그래서 대신 소수만을 지속적으로 옮기는 방식을 택했다. 적어도 딴 짓을 할 기회는 없도록.


다행히 이라셰마 덕에 무법자들도 아주 조용해진 때였다.


이준은 루카스가 가지고 있던 자료를 기반으로, B지역으로부터 A지역으로 옮겨갈 수 있는 통로를 지도프로그램으로 만들어 로단과 나머지에게 보내주었다.


그 커다란 통로는 투자자의 건물과 이어져있고, 통과하려면 그 안으로 직접 들어가야 했다. 이미 건물의 구조는 모두 파악됐다. 그러나 이준의 말대로라면, 그 칩은 A지역으로 넘어가는 데에 필요한 것이 아니었다.



***



최후의 날을 위해 클로이도 B지역으로 옮겨오면서, 세이가 그녀와 함께 동행했다. 로단은 그 두 사람을 만나기 위해 자리를 이동했다.


그렇게 클로이가 배치 받은 천막 안으로 들어오자, 가장 먼저 입을 연 것은 세이였다.


“야. 폴트가 훨씬 더 낫다.”


당연한 소리를 하고 있다. 거기는 이미 완성된 요새였고, 여기는 임시로 만들어진 거치지니까. 그는 그 말을 무시하면서 클로이의 앞에 섰다.


“의료실이나 필요한 창고는 미리 준비해뒀어.”

“고마워요.”


그 후로는 업무에 관해서만 대화를 나누었다. 심지어 반가움의 표시도 없다. 적어도 전에는 가볍게 입을 맞추거나 포옹 정도는 했는데. 지금은 이게 서로에게 당연했고, 또 자연스러웠다.


세이는 헤어진 지 오래면서 여전히 잘 맞는 둘을 천천히 번갈아보았다.


“너도 전투에 참여하려고?”


그러다, 드디어 제게 관심을 갖는 로단을 어이없게 쳐다봤다.


“이제 궁금해?”


말도 씹고 투명인간 취급하더니. 어쨌든 친히 물어보니까 대답했다.


“내가 프레스코가 무너지는 걸 직접 눈앞으로 볼 기회를 놓칠 리가 없잖아.”


좋은 점이라고는 없는 환경에서, 쓰레기 같은 부모 아래에서 자랐다. 프레스코가 원망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물론 이 모든 것이 그들의 탓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그녀의 불행에 한몫했다는 점이 열 받았다.


그 복잡한 얼굴을 보자, 로단은 마지막이 다가오고 있음이 더 실감이 났다.



***



마침내 날짜가 정해졌다.


열흘 후.


종반전이 시작되는 것은 정확히 열흘 후였다.


계획은 이랬다. 건물은 이따금씩 통신보안상 전파를 발사할 수 있는 장비가 동작을 중지하는, 무선침묵상태에 들어간다. 그리고 그 날 모든 것이 끝날 전투가 일어날 것이다.


군력을 총동원해서, 최대한 단 기간에 끝내야 했다. 장기전으로 갈수록 불리한 것은 ENM이니까. 하루 만에 끝나면 좋겠지만, 당연히 그러지 못할 확률이 컸다.


이제 곧 마지막이다.


그 문장이 계속해서 머릿속을 돌아다녔다. 가슴 속이 무겁게 가라앉으면서도, 동시에 뜨겁게 떨려온다. 열흘 동안 그들은 전쟁을 위한 남은 준비를 끝마쳐야 했다.


로단은 그 흥분감과 긴장을 혼자 삭히기 위해, 아무도 없는 집무실에서 조용히 앉아있었다. 불도 켜놓지 않고, 소피가 선물로 주었던 양초만이 은은한 불길을 뽐내고 있었다.


그때, 클로이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왔다.


“.......”

“.......”


그들은 잠시 서로를 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분명 아무도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클로이는 조금 당황한 기색이었지만, 이내 입을 열었다.


“미안해요. 아무도 없는 줄 알았어요.”


보고서만 책상 위에 놓고 가려고 했는데, 문틈으로 빛이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 책상 위를 보니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그녀는 저 양초를 기억했다. 소피와 함께 만들었으니까.


서류를 그의 앞에 놓고 다시 나가려했다. 하지만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로단이 불러 세웠다.


