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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파앤피자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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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소파앤피자
작품등록일 :
2022.12.25 16:12
최근연재일 :
2023.05.26 06:00
연재수 :
150 회
조회수 :
6,160
추천수 :
158
글자수 :
804,680

작성
23.05.0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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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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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3쪽

131화

DUMMY

전투가 끝나고, 그나마 살아남은 탈옥수는 도망가기 바빴다.


얼마나 재빠른지, ENM와 어크트가 빠르게 뒤쫓았지만 놓쳤다는 보고만 돌아왔다. 하지만 적어도, 주변에는 적이 보이지 않는다.


로단과 줄리에는 시체들 더미가 쌓여있는 게이트의 앞으로 걸어갔다. 대원이 바로 다가오고, 로단은 그 대원에게 말했다.


“살아있는 놈이 있는지 확인해.”


상대할 무법자나 탈옥자가 더 있는지를 확인해야 했다.


줄리에도 같은 명령을 내렸다. 그러자 모두가 널브러진 시체들 사이에서 살아있는 인간을 찾기 시작했다.


“찾았습니다!”


잠시 후 누군가가 소리쳤다.


그곳으로 가까이 다가가자, ENM에게 양팔이 잡혀서 억지로 무릎을 꿇고 있는 탈옥수가 보였다. 도저히 알아들을 수 없는 짐승 같은 소리를 내면서 미친 듯이 악에 받쳐 소리 지른다.


로단은 그런 그를 인상을 쓰면서 보고 있다가 물었다.


“대화가 가능하기는 해?”


대원은 난감한 기색으로 대답했다. 야생짐승처럼 날뛰는 놈을 억지로 붙잡고 있느라 거친 숨을 내뱉으면서.


“...불가능해보입니다.”


그 말에 로단이 다시 탈옥수를 바라보았다. 줄리에도 그 놈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다.


어크트는 항상 고문이 특기고, 그들이 자주 쓰는 방식이다. 하지만 그건 저 인간에게 소용이 없을 듯 했다. 이미 고문이라는 고문은 교도소에서 다 당해봤을 테니.


일단 로단이 입을 열었다.


“이름은 뭐지?”

“크악!! 으으.. 으으어어아아악!!!”

“다른 놈들은 어디에 있지?”

“으아아아!!!”


그가 말하는 것은 충분히 인지하는 것 같은데 도저히 대화가 이어지지 않았다. 아까 싸우는 모습을 보면 이성적인 판단도 할 줄 아는 듯 했다. 그저, 제대로 의사소통을 하는 법을 잊은 것처럼 행동했다.


“카악- 퉤!”


그때 남자가 로단이 얼굴에 침을 뱉고, 그가 미간을 구기면서 고개를 돌리는 동시에 ENM 대원들은 남자를 바닥에 짓눌러버렸다. 로단의 살벌한 눈빛이 엎어진 남자의 뒤통수를 향했다.


그러나 아무 행동도 하지 않고 줄리에를 보았다. 일단 가둬두라는 의미였다.


그 의미를 충분히 알아차린 줄리에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허리춤에 있던 총을 꺼내 들어서 바로 그 남자의 머리통을 날려버렸다.


탕-!

순식간에 일어난 일을 피하지도 못했다.


본능적으로 한 걸음 물러선 로단은 뒤통수에 구멍이 난 시체를 내려다봤다. 그리고 이내 그녀를 탓하는 시선으로 노려봤다. 그런데 줄리에는 뻔뻔하게 어깨를 들썩였다.


“뭐. 저 새끼 말 가르치는 거에만 몇 년 걸리겠다. 걱정 마, 놈들이 더 있으면, 다시 찾아올 거야.”


그들은 둘 다 살아있는 사람을 찾고 있었지만, 각자의 목적은 달랐다. 로단의 정보를 얻기 위해. 줄리에는 한 놈도 빠짐없이 처리하기 위해.


“다 죽이기로 했잖아. 기억나?”


