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소파앤피자 님의 서재입니다.

엘 누에보 문도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SF

완결

소파앤피자
작품등록일 :
2022.12.25 16:12
최근연재일 :
2023.05.26 06:00
연재수 :
150 회
조회수 :
6,130
추천수 :
158
글자수 :
804,680

작성
23.05.18 06:00
조회
21
추천
1
글자
12쪽

142화

DUMMY

바네사는 아셀의 명령으로, 오래전부터 D지역의 주변에 있던 섬 하나의 환경을 묵묵히 발전시켜나갔다.


아주 작은 섬인 그 ‘스몰 아일랜드’는 환경의 변화로 그 크기가 작아졌지만, 깨끗한 물을 언제나 보급할 수 있는 수도가 준비되어있다.


최대한 건들지 않은 자연 덕에 공기도 맑았다. 위로 길게 쏫은 건물 안에는 인공 환경으로 만든 밭도 있었다.


아셀은 데이지에게, 루카스도 그곳으로 함께 가게 해주겠노라고 말했다. 물론 자신 또한 그들과 함께일 것이다.


두 사람은 컴퓨터를 사용할 줄만 알지 제대로 된 방법은 알지 못했고, 모든 시스템은 자신에 의해 돌아가게 되어있으니까.


혹여 배신하려 한다고 해도 그 섬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그를 살려두어야 했다. 물론 그들이 그를 버리고 달아나는 방법도 있었지만, 섬에 나가는 것조차 그의 생체인식과 비밀코드가 필요한 시스템이다.


물론 로단이 그의 제안을 거절할 수도 있다. 하지만 사실상 그가 지금 당장 자신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바네사가 있으니 그 숨어들어온 세 명도 대응할 수 있었다.


게다가 굳이 한 명의 문도와 두 사람을 쫓겠다고, 안 그래도 아슬아슬한 병력을 낭비할 리도 없다.


아셀의 입 꼬리가 미세하게 올라갔다. 데이지는 그 옆에서 그에 대한 혐오를 숨기지 않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아셀은 계속 미소 지었다. 루카스는 오직 데이지를 위한 작은 선물 같은 것이다. 그녀에게는 루카스만이 중요했으니까.


그 사실이 퍽 씁쓸하다고 생각하면서도, 그녀를 ‘가진다’는 것이 만족스러웠다. 그러나 역시, 로단에게 루카스를 넘기라는 그 조건은 가장 마지막에 건네고 싶었다.



***



모자를 눌러쓰고 지나가던 연구소직원이 지나가던 동료와 부딪쳤다. 전투에 쓸모가 없는 인물은 모두 대피하고 있었기에 발걸음이 급했다.


“잘 좀 보고 다녀!”


신경질적으로 말한 동료는 서둘러 걸음을 재촉했고, 그와 부딪힌 여자는 잠시 흐트러진 모자를 다시 제대로 썼다. 그 아래로 자신만만한 미소를 짓고 있는 얼굴은, 세이의 것이었다.


도둑 세이는 방금 슬쩍한 키카드를 주머니 속에서 만지작거리며, 마저 움직이기 시작했다.


처음 ENM이 여기에 도착했을 때, 직원들이 공포에 질려 한바탕 난리법석을 피웠다. 그 덕에 이렇게 숨어들 기회를 얻었다. 그리고 그녀는 기회를 한 번 보면 절대 놓치지 않는다.


지금, 직접 프레스코를 엿 먹일 기회를 놓치지 않은 것처럼.


지금까지 클로이와 친하게 지내며 A지역에 대해 많은 것을 들었다. 그 사이에 바뀌지 않았다면, 대충 어느 건물에 어느 부서가 있는 지 다 알고 있다는 소리였다. 물론 설계도를 보면서 들은 건 아니라 조금 헤매긴 하겠지만.


야. 내가 이기게 해준다.


그 말을 듣지 못할 로단에게 속으로 말했다.



***



다음 날 전투는 다시 한 번 시작되었다.


여기저기서 총격소리와, 폭음이 울려 퍼지는 데, 분명 베브가 약속했던 시간에도 아무 소식이 없었다.