“클로이.”


클로이는 바로 걸음을 멈추었지만, 대답을 기다릴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절대 그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핵심 인물 중 하나였다. 그저 능력에서 제한되는 평판이 아니다.


지금까지 이 모든 일을 해오면서, 클로이 없이는 불가능했던 것이 많았다. 그래서 이 말을 해야 했다. 어쩌면 아주 많은 사람한테 해야 했으나, 그럴 수 없으니까 클로이에게만이라도.


“그 날 사과하지 말라고 했던 건, 그렇지 않으면 더 이상 여기에 남을 수가 없기 때문이랬지?”

“...그렇게 말했었죠.”

“근데 오늘 드는 생각이, 지금 하지 않으면, 그 후에는 내가 없을 수도 있을 것 같더라고.”


지금까지 그런 결정으로 누군가에게 사과한 적은 많이 없었다. 모두가 그것이 필요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알버트도. 알리야도.


“미안해.”

“.......”

“그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 것도 미안해.”


클로이도 제 가족이었다. 그런 그녀를 상처 입힌 것은, 정말로 죄책감을 가지고 있었다. 그건 리암에게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두 자매의 관계는 리암과 알버트보다 그 깊이가 달랐다. 그러니 이 죄책감의 깊이도 달랐다.


클로이의 얼굴은 복잡하게 일그러졌다. 금방이라도 울 것처럼 묘한 표정을 지었다가, 애써 미소를 짓는다. 그러나 눈가에 머문 물기마저 숨기진 못했다.


“...알겠어요.”


당연히 그녀는 로단을 이해했다. 왜 그런 결정을 했는지도, 지금 왜 저런 말을 하는 지도. 항상 이해했다.


원래는, 모든 일이 끝이 나면 말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로단이 이렇게 제 속을 드러내니, 그녀 또한 차마 이 생각을 속으로만 감춰놓을 수가 없었다.


“...이번 일이 끝나면, 저희가 성공적으로 프레스코를 점령하게 되면.”

“.......”

“저는 떠날 생각이에요.”


놀라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지만, 마음 한구석으로는 이미 이 날을 예상한 듯 했다. 생각보다 충격이 크지 않았다. 로단은 복잡한 눈으로 조용했고, 클로이는 더욱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애써 힘을 주듯이.


“그때 마지막으로 다시 사과해요.”


그때까지, 꼭 살아있으라는 의미였다.



***



최후의 날 사흘 전, 리암이 그를 방문했다.


본래 RT도 A지역에 함께 하기로 했지만, 옥타비에가 언급한 바옌시나의 공군기지가 마음에 걸렸다. 결국 리암이 바옌시나의 C전반 점령지를 공격해서 추가병력을 막고, 공군기지를 점령하는 역할을 맡게 됐다.


ENM은 모든 전력을 B지역으로 옮기기 시작했기에, 이번에는 에밀리 또한 다락트와 이곳으로 이동했다. 당연히 다락트의 부대장이 된 아드하비도 같이 있었다.


그렇게 그들은 잠시 남매의 시간을 보냈다. 전쟁에 대한 얘기도 꺼내지 않고, 아무 문제 없던 과거로 돌아간 것처럼 평범하게 웃고 떠들기만 했다.


이런 전시 상황이 아니었다면 술까지 마셨을 것이다. 그들이 마지막으로 다 함께 보내는 시간이 될 수도 있으니까.



***



후두드가 먼저 투자자의 건물을 점령하고 나서, 로단과 ENM들이 이미 장악한 건물 안으로 들어가 그 통로를 통과할 예정이었다.


그렇게 통로를 통해 밖으로 나오면, 바로 프레스코 직원들의 거주지역이 나왔다.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것이다.


물론 그들이 시작을 알리기 전에, 베브는 이준과 함께 다른 ENM보다 더 빨리 통로를 지나야 했다. 최대한 주변의 시선을 피해서 프레스코에 침입하고, 경비시스템을 완전히 장악하기 위해서였다.


정확히는 그건 이준의 몫이고 베브는 그를 보호하는 역할이다.


어쩌면 문도를 포함한 모두가 평범한 나날을 준비할 때, 그들은 최종 브리핑을 마쳤다.