마지막으로 덧붙인 줄리에가 로단이 어깨를 위로하는 것처럼 툭툭 쳤다. 그리고는 게이트 안으로 되돌아갔다.


확실히 저 놈을 둬봤자 도움은 별로 안 됐을 것이다. 그래도 언짢은 마음은 그대로라, 깊은 한숨을 내쉰 그도 곧 그녀를 따라 발걸음을 옮겼다.



***



그 후에도 탈옥수와 무법자는 위험지역을 몇 번이나 노렸다. 하지만 그때마다 처절하게 패배했다.


그런데 그들은 도저히 포기하지를 않았고, 이번에도 로단과 줄리에는 살아있는 무법자를 찾아냈다. 다행히 이번에는 말을 제대로 할 줄 아는 놈이었다. 당연했다. 이 남자는 탈옥수 출신이 아니니까.


그리고 지금, 두 사람은 어크트의 지하 감금실에서 그 무법자를 앞에 두고 있었다. 고문에 능한 사람이 제 옆에 있으니, 로단은 그녀가 하는 냥을 가만히 지켜보기만 했다.


이미 험한 꼴을 당한 남자는 상태가 좋지 않았다.


여기저기 얻어맞은 것은 기본이고, 이빨도 몇 개 뽑혀있다. 특히나 앞니가.


그러거나 말거나, 그녀는 앞에 있는 사람이 아주 멀쩡한 상태인 것처럼 여상스럽게 말했다.


“너 전에도 몇 명을 잡았었거든? 근데 그 놈들은 다 탈옥수였어. 말을 제대로 못 하더라고.”


아예 말을 못하던가, 아니면 어눌하게 하거나, 대화를 제대로 이어가지 못했다. 교도소에 대한 악명은 들었지만, 그 정도일 줄은 솔직히 로단도 몰랐다.


무법자는 긴장한 얼굴로 줄리에를 바라봤고, 그 긴장이 짙어질수록 줄리에의 압박은 강해졌다.


“넌 말을 할 수 있으니까 가치가 있는 거야. 그래서 아직 살아있는 거고.”


말하지 않으면 죽는다.


그 또한 같은 생각을 했는지, 유일하게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는 로단을 쳐다봤다. 그러자 로단은 뭘 보냐는 것처럼 눈썹을 들썩였다.


아무리 긴박한 상황에서는 작은 희망이라도 잡는다지만, 날 보다니. 어리석고 약한 인간이다. 그리고, 그런 사람일수록 입을 잘 여는 법이다.


로단이 줄리에와 시선을 마주쳤다. 그녀 또한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 결국 저 무법자는 입을 열 것이다.


그때, 그의 겉옷 안에서 알람이 울렸다. 폴트에서 긴급보고가 들어온 모양이다. 그 소리를 들은 줄리에가 말했다.


“내가 알아서 할 수 있으니까 나가도 돼.”


당연히 줄리에가 알아서 할 수 있는 건 알고 있다. 다만 인간적으로 믿지 않아서 중요한 일에는 모두 참여하려고 하는 것 뿐. 하지만 방금 긴급한 보고에만 울리는 알람이 신경 쓰였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중얼거렸다.


“금방 올 거야.”


웬만하면 줄리에를 혼자 두지 않을 생각이었다.


그 속을 뻔히 아는 줄리에는 작게 낄낄거렸고, 이내 로단이 완전히 나가는 것을 확인했다.


긴급보고는 로단이 읽자마자 자동으로 파일이 삭제됐다. 그에 그녀가 있는 장소에서 편하게 확인할 수가 없었다. 그 내용은 그가 이미 예상한대로, 폴트와 연결된 섬에 대한 내용이었다.


이번에도, 들려온 소식은 기대에서 한참을 벗어났다.


분명 지도에 표시된 장소에 있었어야 했을 그들이 연기처럼 사라졌다는 것이다.


일시적으로 머무른 흔적은 있지만, 사람은 전부 사라지고 없다. 게다가 추적할 수 없도록 이동한 흔적조차 지워져있다.