그렇게 슬슬 초조해지는 로단에게 드디어 연락이 왔을 때는, 이미 많은 시간이 지났을 때였다.


게다가 이번에는 베브가 아닌, 당연히 통신 감시망에서 제외되는 문도의 것으로 신호가 도착했다.


[안녕? 걔네가 숨어있을 곳이 뻔해서 말이야. 그쪽 네트워크를 아예 차단시켜버렸어. 그래도 내가 문도인데, 지도자가 아니라 아랫사람이랑 얘기하면 좀 그렇잖아.]

“...그들은 어떻게 했지?”


루카스를 제외하면, 처음으로 직접 문도와 대화를 하고 있었다. 이런 경험을 한 사람은 많이 없을 것이다. 전혀 감격스럽진 않지만.


적대심이 그득한 목소리에, 아셀은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안 건드렸어. 그래서, 제안은 받아드릴 거지?]

“그래.”


하지만 그에 이어진 단호한 대답에 아셀은 잠시 조용해졌다. 의외였다. 루카스가 이 상황을 뻔히 알면 절대 그렇게 두지 않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윌리엄이 반대하지 않았어?]

“안했다.”


로단이 거짓말하고 있다고 생각되지 않았다. 지금까지 문도도 ENM의 정보를 모아왔고, 그 정보 중에 하나는 그가 웬만해서는 정직하게 행동하려는 성향이 있다는 것이다.


데이지의 윌리엄를 향한 애정이, 윌리엄에게는 없는 건가?


순간 아셀은 웃음이 나오려는 입을 한 손으로 가로막았다.


아, 안쓰러워라.


기분이 조금 좋아졌다.


그러나 그 흥분을 애써 억누르면서 로단과 거래를 이어갔다.


[몇 시간 후에 남서쪽으로 잠수함 하나의 신호가 뜰 텐데, 모르는 척 해. 당연히 추적도 안 되고. 만약 그걸 어긴다면 우리 쪽에서도 바로 알 수 있으니까, 바보 같은 짓은 하지 않기를 추천하지. 그리고 완전히 멀어졌다는 판단이 되었을 때 정보를 보내주겠어.]

“네가 제때 보낼 거라고 어떻게 믿지?”


아셀이 웃음기 섞인 어조로 대답했다.


[내가 아무리 이상한 짓을 많이 했다고 한들, 굳이 재미를 보겠다고 그런 짓은 안 해.]


담담하고, 부드럽고, 동시에 미묘한 오만감이 섞인 목소리였다. 그리고는 끊기 전에 빠르게 덧붙였다.


[참고로 약속했던 그 정보하나면, 승세는 한 순간에 뒤집어질 거야.]


그 다음 연결은 먼저 끊어졌다.


통화가 끝난 후에 로단은 생각에 잠겼다.


왜 지금이 아니라 한 시간 후에 잠수함을 출발하는 걸까. 그것이 조금 의아했지만, 일단 루카스에게 조건을 받아들였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루카스가 읽었다는 표시는 떴으나, 그에게서 답장은 오지 않았다.



***



전투를 가까스로 반격하고 있을 때, 결국 리암에게서 지원이 필요하다는 연락을 받았다. 리암은 이제 C지역의 상황이 마무리될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의 바람과는 정반대로 흐름이 바뀌었다.


지원이 없으면, 더 이상 그들을 막아낼 수가 없을 것 같다는 소식이었다.


“어떻게 할 거야?”


어느새 가까이 다가온 에이스가 로단에게 물었다. 그 목소리에, 지금 여기만으로도 충분히 힘들다는 의미가 들어가있다. 그걸 증명하듯, 이미 그들의 꼴은 말이 아니었다.


특히나 시볼드와 가장 가까이에서 전투를 벌인 에이스는 그의 대원들을 너무 많이 잃었다.


로단은 천천히 두 눈을 감았다가 떴다. 하지만 이런 상황을 생각지 않았을 리가 없었다. 그렇기에 단호히 고개를 끄덕였다.


“프레스코가 먼저야. 저길 무너트리면 끝나.”