***



드디어 건물이 무선침묵상태에 들어갔다는 보고가 도착했다.


에이스와 에밀리를 선두로, 이미 마지막 준비를 끝낸 그들은 로단의 앞에서 마지막으로 멈추어 섰다. 그들의 결연한 시선 앞에서, 로단은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명령을 대신했다.


그러자 에이스가 가장 먼저 움직였고, 무장한 반란군이 그 움직임에 맞춰 일제히 이동했다. 에이스의 눈과 다시 한 번 맞닿았다. 아무런 말없이 서로를 마주보기만 했지만, 격려를 받은 느낌이었다.


“우리도 준비하지.”


그들의 모습이 거의 사라졌을 때쯤에 로단이 말했다. 그 말에 주위의 모든 ENM이 행동에 들어갔다.



***



무사히 안으로 진입한 베브는 상시로 보고를 보냈다. 그리고 삼십분이 지나갔을 때, 드디어 에이스에게서 또 다른 보고가 도착했다. 건물이 완전히 장악했다는 희소식이었다. 예상했던 것보다 더 빠른 속도다.


“확실해?”

[확실해.]

“그럼 바로 다음으로 넘어가지.”


ENM은 이미 모든 준비를 끝마친 상태였다. 지금 그들이 필요한 것은, 이 계획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뿐이다.


마침내 에이스가 투자자의 통로를 지나, 완전히 A지역으로 넘어왔다. 입구에 있던 경비원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분명 베브가 미리 처리하고 어딘가에 치워놓은 것 같았다.


그렇게 밖으로 나오자, 주변에는 인적이 드물었다. 그 통로를 지키는 직원이 있고, 건물도 몇 개 있었지만, 그게 전부였다. 투자자는 웬만하면 A지역으로 넘어오지 않았으니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에이스는 바로 계획된 장소에 자리 잡고, 로단에게 연결했다.


“준비 끝났어.”


A지역에서 출발한 신호는 바로 프레스코에게 발견된다. 그렇기에 로단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말했다.


[시작해.]


그 말을 시작으로, 수많은 ENM들이 그 통로를 통해 A지역에 발을 내딛었다.


후두드는 에이스와 앤드류가 각각 있는 곳으로 배치됐고, 에밀리를 포함한 다락트와 다른 ENM 또한 정해진 위치에 섰다. 그 뒤로, 이라셰마를 포함한 포르테 부족이 걸어 나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수헤르와 그를 따르는 신봉자들이 함께 모습을 보였다.


로단은 그들의 가운데에 서있었다.


더 이상 그들의 존재를 놓치기가 쉽지 않았기에, 건물 안에 있던 직원들도 다급히 집 밖으로 뛰쳐나왔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보자마자, 그대로 얼어붙었다.


사람들은 모두 로단의 얼굴을 알았다. 어느 지역에 살고 있든, 이제 그 얼굴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런 인물이 이곳에 있는 것에도 놀랐지만, 더 당황한 이유가 따로 있었다.


이번만큼은 그들 모두 가면을 쓰고 있지 않았다.


오늘만큼은.


그때 로단은 바로 옆에 있던 대원에게 명령했다.


“리암에게 시작됐다고 전해.”


그리고, 그 다음 목에 핏대가 서도록 크게 소리쳤다.


“전진!!!”


로단의 군대가, 선두에 선 그에게 이끌어져 웅장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순간 에이스가 허공을 향해 미친 듯이 총을 쏘아 올렸다. 그러면서 공격적으로 말했다.


“여기서 꺼져!!!”


앤드류와 몇몇의 사람들도 그와 같은 행동을 했다.


멍하니 서있던 직원들은 깜짝 놀라 비명을 질렀다. 그리고 그제야 서둘러 도망가기 시작했다. 민간인의 피해를 최대한 줄이라는 것이 로단의 명령이었다. 주변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도망쳐!!!”


지민 중의 누군가가 그렇게 소리치며 바쁘게 다리를 움직였다. 그러나 로단은 또 다시 강하게 외쳤다.


“전진!!!”


ENM은 또 한 발자국 앞으로 내딛었다. 그들의 무거운 위압감은 그곳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처음 겪어보는 종류의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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