수색대의 대장이 그 장소에 떨어져있는 쪽지를 발견했다. 외지어인 듯한 언어 아래로, 번역된 문장이 이렇게 적혀있었다.


[이곳은 우리의 영역이니 떠나라. 사라진 인간들은 포기하라.]


이라셰마와의 첫만남이 잠시 머리를 스쳐지나갔다.


일단 그들이 적대적인 것은 확실했다. 외지어는 에밀리가 도와줄 수 있는 부분일지도 모른다. 로단은 일단 그 쪽지를 가지고 돌아올 것을 명령했다.



***



로단이 나간 후에 줄리에는 다시 눈앞의 남자를 보았다. 공포에 질린 사람은 감각이 더 예민해진다더니, 그녀가 로단의 존재 때문에 절제하고 있던 것을 깨달은 모양이다. 남자의 안색이 더욱 창백해졌다.


원래는 다른 사람이 있다고 자제하진 않지만, 로단이 들어서는 안 되는 말을 해야 했다.


“살고 싶어?”


그 말을 듣자마자 무법자는 빠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히 살고 싶다.


어크트는 성공적으로 국가를 세웠고, 다른 지민들도 이곳으로 옮기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그 덕을 보는 것은, 오직 어크트에게 문제가 되지 않는 일반 지민뿐이다.


본래 위험지역에 있던 그들을 쫓아낸 것이 어크트였다. 그녀를 따르지 않고, 현재 국가가 된 ‘어크트’를 반대했다는 이유로. 그러니 돌아가 봤자 어크트의 추종자에게 온갖 차별과 핍박이나 받을 터였다. 모두 그 사실을 알았다.


그것이 무법자가 더 궁지에 몰린 것처럼 행동하는 이유였다.


그러나 그런 불만도, 살아있어야 가질 수 있다.


줄리에가 덤덤하게 말을 이어갔다.


“너 혼자라도?”


동료를 배신하더라도?


그 말 속의 의미를 알아들은 무법자는 잠시 멈칫했지만, 이내 또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그 닐슨 놈이 입 하나는 잘 털어서 붙어있을 뿐이지, 대부분이 서로에게 동료애나 의리 따위는 없었다.


뻔한 반응에 줄리에가 피식 웃었다.


“좋아. 그럼 이렇게 하자.”


포르테의 이라셰마가 마음에 들지 않는 건 아니었다. 다만 마음에 드는 것과, 경계해야하는 것이 다를 뿐.


“네가 돌아가면, 닐슨을 설득하든 죽이든, 어떻게 해서든 포르테의 아래로 들어가.”


그리고 이라셰마의 정보를 물어다주면 됐다.



***



내용을 살펴본 에밀리는 그 외지어를 알아보지 못했다. 내심 결정적인 도움을 줄 수도 있다는 생각에 흥분했는데, 실망감만 얻고 말았다.


일단, 로단은 쪽지에 적혀있는 말을 따를 생각이 없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그나마 남아있는 흔적을 최대한 쫓아서, 그 마지막 부근에 그들이 했던 것과 똑같이 쪽지를 놓도록 했다.


[우린 적이 아니다. 거래를 하지. 만약 이 거래를 거부한다면, 그때는 적이 될 것이다.]


그리고 기다렸다.



***



며칠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답장은 돌아오지 않는다.


이미 완전히 떠난 건가?


로단은 주위를 조금 더 탐색해보라고 명령했지만 아무것도 발견되지 않는 건 똑같았다. 주변의 환경에 약간 변화는 있으나 자연적인 요소로도 그런 변화는 가능하다는 답만이 들려온다.


그건 그들이 흔적을 지우는 것에 아주 탁월하거나, 혹은 정말로 떠났다는 의미였다.


주변의 환경을 관찰하는 데에 능한 베브 또한 한 번 시간을 내서 봐주었다. 하지만 마찬가지로 수색대와 다르지 않은 의견을 내놓았다. 그런데 그는 이 경우가 전자라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왜 그렇게 생각해?]