에이스는 그의 시선에 복잡한 감정이 서려있는 것을 보았다.


그래서 그 말에 묵묵히 고개를 끄덕인 다음, 바로 다시 전투에 참여했다.


그의 뒷모습을 보며 애써 자위했다. 리암과 아벨이 잘 해낼 거라고. 지금은 그렇게 믿는 수밖에 없었다.


그 후에도 그는 계속 주위를 살펴보고, 명령을 내리고, 도저히 적응할 수 없는 환경에 적응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이라셰마가 다른 전사들에게 전투를 맡기고 로단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그가 무슨 말을 꺼내기도 전에, 먼저 입을 열었다.


“신자를 이용해라.”

“뭐?”

“저 안쪽에서 폴리티와 바옌시나의 움직임을 봤다. 중요한 인물이라도 나오려는 것처럼 준비하더군.”


신교의 신자와 협업하는 것은 지금까지 최선을 다해 피해왔지만, 오늘은 최후의 날이었다. 그렇기에 역겨움을 참아가면서 그들과 함께 싸웠다. 오직 그들을 이용할 수 있는 순간을 위해서. 로단도 그걸 원하지 않았던가?


온몸이 다른 자의 피로 얼룩진 이라셰마는 조금의 동정심이나 망설임이 없는 말투로 무게를 실어 말했다.


“만약 문도가 그 사이를 걸어 나온다면, 그 어리석인 인간이 처리하도록 해라. 그럼 순식간에 혼란이 찾아올 테고, 우리는 그 혼란에서 빈틈을 찾을 테니.”


즉시 문도에게 공격을 가하면, 그 인물은 죽을 확률이 아주 높았다.


원래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그들이 하루 만에 프레스코를 점령하는 거였다. 단 하루가 더 늘어도, 상황은 빠르게 바뀌기 때문이다.


지금만 봐도 그랬다. 처음에는 기습을 이용한 이점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결국 총과 총의 싸움, 폭탄과 폭탄의 싸움이다. 그만큼 시간은 지체되고, 사상자만 늘어났다.


로단은 잠시 쉬고 있는 글러이비치를 바라봤다. 그 시선을 귀신같이 느낀 수헤르가 고개를 돌려서 로단을 마주했다.


적극적으로 파고 들지만 않았을 뿐이지, 때를 기다리며 미친 듯이 죽여나간 수헤르의 얼굴에도 핏자국과 함께 작은 상처들이 보였다. 하지만 피곤함이 약간 있는 두 눈은, 그 어느 때보다도 선명했다. 오히려 흥분과 기대심에 잠식되었다.


죽을 준비가 되어있는 사람이다. 게다가, 그는 이미 수헤르와 약속을 한 것이 있었다.


그래서 아라셰마를 다시 보며 말했다.


“좋아. 하지만 어떻게?”


벌려진 거리는 쉽게 좁히지 못한다. 한 명이 총을 쏘기 시작하면 모든 사람들이 서로를 저격한다. 조금만 앞으로 더 다가가면, 바로 폭탄이 날아온다. 그러니 탁월한 방법이 필요했다.


그때, 갑자기 무전이 울렸다.


[로단.]


세이의 목소리였다.


그녀가 누군지 모르는 이라셰마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고, 세이가 여기에 있는 줄만 알았던 로단만 의문에 가득 차올랐다. 그는 조용히 신호를 확인했다. 그들의 무전이 아니다. 그에 뒤늦게 물었다.


“너 어디야?”

[...내가 없어진 것도 몰랐어? 진짜 너무 한다. 클로이한테 꼰지를 줄 알아.]


세이는 주된 전투인력이 아니었기에 지원팀에 있었다. 로단이 그 모든 사람들을 신경 쓸 수는 없었다. 게다가 이미 헤어진 사이에 클로이가 이런 걸로 뭐라 할리도 없다. 어쨌든, 로단은 본론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어디야.”