메시지로 그 이유를 물었더니, 베브는 그저 감이라고만 대답했다. 그러면서 덧붙였다.


[어딘가 부자연스러워. 그렇게 느껴져.]


C지역에 들어간 병력이 더 줄어들겠지만, B지역의 확립이 그만큼 중요했다. 그래서 다시 한 번 수색대를 편성해서 보낼 생각이었다.


베브와의 대화가 끝나고, 자신이 얼마동안 어크트에 머물렀는지를 계산했다.


이미 충분히 오랫동안 있었다.


무법자나 탈옥수의 수도 많이 줄었고, 심지어 요즘은 잘 보이지도 않는다.


이 정도면 빚은 다 갚았다.


그렇게 생각한 로단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다른 ENM 대원들은 내버려두고, 홀로 움직였다.


마침 줄리에는 게이트 위에 혼자 서있었다. 혹시 모를 무법자의 습격에 대비하는 것이다. 그 곁으로 다가갔더니, 그녀는 기다렸다는 듯이 바로 입을 연다.


“이제 돌아가려고?”

“이제 충분히 한 것 같지 않아?”

“그렇긴 하지. 오늘 바로 돌아갈 거야?”


그 태도가 조금 이상했다.


줄리에는 이득을 취할 수 있으면 골수까지 빨아먹었다. 입으로는 빨리 무법자를 처리하고 빨리 헤어지자는 식으로 했지만, 결국 말일 뿐이다. 항상 그랬다.


그에 ENM의 도움을 최대한 많이 받으려고 할 줄 알았는데, 지금은 급하게 떠나보내려는 것처럼 보인다.


“.......”


로단의 의심 가득한 눈이 그녀를 가만히 응시했다.


그 시선을 느낀 줄리에가 뻔뻔한 헛웃음을 터트린다.


“뭐야, 가라해도 난리네. 더 있어주려고? 그럼 나야 좋지.”


사실 처음에는, 로단의 생각처럼 있는 물 없는 물 다 빨아먹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얼마 전의 그놈처럼 쓸 만한 쓰레기가 나오면 로단을 돌려보낼 계획이었다. 정보는 혼자 알고 있어야 그만큼의 가치가 있으니까.


게다가 ENM과 동맹관계인 포르테에 정보원은 심어놓은 것을 알면 로단은 마음에 들어 하지 않을 것이다.


찝찝한 시선을 거두지 않은 로단이 떨떠름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ENM이 있는 곳으로 돌아가서 출발할 준비를 시켰다. 적어도 경보음이 울려 퍼지기 전까지는.


삐옹- 삐옹-


이미 몇 번이나 있던 상황이었기에 로단은 바로 전투준비에 들어갔고, 안에서 대기 중이었던 ENM도 모두 밖으로 나와 게이트로 달려왔다. 그런데 묘하게 조용한 줄리에를 로단이 확인했다. 그녀의 얼굴이 구겨져있다.


그 얼굴을 보고, 줄리에가 무슨 짓을 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로단도 인상을 구기며 물었다.


“...대체 뭘 한 거야?”


줄리에는 대답이 없다. 그 쓰레기에게서 성공적으로 포르테의 아래에 들어갔다는 보고를 받았다. 그러니 더 이상 그들을 공격할 이유가 남아있지 않을 터였다. 하지만 그녀도 곧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로단도 이내 그들을 이끌고 있는 사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라셰마?”


왜 이라셰마가 저기에 있는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분명 포르테와 갈등을 쌓고 있던 무법자가 그들과 함께였다. 다만 같은 위치에 있어보이진 않고, 굳이 말하자면 포로처럼 보였다.


마찬가지로 로단을 발견한 이라셰마는, 살벌하게 번뜩이는 눈으로 로단을 노려봤다. 그리고 손에 있는 창을 들어서 그 날카로운 끝으로 가리켰다.


“배신인가?”


저건 또 무슨 소리야.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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