[나? 프레스코 안. 참고로 원래 가지고 있던 게 여기서 작동이 안 되길래, 다른 놈한테 훔쳐서 신호 맞췄지. 여기서 훔쳐 듣는 건 걱정 안 해도 돼. 이준이 막을 수 있는 걸 줬거든. 그림자 어쩌고 했는데, 그건 모르겠고.]


그런 건 대체 언제 받아갔는지 의문이었다. 독립성이 강해서 준비가 철저한 게 지금은 다행이지만,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왜 마음대로 움직여? 내가 언제 그러라고-”

[미안한데, 내가 ENM에 들어갔지만 네 명령을 안 받아. 그니까 일단 닥치고 좀 들어봐.]


어이가 없다. ENM에 들어왔는데 내 명령을 받지 않는다는 게 말이 되는 소리야? 하지만 세이가 말한대로, 일단 들었다.


[지금 밖에서 너희가 싸우고 있는 자리에, 원격폭탄이 아래 깔려있더라고.]

“...확실해?”

[확실해. 지금 내가 보고 있거든.]


세이가 보고 있는 커다란 화면은, 프레스코 앞의 광장 바닥에 위치한 폭탄을 알려주고 있었다. 현재 그들이 전투를 벌이고 있는 장소다.


이곳의 관리자는 도망간 지 오래였고, 두 명 정도는 남아있었지만 기절시켜서 구석의 캐비닛에 넣어 놨다. 그리고 뒤늦게 직원을 확인하러 온 경비병은 직원복을 입고 있는 그녀를 의심하지 않았다.


“범위는?”

[시간 끌기용인지 몰라도, 범위 자체는 넓지 않아. 지금 네가 정확히 어딘데?]


로단이 자세한 대답을 해주었다. 그러자 잠시 화면을 살펴보던 세이는 말했다.


[안 닿을 거 같아. 근데 바옌시나도 인명피해가 많진 않을 걸?]

“시선을 끌기에만 충분하면 돼.”

[근데 문제가 하나 남아있어.]


알맞은 타이밍에 해결방안을 가져온 세이가 바로 앞에 있다면, 로단은 그녀를 끌어안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당연히 세이는 싫어하겠지만.


그런데 세이는 그를 또 순식간에 실망하게 만들었다.


[이거 어떻게 작동시키는지 몰라.]

“.......”

[잠깐 기다려봐. 내가 알아봐볼게.]


곧 일방적으로 연결이 끊겼다.


세이는 바로 주위를 살펴보면서 어떡해서든 방법을 찾아내기 시작했고, 로단은 미묘한 얼굴을 한 채 무전기를 내려놓았다. 실망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지만, 지금은 세이에게 좋은 수가 생기기를 바랄 뿐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엘 누에보 문도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50 150화 (완결) 23.05.26 33 1 13쪽
149 149화 23.05.25 22 1 13쪽
148 148화 23.05.24 22 1 12쪽
147 147화 23.05.23 21 1 12쪽
146 146화 23.05.22 23 1 12쪽
145 145화 23.05.21 24 1 12쪽
144 144화 23.05.20 22 1 11쪽
143 143화 23.05.19 23 1 13쪽
» 142화 23.05.18 22 1 12쪽
141 141화 23.05.17 22 1 12쪽
140 140화 23.05.16 24 1 12쪽
139 139화 23.05.15 23 1 12쪽
138 138화 23.05.14 23 1 13쪽
137 137화 23.05.13 22 1 11쪽
136 136화 23.05.12 21 1 12쪽
135 135화 23.05.11 21 1 12쪽
134 134화 23.05.10 21 1 12쪽
133 133화 23.05.09 23 1 12쪽
132 132화 23.05.08 22 1 12쪽
131 131화 23.05.07 25 1 13쪽
130 130화 23.05.06 25 1 12쪽
129 129화 23.05.05 27 1 11쪽
128 128화 23.05.04 27 1 12쪽
127 127화 23.05.03 27 1 12쪽
126 126화 23.05.02 28 1 12쪽
125 125화 23.05.01 26 1 12쪽
124 124화 23.04.30 24 1 12쪽
123 123화 23.04.29 25 1 13쪽
122 122화 23.04.28 26 1 12쪽
121 121화 23.04.27 24 1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